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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8화]

연료보다 먼저 세어야 할 건 사람의 말이었다

작성: 2026.04.17 12:18 조회수: 29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세온이 응급실 문을 밀고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윤호의 등이었다. 정윤호는 벽 쪽을 향해 서 있었고, 등 너머로 손이 주머니 안쪽을 더듬는 움직임이 보였다. 세온은 발소리를 죽이지 않고 그대로 걸어 들어갔다. 윤호가 뒤를 돌아봤다. 손은 이미 주머니에서 나와 있었다.

"연료통 두 개. 둘 다 비어 있었습니다."

세온의 말이 끝나자 응급실 안 공기가 한 번 멈췄다. 유리가 침대 옆에서 고개를 들었고, 태민은 바닥에 앉은 채 시선을 윤호에게 고정했다. 도혁은 벽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지만,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윤호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지하 보일러실이라고 하셨죠."

세온이 다시 말했다.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병원 지하 보일러실에 연료통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약국에 있었습니다. 카운터 뒤에. 그런데 이미 비워진 상태였어요."

윤호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다. 그는 입을 열려다 다시 닫았다. 세온은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위치를 잘못 아셨습니까, 아니면 다른 위치를 말씀하신 겁니까?"

"잘못 알았던 것 같습니다."

윤호의 대답은 빨랐다. 너무 빨랐다. 태민이 바닥에서 일어섰다.

"어디서 들었습니까?"

"구청 재난 문건에 병원 비상 자원 목록이 있었습니다. 거기 보일러실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그 문건 지금 어디 있습니까?"

"버렸습니다. 봉쇄 첫날 밤에."

세온은 윤호의 눈을 똑바로 봤다. 윤호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목 옆 근육이 미세하게 긴장한 채 굳어 있었다. 유리가 침대 옆에서 일어나 두 사람 사이로 걸어왔다.

"연료 없이 발전기 돌릴 수 있는 시간 계산했어요?"

유리의 질문이 공기를 바꿨다. 세온이 고개를 돌렸다.

"얼마나 남았습니까?"

"지금 속도로 쓰면 내일 새벽 네 시. 산소 공급 멈추면 중증 환자 두 명 못 버팁니다."

유리의 말투는 평소보다 더 건조했다. 감정을 지운 목소리였다. 세온은 그 목소리가 유리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식이라는 걸 알았다. 태민이 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군 검문소 쪽에 연료 비축 지점이 있습니다."

태민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도혁이 눈을 떴다.

"그걸 어떻게 압니까?"

"부사관 시절 이 구역 비상 자원 배치도를 봤습니다. 서쪽 검문소 지하 2층에 민방위 연료 비축고가 있어요."

"거기까지 거리는?"

세온이 물었다. 태민이 잠시 계산했다.

"직선 거리로 팔백 미터. 우회하면 일 킬로미터 조금 넘습니다."

"검문소 통제 상태는?"

"모릅니다. 봉쇄 이후 군 검문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어요."

도혁이 벽에서 몸을 떼며 입을 열었다.

"군 검문소보다 민간 루트가 안전합니다."

태민이 도혁을 봤다.

"민간 루트?"

"서쪽으로 가지 말고 남쪽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민간 안전지대 쪽 물류 거점에 연료가 있어요. 거기가 더 가깝습니다."

"그걸 어떻게 압니까?"

세온이 물었다. 도혁이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제 일이 원래 그쪽이었으니까요. 밀수 루트 대부분이 민간 안전지대 물류 거점을 경유합니다."

"밀수 루트가 지금도 작동합니까?"

"작동 여부는 모르겠지만, 위치는 압니다. 그리고 거기 연료통은 군 비축고보다 많아요."

태민이 팔짱을 꼈다.

"민간 안전지대는 박선묵이 운영합니다. 들어가면 나올 수 없을 수도 있어요."

"물류 거점은 안전지대 밖입니다. 경계선 바깥쪽에 따로 창고가 있어요. 거기만 다녀오면 됩니다."

세온은 두 사람의 말을 번갈아 들으며 생각했다. 군 검문소 루트와 민간 루트. 둘 다 위험했고, 둘 다 확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가장 확실하지 않은 건 이 응급실 안이었다. 윤호가 말한 연료 위치가 틀렸고, 도혁이 아는 민간 루트가 갑자기 등장했고, 태민이 꺼낸 군 검문소 정보는 처음 들었다. 세온은 윤호를 다시 봤다.

