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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1화]

상자 하나, 번호 없는 이름

작성: 2026.04.25 13:56 조회수: 20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월요일 아침 여덟 시 사십 분, 내부감사팀 사무실의 형광등은 아직 한 줄이 깜박이고 있었다.

이겸은 그 깜박임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지난주 내내 깜박였고, 총무팀에 교체 요청을 넣은 것도 지난주였다.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 사실이 시즌 1의 마지막 하루와 이상하게 어울렸다. 형광등 하나 교체하는 데 일주일이 걸리는 건물에서, 감사위원회 직통으로 발송된 서면 요청서가 얼마나 빨리 읽힐지는 미지수였다. 이겸은 커피를 들었다. 미지근했다. 자판기 커피였고 종이컵 바닥이 살짝 눅눅했다. 그 눅눅함이 손바닥에 닿는 동안 이겸은 모니터 화면을 보는 척하면서 사무실 입구를 시야 끝에 걸어 두었다.

해진이 출근한 건 아홉 시 정각이었다. 이겸보다 두 시간 늦었지만 표정은 오히려 더 선명했다. 노트를 가슴에 끼고 들어오더니 자리에 앉기 전에 이겸 쪽을 한 번 봤다. 이겸은 모니터에서 눈을 들지 않았다. 해진이 의자를 당기는 소리가 났다. 가방을 내려놓는 소리. 그리고 잠깐의 정지.

"오늘 집하실 내려가도 되나요?"

"왜."

"지난주 금요일에 감사팀 수신함 옆에 상자 하나 있었는데, 오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이틀째거든요."

이겸이 그제야 모니터에서 눈을 뗐다. 이틀. 금요일과 오늘. 사내 집하실의 일반 물품은 당일 배분이 원칙이었다. 이틀째 남아 있다는 건 수신처가 불명확하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일부러 건드리지 않은 것이었다. 두 가지 모두 같은 결론으로 이어졌다. 그 상자는 배분을 기다리는 게 아니었다.

"혼자 가지 마."

해진이 잠깐 멈췄다.

"같이 가시게요?"

"아니. 민가온 씨한테 연락해서 같이 내려가."

해진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이겸이 민가온의 이름을 먼저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해진은 뭔가 더 물으려다 입을 닫았다. 그 침묵이 이겸에게는 충분한 대답이었다. 해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핸드폰을 들었다.

집하실은 지하 1층이었다. 엘리베이터가 느렸다. 이겸은 혼자 계단으로 내려가면서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아홉 시 십삼 분. 강인호 팀장은 아직 출근하지 않았다. 지난주 금요일에도 오전 중 자리를 비웠다. 오늘도 같은 패턴이라면 오전 열 시 전후로 돌아올 것이었다. 이겸에게는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이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발소리가 콘크리트 벽에 짧게 튀었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공기가 달라졌다. 종이 박스 냄새와 비닐 포장재 냄새가 섞인, 환기가 덜 된 공간 특유의 눅진한 공기였다.

집하실 문을 열자 그 냄새가 한꺼번에 들어왔다. 형광등이 여기선 멀쩡했다. 담당자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고, 카운터 위에 수기 접수 대장이 펼쳐진 채 놓여 있었다. 이겸은 그 대장 앞에 서서 천천히 훑었다. 금요일 수신 목록이 열여섯 건이었다. 그중 수신처 칸이 비어 있는 항목이 하나였다. 발송처는 태성지주 경영관리팀, 송장 번호는 TG-2025-0418-C07. 이겸은 그 번호를 손가락으로 짚었다가 뗐다. C07. 경영관리팀의 내부 발송 코드 체계에서 C 계열은 전략지원 분류였다. 공식적으로 전략실 직속은 아니었지만, 예전 생에서 이겸은 전략실이 경영관리팀 발송 코드를 우회 경로로 쓴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코드를 쓰면 발신 부서가 기록에 남지 않았다. 깔끔하게.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상자는 수신함 옆 선반 맨 아래 칸에 있었다. 골판지였다. 가로 사십 센티미터쯤 되는 크기에 테이프가 두 줄 감겨 있었다. 무거워 보이지는 않았다. 이겸은 상자를 들어보지 않았다. 집어 드는 순간부터 기록이 생긴다. 누군가가 CCTV를 확인한다면, 이겸이 그 상자에 손을 댄 시각이 남게 된다. 이겸은 두 발을 그 자리에 두고 눈으로만 훑었다. 골판지 모서리가 살짝 찌그러져 있었다. 운반 중 눌린 게 아니라, 처음부터 이 자리에 두려고 내려놓은 사람이 조심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서두른 것이다.

