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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11화]

배신의 냄새는 연기보다 먼저 온다

작성: 2026.04.12 00:05 조회수: 37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작품은 판타지 성장 장르로, 폭력과 갈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모든 등장인물의 행동과 선택에 대해 독자에게 깊은 사고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새벽 출정 대열은 해가 뜨기 한참 전에 성문 앞에 모였다. 횃불 두 개가 문루 아래 버티고 있었고, 그 빛이 닿지 않는 자리에는 어둠이 그대로 고여 있었다. 카일은 배낭 끈을 고쳐 메며 대열 끝에 섰다. 어깨가 묵직했다. 짚 냄새가 아직 외투에 배어 있었고, 왼쪽 손목은 어젯밤 시험 대련의 타박이 미처 풀리지 않아 갑옷 소매를 당길 때마다 욱신거렸다. 마구간 쪽에서 말 울음소리가 한 번 터졌다가 끊겼다. 누군가 고삐를 잡아당긴 모양이었다.

"늦었어."

레오가 옆에 와 섰다. 인사도 없이, 마치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카일은 대꾸하지 않았다. 레오도 더 말을 잇지 않았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횃불이 흔들리는 것을 봤다. 바람이 없는데도 불꽃이 일렁였다. 성문 아래에서 누군가 빗장을 여는 탓이었다. 쇠가 쇠를 긁는 소리가 새벽 공기를 가로질렀다. 카일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 어젯밤 이안의 목소리를 다시 떠올렸다. 북방에 가면 알게 된다. 못을 박아 놓은 것처럼 귓속에서 계속 돌았다.

점호는 짧았다. 교관이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고, 대답이 없으면 다음으로 넘어갔다. 카일은 자기 이름이 불릴 때 목소리가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다. 잠이 덜 깬 탓인지, 아니면 이안의 말이 아직 목에 걸려 있는 탓인지 구분이 안 됐다. 레오는 자기 이름이 불리자 정확하게, 한 치의 여지도 없이 대답했다. 교관은 시선도 주지 않고 다음 이름으로 넘어갔다. 그게 이 대열의 온도였다.

행군이 시작된 것은 점호가 끝나고 삼십 분쯤 지난 뒤였다. 이안은 대열 중간에서 걸었다. 카일을 따로 부르지도, 눈짓을 보내지도 않았다. 어젯밤 침묵의 연장이었다. 카일은 그 침묵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발걸음이 자꾸 스승 쪽으로 쏠렸다. 이안의 등은 넓고 반듯했다. 그 등이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성 밖 길은 생각보다 좁았다. 바퀴 자국이 파인 흙길이 구불구불 이어졌고, 좌우로는 아직 겨울을 못 버린 잡목들이 가지를 낮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앞서가던 병사가 가지를 치우지 않고 그냥 통과하는 바람에 뒤따르던 카일의 이마에 나뭇가지가 퍽 박혔다. 뒤에서 누군가 작게 웃었다. 카일은 아프지 않은 척 눈만 찡긋했다. 이안이 돌아보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레오는 웃지 않았다. 그냥 앞을 봤다. 그게 더 거슬렸다.

"저기."

레오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카일은 시선을 들었다. 레오는 앞을 보는 척하면서 눈동자만 왼쪽으로 틀었다. 대열 바깥, 숲 쪽이었다. 카일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눈에 띈다.

나무 그늘 아래에 말 한 마리가 묶여 있었다. 안장 위에는 짐이 없었다. 그 옆에 두 사람이 서 있었는데, 한 명은 짧은 외투를 걸친 평범한 차림이었고, 다른 한 명은 등을 돌리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등을 돌린 쪽의 오른손에는 무언가 두꺼운 것이 쥐어져 있었다. 두꺼운 봉투, 혹은 묶음이었다. 상대가 받아 쥐는 순간 카일은 확인했다. 인장이 찍힌 밀봉 서찰이었다. 붉은 밀랍이 새벽빛에 번쩍 반사됐다가 사라졌다.

