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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1화]

계약서 위에서 처음으로 눈이 마주쳤다

작성: 2026.04.27 13:49 조회수: 22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월요일 오전 열 시, 아르덴 3층 소회의실에는 봄 햇볕이 비스듬히 들어왔다. 창틀 아래쪽에 먼지가 얇게 내려앉아 있었고, 그 위로 빛이 길게 누웠다. 지민이 미리 갖다 놓은 종이컵 커피 세 개 중 하나는 이미 뚜껑이 반쯤 눌려 있었다. 서린은 그것을 보자마자 자기 것이 어느 쪽인지 확인했다. 왼쪽 끝. 손바닥으로 컵 옆면을 감싸니 아직 온기가 있었다.

서린이 자리를 잡는 동안 도윤은 이미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재킷 없이 흰 셔츠 차림이었고, 소매를 반쯤 걷어 올린 상태였다. 서린은 그 손목을 보지 않으려다 결국 봤다. 도윤은 노트 한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빈 종이였다.

루셀 측 담당자 이름은 박준혁이었다. 서른여덟쯤 되어 보였고, 회색 셔츠에 검은 재킷을 걸친 채 노트북을 펼치는 손이 정확했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명함을 두 장 꺼내 서린과 도윤 앞에 각각 놓았다. 도윤은 명함을 집어 들더니 앞뒤를 한 번씩 보고 테이블 끝에 내려놓았다. 서린은 그 동작을 굳이 보지 않으려다 결국 봤다.

"조건은 간단합니다."

박준혁이 노트북 화면을 돌려 두 사람 쪽으로 향하게 했다.

"아르덴과 루셀의 재계약은 가능합니다. 단, 이번 캠페인은 브랜드 앰배서더 단독이 아니라 커플 콘텐츠를 기반으로 진행됩니다. 강도윤 셰프와 윤서린 매니저, 두 분의 공개적 파트너십을 브랜드 서사로 활용하는 방식이에요."

서린은 손을 테이블 위에 올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도윤은 창밖을 잠깐 봤다가 다시 박준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민은 입구 쪽 의자에 앉아 클립보드를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세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시간이 정확히 사 초쯤 이어졌다.

"계약서를 먼저 보고 싶습니다."

서린이 먼저 말했다.

박준혁이 서류 봉투를 밀었다. 서린이 봉투를 열고 계약서를 꺼내 도윤 쪽으로 절반을 밀었다. 두 사람은 같은 테이블에서 같은 문서를 읽기 시작했다. 서로를 보지 않은 채로. 지민은 조용히 메모지에 뭔가를 적었다. 나중에 보니 거기에는 '이 둘 지금 진짜 안 보고 있음'이라고 쓰여 있었다.

계약서는 열두 쪽이었다. 주요 내용은 세 가지였다. 루셀 봄 시즌 캠페인에 아르덴 다이닝 공간을 배경으로 쓰는 것, 강도윤과 윤서린이 공동 앰배서더로 등장하는 영상 콘텐츠 두 편을 촬영하는 것, 그리고 두 사람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아르덴 공간과 루셀 브랜드를 함께 노출하는 포스팅을 월 두 회 이상 게재하는 것. 조건이 나쁜 건 아니었다. 루셀은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였고, 이 계약이 성사되면 아르덴의 봄 시즌 예약률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었다. 서린은 이미 그 숫자를 머릿속으로 굴리고 있었다. 팝업 이후 잠깐 숨을 고른 아르덴에게 이건 나쁘지 않은 다음 카드였다.

"공식적으로 연인 관계임을 전제로 합니까."

도윤이 물었다. 질문이라기보다 확인에 가까운 말투였다.

박준혁이 고개를 가볍게 기울였다.

"브랜드 서사상 두 분이 자연스럽게 같은 공간을 나누는 파트너로 보이면 됩니다. 구체적인 관계 정의는 두 분이 외부에서 어떻게 설명하시느냐에 달려 있고요. 루셀은 그 부분에 개입하지 않습니다."

