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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8화]

늦은 폭로, 그리고 먼저 식은 찻잔

작성: 2026.04.16 10:59 조회수: 32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아침 장시가 열리기도 전에 청문객잔의 화로는 두 번째 숯을 받았다. 주방 아이가 재를 퍼내다가 재채기를 세 번 했고, 그 소리가 복도까지 들렸다. 진무백은 뒷방과 이어지는 복도 벽에 등을 기댄 채 두 눈을 뜨고 있었다. 잠을 잔 건지 뜬눈으로 밤을 버틴 건지 스스로도 경계가 흐릿했다. 목 뒤가 뻣뻣했고, 오른쪽 어깨 근육이 잠 못 잔 사람 특유의 방식으로 당겼다. 찻잔이 식어 있었다. 두 번째로 식은 것이었다.

구칠은 새벽에 돌아왔다. 들어오는 발소리가 지나치게 조용했고, 진무백은 그게 그의 능청이 아니라 조심이라는 걸 보법 하나만으로 알아챘다. 구칠은 진무백 옆에 쭈그려 앉으며 주먹으로 입을 막고 하품을 참았다.

"장시 골목 세 번째 골목 좌판, 접었다 폈다 한 게 두 번이 아니라 세 번이야."

그가 낮게 말했다.

"마지막 건 남궁 도련님 오기 전이었어. 근데 그 좌판 주인, 어젯밤에 짐을 쌌어."

진무백은 대꾸하지 않았다. 다만 검집을 무릎 위에서 한 뼘 가량 밀었다가 도로 당겼다.

남궁현이 나타난 건 아침 햇살이 처마 끝을 막 넘는 시각이었다. 어제와 달리 혼자였다. 따라오는 종자도 없었고, 허리에 찬 검도 어제의 것이 아니었다. 좁고 가벼운 검이었다. 진무백은 그 차이를 문이 열리는 순간 확인했다. 남궁현은 문 안으로 들어서면서 진무백에게 먼저 시선을 줬다가 당소연 쪽으로 옮겼다. 당소연은 약초를 손질하던 손을 멈추지 않았다.

"어제 하지 못한 말이 있다고 했지요."

남궁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진무백은 의자를 발로 밀어 그의 쪽으로 내보냈다. 앉으라는 뜻이었다.

남궁현은 앉지 않았다. 대신 품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손으로 누르지 않았다. 그냥 올려두었다. 진무백은 손을 뻗지 않았고, 당소연이 약초 손질을 멈추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종이를 집어 펴는 건 그녀였다. 펼쳐진 면에는 수레 이동 경로와 날짜, 그리고 수령인 인장 두 개가 찍혀 있었다. 하나는 남궁가 문양이었고, 다른 하나는 진무백도 익히 아는 청매표국의 도장이었다.

"지난달 열이레,"

남궁현이 말했다.

"우리 화물 수레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날짜요. 그 수레 수령인에 청매표국 인장이 찍혀 있었소."

그의 목소리는 어젯밤보다 낮았다. 낮은 목소리가 오히려 더 무거웠다.

진무백은 그 종이를 봤다. 인장 모양이 맞았다. 획 하나, 매화 잎 다섯 장, 테두리 선의 두께까지. 청매표국이 쓰던 인장 그대로였다. 문제는 청매표국이 그 시각에 그 수레를 수령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표국이 문을 닫은 건 그보다 열흘 전이었다. 진무백은 손가락으로 인장 테두리를 짚었다가 뗐다.

"어디서 났어요."

질문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남궁현은 잠깐 멈췄다가 대답했다.

"수레 관리인의 기록이오. 직접 베꼈소."

당소연이 종이를 탁자에 도로 내려놓으며 한 발 뒤로 섰다. 진무백은 그 한 발을 봤다. 약초 냄새 속에서 그녀의 안색이 달라진 것도 봤다. 당소연은 원래 표정이 잘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눈꼬리가 미세하게 좁아지는 것 정도가 그녀가 허용하는 감정의 최대치였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입술이 한 번 닫혔다가 다시 열리려다 멈췄다. 진무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 순간을 기억했다.

"청매표국 인장이 도용됐다는 건 이미 알고 있소."

남궁현이 말을 이었다.

"문제는 도용한 자가 청매표국 내부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거요. 인장 모양뿐 아니라 표국이 통상 쓰는 수령 방식, 날인 위치까지 맞췄소."

그가 진무백을 똑바로 봤다. "그 정도를 아는 자는 표국 사람이거나, 표국 사람에게 직접 들은 자거나." 진무백은 남궁현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피할 이유가 없었다. "아니면 표국이 없어지기 전부터 표국을 들여다본 자." 그가 대신 말을 끝냈다.

