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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12화]

다음 문이 열리기 전

작성: 2026.04.17 12:18 조회수: 139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그날 밤 식당 탁자 위에는 음식보다 문서가 많았다.

회수 목록, 토르빈의 운송표, 북쪽 본창고의 두 번째 열쇠가 서로 닿지 않게 놓였다. 하르트는 제분소 수색 동안 북쪽 본창고 장부 사이에서 찾아낸 십이 년 전 베도르 상단 납품 계약서도 별도 봉투에 넣어 가져왔다. 그는 발견 장소와 시각을 먼저 적은 뒤 봉투를 열었다. 베네트 마센은 회수 자루의 표식을 확인했고, 세라는 회색늑대 용병단장 자격으로 입회란에 이름을 썼다. 엘리안은 마지막 칸을 비워 두었다. 루키안의 말이 아직 남아 있었다.

루키안은 가죽 지갑에서 얇은 장부 사본을 꺼냈다. 라이든 북부 거점에서 베껴 온 운송 기록이었다. 열흘 전 로벨 영지에서 들어온 수레 두 대에는 총 서른여덟 자루가 실려 있었다. 사흘 뒤 스물넷은 폐쇄된 제분소 안쪽 칸으로, 열넷은 같은 제분소의 별도 보관 칸으로 옮겼다는 기록이 이어졌다. 그 뒤 제분소 밖으로 빠져나간 기록은 없었다. 날짜와 합계가 토르빈의 쪽지, 그리고 그날 회수한 서른한 자루와 격리한 일곱 자루에 맞았다.

“제가 안다고 했던 이름은 오스렌 카르딘입니다.”

루키안이 말했다.

그는 처음으로 이름을 삼키지 않았다.

“마도회 남부 분관의 봉인사였습니다. 제가 수련생일 때 장부 봉인을 가르친 사람이기도 합니다. 공식 기록에는 십삼 년 전 사고로 죽은 것으로 남아 있어요. 그런데 이 운송 기록의 확인 서명이 그 사람 필체입니다.”

루키안은 사본의 마지막 줄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방 안에서 누구도 바로 말을 잇지 않았다. 살아 있는 사람의 이름이 죽은 자 명단에 있고, 그 손이 베도르의 군량 경로를 확인했다. 그것만으로 배후를 확정할 수는 없었다. 실제 오스렌이 살아서 서명했는지, 누군가 그의 필체와 이름을 썼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더는 ‘아는 이름’이라는 빈칸 뒤에 숨을 수 없다는 것만 분명했다.

“원본은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루키안이 덧붙였다. “거점 관리인이 눈치챘고, 베끼는 데 성공한 것은 이 부분뿐입니다. 이 사본도 단독으로는 베도르 공작가나 오스렌 본인을 단정할 증거가 아닙니다.”

엘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단정하지 않습니다. 확인된 것과 추정한 것을 나눠 기록하죠.”

토르빈은 옆방에서 입회자 네 명 앞에 진술했다. 엘리안, 하르트, 세라, 밀렌 마을 서기였다. 손은 묶여 있었지만 맞은 흔적은 없었다. 세라는 그 점을 일부러 확인한 뒤 문 옆에 섰다.

토르빈은 처음에는 베도르 상단의 옛 계약을 집행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번째 열쇠와 운송표가 차례로 놓이자 말을 바꿨다. 로벨가의 빚을 줄여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겨울 군량을 빼냈고, 엘리안이 돌아온 뒤에는 협상 내용을 북쪽 거점에 알렸다고 인정했다. 제분소에서 곡물을 태우려 한 것은 베도르의 직접 명령이 아니라, 잡히면 자신이 책임을 뒤집어쓸까 두려워서 한 행동이라고 했다.

“누가 처음 지시했지?”

엘리안이 물었다.

토르빈은 한참 뒤 이름 대신 직책을 말했다. 라이든 북부 거점의 장부 관리자. 오스렌 카르딘의 서명이 있는 지시서를 두 번 받았다고 했다. 얼굴은 본 적 없었다.

엘리안은 그 빈칸을 억지로 채우지 않았다. 토르빈의 진술은 열쇠와 운송표로 확인되는 부분만 사실 목록에 올렸다. 나머지는 추가 확인으로 남겼다. 토르빈은 성 감시실에 계속 구금하되, 밀렌 마을의 재산 분쟁과 군량 절취 혐의를 함께 적어 변경 재판관에게 넘기기로 했다. 즉결 처벌도, 조용한 석방도 없었다.

새벽이 가까워질 무렵, 안마당에 사람들이 모였다. 동쪽 세 마을의 대표와 베른 소촌 주민, 로벨 성에 남은 하인들이었다. 누군가는 짐 보따리를 들고 왔다. 방어전이 한 번 더 오면 떠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이었다.

엘리안은 되찾은 자루 앞에 섰다.

“먹을 수 있는 서른한 자루는 배급 창고로 옮깁니다. 그중 열 자루는 봄 파종과 아이·환자 몫으로 봉인하겠습니다. 누구도 병력 급여나 영주 식탁으로 돌리지 못합니다. 젖은 일곱 자루는 먹을 수 있는지 확인할 때까지 격리하고 열지 않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낮은 웅성거림이 일었다. 엘리안은 기다렸다가 말을 이었다.

