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 밖으로 이어지는 길은 아침 장시가 끝난 자리처럼 어수선했다. 행상 수레가 빠져나간 자국이 진흙에 선명하고, 말 오줌 냄새가 건조한 공기 위에 눌려 있었다. 진무백은 그 냄새를 맡으면서 걸음을 고르게 유지하려 했다. 어젯밤부터 오른쪽 어깨 아래가 뻑뻑했다. 뒷방 문짝을 등으로 받치고 버틴 시간이 근육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는 검집 끝을 손가락으로 한 번 두드렸다가 멈췄다. 버릇이었다. 생각이 엉킬 때마다 나오는 버릇.
네 사람은 나란히 걷지 않았다. 앞서 가는 것은 구칠이었다. 양손을 소매 속에 찔러 넣은 채 두리번거리는 시늉을 했지만, 눈동자는 좌우를 빠르게 훑고 있었다. 그 뒤로 진무백과 남궁현이 반 보 간격을 두고 걸었고, 당소연은 셋보다 한 걸음 늦게 따라왔다. 동행이라기보다는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네 줄기 물 같았다. 어젯밤 찻집에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이 맞나 싶을 만큼, 사이의 공기가 얇고 팽팽했다.
"세 번째 여관이라 하셨죠."
남궁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진무백 쪽을 향한 말이 아니었다. 당소연을 향한 것이었다. 당소연은 대답 대신 소매 끝을 정돈했다. 손가락이 천 위를 한 번 쓸었다가 멈추는 동작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부자연스러웠다.
"성문 지나서 두 번째 갈림길, 왼쪽으로 꺾으면 나오는 편백나무 담 옆입니다. 간판은 없어요."
"간판이 없는 여관."
구칠이 앞에서 혼자 중얼거렸다.
"간판 없는 여관에 물건 맡기는 사람이 당문 어른이라니. 역시 사람은 다 어딘가 하나씩은 낭만이 있다니까요."
진무백은 그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남궁현이 여관 위치를 묻는 방식이 마음에 걸렸다. 당소연이 어젯밤에 밝힌 내용이었는데, 남궁현은 마치 이미 알고 있던 것을 확인하는 투로 물었다. 확인. 그 단어가 진무백의 머릿속에서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진무백은 검집 가죽 위에 손을 얹었다가 슬그머니 떼었다.
성문 밖으로 나서자 바람이 달라졌다. 장시 안쪽보다 차고, 건초 냄새보다 흙 냄새가 강했다. 길 양쪽으로 처마가 낮은 집들이 이어졌고, 그 중간에 간간이 나무 담이 보였다. 사람 그림자가 드문 시간이었다. 아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아직 다시 나오지 않은 그 짧은 틈. 진무백은 그 고요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요한 길목은 대개 누군가가 먼저 치워 놓은 길목이었다.
구칠이 두 번째 갈림길에서 멈추더니 뒤를 돌아봤다.
"잠깐."
그 한 마디에 셋이 동시에 발을 멈췄다. 구칠은 왼쪽 골목을 가리키는 대신 오른쪽을 잠시 바라봤다. 빈 수레 하나가 담 옆에 세워져 있었다. 바퀴 자국이 안쪽을 향해 나 있었다. 나온 자국은 없었다. 수레 옆에 묶인 밧줄이 아직 팽팽했다. 짐을 내리지 않은 채 세워 둔 것인지, 아니면 짐을 싣고 들어가 안에서 풀어 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들어간 수레가 안 나왔습니다."
구칠의 목소리에서 장난기가 빠져 있었다.
"아침 일찍이요."
"사람이 있다는 건가."
남궁현이 낮게 말했다.
"아니면 짐이 있거나요."
당소연이 그 말을 받았다. 그녀의 눈이 왼쪽 골목을 향했다가 다시 오른쪽 수레로 돌아왔다.
"짐이 사라진 게 열흘 전이에요. 수레가 아침부터 저기 있다면 우연이 아니겠죠."
진무백은 수레를 보지 않았다. 당소연의 얼굴을 봤다. 그녀가 짐이 사라진 날짜를 열흘 전이라고 말한 것은 어젯밤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나왔다. 마치 며칠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처럼. 마치 이 길을 걸으면서 이미 한 번쯤 되뇌어 본 것처럼.
