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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10화]

결산은 숫자가 아니라 얼굴로 한다

작성: 2026.04.25 13:56 조회수: 2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수요일 오후 네 시, 어머니 가게 앞 골목에는 볕이 낮게 깔려 있었다. 선우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입구 처마 밑에 서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처럼 손을 비볐다. 담배를 끊은 지 사 년이 됐는데 오늘 같은 날은 손이 먼저 기억했다. 안쪽에서 어머니가 생선 굽는 냄새가 흘러나왔고, 냉장고 모터 소리가 낮고 지속적으로 울렸다. 그 소리가 오늘따라 이상하게 선명했다.

마틴이 먼저 왔다. 오토바이를 골목 구석에 세우고 헬멧을 들고 들어오면서 "오늘 왜 여기예요, 사무실도 아니고" 했다. 선우가 "자리가 없어서"라고 하자 마틴은 잠깐 가게 안을 들여다보더니 "어머니한테 허락은 받으셨어요?" 했다. 선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틴은 그걸로 충분히 이해한 듯 헬멧을 들고 뒷방 쪽으로 먼저 들어갔다.

장하늘은 십 분 뒤에 왔다. 숄더백 안에 태블릿과 파일 봉투를 함께 들고 있었고, 들어오자마자 "서미라 씨는요?"라고 물었다. "오는 중"이라고 하자 하늘은 "오늘 다 여기다 올려놓는 거예요?" 했다. 선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늘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저는 기사 보류예요, 오늘은. 맞죠?" 선우는 "수요일 저녁까지만"이라고 했다. 하늘은 "그게 지금이잖아요"라고 했지만 가방을 내려놓았다.

서미라는 네 시 이십 분에 왔다. 앞치마를 벗지 않은 채였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선우 어머니한테 "죄송해요, 또 방 빌려요"라고 먼저 말했다. 어머니가 "뭘요, 밥은 먹었어요?" 하자 서미라가 "나중에요"라고 했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투가 선우보다 더 오래된 사이처럼 들렸다. 선우는 그걸 못 들은 척 뒷방 문을 열었다.

뒷방은 접이식 테이블 하나에 의자가 세 개였다. 마틴이 빈 박스 하나를 뒤집어 네 번째 자리를 만들어놨다. 형광등이 한쪽이 깜박였다. 장하늘이 태블릿을 테이블 가운데 올려놓고 파일 봉투를 열었다. 안에는 A4 출력물 두 장이 있었다. 조합 명부 사본과 상인회 명부 사본이었다.

"이름 수 먼저 보세요."

하늘이 말했다. 조합 명부에는 서른여섯 명, 상인회 명부에는 마흔 명이었다. 네 명이 빠져 있었다.

마틴이 손가락으로 빠진 이름들을 짚었다.

"이 네 명이 저한테 직접 확인한 사람들이에요. 다들 골목에서 오 년 넘게 있었고요. 한 명은 저랑 같은 건물 세입자예요."

서미라가 명부를 들여다보더니 "조합이 이걸 실수로 뺐다고 할 리 없잖아요"라고 했다. 선우가 "실수면 이의 신청으로 되고, 고의면 행정 기록으로 먼저 남겨야 해요. 목요일 오전 투입 전에"라고 했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그 전에."

선우가 장하늘을 봤다.

"배지 얘기 먼저 해요."

하늘이 태블릿 화면을 켰다. 은평 현장 사진 두 장이 나란히 떴다. 한쪽에는 배지를 확대한 이미지, 다른 쪽에는 박도경 지지 모임 행사 사진이었다. 배지 문양이 같았다. "해당 날짜 박도경 의원 공식 일정표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비어 있어요." 하늘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이게 기사가 되려면 원본 사진이 필요하고, 원본은 윤태식이 들고 있어요."

서미라가 화면을 오래 들여다봤다. 선우는 그 시간을 재지 않았다. 마틴이 박스 위에 앉아 팔짱을 끼고 천장 쪽을 봤다. 형광등이 또 한 번 깜박였다. 서미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진 속 사람이."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그 배지 달고 있는 사람이 현장에 있었다면, 그 날 현장에 있었다는 게 확인되면."

