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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11화]

아홉 시, 분식집 불빛 아래

작성: 2026.05.08 11:33 조회수: 139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남부터미널 지하도에서 올라오면 분식집들이 줄지어 있었다. 간판 불빛이 젖은 보도블록에 반사됐고, 퇴근한 사람들이 우산을 접으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선우는 약속 시각보다 십 분 일찍 도착해서 입구 밖에 잠깐 서 있었다. 빗소리가 지하도 환풍구 소리와 섞였다. 유리창 너머로 플라스틱 의자와 낡은 메뉴판이 보였다. 윤태식은 이미 안에 있었다. 구석 자리, 떡볶이 한 그릇과 맥주 한 캔을 시켜놓고 핸드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선우가 들어서자 윤태식이 핸드폰을 뒤집어 테이블에 올려놨다. 시선이 잠깐 마주쳤다.

"늦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가 먼저 말했다. 선우는 맞은편에 앉으며 외투를 벗지 않았다.

"시작하죠."

주인아주머니가 물수건을 던져줬고, 선우는 그걸 그냥 테이블 한쪽으로 밀어뒀다. 아주머니가 "뭐 드실 거예요" 하고 물었다. 선우가 "그냥 물이요" 하자 아주머니가 혀를 짧게 찼다. 윤태식이 그 소리를 듣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가 내렸다.

"자료 먼저요."

선우가 말했다.

"자료가 실제로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조건을 들을 수 있습니다."

윤태식이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서두르지 않는 동작이었다. "없으면 여기 나왔겠어요." 그는 점퍼 안쪽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봉투 아가리가 살짝 열려 있었고, 안에 종이 몇 장과 USB 하나가 들어 있는 게 보였다. 선우가 손을 뻗으려 하자 윤태식이 봉투를 가볍게 자기 쪽으로 당겼다. "조건 먼저입니다."

선우는 손을 테이블 위에 그냥 놓았다.

"말해보세요."

윤태식은 떡볶이를 한 번 젓다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저 이 일 끝내고 싶어요. 진짜로."

그의 목소리에서 협박 같은 건 없었다. 그냥 피곤하다는 말처럼 들렸다. "현장에서 손 떼는 거, 위에서 모른 척하고 다음 공사에서 배제되는 거,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자료를 넘겼을 때 내 신원이 어디까지 알려지고 어떤 위험이 남는지 먼저 설명받고 싶어요. 공유 문서와 기사에는 이름을 함부로 넣지 말고, 신원을 아는 사람도 최소로 해 주세요. 다만 어떤 공식 절차에서는 신원 확인을 요구할 수 있다는 말까지 숨기지는 마십시오." 그가 선우를 똑바로 봤다. "당신이 그 범위와 한계를 확인해 줄 수 있어요?"

선우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창밖에서 빗소리가 조금 굵어졌다. 지하도 쪽에서 사람들이 우산을 털며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름을 빼는 것. 그게 가능한지 안 한지보다, 자신이 그 약속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먼저였다. 초기 기본계획에 자신이 일부 관여했다는 사실이 이 순간 그의 발목을 잡았다. 약속의 무게가 달랐다. 선우는 테이블 위에 놓인 자기 손을 잠깐 내려다봤다. 물 한 잔이 앞에 놓였다. 아주머니가 아무 말 없이 가버렸다.

"신원 비공개를 보장할 권한은 없습니다. 공식 절차에서 이름을 임의로 빼겠다는 약속도 못 합니다."

선우가 말했다.

"대신 자료는 지금 열지 않겠습니다. 장하늘 기자와 편집 책임자에게 신원을 분리 보관할 수 있는지, 공개 범위와 보호 한계가 무엇인지 먼저 확인하죠. 당신이 그 설명을 듣고 동의하기 전에는 사본을 만들지 않겠습니다. 자료가 어떤 경로로 들어갔는지 인수 기록도 남기겠습니다."

윤태식이 잠깐 눈을 좁혔다. "그게 보장이 됩니까." "아니요. 확인 가능한 절차와 기록입니다. 위험이 사라진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선우는 윤태식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목요일 오전 투입도 내가 중단시킬 수 있다고 약속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오늘 밤 사업 시행자와 구청에 자료 제출 예정 사실과 보완 검토 요청을 기록으로 보내겠습니다."

윤태식이 잠시 말이 없었다. 떡볶이 국물이 식어가는 냄새가 났다. 형광등 하나가 미세하게 깜박였다가 다시 켜졌다. 옆 테이블에서 누군가 소주를 따르는 소리가 났다. 윤태식이 맥주캔을 손바닥으로 감쌌다가 놓았다.

