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렸다.
진무백이 손잡이를 당기는 순간, 안쪽에서 흘러나온 것은 소리가 아니었다. 냄새였다. 혈향이 아니라 그보다 오래된 것, 이미 식어서 공기에 눌어붙은 피의 냄새. 그는 발을 들여놓기 전에 한 박자 멈췄다. 복도 끝 창살 틈으로 오전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왔지만 창고 안은 그보다 어두웠다. 그 박자 사이에 당소연이 먼저 고개를 돌렸다.
"안에 있어요."
진단이었다. 질문이 아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또렷했으며, 그 짧은 두 마디가 복도의 공기를 바꿨다. 진무백은 눈짓으로 남궁현을 오른쪽에 붙이고 자신이 먼저 안으로 들어섰다. 혜륜은 문 밖에 서서 복도 쪽으로 등을 돌렸다. 소림 무승이 등을 보인다는 것은 안쪽을 믿는다는 뜻이었다. 진무백은 그 신뢰를 일단 받아두기로 했다.
여관 창고는 좁았다. 마른 짚단 두 묶음과 항아리 세 개, 반쯤 열린 목제 선반. 선반 아래 사람 하나가 앉은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등을 벽에 기댄 채 턱을 가슴에 묻은 모양새였다. 처음 보면 잠든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손등에 맺힌 검은 반점이 잠자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진무백은 한 걸음 더 들어가 그 얼굴을 내려다봤다. 눈이 반쯤 감겨 있었다. 뭔가를 보다가 힘이 빠진 눈이었다. 그는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당소연에게 말했다.
"봐 주시오."
명령이 아니라 요청에 가까운 말투였다. 당소연이 쪼그려 앉아 손목을 짚었다. 이번에는 짧지 않았다. 한참을 있다가 손을 놓았다.
"두 시진 이상 됐어요."
남궁현이 선반 위를 훑었다. 항아리 하나가 뚜껑 없이 열려 있었고, 그 안은 비어 있었다. 원래부터 비었는지, 내용물이 옮겨진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손가락을 항아리 안쪽 벽에 대어보다가 멈췄다.
"마른 가루 냄새가 난다."
당소연이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말했다.
"만지지 마세요. 아직 어떤 독인지 모릅니다."
남궁현이 손가락을 뺐다. 그 동작이 너무 빨라서 진무백은 피식했다. 남궁세가 차남이 당문 의원 앞에서 손을 빼는 속도라니. 남궁현이 그 시선을 느꼈는지 헛기침을 하나 했다.
"웃을 일이 아니지 않소."
진무백은 대꾸하지 않았다. 웃음기를 지운 것도 아니었다. 다만 창고 안쪽 공기가 혀끝에 닿는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마른 약재 냄새가 식은 피 냄새 위에 얹혀 있었다. 당문 독이 공기에 녹으면 이런 냄새가 난다고, 스승이 언젠가 말한 적 있었다. 그때는 흘려들었다.
진무백은 시신 옆 바닥을 살폈다. 짚단 사이에 작은 봉투 하나가 반쯤 묻혀 있었다. 봉투 겉면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하지만 봉인 위에 찍힌 작은 문양이 있었다. 다섯 잎짜리 매화. 진무백은 그것을 보는 순간 아랫배 어딘가가 조여드는 감각을 느꼈다. 그 문양을 그는 알고 있었다. 스승 서백하가 중요한 물건을 봉할 때 쓰던 낙인이었다. 손가락 마디만 한 크기였지만, 그 다섯 잎의 간격이 어떤 도장과도 달랐다. 진무백은 그것을 열두 살 때 처음 봤다. 스승이 독봉을 봉하면서 "이 문양이 없으면 내 것이 아니다"라고 했던 날이었다. 그 말이 지금 이 창고에서 다른 무게로 돌아왔다.
그는 봉투를 집지 않았다. 다만 시선을 고정한 채 당소연을 봤다. 그녀는 이미 그것을 보고 있었다. 표정이 없었다. 아주 없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진무백은 그 표정 없음을 읽으려다가 멈췄다. 읽히지 않는 얼굴을 억지로 여는 것은 지금 이 창고 안에서 가장 쓸모없는 일이었다.
"아는 문양이에요?"
그가 물었다. 당소연이 대답하기 전에 남궁현이 먼저 말했다.
"당문 독환 봉투에 저 문양이 쓰인 적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 있다. 진짜인지는 몰랐지만."
침묵이 한 박자 있었다. 당소연이 일어섰다. 무릎에 묻은 짚 부스러기를 털지 않았다.
"진짜예요."