“대신 약속할 수 없는 것도 말하겠습니다. 이 군량만으로 겨울 전체를 넉넉히 날 수는 없습니다. 베도르가 배후라고도 아직 확정할 수 없습니다. 다음 공격이 없다고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보따리를 든 여자가 물었다. “그럼 남으라는 겁니까, 떠나라는 겁니까?”

“고르라는 겁니다.”

엘리안은 하르트에게 얇은 장부를 받아 들었다. 첫 장에는 일주일 배급표와 성벽 보수 인원, 야간 감시 시간을 적어 두었다. 징발은 없었다. 참여한 사람에게는 같은 양의 식량을 배정하고, 떠나는 가구의 종자와 수레를 빼앗지 않는다는 조항도 있었다.

“남으면 일주일 동안 이 기준으로 버팁니다. 떠나면 길과 날씨를 확인해 호위를 붙이겠습니다. 어느 쪽도 반역으로 적지 않겠습니다.”

침묵은 길었다.

가장 먼저 앞으로 나온 사람은 베른 소촌의 노인이었다. 전날 불탄 헛간 주인이었다. 그는 보따리를 내려놓고 장부의 감시조 칸에 손도장을 찍었다.

“봄 파종 몫이 정말 잠긴다면, 해빙까지는 있겠소.”

다음은 세 아이를 데려온 여자가 나왔다. 그녀는 성벽 보수 대신 공동 취사 칸에 이름을 적었다. 뒤에서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보따리를 내려놓았다. 모두가 남은 것은 아니었다. 두 가구는 새벽에 남쪽 친척에게 가겠다고 했고, 엘리안은 약속대로 수비병 둘을 호위로 붙였다.

해가 뜰 때 장부에는 남기로 한 열일곱 가구의 이름과 떠난 두 가구의 목적지가 함께 적혀 있었다. 충성 맹세가 아니라 선택의 기록이었다.

마센은 종자 몫 열 자루를 북쪽 본창고 가장 안쪽 칸으로 옮겼다. 두 번째 열쇠는 더는 한 사람에게 맡기지 않았다. 하나는 하르트가, 다른 하나는 세 마을 대표가 번갈아 보관하고, 문을 열 때마다 두 사람이 함께 장부에 시간을 적기로 했다. 엘리안이 돌아온 첫날 보았던 서쪽 비상 창고에는 긴급 배급분 두 자루만 따로 두었다. 비상 창고와 본창고가 처음으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장소가 되었다.

베른 소촌의 노인이 열쇠를 받아 들며 말했다. “영주 창고 열쇠를 농부 손에 주는 건 처음 보오.”

“영주 혼자 쥐고 있다가 이 꼴이 됐습니다.”

하르트가 눈을 내리깔았지만 부정하지 않았다. 노인은 열쇠를 품에 숨기지 않고 목에 걸었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였다.

세라는 마지막까지 사람들 뒤에 서 있었다. 안마당이 비자 접은 계약서 한 장을 엘리안에게 내밀었다. 병력 서른다섯, 체류 기간, 배급 기준이 적혀 있었다. 서명란 위에는 아직 빈 줄이 하나 남아 있었다.

“오늘 서명할 줄 알았습니다.”

엘리안이 말했다.

“조건이 하나 더 있어요.” 세라가 대답했다. “싸움이 끝난 뒤 죽은 사람을 누가, 어떻게 데려오는지. 그 조항 없이는 회색늑대 이름을 못 씁니다.”

엘리안은 계약서를 접지 않았다. “내일 아침 그 조항부터 씁시다.”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명은 미뤄졌지만 협상은 처음으로 다음 날을 전제로 끝났다. 그녀는 돌아서려다 되찾은 자루를 보며 말했다.

“영지를 되찾았다고 말하진 마세요. 아직 성벽 하나, 창고 하나, 남기로 한 사람들뿐이니까.”

“알고 있습니다.”

엘리안은 무너진 북쪽 망루를 올려다봤다. “이번 계절의 목표는 왕관도, 영지 전부도 아닙니다. 사람들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첫 거점을 만드는 것. 오늘은 거기까지입니다.”

루키안이 옆에서 마른 웃음을 흘렸다. “영주답지 않게 작은 선언이군요.”

“작아서 지킬 수 있는 겁니다.”

아침 햇빛이 자루 위의 로벨 문장에 닿았다. 잘려 나간 흔적은 남아 있었지만 표식 자체는 읽을 수 있었다. 토르빈은 대답할 자리에 남았고, 오스렌 카르딘이라는 이름은 장부에 적혔다. 열일곱 가구는 자기 뜻으로 해빙까지 머물기로 했다. 회색늑대의 계약서는 마지막 한 줄을 기다리고 있었다.

로벨 영지는 되찾아지지 않았다. 다만 더는 아무도 없는 폐허도 아니었다.

엘리안은 남은 촛불을 끄고 성문 쪽으로 걸었다. 다음 문은 이미 열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 문 앞에 남아 줄 사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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