"이 안에 비자금으로 의심한 이체 내역과 은평 현장 사고 당일 하청 계약서 사본이 있어요. USB에는 촬영 기기에서 옮긴 사진 파일이 있습니다. 원본인지 사본인지 확인은 따로 해야 합니다."

윤태식은 봉투 아가리를 닫고 봉인 띠 위에 전달 시각, 자료를 보관해 온 경위와 자신이 아는 사본 수를 적었다. 선우도 수령 시각만 적었다. 두 사람은 내용의 진위를 확인했다는 뜻이 아니라고 나란히 써 넣었다. 그가 봉투를 테이블 가운데 밀었다. 선우가 봉투를 집어 들었다. 묵직했다.

"오늘 밤 안으로 상담 경로를 확인할 수 있어요?"

"확인해 보겠습니다. 인수 사실부터 남기죠." 선우가 휴대폰 메모에 봉인 상태와 시각을 적고 일어서려 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서미라였다. 선우가 윤태식을 한 번 보고 전화를 받았다.

"지금 어디야."

서미라의 목소리가 낮았다.

"터미널 쪽."

"빨리 와. 봉수 씨가 지금 합의서 쓰러 간다는 연락 받았어. 조합 사무실이야." 선우가 시계를 봤다. 아홉 시 이십 분이었다. 전화를 끊고 윤태식을 봤다. 그가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가요. 나는 내일 아침까지 현장에 아무 연락 안 합니다. 그 이상은 내가 보장 못 해요." 선우가 봉투를 외투 안쪽에 넣었다. "알겠습니다." 지갑을 꺼내려 하자 윤태식이 손을 저었다. "그냥 가요."

선우는 분식집을 나왔다. 빗속으로 걸어들어가면서 서미라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지금 봉수 씨한테 직접 연락했어요?"

"안 받아. 마틴이 오토바이 끌고 갔는데 조합 사무실 앞에 차가 두 대 서 있대."

빗소리가 전화기 너머로도 들렸다. 선우가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택시를 잡으면서 머릿속으로 경우의 수를 짰다. 봉수가 오늘 밤 서명하면 내일 아침 이의 신청이 하나 무너진다. 명부에서 지워진 네 명 중 하나가 먼저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택시 안에서 선우는 봉투를 무릎 위에 올려놓되 봉인 띠에는 손대지 않았다. 원본 여부를 확인해야 할 사진 파일, 은평 현장, 하청 계약서 사본. 이 안에 서미라의 남편 이름이 있는지는 아직 몰랐다. 아니, 서미라가 알고 있다는 것은 알았다. 다만 그 이름이 이 봉투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나오는지가 달랐다. 서미라가 먼저 말하게 해야 하는지, 아니면 자료가 먼저 나와야 하는지. 택시 유리창에 빗줄기가 흘렀다. 기사가 라디오 볼륨을 낮췄다. 선우는 창밖을 보지 않았다.

조합 사무실이 있는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 마틴의 오토바이가 입구 쪽에 세워져 있었다. 마틴이 처마 밑에 서서 선우를 발견하고 손을 들었다. 헬멧을 아직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봉수 씨 아직 안 나왔어요. 들어간 지 이십 분 됐는데."

선우가 건물 유리문을 봤다. 불이 켜진 삼 층 창문에 그림자 두 개가 보였다. 서미라가 선우 옆으로 왔다. 우산을 접으면서 선우의 외투 안쪽을 눈으로 가리켰다.

"가져왔어?"

선우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미라가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 사이가 길지 않았는데도 선우는 그 순간이 길게 느껴졌다.

"봉수 씨 올라가기 전에 내가 한 번 더 전화했어. 받더라고."

그녀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미라 씨, 나 이제 지쳤어요'라고 했어. 그 말만 하고 끊었어."

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빗소리만 들렸다. 오래 싸운 사람이 지쳤다는 말이 얼마나 무거운지, 여기 서 있는 사람들은 전부 알고 있었다. 마틴이 헬멧을 오토바이 위에 올려놓으며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올라가야 해요."

마틴이 먼저 말했다. 선우가 유리문을 밀었다. 계단을 오르면서 선우는 봉투의 무게를 다시 느꼈다. 자료가 손에 있었다. 그런데 막아야 할 일이 같은 시각에 삼 층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이기고 있는지 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채로 계단을 올랐다. 서미라가 한 칸 뒤에서 따라왔고, 마틴이 그 뒤를 막았다. 목요일 오전까지 열두 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삼 층 층계참에서 선우가 멈췄다. 문 앞에서 낮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두 사람 목소리였다. 하나는 봉수였고, 다른 하나는 선우가 모르는 목소리였다. 서미라가 선우의 팔꿈치 옆으로 바짝 붙었다. 세 사람이 문 앞에 나란히 섰다. 아무도 먼저 손잡이를 잡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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