"열흘 전이 며칠이죠."
당소연이 진무백을 봤다. 잠깐의 정지가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였지만, 진무백은 그 정지를 놓치지 않았다.
"이월 열이레요."
진무백의 가슴 안쪽이 한 번 조였다. 이월 열이레. 스승 서백하가 청매표국 장부에 마지막으로 수결을 남긴 날이 이월 열다섯이었다. 이틀 차이였다. 그 이틀 사이에 스승은 어디에 있었는가. 무엇을 했는가. 누구를 만났는가. 진무백은 그 질문들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지금 꺼낼 패가 아니었다.
남궁현이 그 침묵을 눈치챈 것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알 수 없었지만, 조용히 입을 열었다.
"수레 관리인 기록에 남궁가 화물이 수령된 날도 열이레였습니다."
세 사람이 동시에 남궁현을 봤다. 그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시선을 수레 쪽에 고정한 채 말을 이었다.
"어젯밤에 드렸던 문서 말입니다. 날짜 아래 칸에 수령인 이름 대신 표식이 찍혀 있었죠. 그 표식이 청매표국 내부 수령 방식에서 쓰던 것과 같다고 했는데."
남궁현이 잠깐 멈췄다.
"그 방식을 아는 사람이 표국 바깥에 있다면, 그건 서백하 사부와 직접 거래한 사람일 겁니다. 아니면 표국 안에서 그 사람한테 직접 알려준 누군가거나."
진무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수가 없었다. 표국 내부 수령 방식은 스승이 직접 만든 것이었다. 외부에 공개한 적이 없었다. 진무백 본인을 포함해서 세 명만 알고 있었다. 지금 그 세 명 중 하나는 실종이었고, 하나는 죽었다. 살아 있는 것은 자신뿐이었다. 그 사실이 지금 이 골목에서 갑자기 무겁게 내려앉았다.
구칠이 낮게 휘파람을 불었다. 아주 짧게. 위로도 아니고 놀람도 아닌, 그냥 공기를 한 번 흘려보내는 소리였다.
"그러니까."
그가 입술을 비틀며 말했다.
"표국 안에 심어둔 사람이 있었거나, 아니면 사부님이 직접 누군가한테 넘겼거나. 둘 중 하나군요."
"셋 중 하나야."
진무백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평탄했다. 너무 평탄해서 오히려 이상했다.
"스승님이 넘긴 게 아니라, 강제로 빼앗겼거나."
당소연이 시선을 떨궜다. 그 짧은 동작을 진무백은 놓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것도, 눈을 피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가 멈춘 것이었다. 그런데 그 멈춤이 너무 정확한 자리에 있었다. 마치 그 말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왼쪽 골목은 조용했다. 편백나무 담이 보였다. 간판이 없는 여관의 처마 끝이 담 너머로 보였고, 문은 닫혀 있었다. 그런데 문 아래 흙이 쓸려 있었다. 최근에 문이 열렸던 흔적이었다. 진무백은 그 흔적을 보면서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멈추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멈추는 순간 안에 있는 자가 먼저 움직인다.
"먼저 들어간 사람이 있어."
진무백이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우리보다 빠른 손이 있다는 건 어젯밤부터 알고 있었어. 들어가서 확인해야 알겠지만."
"확인하고 나서 비어 있으면요."
구칠이 뒤에서 물었다.
"비어 있어도 남은 게 있을 거야."
진무백이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빈 방도 말은 한다."
네 사람이 골목으로 들어섰다. 바람이 담을 따라 한 줄기 흘렀고, 편백나무 잎이 낮게 흔들렸다. 혈향 같은 것은 없었다. 그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싸움이 있었다면 냄새가 남는다. 아무 냄새도 없다는 것은 아직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거나, 아니면 이미 모든 것이 끝났다는 뜻이었다. 여관 문 앞에서 진무백이 먼저 멈췄다. 손잡이에 손을 얹기 전에 잠깐 숨을 고른 것은 각오 때문이 아니었다. 안에서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움직이는 소리가 아니었다. 무언가가 쓰러지는 소리였다. 작고, 건조하고, 급하지 않은 소리.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정적이 너무 완전했다. 숨을 참는 사람의 정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