침묵이 잠깐 방 안을 채웠다. 주방 쪽에서 솥 긁는 소리가 들렸다. 구칠이 문 옆에 등을 기대고 눈을 반쯤 감은 채 서 있었다. 자는 척하는 거였다. 귀는 열려 있었다. 진무백은 그것도 알았다.

"날짜가 열이레라고 했소."

당소연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 음 낮았다.

"그 날짜에 당문 외과에서 외부 발주가 나간 건 있었소?"

남궁현이 고개를 돌렸다. "왜 묻는 거요." 당소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소매 안에서 손을 꺼내며 말했다. "아버지 수령 내역에 같은 날짜가 있어서요."

그 말이 방 안의 공기를 바꿨다. 구칠이 눈을 번쩍 떴다. 남궁현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검 자루 쪽으로 갔다가 멈췄다. 진무백은 당소연을 봤다. 그녀는 진무백을 보지 않았다. 탁자 위의 종이를 보고 있었다.

"같은 날짜,"

진무백이 천천히 말했다.

"같은 날짜에 당문 외과에서 발주가 나가고, 남궁 수레가 청매표국 인장으로 수령됐다."

당소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짧게. 눈을 여전히 종이 위에 두고. "아버지가 그날 외부에 무언가를 보냈소. 나는 그 수령처를 몰랐어요. 이제 알 것 같지만."

남궁현이 당소연을 바라봤다. 의심인지 확인인지 모를 시선이었다.

"당문 외과가 남궁 화물 실종 건과 연결된다는 말이오?"

당소연은 그제야 남궁현 쪽으로 눈을 옮겼다.

"연결됐는지는 모르오. 같은 날짜라는 것뿐이오."

말이 정확했다. 정확한 만큼 여백이 컸다. 진무백은 그 여백을 느꼈다. 당소연이 '아직'이라는 말을 어젯밤에도 썼다는 걸 기억했다. 아직. 그 단어가 이번에는 다른 모양을 하고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다음 장은 어디 있소."

진무백이 직접 물었다. 당소연 쪽을 보면서. 당소연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 침묵이 어제의 침묵보다 짧았다.

"장시 바깥,"

그녀가 말했다. "성문 밖 세 번째 여관에 아버지가 따로 맡긴 짐이 있소. 열흘 전에 그 여관에 사람을 보냈는데 짐이 없었다고 했어요." 진무백은 당소연의 말이 끝나기 전에 구칠을 봤다. 구칠이 벌써 눈썹을 올리고 있었다. 준비 됐다는 뜻이었다. "누가 먼저 가져간 거야." 구칠이 혼잣말처럼 뱉었다. 혼잣말이 아니었다.

남궁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같이 움직이는 게 낫겠소."

진무백을 보지 않고 말했다. 진무백은 그 등을 잠깐 봤다. 남궁현의 어깨 선이 어제보다 낮았다. 결투를 선언하러 온 사람의 등이 아니었다.

"남궁세가 차남이 개방 정보꾼이랑 여관 뒤지러 다니면 체면이 좀 구기지 않겠소."

진무백이 검집을 집으며 말했다. 빈정거림이 절반이었다. 남궁현이 뒤를 돌아봤다. "표국 인장 도용범 추적하는 건데 체면이 왜 구겨지오." 목소리에 날이 없었다. 진무백은 대답 대신 먼저 문 쪽으로 걸었다.

당소연이 마지막으로 챙기는 건 약초 다발이 아니라 소매 안의 접힌 종이였다. 진무백은 그걸 문 앞에서 봤다. 그녀가 종이를 소매 안으로 밀어 넣는 손이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히 접었다. 성문 밖 여관이라는 말을 꺼낸 것도, 다음 장의 위치를 직접 밝힌 것도 오늘 처음이었다. 왜 지금인가. 진무백은 그 질문을 말하지 않았다. 다만 어제 장시 좌판이 세 번 접혔다는 구칠의 말이, 지금 당소연의 손 위에 얹혀 있는 것 같았다.

청문객잔 문이 열리는 순간 아침 공기가 들어왔다. 말 사료 냄새와 장시 기름 냄새가 섞인 골목 공기였다. 네 사람은 각자의 이유로 같은 방향을 향해 섰다. 동맹이라 부르기엔 아직 이르고 각자 행동하기엔 이미 늦은 자리였다. 진무백은 골목 어귀를 한 번 훑었다. 좌판은 없었다. 짐을 싸서 사라진 좌판 주인이 남긴 빈자리가 아침 햇살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비어 있었다. 그 빈자리가 너무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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