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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1화]

지도가 없는 곳에서 바닥부터 다시 재다

작성: 2026.04.24 15:13 조회수: 23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천장이 무너진 건 소리가 먼저가 아니었다. 먼지였다. 응급병동 북쪽 복도 천장에서 회반죽 가루가 먼저 내려왔고, 그다음 전선 피복이 타는 냄새가 났고, 그러고 나서야 콘크리트 덩어리가 한꺼번에 내려앉는 소리가 복도를 가득 채웠다. 차유리는 그 소리가 나기 전에 이미 문 쪽으로 뛰고 있었다. 직감이 아니라 냄새였다. 재난 첫날부터 맡아 온 냄새의 순서를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먼지가 가라앉았을 때 북쪽 복도는 사라져 있었다. 정확히는 복도의 절반이 천장 구조물과 함께 무너져 내려 완전히 막혀 있었다. 유리는 손전등을 들고 무너진 쪽을 비췄다. 돌아갈 길이 없었다. 3병동과 연결되는 통로, 발전기실 우회로, 의약품 창고로 향하는 복도가 모두 그쪽에 있었다. 한 번의 붕괴가 기존에 그려 뒀던 동선 전체를 지웠다.

"유리 씨, 다친 사람 있어요?"

하린이 응급실 문 안쪽에서 머리를 내밀며 물었다. 유리는 손전등을 내리고 뒤를 돌아봤다. 하린의 얼굴에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고, 태블릿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있었다.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도 손에서 태블릿을 놓지 않는 것이 어딘가 우스웠다. 아니, 우스운 게 아니었다. 그게 하린의 방식이었다.

"없어. 일단 들어와."

응급실 안에는 정윤호가 있었다. 그는 창가 쪽 벽에 기대어 서 있었고, 유리가 들어오자 미묘하게 등을 세웠다.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것과 어디서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동시에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이었다. 유리는 그 표정을 보면서 지시를 내리기 전에 잠깐 멈췄다. 이 사람이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먼저 계산해야 했다.

"윤호 씨, 산소통 남은 거 몇 개예요?"

"두 개요. 아, 한 개는 반쯤 찼고."

"1.5개 남은 거네요. 그 기준으로 우선순위 다시 잡아야 해요."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시선이 바닥을 향했다. 유리는 그 시선을 따라가지 않았다. 지금 그의 눈에 뭐가 보이는지는 나중 문제였다. 먼저 공간을 다시 읽어야 했다.

유리는 응급실 안을 천천히 걸었다. 손전등 대신 이제는 기억에 의지해야 했다. 북쪽 복도가 막혔으니 의약품 창고는 동쪽 우회로를 통해야 한다. 동쪽 우회로는 외래 진료동과 연결되는데, 그쪽 천장 상태는 확인이 안 됐다. 발전기실은 북쪽 복도를 통해야만 접근이 가능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발전기 상태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소리로만 판단해야 했다. 발전기가 울리는 소리의 높낮이, 진동 간격, 그리고 비상등이 깜빡이는 주기. 그것들이 이제 유리가 가진 유일한 계기판이었다.

"하린아, 지금 태블릿에 이 건물 평면도 있어?"

하린이 화면을 켰다.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있는데요, 오래된 거라 증축된 동이 빠져 있어요. 응급병동 북쪽 구역이 증축 부분이에요."

"그럼 없는 거랑 같네."

"그래도 기준점은 있어요. 동쪽 복도 끝이 어디로 연결되는지는 알 수 있어요."

유리는 하린 옆으로 다가가 화면을 같이 들여다봤다. 오래된 평면도였지만 기둥 위치는 바뀌지 않는다. 기둥 위치를 기준으로 동선을 새로 그릴 수 있었다. 유리는 손가락으로 화면 위를 짚으며 경로를 머릿속에 새겼다. 동쪽 복도, 외래 진료동 연결 통로, 거기서 북쪽으로 꺾으면 계단실. 계단실에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발전기실 반대편 출입구가 있었다. 먼 길이었다. 그러나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윤호가 그 사이에 산소통을 구석에서 끌어냈다. 혼자서, 아무 말 없이. 유리는 그것을 봤다. 뭔가를 말하려다 그냥 뒀다. 이 사람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일을 스스로 찾아 하고 있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아직은.

"이동 불가 환자 두 명 상태 다시 확인해요."

