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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9화]

명분이라는 이름의 형장

작성: 2026.04.25 13:56 조회수: 28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가상의 무협 세계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입니다. 작중 등장하는 무술, 비급, 문파 체계 등은 모두 허구이며, 폭력 묘사는 장르적 관습 안에서 다루어집니다.

파서진 광장에 오방맹의 청황 깃발이 세워진 것은 아침 해가 처마 끝에 걸리기도 전이었다.

소령은 취선객잔 부엌에서 솥뚜껑을 열다가 그 소리를 들었다. 깃발대를 박는 망치 소리. 두 번, 세 번. 리듬이 일정했다. 군례(軍禮)가 배어 있는 박자였다. 그는 솥뚜껑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창문 너머 광장 쪽을 바라봤다. 깃발이 아침 바람에 펼쳐지는 것이 처마 사이로 보였다. 청황 바탕에 먹으로 찍은 '오방맹(五方盟)' 세 글자. 파서진 같은 변방에 저 깃발이 세워지는 경우는 딱 두 가지였다. 세금 징발, 아니면 색출.

"국 다 탄다."

팽노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떨어졌다. 소령은 반사적으로 불 조절 막대기를 집어 들었다. 국이 타고 있지는 않았다. 팽노는 왼쪽 어깨를 살짝 기울인 채 부엌 문틀에 기대서 광장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상 입은 쪽 어깨를 문틀에 기댄다는 것을 소령은 알아챘다. 팽노가 의식하지 않을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공문은 어젯밤에 이미 내려붙었을 거다."

팽노가 말했다.

"네가 그걸 못 읽은 건 아니겠지."

소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솥에 물을 조금 더 부었다. 어제 저녁 장터 끝 벽에 붙은 공문은 이미 읽었다.

'청명문 사파 잔당 소재 확인. 관련자 자수 시 관대 처분. 은닉 시 동죄(同罪).'

문장은 얌전했다. 그러나 광장에 심문관 깃발이 서고 있다는 것은 자수를 기다리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막리연이 객잔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그로부터 한 식경 뒤였다. 그는 평소와 달리 술 냄새가 없었다. 눈이 맑다 못해 차가웠다.

"심문관 이름 알아냈어."

막리연이 탁자에 앉으며 말했다.

"설리항 직속 문서관이야. 이름은 위경필. 오방맹 안에서 판결문 쓰는 걸로 먹고사는 사람. 실력은 없는데 명분을 다루는 손이 빠르거든."

그는 잠깐 멈췄다가 덧붙였다. "그리고 증인 셋을 데려왔어. 파서진 인근 주민이라고 하는데, 아마 열흘 전에 사라진 장꾼들 중에서 고른 거겠지."

소령은 국밥 그릇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증인이 증언할 내용은?"

"네가 청명문 생존자라는 것. 그리고 취선객잔이 잔당을 숨겨 준 거점이라는 것."

막리연이 그릇을 당기며 말했다.

"증거는 없어. 판결문을 명분으로 짜는 거니까 증거는 나중에 만들면 돼. 설리항 방식이야. 먼저 재판을 열고, 재판 안에서 유죄를 확정하고, 그 다음에 증거를 서류로 정리하는 거."

그는 국밥을 한 숟가락 뜨더니 혀를 차지 않고 삼켰다. "오늘 짜지 않네."

소령은 그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광장에 파서진 주민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은 오시(午時)가 가까워지면서였다.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 아니었다. 오방맹 순찰대가 골목마다 돌아다니며 어깨를 두드려 광장으로 내몰았다. 담여화가 취선객잔으로 뛰어들어 온 것은 그 무렵이었다. 그녀의 얼굴에 약재 분말이 묻어 있었다. 급히 나온 것이었다.

"심문관이 장터에서 증인들 세워 놓고 먼저 말을 맞추고 있어."

담여화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내가 귀가 밝잖아. 직접 들었어. 증인 중 한 명이 '그 아이가 야밤에 검을 들고 있었다'는 걸 증언하라고 지시받았어. 증인들 표정 봤는데, 겁을 먹은 거야.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자기들도 엮인다는 거 알고 있는 거지."

그녀가 소령을 똑바로 봤다. "야, 한소령. 너 지금 어떻게 할 거야."

소령은 잠시 말이 없었다. 광장 쪽에서 깃발 펄럭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손을 내려다봤다. 국밥 솥을 잡았던 손이었다. 뜨거운 것을 오래 쥐어서 손바닥 안쪽이 약간 붉어져 있었다.

"나가야지."

소령이 말했다.

담여화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막리연이 그릇을 내려놓으며 소령을 봤다. 팽노는 부엌 안에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검 없이."

소령이 덧붙였다.

"말로 해볼 거야."

