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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1화]

빈 서가의 냄새

작성: 2026.04.14 10:48 조회수: 24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무협 장르 창작물로, 등장하는 무공·문파·인물·사건은 모두 허구입니다. 작중 폭력 묘사는 장르 관습에 따른 것이며 현실의 폭력을 조장하지 않습니다.

정묵산은 이름이 고요할 정(靜)이 아니라 깊을 정(靜)이었다. 올라보면 안다. 고요한 게 아니라 소리가 산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바람도, 발소리도, 숨소리도.

담소하는 이른 아침부터 걸었다. 해가 아직 능선 위에 걸쳐 있을 때 산기슭에 닿았고, 길이 세 갈래로 나뉘는 지점에서 잠깐 멈췄다. 왼쪽은 지난번 석굴 쪽. 오른쪽은 마을 쪽. 가운데 길은 더 가파르고 좁았으며,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티가 났다. 풀이 길 위까지 밀고 들어왔고, 지면이 울퉁불퉁했다. 그쪽이 맞았다. 담소하는 옷깃을 여미고 발을 들었다. 짚신 바닥으로 돌부리가 느껴졌다. 신발이 얇았다. 검을 두고 온 대신 짐도 줄였는데, 그 선택이 지금 발바닥에서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노경천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어제 저녁, 형은 술잔을 기울이며 "내일 같이 움직이자, 소하야" 했다. 담소하는 "예" 했다. 그리고 새벽 첫 닭이 울기도 전에 짐을 챙겨 나왔다. 운교객잔의 마루가 삐걱거렸다. 형의 방 앞을 지날 때 발을 들어 소리를 죽였다. 거짓말이 편해지는 것이 불편했지만, 형의 눈을 보면서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그보다 더 불편했다. 형은 알면서 말하지 않았다. 담소하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게 지금 자신이 처한 자리였다.

서고는 산 중턱에 있었다. 사부가 살아 계실 때 제자들에게도 잘 알리지 않던 곳이다. 담소하가 그 존재를 안 것은 열네 살 때, 사부의 심부름으로 벼루를 들고 따라갔다가 우연히 본 것이 전부였다. 청문검파 본관에서 북쪽으로 사흘 거리, 정묵산 중턱의 바위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면 나오는 석조 건물. 지붕은 넝쿨에 덮여 있었고, 문 위에 편액도 없었다. 사부는 그날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고, 담소하도 묻지 않았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제자는 스승이 보여주는 것만 보면 됐다. 지금은 그 침묵이 다르게 읽혔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담소하는 문고리를 잡은 채 잠깐 섰다. 잠기지 않은 문이 오히려 더 조심스러웠다. 잠긴 문은 안에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잠기지 않은 문은 이미 가져갈 것을 다 가져갔다는 뜻일 수 있었다. 문을 밀자 돌쩌귀가 낮게 울렸다. 먼지가 햇빛 속에서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담소하는 숨을 참지 않았다. 참아봤자 이미 들이마신 것이었다.

서가는 비어 있었다.

비어 있다는 말이 정확하지 않았다. 선반 자체는 남아 있었다. 나무가 오래되어 군데군데 검게 변했지만 무너지지는 않았다. 다만 그 위에 있어야 할 것들이 없었다. 책도, 두루마리도, 목판도. 먼지만 두껍게 쌓여 있었는데, 가장 위 칸에는 그 먼지 위에 손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네 손가락과 엄지, 크기로 보아 성인 남자의 손이었다. 담소하는 자신의 손을 그 옆에 대보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더 컸다.

담소하는 안으로 들어가 서가를 하나씩 훑었다. 책이 있던 자리에는 먼지가 긁힌 흔적이 남아 있었고, 제일 아래 칸 귀퉁이에는 장부인지 책인지 모를 것의 가장자리 조각이 찢겨 남아 있었다. 종이 질이 고랐고 먹 냄새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오래전에 가져간 것이 아니었다. 늦어도 보름 이내. 담소하는 그 종이 조각을 손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가볍고 얇았다. 뒤집어 보니 글자는 없었다. 여백이었다. 누군가 내용이 있는 쪽만 골라 가져간 것이다. 꼼꼼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꼼꼼한 사람도 서두르면 가장자리를 찢는다.

