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 냄새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서진해는 뒷문을 열어 둔 채 부엌으로 돌아왔다. 막금산이 탁자 앞에 앉아 있었고, 담소령은 약첩을 품속에 넣은 채 창가에 기대 서 있었다. 주방상은 여전히 탁자 밑 쇠몽둥이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네 사람 모두 입을 열지 않았지만, 각자 다른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막금산이 먼저 일어섰다.
"주방상 영감, 지하 창고로 내려가시구려."
주방상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여기 온 이유가 숨으라고 온 게 아니오."
"숨으라는 게 아니라 지키라는 겁니다."
막금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담소린이 맡긴 것이 하나 더 있을 겁니다. 지하에."
주방상의 손이 멈췄다. 막금산이 덧붙였다.
"그게 뭔지 나도 모르오. 하지만 담소린이 당신한테 맡긴 게 전언만은 아닐 겁니다. 이 객잔 어딘가에 숨겨 뒀을 거요. 그걸 찾아서 지켜 주시오."
주방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쇠몽둥이를 들고 부엌 뒤편 계단으로 내려갔다. 그의 발소리가 사라지자, 객잔 안은 세 사람만 남았다.
담소령이 입을 열었다.
"나도 싸울 수 있어."
"아니."
서진해가 짧게 잘랐다.
"당신은 약첩을 지켜야 합니다."
"약첩은 내가 지킬 수 있어. 그러니까 나도 같이—"
"담소령."
막금산이 끼어들었다.
"진해 말이 맞소. 당신이 지켜야 할 건 약첩만이 아니오. 당신 어머니가 남긴 전언, 그리고 이 객잔에서 벌어질 일을 기억할 사람이 필요하오. 우리 둘이 쓰러지면, 당신이 남아서 이 이야기를 이어가야 하오."
담소령의 입술이 떨렸다.
"그럼 당신들이 쓰러지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
"도망치시오."
막금산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게 살아남는 겁니다."
서진해는 막금산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귀는 뒷문 쪽을 향하고 있었다. 쇠 냄새가 이제 객잔 마당까지 들어왔다.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소리를 죽이고 움직이고 있었다.
막금산이 일어서서 부엌 한쪽 선반 위 천을 걷었다. 거기에 도가 놓여 있었다. 간밤에 서진해가 본 그 도였다. 막금산은 도를 집어 들고 허리춤에 꽂았다.
"진해."
"예."
"검을 꺼내라."
서진해는 품속에서 사부의 유검을 꺼냈다. 검집은 낡았지만, 검 자체는 여전히 날카로웠다. 막금산이 그 검을 보며 잠깐 눈을 가늘게 떴다.
"녹담자의 검이로구나."
"…예."
"좋은 검이다. 그 검으로 사람을 베어 본 적 있느냐."
"없습니다."
"오늘 처음 베게 될 거다."
막금산이 뒷문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기억해라. 검은 사람을 베기 위해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을 지키기 위해 있는 거다. 네 사부가 그렇게 가르쳤을 게다."
서진해는 대답하지 않았다. 막금산의 등을 바라보며 검을 쥐었다. 손에 땀이 배어 나왔다. 처음으로 사람을 베게 될 것이다. 그 생각이 가슴을 짓눌렀다.
뒷문이 벌컥 열렸다.
들어온 것은 다섯 명이었다.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천을 둘렀다. 그중 맨 앞에 선 자가 천을 내리며 입을 열었다.
"삭풍객잔 주인 막금산. 오래간만이오."
막금산이 도를 빼 들었다.
"곽첨류. 이 변방까지 왔으면 빈손으로 돌아갈 생각은 아니겠지."
곽첨류. 서진해는 그 이름을 들은 순간 온몸이 굳었다. 학영회 삼수 중 하나. 멸문의 밤, 청문파를 불태운 자들 중 하나였다.
곽첨류는 서진해를 보았다.
"청문파 말제자 서진해. 소문보다 어리구나. 설거지나 하던 놈이 검을 들고 있으니 보기 좋군."
서진해는 검을 들어 올렸다. 손이 떨렸지만, 검끝은 곽첨류를 향했다.
"당신이 청문파를 불태웠소."
"불태운 건 내가 아니라 너희 사부의 욕심이지."
곽첨류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잔화심결. 그걸 혼자 가지려 했으니 당연한 대가를 치른 거다. 그리고 지금 네가 그걸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넘겨라. 그럼 이 객잔은 건드리지 않겠다."
막금산이 도를 비스듬히 세웠다.
"넘기면 우리를 살려 준다는 소리냐."
"그럴 리가 있나. 하지만 고통 없이 보내 주지."
곽첨류가 손짓하자 뒤의 네 명이 일제히 검을 빼 들었다. 서진해는 숨을 들이켰다. 청문파 초식이 몸속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사부가 가르친 것, 오 년간 혼자 연무하며 되새긴 것, 그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있었다.
막금산이 먼저 움직였다.
도가 공기를 갈랐다. 곽첨류의 검과 부딪히며 불꽃이 튀었다. 나머지 네 명이 서진해를 향해 달려들었다. 서진해는 검을 휘둘렀다. 첫 번째 검을 막아냈고, 두 번째 검을 비껴냈다. 세 번째 검이 옆구리를 노렸을 때, 몸이 먼저 반응했다. 청문파 삼식 중 첫 번째, 청류반전(靑流返轉). 검이 물 흐르듯 돌아 상대의 손목을 쳤다.
상대가 비명을 지르며 검을 떨어뜨렸다. 서진해는 그 검을 밟고 다음 상대를 향해 검을 뻗었다. 두 번째 초식, 청엽낙하(靑葉落下). 검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상대의 어깨를 찍었다. 피가 튀었다.
