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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12화]

토요일 아침, 말해도 되는 것들

작성: 2026.04.23 11:34 조회수: 2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새벽 한 시가 조금 넘었을 때, 아르덴 2층 연회장에는 꽃 향기와 식은 버터 냄새가 섞여 있었다. 테이블 위의 미니 화병들은 그대로였고, 소희가 미처 거두지 못한 드라이플라워 묶음이 의자 등받이에 걸려 있었다. 서린은 행사 종료 체크리스트를 들고 창가 테이블 앞에 섰다. 손에 쥔 클립보드에는 확인 표시가 열아홉 줄, 미완이 두 줄이었다. 두 줄 중 하나는 '배성재 답변 확보', 나머지 하나는 빈칸이었다. 서린은 그 빈칸에 볼펜을 갖다 댔다가 멈췄다. 무엇을 써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게 아니라, 아직 이름 붙이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었다.

연회장 안쪽에서 의자 끄는 소리가 났다. 서린은 고개를 들지 않고 소리만 들었다. 아까부터 도윤이 혼자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었다. 행주로 닦고, 의자를 밀어 넣고, 남은 냅킨을 모아 접는 동작들이 조용하고 규칙적이었다. 주방장 출신의 손이 연회장 뒷정리를 하는 모습이 어딘가 어색하면서도 자연스러웠다. 서린은 그 사실을 의식하지 않으려다가 결국 의식했다.

뒤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도윤이었다. 앞치마는 이미 벗었지만 왼쪽 소매 끝에 소스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는 서린이 클립보드를 내려놓는 것을 보고 잠깐 멈췄다가 테이블 옆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앉으면서 "물은 있어요?" 하고 물었다. 서린이 테이블 위의 생수병을 밀어주자 도윤은 뚜껑을 따지 않고 그냥 손에 쥐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잠깐 아무 말도 없었다. 식은 커피잔 하나가 테이블 끝에 남아 있었고, 서린은 그걸 치워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손을 뻗지 않았다.

"배성재가 뭐라고 했어요."

서린은 대답 대신 창밖을 봤다. 비는 그쳤다. 유리에 남은 빗자국이 가로등 빛을 받아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공동 운영 구조. 지분 조정 없이 브랜드 공유. 예쁜 말 갖다 붙였지만 결국 같은 얘기예요."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절했어요?"

"했죠." "뭐라고요." 서린은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아르덴은 지금 거래하기에 너무 잘 돌아가고 있다고."

도윤이 피식 웃었다. 짧고 조용한 웃음이었다. 서린은 그 웃음이 마음에 들었는데, 마음에 든다는 걸 알아챈 순간 얼른 시선을 거뒀다. 도윤이 물병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금요일 끝나고 하겠다는 얘기, 기억해요?"

서린의 손이 클립보드 위에서 멈췄다. 기억하고 있었다. 두 번 미뤄진 말이었다. 한 번은 배성재가 들어오는 바람에, 한 번은 행사 준비가 터지는 바람에. 서린은 그때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는지 아쉬웠는지 스스로도 정확히 몰랐다.

"배성재 얘기 아니에요."

도윤이 덧붙였다. 목소리가 한 박자 낮아졌다.

"스캔들 배후. 내가 아는 것. 그걸 말하려고 했던 거예요."

서린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도윤이 계속했다. "배성재가 2년 전 내 계약 종료 직전에 외부 미디어 두 곳에 접촉했어요. 내 주방 내부 사진이 흘러나간 건 내 팀 잘못이 아니었어요. 그쪽에서 심어둔 거였고, 나는 그걸 나중에 알았어요." 잠깐 침묵이 있었다. 도윤의 손이 테이블 위에 놓인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당신한테 먼저 말했어야 했는데. 말 못 한 이유가 당신을 지키려는 게 아니라 내가 겁났던 거라는 걸 이제는 알아요."

서린은 여전히 창밖을 보고 있었다. 가로등이 흔들렸다. 바람이 아직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때 나는 당신이 그냥 사라진 줄 알았어요. 설명 없이."