말이 끝나지 않았다. 선우가 "서미라 씨." 하고 불렀다. 서미라가 명부를 내려놓고 손을 무릎 위에 얹었다. "내가 그 이름을 먼저 말하면 안 된다는 건 알아요. 그냥." 손이 잠깐 떨렸다가 멈췄다. "그냥 확인해주기를 바라는 거예요.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맞는지."

선우는 하늘을 봤다. 하늘이 고개를 저었다. 원본 없이는 이름을 특정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마틴이 "그럼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원본 확보밖에 없는 거네요"라고 했다. "윤태식이 조건 걸었다고 했잖아요." 선우가 "계약 해지하고 위약금 면제"라고 했다. 마틴이 "그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라고 했다. 선우가 "그래서 오늘 여기 모인 거예요"라고 했다.

잠깐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어머니 가게 쪽에서 생선 굽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냉장고 모터가 낮게 울었다. 선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윤태식이 원하는 건 조합 계약에서 빠지는 거예요. 위약금 없이. 그걸 법적으로 만들어주려면 계약 자체에 하자가 있거나, 공익 목적의 제보에 준하는 경로가 필요해요. 전자는 조합 내부 문서가 있어야 하고, 후자는 조합 비자금 자료가 기반이 돼야 해요."

말을 멈췄다가 이었다.

"태식이 그 자료도 갖고 있는지 확인이 안 됐어요. 오늘 저녁 전에 확인해야 해요."

하늘이 "그러면 제가 따라가면 안 돼요?"라고 했다. 선우가 "안 돼요"라고 했다. "왜요?" "기자가 붙으면 그 사람 바로 닫아요." 하늘이 "저 기자 티 안 나요"라고 했다. 마틴이 웃음을 삼키다가 실패해서 헛기침으로 덮었다. 서미라가 "안 돼요, 하늘 씨"라고 했다. 하늘은 잠깐 입술을 다물었다가 "그럼 저는 명부 이의 신청 쪽 서류 준비할게요"라고 했다. 선우가 "수요일 저녁까지"라고 하자 하늘이 "지금이 수요일 저녁이라고요"라고 다시 말했다. 이번엔 아무도 웃지 않았다.

선우는 윤태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두 번 갔고 받았다.

"오늘 만날 수 있어요?"

잠깐 침묵이 있었다.

"어디서."

"거기서 정해요." 또 잠깐 침묵. "남부터미널 쪽 분식집. 아홉 시." 전화가 끊겼다. 선우가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서미라가 "뭐라고 했어요?"라고 물었다. "만나요." 서미라가 "비자금 자료 얘기도 꺼낼 거예요?" 선우가 "꺼낼 수 있으면 꺼내야죠." 서미라가 잠깐 선우를 봤다. "그 사람이 그걸 다 줄 것 같아요?" 선우가 "모르죠. 근데 안 물어보면 확실히 못 받아요."

마틴이 "명부 네 명은 제가 내일 아침 구청에 직접 데리고 가면 어때요? 행정 접수 창구에 이의 신청서 직접 내는 거요." 선우가 "이의 신청서 양식 있어요?" 마틴이 "제가 오늘 밤 받아놓을게요. 민원24에 있던데." 하늘이 "저 그 양식 작성 도와드릴 수 있어요"라고 했다. 서미라가 마틴을 보더니 "당신은 언제부터 이런 거 다 알았어요"라고 했다. 마틴이 "저 원래 이런 거 잘해요. 오토바이 고치는 것만 하는 줄 알았죠?" 서미라가 짧게 웃었다. 이 뒷방에서 처음 나온 웃음이었다.

사람들이 나가고 선우만 남았다. 어머니가 뒷방 문을 열고 들어와 식은 보리차 한 잔을 테이블에 놓았다.

"밥은?"

"나중에요."

어머니가 형광등을 한 번 올려다봤다. "이거 오래됐다. 갈아야 하는데." 그리고 나갔다. 선우는 보리차를 들고 깜박이는 형광등을 올려다봤다. 목요일 오전까지 남은 시간. 윤태식의 얼굴. 서미라가 말하다 멈춘 자리. 그 침묵 속에 이름 하나가 들어 있다는 건 알았다. 오늘 밤 그 이름이 어디까지 나올지는 아직 몰랐다. 하지만 아홉 시가 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알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것도 결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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