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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12화]

서면 요청서, 닫히는 문 앞에서

작성: 2026.04.23 17:40 조회수: 110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오전 아홉 시 십이 분, 이겸은 서면 요청서를 출력했다.

프린터 열기가 손등에 닿았다. A4 두 장이 트레이에 내려앉는 소리는 짧고 건조했다. 이겸은 종이를 들어 내용을 한 번 더 읽었다. 수신처는 감사위원회 직통. 발신인은 내부감사팀 부장 한이겸. 첨부 항목은 TJ-0394 이상 징후 요약, IT보안 원본 보존 접수번호, 보고서 제출 경로 변경 요청이었다. 원본 로그는 붙이지 않았다. 감사위원회가 IT보안 담당에게 직접 대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기록 식별자와 시간 범위만 적었다. 예전 생에서 이 문서는 전략실 앞에서 사흘 동안 묶였다. 이번에는 그 경로를 처음부터 끊었다.

해진이 복사기 옆에서 스테이플러를 찾는 척 서 있었다. 이겸은 출력물을 봉투에 넣으며 낮게 말했다.

"오늘 오전 중에 내가 직접 위원장 비서실에 넣는다.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해진이 스테이플러를 내려놓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게 맞긴 한데요."

짧은 침묵이 있었다. "그러니까 더 무섭습니다." 이겸은 봉투 접착면을 눌렀다. 해진이 무서운 이유를 알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가장 먼저 쓰인다는 걸 해진은 아직 배운 적이 없었다. 이겸은 그 사실을 오늘도 말하지 않았다.

봉투를 들고 자리로 돌아오는 길에 강인호 팀장의 방 유리 너머가 눈에 걸렸다. 강인호는 책상 위 유선 수화기로 통화 중이었다. 이겸은 그 장면을 이 초 동안 봤다가 시선을 옮겼다. 내선인지 외부 수신인지 눈으로는 알 수 없었다. 통화 상대와 시각은 권한 있는 조회와 별도 보존 요청을 거쳐야 확인할 수 있고, 수화기를 들었다는 장면만으로 무엇도 단정할 수 없었다. 강인호는 전화를 내려놓으며 창문 쪽을 봤다. 이겸과 눈이 마주치지 않은 사실만이 등 뒤에 서늘하게 남았다.

열 시 정각에 강인호가 방 밖으로 나왔다.

"오늘 오전 열 시 삼십 분, 팀 전체 회의. 외부 출장 중인 사람도 화상으로 참여."

강인호는 팀 전체를 훑으며 말했다. 목소리에 특별한 감정이 없었다. 그게 더 나쁜 신호였다.

"회의 안건은 이따 공유할게요."

이겸의 손이 봉투 위에서 멈췄다. 서른 분. 서면 요청서를 비서실에 넣으려면 지금 나가야 했다. 회의 소집이 그걸 막으려는 타이밍인지, 우연한 일정인지, 이겸은 삼 초 안에 판단해야 했다. 강인호가 유선 전화를 끊은 시각과 회의 소집 사이의 간격은 오 분이 채 되지 않았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간격이 너무 좁았다.

이겸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깐 화장실 다녀오겠습니다."

강인호가 이겸을 봤다. 표정은 없었다.

"그래요."

딱 한 마디였다. 허락인지 확인인지 알 수 없는 온도였다.

복도 끝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겸은 잠깐 멈췄다. 감사위원회 비서실은 이 건물 십사층이었다. 올라갔다 오면 이십오 분. 회의 시작 전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이겸은 봉투를 겨드랑이 안쪽에 끼우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문이 열렸다. 닫히는 문 안에서 이겸은 숨을 고르게 쉬었다. 결단은 이미 어제 밤에 끝났다. 지금은 그 결단을 몸으로 실행하는 일만 남아 있었다.

십사층 비서실 앞 데스크에는 사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직원이 앉아 있었다. 이겸이 봉투를 내밀었다.

"내부감사팀 한이겸 부장입니다. 위원장 직통 수신 건입니다."

직원이 봉투를 받아 수신 확인 도장을 찍었다. 종이 위에 시각이 박혔다. 오전 열 시 십일 분. 비서실 접수대장은 관리번호를 부여했고, 이겸은 같은 번호와 시각이 찍힌 수신증을 받았다. 직원은 원본 로그가 첨부되지 않았음을 확인한 뒤 감사위원회가 IT보안 담당에게 보존 자료를 직접 요청하겠다고 기록했다. 예전 생에는 없던 문서와 경로였다. 도장 잉크 냄새가 코끝에 닿았다. 이겸은 그 냄새를 오래 기억하기로 했다.

열 시 이십팔 분에 이겸이 회의실에 들어섰을 때 해진과 민가온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민가온은 노트북을 열어 두었고 화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해진은 파우치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이겸이 민가온 옆에 앉으면서 눈빛으로 물었다. 민가온은 미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직 모른다는 뜻이었다. 회의실 창문 너머로 아침 햇빛이 테이블 모서리를 비추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빛이었다.

