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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4화]

혼자 남은 자리

작성: 2026.05.08 11:33 조회수: 4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보험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며 실제 상품 추천이나 보장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목요일 아침, 현우가 출근했을 때 아라의 자리는 이미 비어 있었다.

가방도 없었고 커피잔도 없었다. 모니터 전원은 꺼져 있었고, 키보드 위에 포스트잇 한 장이 붙어 있었다. 현우는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괜히 들여다봤다가 뭔가 더 무거워질 것 같아서였다. 자켓을 의자에 걸고 자리에 앉는 척하면서 눈 끝으로 포스트잇 색깔만 확인했다. 노란색이었다. 아무 의미 없는 노란색이었다.

"아라 선배 오늘부터 감사팀 합류야."

팀장 이강민 씨가 탕비실에서 나오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종이컵에 커피를 따르면서 현우 쪽을 보지도 않고.

"일주일. 빠르면 닷새. 어차피 네 상담은 네가 하는 거니까."

현우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잘 나왔다. 그게 다행인지 이상한 건지 모르겠었다. 팀장이 탕비실로 다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현우는 자기 자리로 돌아와 컴퓨터를 켰다. 화면이 켜지는 동안 탕비실에서 종이컵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사무실은 평소와 똑같이 돌아가고 있었다.

오전은 조용했다. 조용한 게 문제였다. 현우는 습관적으로 두 번쯤 아라의 자리 쪽을 봤다. 한 번은 뭔가 물어보려다가, 한 번은 그냥. 두 번 다 아무도 없었다. 자리가 비어 있는 게 이렇게 신경 쓰이는 건 처음이었다. 아라가 회의 중이거나 외근 중일 때도 자리는 비어 있었는데, 오늘은 달랐다. 돌아올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빈자리는 무게가 달랐다. 현우는 괜히 볼펜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했다. 딸깍, 딸깍. 세 번째쯤 되자 스스로 멈췄다.

오전 열한 시에 첫 상담이 있었다. 기존 고객인 최윤미 씨, 마흔여섯 살, 갱신 안내 때문에 왔다. 현우는 상담실에 들어가기 전에 복도에서 파일을 한 번 더 펼쳤다. 지난달 아라와 함께 리뷰했던 케이스였다. 아라가 그때 뭐라고 했더라.

'갱신 안내는 설명보다 먼저 어떻게 느끼는지 물어봐.'

현우는 그 말을 파일 여백에 연필로 적어둔 걸 봤다. 자기 필체가 낯설게 느껴졌다. 상담실 문 앞에서 잠깐 멈췄다가 손잡이를 잡았다.

상담실 안은 창문이 작아서 낮에도 형광등을 켜야 했다. 최윤미 씨가 먼저 와 있었다. 종이컵 커피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는데, 현우가 들어오자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갱신 보험료 인상 폭을 보여드리자 눈살이 찌푸려졌다. 현우는 숫자를 설명하려다가 멈췄다. 먼저 어떻게 느끼는지.

"많이 당황스러우셨죠."

최윤미 씨가 잠깐 멈췄다. 현우도 멈췄다. 침묵이 이 초쯤 됐을 때 최윤미 씨가 말했다.

"그러게요, 이게 매년 이렇게 오르면 나중엔 어쩌나 싶어서요."

현우는 그 말을 받아서 천천히 이야기를 이어갔다. 설명보다 먼저 질문이 나온 게 맞는 순서였는지 끝까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최윤미 씨의 목소리가 조금 풀렸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상담이 끝나고 나오면서 최윤미 씨가 "다음에 또 올게요"라고 했다. 현우는 그 말이 빈말인지 진심인지 모르면서도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후배 진호가 말을 걸었다. 같은 팀에 지난달 들어온 스물다섯 살, 아직 첫 계약을 못 한 상태였다.

"선배, 오늘 상담 잘 됐어요?"