"개입하지 않는다는 건 확인하지도 않는다는 뜻입니까."

서린이 받았다.

"확인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박준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대신 공개적으로 관계를 부정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계약은 즉시 효력을 잃습니다."

서린은 계약서 세 번째 쪽 하단의 조항을 손끝으로 짚었다. 도윤은 그 손을 보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봤다. 서린의 검지가 조항 번호 위에 멈춰 있었다. 손톱이 짧게 잘려 있었다. 도윤은 시선을 페이지 위쪽으로 옮겼다.

지민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혹시 콘텐츠 방향성 관련해서 참고 자료 있으면 지금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아르덴 홍보 쪽에서도 같이 확인해야 해서요."

박준혁이 노트북을 다시 돌려 레퍼런스 이미지 몇 장을 보여줬다. 거실처럼 꾸며진 호텔 공간, 함께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는 두 사람의 측면 컷, 창가에서 나란히 서 있는 실루엣. 지민이 화면을 가까이 들여다보는 동안 서린과 도윤은 나란히 앉아 그 화면을 봤다. 두 사람의 어깨 사이 거리는 삼십 센티미터쯤 됐다. 서린은 화면 속 실루엣을 보다가 시선을 내렸다. 도윤은 그 화면을 끝까지 봤다.

"다음 주 금요일까지 서명 여부를 알려주시면 됩니다."

박준혁이 노트북을 닫으며 말했다.

"기간은 삼 개월. 촬영은 다음 달 첫째 주 예정입니다."

회의가 끝나고 박준혁이 나간 뒤, 소회의실에는 세 사람이 남았다. 지민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루셀이면 예약 문의 바로 뜹니다. 숫자 보셨잖아요, 매니저님."

서린은 계약서를 다시 봉투에 넣었다.

"생각해 볼게."

"얼마나요?"

"이틀."

지민이 도윤 쪽을 봤다. 도윤은 종이컵 커피를 들고 한 모금 마셨다. 이미 미지근해져 있었다.

"난 서린 씨 결정 따라가."

그가 말했다. 아주 자연스러운 척한 말투였다. 서린은 그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 잠깐 가늠했다가 그냥 넘어갔다. 지민은 클립보드를 가슴에 끌어안은 채 두 사람을 한 번씩 봤다. 뭔가 말하려다 참는 표정이었다.

소회의실을 나오면서 서린은 복도 창가 쪽으로 걸었고, 도윤은 반대편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향했다. 봄 햇볕이 복도 바닥에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두 사람의 발소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멀어지다가, 도윤이 반쯤 걷다 멈추더니 뒤를 돌았다.

"서린 씨."

서린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 도윤은 엘리베이터 쪽에 서 있었고, 복도 끝에서 끝으로 두 사람 사이에 빛이 가로놓여 있었다.

"루셀 담당자."

도윤이 가볍게 말했다.

"박준혁이라고 했죠. 그 사람, 배성재 쪽이랑 접점 있어요. 확실하진 않은데."

그가 덧붙였다. "계약서 검토할 때 그 부분도 같이 봐두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서린은 도윤을 봤다. 도윤은 이미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문이 열렸고, 그가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기 직전 두 사람의 시선이 처음으로 정면으로 맞닿았다. 그리고 문이 닫혔다.

서린은 복도에 혼자 남아 계약서 봉투를 두 손으로 쥐었다. 루셀. 박준혁. 배성재. 이 이름들이 한 줄로 연결된다면, 이 계약은 브랜드 재계약이 아니라 누군가가 설계한 다른 무언가일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먼저 걸리는 게 있었다. 도윤이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는 것. 언제부터, 어디서. 서린은 그 질문을 봉투 안에 같이 넣어두기로 했다. 이틀이라고 했다. 그 안에 확인할 것이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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