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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11화]

전언의 밤

작성: 2026.04.04 23:29 조회수: 52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허구의 무협 세계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입니다. 작중 묘사되는 폭력, 복수, 무공 등은 장르적 장치이며 현실의 행위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주방상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 탁자 위 사발이 비워지지 않은 채 놓여 있었고, 그의 두 손은 무릎 위에 단정히 얹혀 있었다. 막금산이 불을 더 밝히자 심지가 잠깐 흔들렸다가 자리를 잡았다. 서진해는 부엌 입구에 기댄 채 그 불빛을 바라보았다. 세 사람이 탁자 앞에 앉고, 자신은 선 채로 끝자락에 걸쳐 있었다. 이 자리의 구조가 이미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소령은 약첩을 품에서 꺼내지 않았다. 그 대신 두 팔을 가슴 앞에 걷어 올리고 주방상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눈가에 붉은 기가 가시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전언이라 하셨죠. 어머니가 직접 부탁하셨다는."

주방상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아가씨. 담소린 어르신께서 제 손에 직접 쥐어 주신 것입니다."

막금산이 그 말을 듣고 눈을 내리깔았다. 아는 눈빛이었다. 서진해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주방상이 품 안에서 꺼낸 것은 종이 한 장이 아니었다. 납작하게 접힌 비단 조각이었다. 아주 낡아서 접힌 자리가 거의 닳아 있었고, 펼치자 안쪽에서 잉크 냄새보다 오래된 약재 냄새가 먼저 풍겼다. 담소령이 숨을 들이쉬었다. 서진해는 그 냄새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청목향(靑木香). 청문파에서 심결을 전수할 때 먹을 갈던 물에 섞던 약재였다. 사부의 방에서 맡았던 냄새, 불이 나던 밤에도 연기 사이로 희미하게 남아 있던 냄새였다.

"읽어 드릴까요."

주방상이 물었다. 담소령이 손을 뻗었다.

"제가 읽겠습니다."

비단을 받아 든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서진해는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그 내용을 먼저 보면 안 된다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지만,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막금산이 낮게 기침 소리를 냈다. 방 안에 그 소리만 남았다.

침묵이 길었다. 담소령이 비단을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그것을 내려놓지 않았다. 불빛이 그녀의 손 위에서 흔들렸다. 서진해는 그 손을 보지 않으려 했지만 시선이 자꾸 그쪽으로 갔다. 어머니의 글씨를 읽는 사람의 손이 저렇게 조용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더 무거웠다. 주방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르신께서 말씀하시길, 아가씨가 지닌 약첩의 첫 장을 펼치면 그 의미를 알게 될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는 잠깐 서진해를 보았다가 시선을 내렸다.

"청문파의 마지막 제자가 함께 있을 때 열어야 한다고도 하셨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담소령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서진해를 바라보았다. 서진해는 벽에서 등을 떼었다. 막금산은 사발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눈을 감았다. 주방상은 이미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는 듯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아무도 먼저 말하지 않았다. 심지가 다시 한 번 흔들렸다.

"당신이 청문파 말제자인 것,"

담소령이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다.

"어머니가 알고 있었던 거야?"

서진해는 대답하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 담소린이 죽기 전에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를 자신은 모른다. 다만 청목향 냄새가, 그 비단 조각이, 이 자리 전체가 우연이 아니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막금산이 눈을 뜨지 않은 채 말했다. "소령아. 먼저 약첩을 봐라." 담소령은 막금산을 보지 않았다.

담소령이 품에서 약첩을 꺼냈다. 손이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첫 장을 펼쳤다. 빽빽하게 적힌 글자들 사이에서, 지금껏 약재 이름으로 보였던 것들이 갑자기 다른 구조로 읽히기 시작하는 듯한 표정이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 입술이 조금 벌어졌다가 다시 다물렸다.

"이게……"

그녀가 중얼거렸다.

"경락 경로야. 약재가 아니라."

서진해는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었다. 탁자 앞으로 걸어갔다. 약첩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담소령의 얼굴을 보았다. 어머니를 잃은 사람이 어머니가 남긴 마지막 말을 이제야 읽고 있는 얼굴이었다. 슬픔도 분노도 아닌, 오래 묵은 답을 손에 쥔 사람의 표정이었다. 서진해는 그 표정을 어디서 본 적 있었다. 사부의 방에서 잔화심결을 처음 펼쳐 들던 날 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저랬다.

"심결이야."

담소령이 말했다. 단정적으로. 서진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막금산이 눈을 떴다.

"소령아."

그것이 전부였다. 담소령은 막금산을 보지 않았다. 서진해만 바라보았다. "청문파 심결이 맞지? 그리고 당신은…… 그 심결을 알고 있어?"

서진해는 그 질문 앞에서 오 년 동안 쌓아 온 침묵의 무게를 느꼈다. 잔화심결. 품 안에 숨겨 온 책자가 옷감 너머로 가슴을 눌렀다. 말하는 것이 그녀를 지키는 것인지, 더 깊은 위험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인지 지금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미 이 자리는 그 경계를 넘어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낮고 조용하게.

"사부께서 남기신 것입니다."

담소령이 눈을 감았다가 떴다. 막금산은 탁자 위에 주먹을 올려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방상만이 작게 숨을 내쉬었는데, 그 소리가 이상하게 안도처럼 들렸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객잔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가 아니었다. 바람이었다. 그러나 막금산이 먼저 몸을 일으켰다.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주방상도 입술을 다물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서진해는 손이 먼저 반응했다. 설거지통 옆에 기대 세워 둔 막대가 손에 잡혔다. 아직 검을 쥐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객잔 안에 있는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것만은, 다섯 해 동안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막금산이 문 쪽으로 걸어가며 낮게 말했다.

"이놈아. 뒷문 봐라."

서진해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담소령이 약첩을 품에 다시 집어넣으며 일어섰다. 주방상은 탁자 밑에서 짧은 쇠몽둥이를 꺼내 들었는데, 그 동작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섬뜩했다. 삭풍객잔의 밤이 그렇게, 전언의 내용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다른 종류의 어둠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뒷문을 열자 바람이 밀려왔다. 찬 바람이었는데, 그 안에 뭔가 섞여 있었다. 서진해는 코를 막지 않았다. 청문파에서 배운 것 중 하나가 냄새로 기척을 읽는 것이었다. 쇠 냄새. 그것도 오래된 녹이 아니라, 오늘 새로 닦은 쇠의 냄새였다. 누군가가 무기를 손질하고 이 객잔을 향해 걷고 있다는 뜻이었다. 서진해는 문을 닫지 않았다. 열어 두었다. 닫으면 오히려 안에 있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쪽에 갇힌다. 그 판단을 내리는 데 눈 한 번 깜빡이는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오 년 전 불탄 그날 밤이 가르쳐 준 것이 있다면, 그것이었다. 도망칠 길은 열어 두어야 한다. 그러나 먼저 달아나서는 안 된다. 막대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인 자리가 나무 결을 느꼈다. 서진해는 어둠 속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게 내쉬었다. 지금 이 순간, 무릎을 꿇을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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