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안이 떠난 지 사흘째 되는 날 아침, 성 안마당에는 어젯밤 눈이 얇게 쌓여 있었다. 마구간 쪽에서 말 한 마리가 연신 발을 굴렀고, 용병 막사에서 나온 세라의 부하 두 명이 화톳불 앞에 쭈그리고 앉아 뭔가를 구워 먹고 있었다. 냄새로 봐서는 고기가 아니라 흑빵이었다. 엘리안은 그것을 보면서 잠시 멈칫했다. 고기가 나오지 않으니 빵을 굽는 것이다. 창고에서 나가는 것들의 목록이 머릿속을 스쳤다.
"어제 북문 순찰 교대가 한 번 빠졌습니다."
하르트가 등 뒤에서 말했다. 엘리안은 돌아보지 않았다.
"누구 때문에."
"얀 병사가 발목을 접질렀습니다. 교대조가 두 명이라 한 명이 남아서 버텼고요."
"두 시간?"
"세 시간입니다."
엘리안은 그때 비로소 돌아봤다. 하르트의 얼굴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보고를 올리는 집사의 표정이었다. 하지만 눈 아래가 약간 부어 있었다. 이 사람이 몇 시간을 잔 건지 따지는 것이 이제 무의미할 만큼 오래된 일이었다.
"얀은 교대 빠진 거 보고했나."
"못 했습니다. 쑥스러워서요."
하르트가 잠깐 멈췄다가 덧붙였다.
"스물두 살입니다."
엘리안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쑥스러워서 보고를 못 하는 스물두 살짜리 병사가 북문을 세 시간 혼자 지켰다는 사실이 화가 나야 할 일인지, 아니면 다른 감정인지 잠시 구분이 안 됐다. 안마당 화톳불 옆에서 흑빵을 굽는 두 명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세라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뭐라고 했을 것이다.
세라는 그 시각 북쪽 외곽 거점 방향을 보고 있었다.
엘리안이 서쪽 망루 계단을 올라갔을 때 세라는 이미 성벽 위에 있었다. 망원 렌즈는 없었다. 그냥 눈으로 보고 있었다. 엘리안이 옆에 서자 세라가 말했다.
"어젯밤에 움직였어요."
"얼마나."
"발굽 자국이 다섯에서 여덟로 늘었습니다. 베른 소촌 방향이 아니에요. 이번엔 동쪽 경사면 쪽."
엘리안은 시선을 경사면 쪽으로 옮겼다. 낮은 구릉 위에 관목들이 드문드문 서 있었다. 그 뒤로 뭐가 있는지는 여기서 볼 수 없었다.
"접근한 게 아니라 자리를 잡은 거라면."
"그렇습니다."
세라가 팔짱을 꼈다.
"첫 번째 압박 때는 마을 쪽으로 들어왔다가 물러났죠. 이번엔 지형을 먼저 읽고 있어요. 겁주러 온 게 아닙니다."
침묵이 잠깐 흘렀다. 성벽 위의 겨울 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지나쳤다.
"언제 움직일 것 같습니까."
"오늘 안으로요."
세라가 성벽 아래를 내려다봤다.
"이 주 기한 얘기를 다시 꺼내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닌 것 같네요."
엘리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라도 더 말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점심이 되기 전에 동쪽 경사면 쪽에서 연기가 올랐다. 봉화가 아니었다. 관목에 불을 붙인 것이었다. 작은 불이었지만 일부러 피운 것이 분명했다. 엘리안은 세라를 봤다. 세라는 이미 막사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선두는 내가 맡겠습니다."
세라가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엘리안이 따라가면서 물었다.
"병력은."
"제 쪽 여덟, 당신 쪽 다섯. 충분합니다. 저쪽이 열 명을 넘으면 지형이 문제지 숫자가 문제가 아니에요."
"경사면 서쪽 관목 구간은 시야가 좁습니다."
"알아요."
세라가 그때 한 번 돌아봤다.
"그래서 제가 선두를 맡는 거잖아요."
엘리안은 그 표정을 잠깐 봤다. 이의를 제기하는 것도, 허락을 구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사실을 말하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엘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는 짧았다.
경사면 서쪽 관목 구간에서 세라의 선두조가 접촉했을 때, 상대는 예상보다 빠르게 분산했다. 정면 충돌을 피하는 움직임이었다. 세라는 그것을 보자마자 소리쳤다.
