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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12화]

이름을 말하는 밤

작성: 2026.04.07 17:31 조회수: 119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무협 장르 창작물로, 등장하는 무공·문파·인물·사건은 모두 허구입니다. 작중 폭력 묘사는 장르 관습에 따른 것이며 현실의 폭력을 조장하지 않습니다.

정묵산 능선을 다 내려왔을 때는 해가 서쪽 산마루에 걸려 있었다. 담소하는 앞서 걷는 노경천의 등을 보면서도 더는 그 등에 길을 맡기지 않았다. 백천리는 두 사람 사이를 번갈아 보다가 말없이 마른 풀잎을 씹었다.

운교객잔 지붕이 보이기 시작하자 묘련이 관도까지 뛰어나왔다. 숨이 차 있었고 손에는 검은 천으로 감싼 화살 한 대가 들려 있었다.

“한 시진 전에 문에 박혔어. 손님들은 아버지가 뒷집으로 보냈고.”

화살대에는 짧은 종이가 묶여 있었다. 해 지기 전 폐무련장으로 혼자 오지 않으면 객잔을 태우겠다는 두 줄. 끝에는 흑풍채의 붉은 허리띠에서 잘라 낸 실이 매듭처럼 묶여 있었다.

노경천이 종이를 먼저 잡으려 했지만 담소하가 한발 빨랐다.

“이번에는 제가 정합니다.”

노경천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담소하는 사형을 똑바로 봤다.

“혼자 가지는 않겠습니다. 형도 아는 걸 숨긴 채 제 등을 보지 마십시오.”

백천리가 풀잎을 뱉었다.

“덫인 줄 알고 밟겠다면 밟는 순서라도 정해야지. 나는 뒤를 돈다. 경천은 정면 오른쪽. 소하는 가운데.”

묘련은 낡은 약주머니를 담소하에게 던졌다. 안에는 쑥과 송진 냄새가 강한 누런 가루가 들었다.

“어머니 약첩에 적힌 추향분이야. 피에는 쓰지 말고 말안장이나 신발에 묻혀. 달아나는 놈이 있으면 관도까지 냄새가 남아.”

그녀는 폐무련장 뒤편으로 이어지는 약초꾼 길도 그려 주었다. 싸울 줄 모르는 묘련까지 데려갈 수는 없었다. 대신 그녀는 객잔을 비우고 황주 서문 초소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했다. 묘장덕은 광에 보관하던 낡은 검 한 자루를 꺼내 담소하에게 건넸다. 담소하는 녹이 없는 날과 검집 끈을 확인한 뒤 허리에 찼다. 담소하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싸움은 누구도 모르게 시작해서 아무 증거 없이 끝낼 싸움이 아니었다.

폐무련장은 황주 서쪽 옛 염로 옆에 있었다. 무너진 담과 잡초 사이로 표적대 여섯 개가 기울어 서 있었다. 가운데에는 곽진해가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옷의 수하 여덟, 지붕 위 궁수 둘. 처음부터 혼자 온 사람을 맞을 숫자가 아니었다.

“청문의 막내가 제 발로 왔군.”

곽진해가 웃었다. 멸문의 밤 불빛 속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입매였다.

“위무강이 네 등에 남긴 것을 내놔라. 그러면 객잔 사람들은 살려 주지.”

담소하는 검을 반 치 뽑았다가 멈췄다.

“사부가 제 등에 무엇을 남겼는지, 당신은 누구에게 들었습니까.”

곽진해의 눈이 노경천 쪽으로 짧게 움직였다. 그것만으로도 담소하의 속이 차갑게 식었다. 노경천은 표정이 없었다.

“죽을 놈이 이름까지 알아서 무엇 하게.”

곽진해가 손을 내리자 지붕 위에서 시위가 울었다. 그러나 화살은 담소하에게 닿지 않았다. 노경천의 검이 먼저 두 번 번뜩여 화살대를 옆으로 흘렸다. 동시에 뒤편 담 위에서 백천리의 도가 내려왔다. 궁수 한 명의 활시위가 끊어지고 다른 한 명은 기왓장과 함께 마당 밖으로 굴러떨어졌다.

수하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담소하는 등에 새겨진 것이 잔월십삼식 전반부라는 말은 들었지만, 아직 검결을 읽거나 초식으로 펼칠 줄은 몰랐다. 대신 위무강에게 배운 첫걸음과 삼 년 동안 잊지 않으려 되풀이한 열두 수가 몸에 남아 있었다. 첫 칼을 비껴 흘리고 손목을 쳤다. 두 번째 사내의 무릎 뒤를 검집으로 걷어찼다. 사람을 베는 대신 길을 끊자 전열이 좁아졌다.

노경천은 오른쪽을 막았다. 그의 검은 빠르고 정확했지만 담소하 앞을 대신 차지하지 않았다. 백천리는 뒤로 빠지려는 두 사람을 담장 안으로 몰아넣었다.

“가운데는 네 자리다, 소하!”