강인호가 마지막으로 들어왔다. 노트를 들고 있었다. 잠금쇠가 달린 것이 아니라 일반 링 노트였다. 이겸은 그 노트를 봤다. 예전 생에 없던 잠긴 노트와는 달랐다. 강인호는 그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 않고 옆에 끼운 채 앉았다.

"간단하게 합니다."

강인호가 말을 시작했다.

"어제부로 전략실에서 감사팀 보고서 제출 일정 확인 요청이 왔습니다. 공식 루트는 아니고 실무 선에서요. 팀 안에서 누가 전략실 쪽과 별도 접촉이 있었는지 제가 확인해야 합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해진이 파우치 위에 손을 얹었다. 이겸은 그 손이 살짝 단단해지는 걸 봤다. 민가온은 노트북 화면을 내려다보며 손가락을 키보드 위에 올렸다가 내렸다. 아무것도 치지 않았다.

"별도 접촉이라면 어떤 범위를 말씀하시는 건지요."

이겸이 천천히 물었다. 강인호가 이겸을 봤다.

"보고서 제출 경로나 일정에 관해 팀 외부와 먼저 조율한 사람이 있으면 말해달라는 겁니다."

이겸은 테이블 위에 두 손을 얹었다.

"저는 없습니다."

한 박자 뒤에 덧붙였다.

"오늘 오전에 감사위원회 직통으로 서면 요청서를 넣었습니다. 팀 공용 계정 관리 경로와 피검토 범위가 겹칠 우려가 있어 내부규정의 독립 신고 절차를 이용했습니다. 팀장님께 먼저 알리지 못한 사유와 IT보안 보존 접수번호도 문서에 적었습니다."

강인호의 시선이 멈췄다. 회의실 안의 공기가 얇아지는 것 같았다. 민가온이 노트북 화면을 내려다봤다. 해진은 파우치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감사위원회 직통이요." 강인호가 다시 말했다. 확인인지 질문인지 알 수 없는 온도였다. "네." 이겸은 강인호의 눈을 봤다. "오전 열 시 십일 분에 수신 확인 도장 받았습니다."

강인호가 링 노트를 펼쳤다. 첫 페이지에 무언가 적혀 있었지만 이겸의 자리에서 글자는 보이지 않았다. 강인호는 그것을 읽지 않고 다시 덮었다. 잠깐이었다. 그 잠깐 동안 강인호의 손가락이 페이지 위에 머물렀다가 떠났다. 결정을 미룬 것인지, 이미 결정이 끝난 것인지 이겸은 알 수 없었다.

"회의는 여기까지 합니다."

강인호가 말했다. 사람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민가온이 이겸 쪽으로 기울었다.

"전략실이 어젯밤에 제 이름으로 내부 메모 하나 돌렸어요."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았다.

"제 보고서 지연 건이요. 제 이름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겸은 의자를 밀며 일어섰다. 민가온의 이름이 전략실 내부 메모에 올랐다는 것은 경로 전환이 이미 감지됐다는 뜻이었다. 예상한 순서보다 열두 시간이 빨랐다. 민가온은 이겸의 표정을 읽으려는 듯 잠깐 기다렸다. 이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이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해진이 예비검토 사건철의 열람 기록 사본을 이겸에게 내밀었다.

"회의 소집 직전에 팀장님 계정으로 사건철 목록 조회가 들어왔어요. 본문 열람 여부는 아직 확인 요청 중입니다."

사본에는 접수번호와 조회 시각만 있었다. 원본 로그는 IT보안 저장소에 보존돼 있었고, 누가 실제로 계정을 사용했는지는 여전히 미확정이었다. 이겸은 종이를 주머니에 넣지 않고 사건철 안에 되돌려 놓았다. 그 아래 감사위원회 수신증 사본을 함께 꽂고 두 문서의 관리번호를 대조했다. 해진은 열람란에 반환 시각을 적었다. 고맙다는 말 대신 서로가 밟은 절차가 남았다.

복도에서 이겸은 잠깐 걸음을 멈췄다. 강인호의 잠긴 노트는 오늘 회의실에 없었다. 대신 평범한 링 노트가 있었다. 그 안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서면 요청서는 감사위원회에 닿았고, IT보안 원본은 보존됐으며, 민가온의 보고서는 전략실 단독 경로에서 벗어났다. 해진이 혼자 숨겨야 할 종이도 남지 않았다. 첫 생에서 이겸을 침묵시켰던 실패 경로 하나는 여기서 닫혔다. 이제 남은 것은 장부에 심긴 이름과 잠긴 노트가 가리키는 더 큰 경로였다. 문은 닫혔지만, 복수장부의 다음 장은 공식 접수번호 아래에서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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