방 안을 한 바퀴 돌다가 북쪽 벽 쪽에서 멈췄다. 창문이 없는 쪽이었다. 벽면 아래, 바닥과 만나는 모서리 부분에 무언가 붙어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돌 틈의 이끼인 줄 알았다. 쪼그려 앉아 가까이 들여다보니 이끼가 아니었다. 납작하게 눌려 붙은 향 조각이었다. 반 치도 안 되는 작은 토막. 타다 남은 것이었다. 누군가 이 방에서 향을 피웠다. 그리고 다 타기 전에 자리를 뜬 것이다.

담소하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건드리지 않고 한동안 봤다. 사부가 즐겨 쓰던 침향(沈香)과 달리 이것은 단향(檀香)이었다. 향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청문검파에서 단향을 쓰는 사람은 기억에 없었다. 사부의 흔적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누구의 것인가. 담소하는 천천히 일어섰다. 무릎이 뻐근했다. 산을 오르는 동안 쌓인 것이었다.

그 순간, 뒤에서 바람이 들어왔다.

돌아보니 문이 조금 더 열려 있었다. 바람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담소하는 손을 허리 쪽으로 가져갔다. 검은 없었다. 운교객잔을 나올 때 일부러 두고 왔다. 산을 오를 때 검을 찬 사람은 눈에 띄었다. 대신 짧은 목도(木刀)가 등에 있었다. 손이 그쪽으로 가기 전에 목소리가 먼저 들어왔다.

"이른 아침부터 수고가 많소."

문 쪽에서였다. 담소하는 반쯤 자세를 낮추다가 멈췄다. 낯선 목소리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가, 아니었다.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다만 조용하고 격식이 있었으며,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 그 여유가 오히려 불편했다. 담소하는 천천히 몸을 폈다.

문 앞에 선 것은 비파를 등에 멘 여자였다.

스물 안팎으로 보였다. 옷차림은 떠돌이 악사 같았지만 서 있는 자리가 자연스럽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척 계산된 자리였다. 문턱을 밟지 않고 바로 바깥쪽 바위 위에 섰는데, 그 위치가 묘했다. 방 안을 보면서도 자신이 역광에 있도록 선 것이었다. 담소하는 상대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상대는 담소하를 환하게 볼 수 있었다. 처음 만난 사람이 그런 자리를 고른다면, 우연이 아니었다.

"이 서고를 아는 분이 많지 않은 걸로 알았는데."

담소하가 말했다.

"저도 그렇게 알았습니다."

여자가 웃었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방향이 자연스러웠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어딘가 준비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저는 그냥 지나가다 길을 잃었습니다. 산길이 워낙 낯설어서요."

담소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길을 잃은 사람이 잠기지 않은 문을 밀고 들어오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문을 열기 전에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없다. 이 여자는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들어온 것이다. 담소하는 그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지적하면 상대가 다음 말을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여자는 서가 쪽을 한 번 훑어봤다. 시선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의 시선이었다. 빈 서가를 보고 놀라지 않았다. 확인하는 눈이었다.

"뭘 찾고 계셨습니까?"

담소하가 물었다.

여자가 잠깐 멈췄다. 그 사이가 아주 짧았지만 담소하는 느꼈다. 대답을 고르는 시간이었다.

"아무것도요."

여자가 말했다.

"원래 없던 것들이 없는 것뿐이니까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산 아래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하나가 아니었다. 둘 이상이 올라오고 있었다. 담소하는 다시 등쪽의 목도 위치를 확인했다. 여자는 비파 줄에 손가락을 올렸다. 그 손이 연주를 준비하는 것인지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인지, 담소하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손가락이 줄 위에 놓인 각도가 연주하는 사람의 것과 달랐다. 더 눌러 잡고 있었다.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담소하는 문과 여자 사이의 거리를 눈으로 쟀다. 도망칠 생각이 아니었다. 여자가 어느 쪽 편인지를 가늠하는 것이었다. 사부의 흔적이 있던 자리에서, 사부가 아닌 누군가의 향 냄새를 맡으며, 처음 보는 여자와 함께 발소리를 기다리는 것이 지금 담소하의 자리였다. 형은 없었다. 판단은 혼자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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