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 시 삼십육 분, 서쪽 게이트 밖 어둠에서 들것 바퀴가 깨진 아스팔트를 긁었다. 민세온이 앞 손잡이를 들고 모퉁이를 돌아섰고, 차유리는 뒤에서 산소 줄이 바퀴에 감기지 않는지 살폈다. 하린은 짧은 빛 세 번과 긴 빛 한 번을 다시 비췄다. 강태민이 문틈에서 같은 신호로 답했다.
후발 다섯 명은 출발한 지 여덟 분 만에 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세온, 유리, 하린, 복부 수술 뒤 움직이지 못하는 여성, 다리를 고정한 젊은 남성이었다. 태민과 오도혁까지 합치면 문 앞에는 일곱 명이었다. 병원에는 정윤호와 최병호가 남아 있었다. 세온은 그 숫자를 먼저 소리 내 읽었다.
“문 앞 일곱, 병원 두. 총 아홉 명. 마지막 병원 확인은 세 시 이십이 분.”
박선묵은 철문 안쪽의 흰 선을 가리켰다. “움직일 수 있는 분은 이쪽으로 들어오고, 두 분은 바깥 평가 구역에서 기다리십시오. 상태를 확인한 뒤 순서를 정하겠습니다.”
흰 선 너머에는 천막도 난방기도 없었다. 금속 의자 둘과 물이 반쯤 찬 통만 놓여 있었다. 유리는 환자 곁을 떠나지 않은 채 물었다. “평가자는 누구입니까. 체온과 호흡을 누가 어떤 간격으로 보고, 악화되면 어디에서 처치합니까?”
선묵은 내부 의료 인력이 있다고 답했지만 이름과 자격을 말하지 않았다. 문 안쪽 경비원 한 명이 비접촉 체온계를 들고 나왔으나 작동 표시가 켜지지 않았다. 유리가 예비 건전지 유무를 묻자 경비원은 선묵을 바라봤다.
태민이 게이트 장부를 다시 펼쳤다. 조금 전 적어 둔 ‘환자 세 명 자동 제외 금지’ 문장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이 문장은 입장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장식이 아닙니다. 평가를 핑계로 문밖에 둘 거면 후발이 오기 전에 그렇게 말했어야 합니다.”
도혁이 낮게 말했다. “안쪽 공동실까지는 비어 있을 겁니다. 일단 들어가면—”
세온이 말을 끊었다. “들어갈 수 있는 사람부터 들어가면 문밖 사람이 협상 조건이 됩니다. 우리 원장은 그렇게 나누지 않아요.”
그 순간 게이트 안 발전기 소리가 한 번 꺼졌다가 다시 살아났다. 철문을 받치던 전동 장치가 덜컥 내려앉으며 틈이 손바닥 두 개 너비로 줄었다. 태민은 손을 넣지 않고 비상 정지 손잡이 위치를 물었다. 경비원들은 서로 얼굴만 봤다.
하린이 태블릿으로 시각을 남겼다. 세 시 사십일 분, 전력 불안정으로 문 폭 축소. 그는 고장인지 의도인지 단정하지 않았다. 문이 닫혔다는 사실과 누가 조작했는지 모른다는 사실을 따로 적었다.
유리는 젊은 남성의 입술 색과 호흡을 확인했다. 차가운 바람이 불 때마다 그의 기침이 깊어졌다. 복부 수술 여성의 산소 줄도 흔들렸다. 두 사람을 금속 의자에 옮기는 일은 평가가 아니라 위험을 늘리는 일이었다.
세온은 선묵에게 세 가지를 요구했다. 평가 책임자 이름, 환자도 함께 머물 실내 공간, 병원에 남은 두 사람을 데려올 통로 보장. 셋 중 하나라도 확인되지 않으면 문을 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선묵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여기에는 이미 서른 명이 넘습니다. 한 사람의 요구 때문에 모두를 위험에 넣을 수는 없습니다.”
“한 사람의 요구가 아닙니다.” 세온이 원장을 들어 보였다. “아홉 명이 들은 조건입니다. 안쪽 주민에게도 같은 조건을 읽어 주십시오. 그분들이 동의하면 다시 판단하겠습니다.”
선묵은 안쪽 주민을 부르지 않았다. 대신 새벽 네 시 이후에는 문을 닫는다는 말만 반복했다. 기준의 근거와 예외 절차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태민은 그 답변을 장부와 자기 수첩에 똑같이 적었다.
도혁은 게이트 안쪽을 오래 바라봤다. 그가 미리 연락한 사람이 선묵이라는 사실은 분명했지만 무엇을 대가로 약속했는지는 아직 말하지 않았다. 태민은 지금 옷깃을 잡아끌지 않았다. 환자 둘이 찬 바람 속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먼저 줄어야 했다.