"오른쪽 잡아!"
엘리안의 후위조가 경사면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순간, 세라의 부하 한 명이 넘어졌다. 발이 아니라 어깨였다. 화살이 아니었다. 투창이었다. 세라가 방패를 돌려 막았고, 그 반동으로 한 발 밀렸다. 엘리안은 그 순간을 봤다. 세라가 밀리는 것을 본 것이 아니라, 세라가 부하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것을 봤다. 넘어진 부하를 먼저 확인하는 것과 전선을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세라가 선택하는 속도가 아주 잠깐 느려졌다.
그 반 박자를 상대가 쓰려는 순간, 엘리안의 후위조가 오른쪽에서 막아섰다.
상대가 다시 분산했다. 이번에는 북동쪽이 아니라 정동쪽이었다. 지난번과 방향이 달랐다. 세라가 부하를 확인하고 일으키면서 엘리안 쪽을 봤다. 엘리안이 말했다.
"쫓지 마세요."
세라가 멈췄다. 금방 이유를 알았을 것이다. 상대가 분산하면서 방향을 바꿨다는 것은 이미 퇴로를 두 개 이상 준비한 것이다. 쫓으면 유리한 건 저쪽이다.
전투가 끝난 자리에는 투창 두 자루가 남아 있었다. 세라의 부하는 어깨를 다쳤지만 걸을 수 있었다. 엘리안 쪽 다섯 명은 긁힌 상처 외에 큰 부상이 없었다. 세라가 투창 하나를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날이 변경 제작이 아닙니다."
엘리안이 다가가서 봤다. 날 근처에 작은 각인이 있었다. 루키안이 봤다면 뭔가 말했을 것이다. 엘리안은 그 투창을 천에 싸서 챙겼다.
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세라가 먼저 말했다.
"아까 후위조 타이밍, 좋았습니다."
"세라 씨가 멈추지 않았으면 필요 없었을 타이밍이에요."
세라가 잠깐 걸음을 늦췄다가 다시 맞췄다.
"부하를 먼저 봤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말없이 걸었다. 겨울 해가 짧아서 오후가 벌써 기울고 있었다. 세라가 다시 말했다.
"이 주 기한은 아직 살아 있어요. 하지만 다음번에 저쪽이 열다섯이면 우리 쪽도 보강이 필요합니다."
엘리안이 대답했다.
"어디서 끌어올지 생각해 봤습니다."
"어디서요."
"동쪽 세 마을 장정들. 아직 징발 안 했어요. 정식 계약이 아니라 방어 훈련 명목이면 식량만 보장해도 됩니다."
세라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조용히 말했다.
"그거 맞는 말이네요."
칭찬이 아니었다. 계산이 맞다는 확인이었다. 엘리안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성 안마당에 들어섰을 때 하르트가 서 있었다. 저녁이 아직 오지 않았는데 하르트가 문서 하나를 손에 들고 있었다. 낡은 봉투였다. 봉인이 이미 뜯겨 있었다.
"어제 창고 정리 중에 나왔습니다."
하르트가 말했다.
"군량 장부 사이에 끼어 있었어요."
엘리안이 봉투를 받았다. 안에는 문서 한 장이 있었다. 날짜는 십이 년 전이었다. 로벨 영지의 납품 계약서였는데, 발주처 이름이 낯설었다. 라이든 상단이 아니었다. 그러나 납품 표식 형식이 베른 소촌 수레에서 본 것과 같았다.
엘리안은 두 번 읽었다. 하르트가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걸 전에 본 적 있습니까."
하르트가 대답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안마당이 조용했다. 화톳불이 아까보다 커져 있었다.
"보았습니다."
하르트가 말했다.
"십이 년 전에."
"그때 뭘 알았습니까."
"아무것도요."
하르트가 엘리안을 봤다.
"그때는요."
그 말이 안마당에 남았다. 엘리안은 봉투를 접어서 안쪽 주머니에 넣었다. 루키안이 돌아오기 전에 이것을 받았다는 사실이, 루키안이 라이든에서 무엇을 확인하든 간에, 이 조각들의 순서를 바꿔 놓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르트가 이것을 군량 장부 사이에서 꺼냈다는 것도. 엘리안은 오늘 저녁 약속이 이미 다른 자리가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세라가 막사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부상당한 부하를 데리고 있었다. 어깨에 손을 얹고 있지는 않았다. 그냥 나란히 걷고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한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