담소하는 곽진해에게 곧장 파고들었다. 첫 합에서 손바닥이 찢어졌고, 셋째 합에서 옆구리에 칼끝이 스쳤다. 곽진해의 검은 무거웠다. 삼 년 전에는 올려다보기만 했던 힘이었다. 이제는 칼이 떨어지기 전 어깨가 먼저 굳는 것이 보였다.

다섯째 합, 담소하는 반 걸음 안으로 들어갔다. 곽진해가 목을 노리고 휘두른 검을 낮춰 흘린 뒤 손잡이 끝으로 그의 팔꿈치를 찍었다. 검이 흙바닥에 떨어졌다. 담소하의 칼끝이 곽진해의 목 아래 두 치에서 멈췄다.

곽진해의 무릎이 땅에 닿았다. 소리는 포대 자루 하나 내려놓는 것처럼 작았다. 삼 년 동안 기억 속에서 불길보다 크게 서 있던 사람이었다. 무릎을 꿇고 나니 놀랄 만큼 작아 보였다.

“청문검파 담소하.”

담소하가 말했다.

“기억하십니까.”

곽진해는 검날과 담소하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 두려움보다 살 수 있는 말을 고르는 계산이 먼저 떠올랐다.

“기억한다. 그 밤의 왼손잡이.”

담소하는 검을 거뒀다. 베지 않았다. 곽진해가 바닥에 손을 짚고 쓴웃음을 흘렸다.

“잘못 찾아왔다, 아이야. 진짜 원수는 내가 아니다. 나는 시킨 대로 했을 뿐이야.”

“그래서 살려 둡니다.”

담소하는 곽진해의 품에서 삐져나온 기름종이를 검끝으로 끌어냈다. 안에는 운교객잔의 위치, 왼손잡이, 등 흉터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아래에는 이름 대신 반달을 삼킨 뱀 모양의 동인만 찍혀 있었다. 백천리는 맨손으로 만지지 않고 천을 대어 종이를 접었다.

“죽은 자는 명을 내린 사람을 증언하지 못하지.”

곽진해가 입을 다물었다. 담소하는 수하들의 무기를 한곳에 모으게 하고, 다친 자끼리 상처를 묶게 했다. 묘련이 준 추향분은 도망치려던 말 두 필의 안장 밑에 묻혔다. 백천리는 붉은 띠 하나와 동인의 모양을 베낀 탁본을 챙겼다.

서문 초소의 횃불이 보인 것은 완전히 어두워진 뒤였다. 묘장덕이 보낸 마부와 초소 군졸 넷이 폐무련장으로 올라왔다. 관도 약탈로 수배 중이던 곽진해의 얼굴을 확인한 군졸은 압송 기록에 생포 시각과 부상 상태, 기름종이와 무기 수를 적었다. 담소하와 백천리, 노경천이 차례로 증인이 되었고, 기록 한 부에는 초소의 인장이 찍혔다.

곽진해가 끌려가기 전 담소하를 돌아봤다.

“그 동인을 따라가면 네 형부터 잃을 거다.”

담소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노경천도 아무 말이 없었다. 그 침묵이 부정보다 더 선명했다.

운교객잔에 돌아오자 묘련이 문 앞에서 세 사람을 훑었다.

“셋 다 살아 있네. 그런데 하나는 옆구리가 왜 그 모양이야.”

담소하가 괜찮다고 하자 묘련은 눈을 흘겼다.

“괜찮다는 말은 상처 닦고 나서 해.”

그녀는 담소하를 부엌 의자에 앉히고 피 묻은 옷자락을 잘라 냈다. 백천리는 기름종이 원본을 마른 항아리에 넣고 밀랍으로 봉했다. 탁본과 초소 기록 사본은 다른 곳에 나눠 두었다. 누군가 하나를 훔쳐도 오늘 있었던 일 전체가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늦은 밥상에는 된장국과 묵은 김치, 두부 한 모가 올랐다. 노경천은 먹는 내내 조용했다. 담소하는 그 침묵을 더는 믿음으로 대신 해석하지 않았다.

백천리가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곽진해 위에 누가 있다는 말은 거짓이 아닐 거다. 동인이든 네 사형이든, 이제부터는 네 이름을 먼저 보고 움직이겠지.”

담소하는 초소 기록 사본 위에 손을 얹었다. 삼 년 동안 숨긴 이름이었다. 오늘은 원수를 죽이는 대신 그 이름으로 증언했다. 복수는 끝나지 않았지만, 적어도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휩쓸려 칼을 휘두르지는 않았다.

밤이 깊어 뒤뜰에 서자 등 뒤의 자국이 가늘게 아렸다. 사부가 남긴 검결, 형이 숨긴 진실, 반달을 삼킨 뱀의 동인. 어느 것도 아직 풀리지 않았다.

담소하는 어둠 속에서 자기 이름을 한 번 낮게 말했다.

“담소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다만 이제는 남이 붙인 불길 속이 아니라, 자신이 정한 방향으로 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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