도윤이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다는 게 긍정이라는 걸 서린은 알았다.

"나도 겁이 났어요."

서린이 말했다. "지금도." 도윤이 그녀를 봤다. 서린은 그쪽을 보지 않았지만, 그 시선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는 느꼈다. 말이 끝난 자리에 정적이 고였다. 불편하지 않은 정적이었다. 그게 오히려 이상했다.

그때 연회장 문이 열렸다. 소희였다. 손에 화병 두 개를 들고 있었고, 들어서자마자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화병을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방해한 거 맞죠."

서린이 "아니에요" 라고 했고 도윤이 동시에 "맞아요" 라고 했다. 소희가 짧게 웃었다. 그러나 웃음 뒤에 뭔가를 말하려는 표정이 있었다. 서린이 그걸 알아챘다. 소희는 웃음을 거두지 않은 채 화병 위치를 한 번 조정했다. 그 손이 살짝 느렸다.

소희가 화병을 정리하는 척 테이블을 정리하면서 말했다.

"배성재가 오늘 행사장에 온 거, 나 처음 본 게 아니에요."

서린과 도윤이 동시에 소희를 봤다. 소희는 화병 위치를 두 번 조정하고 나서 말을 이었다.

"작년 가을에 한 번 왔었어요. 그때 같이 온 사람이 있었는데."

잠깐 멈췄다. "차우진 이사였어요."

서린의 손이 클립보드 위에서 완전히 멈췄다. 차우진. 아르덴 이사회 명단에 있는 이름. 아버지가 신뢰했다고 했던 사람. 서린은 그 이름을 머릿속에서 한 번 더 발음했다. 소리가 달랐다. 아까와 같은 이름인데 달랐다.

"그때 내가 1층 로비에서 꽃 작업하고 있었거든요. 두 분이 저를 못 봤어요. 거의 한 시간 있다 갔어요."

소희가 서린을 바라봤다.

"당신 아버지 실종 신고 들어오기 사흘 전이었어요."

연회장이 조용해졌다. 서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윤도 마찬가지였다. 소희가 화병 하나를 들고 옆 테이블로 자리를 옮기며 말했다.

"확실한 건 아니에요. 나는 본 것만 말한 거예요."

그 말이 도리어 더 무거웠다.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더 깊이 박히는 종류의 말이었다. 서린은 창밖을 다시 봤다. 빗자국이 유리 위에서 천천히 마르고 있었다. 연결이 있다는 확신은 아직 없었다. 그러나 연결이 없다는 확신도 더 이상 없었다.

서린은 클립보드를 집어 들었다. 빈칸에 볼펜을 갖다 댔다가 그대로 내려놓았다. 도윤이 그 손을 봤다. 서린이 먼저 일어섰다.

"정리 마저 할게요."

도윤이 "서린 씨" 하고 불렀다. 서린이 멈췄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오늘 얘기, 고마워요." 도윤의 목소리가 낮고 느렸다. 서린은 한 박자 있다가 말했다. "나도요." 그리고 연회장 안쪽으로 걸어갔다.

소희가 도윤 옆을 지나치면서 작게 말했다.

"다음엔 더 일찍 말해요."

도윤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나 생수병 뚜껑을 처음으로 열었다.

토요일 새벽 두 시, 아르덴 2층 복도 조명은 여전히 낮게 깔려 있었다. 서린은 체크리스트 마지막 빈칸에 아무것도 쓰지 않은 채 클립보드를 사무실 서랍에 집어넣었다. 배성재와 차우진이 작년 가을 이 호텔에 함께 왔다. 아버지 실종 사흘 전. 그 사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서린은 서랍을 닫고 불을 껐다. 복도로 나오자 엘리베이터 앞에 도윤이 서 있었다. 두 사람은 한마디도 없이 나란히 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문이 열렸다. 둘 다 들어가지 않았다. 문이 다시 닫혔다. 서린이 먼저 웃었다. 도윤이 따라 웃었다. 그 웃음이 무슨 의미인지 두 사람 모두 정확히는 몰랐지만, 적어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만큼은 알 수 있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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