"연료 위치를 잘못 아셨다면, 다른 정보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윤호가 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

"제가 가진 정보는 전부 구청 재난 문건에서 나온 겁니다. 그게 틀렸다면 저도 확인할 방법이 없어요."

"문건을 버렸다고 하셨죠?"

"네."

"왜 버렸습니까?"

"필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봉쇄 첫날 밤엔 살아남는 것만 생각했어요."

세온은 더 묻지 않았다. 윤호의 대답은 논리적이었지만, 그 논리가 너무 깔끔했다. 하린이 태블릿을 들고 구석에서 일어났다.

"세온 씨."

하린의 목소리가 작았다. 세온이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린이 태블릿 화면을 들어 보였다.

"새벽 로그 하나 더 나왔어요."

세온이 다가가 화면을 봤다. 타임스탬프는 새벽 세 시 십오 분. 외부 단말기 접속 기록이었다. 이번엔 약국 블록이 아니라 병원 서쪽 출구 자동문 코드 조회였다. 세온의 눈이 좁아졌다.

"서쪽 출구는 누가 썼습니까?"

세온이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태민이 하린에게 다가와 화면을 확인했다.

"새벽 세 시 십오 분이면 우리 전부 여기 있었습니다."

"외부 단말기 접속이에요. 누군가 밖에서 코드를 조회한 거예요."

하린이 말했다. 도혁이 벽에서 한 걸음 떨어졌다.

"그럼 밖에 누가 있다는 겁니까?"

"있거나, 아니면 안에서 밖으로 정보를 넘긴 사람이 있거나."

세온이 말했다. 응급실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유리가 침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세온을 봤다.

"지금 중요한 건 연료입니다. 누가 어떻게 정보를 넘겼는지는 나중에 따져도 됩니다."

"나중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세온이 유리를 봤다. 유리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은 연료가 먼저예요. 환자 두 명이 내일 새벽까지밖에 못 버팁니다."

세온은 유리의 눈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가 옳았다. 지금 당장은 연료가 먼저였다. 그러나 연료를 구하러 나가는 순간, 이 응급실 안에 남은 사람들이 무엇을 할지 알 수 없었다. 세온은 태민을 봤다.

"군 검문소 루트로 갑니다. 민간 루트는 변수가 너무 많아요."

도혁이 입을 열려다 말았다. 태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동 인원은?"

"저와 태민 씨, 하린."

"하린을 데려갑니까?"

유리가 물었다. 세온이 하린을 봤다. 하린이 태블릿을 가슴에 안았다.

"로그 확인하려면 제가 가야 해요. 검문소 자동문도 제가 열 수 있어요."

세온은 잠시 망설였다. 하린을 데려가는 건 위험했지만, 태블릿 없이 움직이는 것도 위험했다. 그리고 하린을 여기 남겨두는 게 더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었다. 세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은 한 시간 뒤. 준비하세요."

태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린이 태블릿을 들고 구석으로 돌아갔다. 도혁이 벽에 다시 기대며 눈을 감았다. 윤호는 제자리에 서 있었다. 세온은 윤호를 보다가 응급실 문 쪽으로 걸어갔다. 유리가 뒤따라왔다.

"세온 씨."

유리가 작게 불렀다. 세온이 멈춰 섰다.

"윤호 씨 말이 거짓이라고 생각해요?"

"모르겠습니다."

"그럼 왜 다그쳤어요?"

"거짓말인지 실수인지 구분해야 했으니까요."

"구분됐어요?"

세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유리가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연료 구하고 돌아오세요. 그게 지금 제일 중요합니다."

세온이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나섰다. 복도는 여전히 어두웠고, 비상등 붉은빛이 천장을 따라 깜빡였다. 세온은 걸으면서 생각했다. 윤호가 거짓말을 했는지, 도혁이 민간 루트를 왜 지금 꺼냈는지, 하린의 로그에 찍힌 외부 접속이 누구인지. 그 모든 질문보다 먼저 세어야 할 건 사람의 말이었다. 누가 언제 무엇을 말했는지. 그리고 누가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지. 세온은 복도 끝에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봤다. 응급실 문은 닫혀 있었고, 안쪽에서 무슨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한 시간 뒤 출발할 때까지,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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