등을 돌린 쪽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 옆모습이 스쳤다. 카일의 발이 한 박자 늦게 땅을 밟았다. 다크스였다. 카일은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가 가라앉았다. 행군 대열은 멈추지 않았다. 아무도 그쪽을 보지 않았다. 이안도, 교관도, 다른 후보생들도. 카일만 봤다. 그리고 레오만 봤다.

"봤어?"

카일이 작게 물었다. 목소리를 최대한 낮게 깔았지만 손이 괜히 검 손잡이 쪽으로 갔다. 레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딱 한 박자만 침묵했다가 그냥 앞을 봤다. 카일은 그 침묵을 읽으려 했다. 부정인지, 긍정인지,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인지.

"못 봤어."

레오가 말했다. 낮고 평평했다. 감정이 없는 목소리가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카일은 입술을 닫았다. 더 묻지 않았다. 두 사람은 다시 나란히 걸었다. 흙길에 군화 소리만 쌓였다. 카일은 손을 검 손잡이에서 떼며 손가락을 한 번 폈다가 쥐었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 있었다.

쉬는 시간에 카일은 이안을 찾았다. 스승은 물통을 기울여 마시다가 카일을 보고 눈썹을 올렸다. 카일은 대열 바깥에서 목격한 것을 최대한 짧게 말했다. 다크스. 서찰. 인장. 수령인의 얼굴은 확인하지 못했다. 이안은 물통 뚜껑을 닫으며 말했다.

"네가 직접 봤나?"

"예."

"레오는?"

카일은 잠깐 멈췄다. 이안이 어떻게 레오를 알았는지 묻지 않았다. 그냥 알고 있었다. 마치 레오가 그 자리에 있을 것을 예상했던 것처럼. 카일은 스승의 얼굴을 봤다. 이안은 물통을 허리춤에 걸면서 카일을 보지 않았다. 기다리는 것이었다.

"못 봤다고 했습니다."

이안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카일은 그 침묵이 또 하나의 대답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안은 레오가 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레오가 침묵을 택했다는 것도 이미 계산에 넣은 것처럼 굴었다. 스승이 쥔 정보의 범위가 카일의 예상을 넘는다는 것이 처음으로 불편하게 느껴졌다.

"북방에 도착하면."

이안이 말했다. 카일은 이미 그 다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들었다.

"그때 이야기하자."

카일은 고개를 숙이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레오는 바위 위에 걸터앉아 짚신 끈을 고쳐 매는 중이었다. 눈이 마주쳤다. 레오는 먼저 시선을 내렸다. 카일도 눈을 돌렸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나 말이 없다는 것이 이미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문제는 다크스가 대열 밖에 있었다는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다크스가 이 출정 대열과 연결된 누군가에게 서찰을 건넸다는 것이었다. 서찰에 인장이 찍혀 있었다는 것. 그리고 레오가 그것을 보고도 모른 척했다는 것. 카일은 세 가지를 차례로 놓아보며 하나씩 따져 봤다.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결론이었다. 이안은 북방에 가면 말해 준다고 했다. 그러나 북방에 도착하기 전에 그 서찰이 먼저 누군가의 손에서 열릴 것이다. 카일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행군이 다시 시작됐다. 카일은 배낭을 고쳐 메며 일어섰다. 배낭 끈이 왼쪽 어깨를 파고들었다. 타박이 남은 손목이 끈을 당기는 순간 다시 욱신거렸다. 카일은 그 통증을 그냥 뒀다. 아픈 것을 느끼는 동안은 적어도 지금 여기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절망이란 검에 찔리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 아무도 찌르지 않았는데, 찔릴 것을 알면서 기다리는 것이었다. 서찰의 붉은 인장이 눈앞에 남아 있었다. 그 서찰이 어디로 가는지, 누구의 손에서 무슨 말이 펼쳐지는지, 카일은 아직 알지 못했다. 북방은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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