현우는 "그냥 저냥"이라고 대답했다. 진호가 "저는 오늘 오후에 새 고객 상담인데 선배 옆에 좀 붙어 있어도 될까요"라고 했다. 현우는 걸음을 반 박자 늦췄다. 나한테?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들어갔다. "나 지금 선배 아닌데." 현우가 말했다. 진호가 "저보다는 선배잖아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현우는 그 말이 우스웠지만 웃지 않았다. 아라가 없는 사무실에서 자기가 진호한테 선배 소리를 듣는 상황이 조금 어이없었다. "상담 방해는 안 되고, 끝나고 뒤풀이 커피 사." 진호가 "네!" 하고 너무 크게 대답하는 바람에 옆 팀에서 누군가 고개를 들었다.

오후 두 시 상담은 신규 고객이었다. 삼십 대 후반 남성, 지인 소개였다. 현우는 상담실에 앉아서 첫 마디를 어떻게 꺼낼지 잠깐 생각했다. 예전 같으면 이쯤에서 아라한테 문자 하나 보냈을 것이다.

'이런 케이스인데 첫 질문 뭐가 나아요?'

그런데 오늘은 보낼 수가 없었다. 감사 지원 중에 그런 문자를 보내는 건 아닌 것 같았다. 현우는 파일을 닫고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다. 고객이 들어왔다.

상담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고객이 질문이 많은 사람이었다. 현우는 대답을 하면서 두 번쯤 막혔다. 그럴 때마다 예전 현우였으면 모르는 척 말을 이어붙였을 텐데, 오늘은 "정확하게 확인하고 다시 말씀드려도 될까요"라고 했다. 두 번 다. 고객은 두 번 다 "그러세요"라고 했다. 현우는 그게 단순한 허락인지 신뢰인지 모르면서 일단 메모했다. 펜 끝이 종이 위에서 잠깐 멈추는 게 느껴졌다. 모른다고 말하는 게 이렇게 간단한 일이었는데, 왜 이제야 해보는 건지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상담이 끝나고 진호가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땠어요?"

현우가 "모르겠다"고 했다. 진호가 "그게 무슨 대답이에요"라고 했고, 현우는 "나도 모르겠다는 게 대답이야"라고 했다. 진호가 잠깐 생각하더니 "그것도 솔직한 거잖아요"라고 했다. 현우는 그 말을 흘려들으려다가 잘 안 됐다. 진호가 자판기 커피를 두 개 뽑아서 하나를 내밀었다. 종이컵이 따뜻했다. 현우는 받아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리로 돌아오니 오후 네 시였다. 서랍이 시야에 들어왔다. 토요일이 내일모레였다. 윤상철 씨와의 통화 약속. 현우는 서랍을 봤다. 잡아당기지는 않았다. 잡아당기려면 오늘이어야 하는데, 오늘은 상담이 두 개였고 혼자 버텼고 지쳤다는 걸 핑계로 쓰고 싶은 자신이 있다는 걸 알아서, 그냥 봤다. 서랍을 당기지 않는 것과 못 당기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실제로 어느 쪽인지는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모니터 화면에 오늘 상담 메모를 정리하면서 현우는 커서를 한 줄 위에 올려두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퇴근 무렵 아라에게 문자가 왔다.

'오늘 상담 몇 건?'

현우는 잠깐 웃었다. 감사 지원 첫날에 이게 궁금하다는 게 아라답긴 했다.

'두 건. 잘 됐는지는 모르겠고, 망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보내고 나서 너무 솔직하게 썼나 싶었는데 아라 답장이 왔다. '그거면 됐어.' 세 글자였다. 현우는 그 세 글자를 두 번 읽고 나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혼자였다. 숫자가 내려가는 걸 보면서 현우는 생각했다. 내일도 아라는 없다. 모레는 윤상철 씨 통화가 있다. 서랍 속 파일은 아직 닫혀 있다. 오늘 두 번 모른다고 말했고, 두 번 다 세상이 무너지지 않았다. 그게 작은 건지 큰 건지는 모르겠지만, 혼자라는 게 이렇게 구체적으로 느껴진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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