광장은 오방맹 순찰대 여섯이 인 모양으로 둘러서 있었다. 중앙에 탁자 하나, 그 뒤에 위경필이 앉아 있었다. 나이는 사십 중반쯤. 문관 복식이었고, 손에 붓을 들고 있었다. 탁자 옆에 증인 셋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 소령이 광장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자마자 한 명이 시선을 피했다. 파서진 두부 장수였다. 소령이 사흘 전에 두부 두 모를 외상으로 사 간 사람이었다.

"한소령이라 했나."

위경필의 목소리는 예상보다 낮고 부드러웠다. 소령은 탁자 앞에 멈춰 서서 그를 봤다.

"그렇습니다."

"취선객잔 허드렛일꾼. 삼 년."

위경필이 문서를 내려다보며 읽었다.

"출신은 기록 없음."

그가 고개를 들었다. "출신이 없다는 건 강호에서는 두 가지 중 하나야. 태어날 때부터 아무것도 아닌 사람, 아니면 뭔가를 숨기는 사람." 그는 붓을 잉크에 담갔다. "너는 어느 쪽이냐."

소령은 대답하기 전에 한 박자를 뒀다. 분노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분노를 꺼내는 것은 위경필이 원하는 것이었다. 격분한 피의자는 명분을 만들기 쉽다.

"출신이 없는 게 아니라 드릴 말씀이 없는 겁니다."

소령이 말했다.

"취선객잔에서 삼 년 동안 그릇 닦고 국밥 끓인 것 외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심문관께서 사파 잔당을 색출하러 오셨다면, 그 근거 문서를 먼저 보여 주십시오. 오방맹 심문 절차에는 피심문자에게 공소 내용을 공개하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위경필이 붓을 멈췄다. 광장에 작은 침묵이 생겼다.

주민들 사이에서 낮은 웅성임이 번졌다. 위경필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지만 붓을 내려놓는 속도가 달랐다. 소령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막리연이 어제 밤 술잔 없이 앉아서 말해 준 것이 있었다.

'설리항이 쓰는 방식에는 약점이 하나 있어. 명분에 집착하는 사람은 명분이 흔들릴 때 제일 당황해. 절차를 들이밀어. 자기가 만든 절차에 자기가 발이 묶이거든.'

"증인 진술을 먼저 듣겠다."

위경필이 말했다.

소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그런데 증인이 진술하기 전에 한 가지만 확인하고 싶습니다. 저 세 분이 오방맹의 협박 없이 자발적으로 이 자리에 서 계신 것인지요. 만약 강압에 의한 진술이라면 오방맹 내규 제십이조에 의거해 해당 진술은 증거력을 잃습니다."

그는 두부 장수를 봤다. 잠깐. 그리고 시선을 거뒀다.

"제가 틀렸습니까."

위경필의 붓이 이번에는 아예 탁자 위에 놓였다. 주민들 사이에서 웅성임이 커졌다. 소령은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표정은 움직이지 않았다. 사부가 말했던 것이 있었다.

'검을 쥐지 않은 손이 더 무서운 경우가 있다.'

소령은 그 말의 의미를 지금 처음으로 몸으로 배우고 있었다.

재판은 끝나지 않았다. 위경필은 진술을 다음 날로 미뤘다. 이유는 '추가 문서 확인'. 소령은 광장에서 물러나며 뒤를 돌아봤다. 위경필이 수행원에게 무언가를 빠르게 귀엣말로 전하고 있었다. 전령이 광장을 빠져나가는 방향은 파서진 북쪽이었다. 파서진 북쪽 관도(官道)는 오방맹 본부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소령은 취선객잔으로 돌아오며 담여화와 나란히 걸었다. 담여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말을 아끼는 것은 감정이 깊어질 때라는 것을 소령은 알고 있었다.

"내일 또 한다."

소령이 먼저 말했다.

"알아."

담여화가 짧게 답했다.

취선객잔 문 앞에서 막리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소령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소령이 문을 열고 들어설 때 낮게 한마디를 뱉었다.

"위경필이 전령 보낸 거 봤지."

소령은 멈추지 않고 대답했다.

"봤어요."

"설리항한테 보고 가는 거야."

막리연이 말했다.

"오늘 네가 절차 들이밀었다는 거. 그쪽은 이제 이름 없는 허드렛일꾼이 아니라 뭔가 아는 사람이라고 판단할 거야."

그의 목소리가 한 음 낮아졌다. "다음에 오는 건 위경필이 아닐 수 있어."

부엌에서 팽노의 목소리가 들렸다.

"밥 먹어라."

소령은 신발을 벗으며 등 뒤의 열기를 느꼈다. 국밥 냄새였다. 그리고 그 아래, 아직 풀리지 않은 무언가의 무게. 위경필이 설리항에게 보고할 것이다. 설리항은 소령이 절차를 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음 수가 달라진다는 뜻이었다. 오늘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내일은 더 무거운 것이 올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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