두 글자였다.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 두 글자가 창고 안 공기를 바꿨다. 진무백은 숨을 한 번 내쉬고 봉투를 집어 들었다. 당소연이 "열지 마세요"라고 말했지만, 그는 이미 겉면을 살피는 중이었다. 열지는 않았다. 다만 뒷면을 확인했다. 수결이 있었다. 서백하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필체가 어딘가 익숙했다. 어디서 봤는지 아직 특정이 안 됐다. 진무백은 그 감각이 불편했다. 낯선 것이 무서운 게 아니라, 알 것 같은데 모르는 것이 더 나빴다. 그는 봉투를 뒤집었다가 앞으로 돌렸다. 다시 뒤집지는 않았다.
"이 사람이 뭘 가지고 들어온 건지 알 수 있겠어요?"
남궁현이 당소연에게 물었다. 그녀가 다시 쪼그려 앉아 시신의 옷깃을 살폈다. 소매 안쪽, 허리춤, 장화 안쪽 순서였다. 손이 빠르지 않았다.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놓치지 않으려는 손이었다. 장화 안쪽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이 나왔다. 그녀는 넓게 펼치지 않았다. 한 면만 확인하고 접어서 소매에 넣었다.
"뭐요."
진무백이 물었다. 물음표 없는 물음이었다.
"날짜 하나요. 이월 열이레."
진무백의 숨이 잠깐 멈췄다. 이월 열이레. 짐이 사라진 날. 스승의 마지막 수결에서 이틀 뒤. 그 날짜가 이 창고에도 있었다. 그는 시신의 얼굴을 다시 봤다.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얼굴이었다. 표국 짐꾼도 아니고, 강호 고수도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심부름꾼. 누군가의 손발로 쓰이다가 여기서 버려진 사람. 버려진 것이라면 그를 버린 자가 따로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자는 봉투를 직접 봉했을 것이다.
혜륜이 문 안쪽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밖에 발소리 있다. 한 사람, 아직 멀다."
세 사람이 동시에 움직였다. 남궁현이 선반 앞으로 비켜서고, 당소연이 시신 옆에 무릎을 꿇고 맥을 짚는 척 자세를 잡았다. 진무백은 봉투를 품에 넣고 문 옆 기둥 그늘에 등을 붙였다. 칼집이 기둥 목재에 살짝 스쳤다. 짧은 마찰음이 창고 안에 울렸다가 사라졌다.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복도 바닥이 삐걱댔다. 그리고 멈췄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정적이 길었다. 진무백은 숨을 고르면서 기둥 너머 문틈을 봤다. 그림자 하나가 문 아래 바닥에 잠깐 드리워졌다가 사라졌다. 들어오려다 멈춘 것인지, 처음부터 들어올 생각이 없었던 것인지. 그 판단이 서지 않는 동안 몸 안 내력이 조용히 단전 아래로 가라앉았다. 싸울 준비가 아니라 기다리는 자세였다. 잠시 후 발소리가 다시 멀어졌다. 혜륜이 짧게 말했다.
"돌아간다."
진무백은 기둥에서 등을 떼면서 당소연을 봤다.
"그 날짜를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요."
다시 묻는 것이었다. 어젯밤 처음 공개했다고 했지만, 그녀의 반응들이 자꾸 그 전을 가리켰다. 창고에 들어서기 전 냄새를 먼저 맡은 것도, 시신을 보고도 흔들리지 않은 것도, 종이를 펼쳐보고 바로 접어 넣은 것도. 당소연은 시신을 보면서 대답했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사람이 왜 이 문양이 찍힌 봉투를 들고 여기서 죽었느냐 아닌가요."
대답이 아니었다. 진무백은 그 사실을 알았고, 그녀도 알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잠깐 시선이 부딪혔다가 떨어졌다. 어느 쪽도 먼저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냥 각자 다른 곳을 보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이기고 진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 시선이 부딪힌 순간부터, 이 동행이 이전과 같은 무게가 아니라는 것을 두 사람 모두 알았다.
남궁현이 창고 문을 반쯤 닫으며 말했다.
"시신은 우리가 신고해야 한다. 그 전에 이 방에서 가져갈 것과 놓고 갈 것을 정해야 한다."
실용적인 말이었다. 강호 예법도 가문 체면도 아닌,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말. 진무백은 품 안의 봉투 무게를 느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창고 안은 여전히 혈향보다 오래된 냄새가 눌려 있었다. 이미 식은 피의 냄새, 그리고 그 안에 섞인 마른 약재 냄새. 오른쪽 어깨 아래가 다시 뻑뻑했다. 뒷방 문짝을 버티던 근육이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 옆에, 봉투 뒷면의 필체 하나가 아직 이름을 찾지 못한 채 걸려 있었다.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특정되는 순간, 이 창고에서 각자가 품고 나갈 것들이 달라질 것이었다. 진무백은 그 순간을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서두르는 것은 지금 이 냄새 속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