해진과 민가온이 내려온 건 이겸이 대장을 다시 덮고 세 발자국쯤 물러선 뒤였다. 민가온은 에코백을 어깨에 걸친 채 들어오면서 상자를 한 번 훑고 이겸을 봤다.

"저거요?"

"그래."

"송장 번호 있어요?"

"TG-2025-0418-C07. 수신처 부서명 비어 있어."

민가온이 에코백에서 작은 노트를 꺼내 번호를 받아 적었다. 손이 빠르고 글씨가 작았다. 해진은 상자 옆에 붙은 송장 라벨을 가까이 들여다봤다.

"수취인 이름도 없네요. 부서명도 없고 이름도 없으면 어떻게 배분하려고…"

"배분 안 하려고 그런 거야."

해진이 고개를 들었다. 이겸은 그 표정을 짧게 읽었다. 아직 연결이 안 된 것이었다. 이겸은 설명하는 대신 접수 대장 쪽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수기 대장에 수신 시각 적혀 있어. 금요일 오후 두 시 사십오 분. 집하 담당자 확인 서명은 없어."

민가온이 먼저 반응했다.

"담당자 서명이 없으면 공식 접수가 안 된 거잖아요. 그럼 이 상자는 시스템에도 없는 거예요?"

"가능성이 높아."

세 사람이 잠시 상자 앞에서 멈췄다. 집하실 환풍기가 낮게 돌아갔다. 이겸은 상자를 다시 한번 보았다. 시스템에 없는 상자. 서명 없는 접수. 이틀째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골판지. 이 상자가 처음부터 여기 있었던 게 아니라면, 누군가가 이 자리를 골라서 내려놓은 것이었다. 감사팀 수신함 바로 옆. 그 위치가 우연일 리 없었다.

"담당자 찾아봐. 금요일 오후 이 시간대에 여기 있던 사람."

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민가온은 노트를 덮으면서 낮게 말했다.

"제가 외부 용역 때 쓰던 계열사 발송 데이터베이스, 아직 접근 권한 살아 있어요. C07 코드 계열이 거기 있으면 이번이 처음이 아닌 거고요."

이겸이 민가온을 봤다. 민가온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이겸은 짧게 말했다.

"확인해. 단, 조용히."

민가온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 끄덕임이 맹세처럼 짧고 또렷했다.

이겸은 계단을 올라오면서 손목을 봤다. 아홉 시 서른일곱 분. 계단 중간에서 잠깐 멈췄다. 상자를 두고 간 사람이 있다면, 가져가려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오늘 나타날 수도 있고, 내일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겸이 집하실에 내려갔다는 사실은 이미 CCTV에 찍혔다. 그 기록이 누군가의 눈에 들어가는 건 시간문제였다.

사무실 문을 열었을 때 강인호의 자리에 불이 켜져 있었다. 예상보다 이십 분 빨랐다. 이겸은 걸음을 줄이지 않고 자기 자리로 갔다. 강인호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겸도 먼저 말하지 않았다. 서랍을 열고 수첩을 꺼내 TG-2025-0418-C07이라고 적었다. 그 아래 줄에는 오늘 날짜와 시각을 적었다. 수첩을 덮어 책상 위에 올려놓고 모니터를 켰다. 잠그지 않았다. 지난번처럼. 잠그면 이미 들킨 게 된다.

강인호의 키보드 소리가 규칙적으로 이어졌다. 이겸은 그 소리를 등으로 들으면서 화면을 응시했다. 규칙적인 타이핑. 리듬이 흔들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척하는 사람이 내는 소리였다. 그 소리가 오히려 이겸의 등을 긴장시켰다. 상자는 아직 지하에 있었다. 누군가가 그것을 찾으러 올 것이었다. 이겸은 그 순간을 기다리기로 했다. 먼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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