세온은 철수를 제안하기 전에 각자에게 물었다. 환자 둘에게는 유리가 계획과 위험을 설명했고, 대답은 원장에 따로 남겼다. 복부 수술 여성은 따뜻한 병동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손가락으로 표시했다. 젊은 남성은 숨을 고른 뒤 고개를 끄덕였다.
태민도 문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이 공개될 때까지 진입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확인했다. 하린은 게이트 좌표와 발전기 소리, 문 폭, 선묵이 답하지 않은 질문을 저장했다. 누구도 ‘안전지대 실패’나 ‘감염 거부’라고 사실보다 큰 말을 쓰지 않았다.
세 시 오십 분, 일곱 명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들것을 급히 돌리다 산소통 받침이 턱에 걸렸다. 태민과 세온이 양쪽을 들어 수평을 맞추고, 유리가 줄과 환자 반응을 확인한 뒤에야 다시 움직였다.
박선묵은 문 안에서 말했다. “돌아오고 싶으면 네 시 전이어야 합니다.”
하린이 걸음을 멈추지 않고 시각을 적었다. 그 말도 보장이나 명령으로 바꾸지 않았다. 선묵이 한 말, 근거 제시 없음. 나중에 누구나 읽고 판단할 수 있도록 그대로 남겼다.
병원으로 향하는 서비스 도로 중간에서 금속 간판 하나가 떨어졌다. 태민이 먼저 소리를 듣고 정지 신호를 보냈고, 간판은 들것 앞 두 걸음 자리에 내리꽂혔다. 도혁이 지름길이라며 담장 틈을 가리켰지만 세온은 혼자 확인하게 두지 않았다. 태민과 도혁이 함께 다녀와 통과 폭과 바닥 상태를 보고했다.
세 시 오십팔 분, 병원 서쪽 서비스 셔터가 보였다. 하린은 정해 둔 패턴으로 불빛을 보냈다. 안에서 정윤호가 손전등으로 답했고, 최병호가 옆 벽에 기대어 서 있는 그림자가 보였다.
윤호는 셔터를 사람 하나 지날 만큼만 들었다. “문이 열린 겁니까?”
“열렸지만 기준이 없었습니다.” 세온이 대답했다. “그래서 아무도 넘지 않았습니다.”
네 시 이 분, 아홉 명은 다시 응급병동 안에 있었다. 유리는 환자 세 명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기 전에 체온과 호흡, 의식, 이동 중 변화를 확인했다. 최병호는 물을 조금씩 마실 수 있었고 현기증은 남아 있었다. 정윤호는 복귀 시각과 게이트 기록 사본을 받았다.
세온은 바닥에 테이프로 병동과 게이트, 서비스 도로를 새로 그렸다. 종이에만 있던 길은 전력과 문 폭, 환자 속도를 담지 못했다. 사람들은 자기 발로 확인한 구간에만 색을 칠했고, 도혁이 말로 아는 구간은 점선으로 남겼다.
아홉 이름은 지도 가장자리에 한 줄로 적혔다. 문 앞에서 돌아온 일곱, 병원을 지킨 둘이라는 위치도 함께 붙었다. 그날 새로 잰 것은 거리만이 아니었다. 기준을 말하지 않는 문까지의 거리와, 한 사람도 그 문밖에 두지 않기 위해 되돌아와야 하는 거리였다.
유리는 지도 옆에 게이트에서 찬 바람을 맞은 시간을 적고 환자 셋의 담요를 갈았다. 박미숙의 산소 연결부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었고 젊은 남성의 기침은 병원에 돌아온 뒤에도 이어졌다. 최병호는 두 사람이 돌아오는 동안 자기 자리를 지켰다는 이유로 상태 확인을 건너뛰지 않았다.
태민과 세온은 서비스 셔터에서 게이트까지의 위험 지점을 다시 걸어 보지 않고 기억을 서로 대조했다. 떨어진 간판, 담장 틈, 들것 바퀴가 걸린 턱을 두 사람이 같은 순서로 말한 부분만 지도에 굵게 표시했다. 도혁 혼자 아는 지름길은 그대로 점선이었다.
하린은 게이트 장부 사진을 두 장의 저장 장치에 나눴다. 하나는 태블릿, 다른 하나는 메모리 카드였다. 장비가 꺼져도 종이 사본이 남도록 윤호가 손으로 베껴 썼고, 숫자와 시각은 세온이 원본과 대조했다.
네 시 오 분, 서쪽 방향에서 문 닫히는 금속음이 멀리 들렸다. 누구도 박선묵이 일부러 닫았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하린은 방향과 시각만 적었고 세온은 다음 접촉 때 게이트 상태를 다시 확인할 항목에 넣었다.
아홉 명은 자기 이름과 현재 위치를 다시 응답했다. 일곱 명의 복귀와 두 명의 병원 잔류가 한 장에서 만났다. 되돌아온 선택은 길을 잃은 후퇴가 아니라, 사람보다 먼저 닫히는 문을 공동 판단 없이 넘지 않겠다는 첫 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