유리가 말하면서 환자 쪽으로 걸었다. 두 명 중 한 명은 박 씨였다. 예순 넘어 보이는 남자였고, 이름은 여전히 모른다. 응급실에 실려 왔을 때 이름표가 없었고 의식이 없어서 물어볼 수도 없었다. 명단에는 '미상 1'로 적혀 있었다. 다른 한 명은 진통제 과다 투여로 들어온 삼십 대 여성이었다. 의식은 돌아왔지만 자력으로 이동이 불가능했다. 유리가 손목 맥박을 짚었다. 약하지만 있었다. 규칙적이지 않지만 끊기지는 않았다.

발전기 소리가 한 번 낮게 떨렸다.

유리는 그 소리에 반사적으로 천장을 올려다봤다. 비상등이 한 박자 길게 깜빡였다가 다시 붉게 안정됐다. 새벽 세 시 이십 분. 발전기가 버텨야 하는 시간이 아직 사십 분 남아 있었다. 유리는 계산했다. 선발조가 게이트를 통과한 시각이 두 시 사십 분 언저리였으니, 지금쯤 안에 있을 것이다. 세온도, 태민도. 후발조 합류 마감이 새벽 네 시라면 그 안에 누군가 돌아와야 했다. 아니면 연락이라도 와야 했다.

그러나 태블릿은 조용했다.

하린이 먼저 눈치를 챈 것 같았다. 아무 말도 안 하고 화면만 보고 있었는데, 그 시선이 로그 창과 시계를 번갈아 오갔다. 유리는 그 모습을 잠깐 지켜보다 고개를 돌렸다. 하린이 불안해하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당장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세온은 연락을 보냈거나, 보내지 못했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이 응급실 안에서 유리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일단 동쪽 복도 확인하러 가야 해요. 저 혼자 갈게요. 윤호 씨는 여기서 두 분 상태 유지해 주세요. 하린이는 신호 오면 바로 알려줘."

윤호가 고개를 들었다. 뭔가 말하려는 표정이었다. 유리는 기다렸다.

"같이 가겠습니다."

짧았다. 유리는 잠깐 그를 봤다. 이 사람이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을 처음 들었다. 조건을 달거나 이유를 붙이거나 주저하지 않고. 그냥 같이 가겠다고.

"그러면 환자 혼자 두게 되는데."

"하린 씨가 있잖아요."

하린이 화면에서 눈을 들었다. 유리와 눈이 마주쳤다. 하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아니면 해보겠다는 뜻이었다. 유리는 그 고개 끄덕임을 믿기로 했다.

동쪽 복도는 어두웠다. 손전등 하나가 전부였다. 유리가 앞서 걷고 윤호가 뒤를 따랐다. 발소리가 빈 복도에 울렸다. 유리는 천장을 보면서 걸었다. 균열이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하면서. 북쪽 붕괴가 어느 방향으로 하중을 전가시켰는지 가늠하면서. 이것도 일종의 지도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중의 지도. 무너진 곳이 어디고, 다음에 무너질 곳이 어디인지.

복도 끝에 다다랐을 때 윤호가 먼저 말했다.

"계단실 쪽 천장, 금 가 있네요."

유리도 봤다. 손전등을 위로 향했다. 균열이 복도 천장을 따라 길게 뻗어 있었다. 지금 당장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보장할 수 없었다.

"일단 통로는 살아 있어요. 발전기실 우회로도 쓸 수 있겠어요."

유리가 손전등을 내리며 말했다. 윤호가 옆에 서서 그 균열을 한참 더 봤다.

"안전지대에서 연락 오면 얼마나 걸려요, 여기까지."

유리는 대답하기 전에 잠깐 생각했다. 세온이 게이트를 통과했다면, 선묵이 내건 조건을 들었을 것이다. 이동 불가 환자에 대한 별도 논의.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세온도 알고 있을 것이다.

"세 시 반 전에 연락 안 오면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해요."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시선이 바닥을 향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발전기가 다시 한 번 떨렸다. 이번엔 조금 더 길게. 유리는 발걸음을 조금 빠르게 했다. 태블릿에서 신호가 왔으면 하린이 뛰어나왔을 것이다. 뛰어나오지 않았으니 아직 없다는 뜻이었다. 응급실 문을 열었을 때 하린은 원래 자리에 있었다. 화면을 보면서, 손가락 한 마디를 화면 아래쪽에 걸친 채로. 화면이 꺼지지 않도록.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고.

유리는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지도가 없는 곳에서 방향을 찾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직접 걸어서 확인하거나, 신호가 오기를 기다리거나. 하린은 기다리고 있었다. 유리는 걸어서 확인했다. 그리고 윤호는 처음으로 따라왔다. 그것이 이 밤이 바뀐 전부였다. 작았지만 없던 것이 생긴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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