서진해는 숨이 막혔다. 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 상대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서진해는 검을 다시 들어 올렸다. 손이 떨렸지만, 검은 멈추지 않았다.
막금산의 도가 곽첨류의 검을 밀어냈다. 곽첨류는 웃고 있었다.
"삼십 년 만에 도를 든 것치고는 무디지 않구나, 막천류."
"입 다물어."
막금산의 도가 다시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더 빨랐다. 곽첨류가 검으로 막았지만, 도의 무게에 밀려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막금산이 다시 도를 휘둘렀다. 도가 탁자를 갈랐다. 탁자가 두 쪽으로 쪼개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담소령은 부엌 구석에서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약첩을 품에 꼭 안은 채, 손에는 작은 침통을 쥐고 있었다.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오면 침을 던질 준비였다.
서진해는 세 번째 상대와 맞붙었다. 상대의 검이 빨랐다. 서진해의 검이 막아냈지만, 손목이 저렸다. 상대가 다시 검을 휘둘렀다. 서진해는 뒤로 물러서며 세 번째 초식을 떠올렸다. 청운무영(靑雲無影). 검이 구름처럼 퍼지며 상대의 시야를 가렸다. 상대가 잠깐 멈칫한 사이, 서진해의 검이 상대의 팔을 스쳤다.
상대가 소리를 지르며 검을 놓쳤다. 서진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검을 상대의 목에 들이댔다. 상대가 숨을 멈췄다. 서진해는 검을 거두지 않았다.
"물러서시오."
상대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서진해는 검을 내리지 않은 채 곽첨류를 바라보았다. 곽첨류는 막금산과 맞선 채 서진해를 힐끗 보았다.
"청문파 말제자치고는 제법이군. 하지만 그걸로 끝이냐."
곽첨류가 검을 거두며 뒤로 물러섰다. 그의 부하들도 하나둘 물러섰다. 막금산이 도를 내리지 않은 채 물었다.
"포기하는 거냐."
"포기가 아니라 확인이지."
곽첨류가 웃었다.
"잔화심결이 정말 여기 있구나. 그리고 서진해, 넌 그걸 익히고 있어. 오늘은 이만 물러나지. 하지만 다음에는 혼자 오지 않을 거다."
곽첨류가 손짓하자 부하들이 부상자를 부축해 뒷문으로 나갔다. 곽첨류도 뒤를 따라 나가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서진해. 네 사부 녹담자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뭔지 아느냐. '녹담을 용서해라'였다. 그게 무슨 뜻인지 생각해 봐라."
뒷문이 닫혔다. 객잔 안이 고요해졌다. 서진해는 검을 내렸다. 손이 떨렸다. 검에 피가 묻어 있었다. 처음으로 사람을 베었다. 죽이지는 않았지만, 피를 보았다.
막금산이 도를 거두며 서진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잘했다."
서진해는 대답하지 않았다. 담소령이 구석에서 걸어 나왔다. 얼굴이 창백했지만, 약첩은 여전히 품속에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막금산이 뒷문을 바라보았다.
"떠나야지. 이 객잔은 이제 안전하지 않소. 곽첨류가 다음에는 더 많은 사람을 데리고 올 거요."
서진해가 입을 열었다.
"어디로 가야 합니까."
"강호로."
막금산이 서진해를 바라보았다.
"이제 숨을 곳은 없다. 네 이름이 학영회에 알려졌으니, 청문파 서진해로 강호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네 사부가 남긴 것을 지켜야 한다."
서진해는 검을 바라보았다. 사부의 검. 오 년 동안 품속에 숨겨 왔던 검. 이제 이 검은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
담소령이 물었다.
"나는?"
"같이 가야지."
막금산이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 약첩도 이제 학영회가 노릴 거요. 혼자서는 못 지켜요."
담소령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상이 지하에서 올라왔다. 손에는 작은 나무 상자를 들고 있었다.
"이게 있더군요. 담소린이 숨겨 둔 거요."
막금산이 상자를 받아 열었다. 안에는 편지 한 장과 작은 옥패 하나가 들어 있었다. 막금산이 편지를 펼쳤다.
"'막천류에게. 이 옥패를 가지고 운주성 백학루로 가시오. 거기 주인이 당신을 기억할 것이오. 그가 도울 것이오.'"
막금산이 편지를 접으며 한숨을 쉬었다.
"담소린은 다 알고 있었구나. 이 날이 올 걸."
서진해는 옥패를 바라보았다. 옥패에는 학 한 마리가 새겨져 있었다. 막금산이 옥패를 품에 넣으며 말했다.
"내일 새벽에 떠나자. 운주성까지는 보름 걸린다. 그 전에 곽첨류가 다시 오지 않기를 바라야지."
그날 밤, 서진해는 잠들지 못했다. 검을 닦으며 곽첨류의 마지막 말을 되새겼다.
'녹담을 용서해라.'
사부의 마지막 말. 그게 무슨 뜻인지 아직 몰랐다. 하지만 이제 알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새벽이 밝았다. 세 사람은 객잔을 떠날 준비를 했다. 주방상은 문 앞에서 그들을 배웅했다.
"조심해서 가시오. 그리고 서진해."
"예."
"당신 사부가 자랑스러워할 겁니다."
서진해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막금산, 담소령과 함께 객잔을 나섰다. 뒤돌아보니 삭풍객잔이 아침 햇살 속에 조용히 서 있었다. 오 년을 살았던 곳. 이제 떠나는 곳.
서진해는 검을 허리에 찼다. 이제 더 이상 설거지통 옆에 숨기지 않았다. 청문파 서진해. 그 이름을 걸고 강호로 나선다.
세 사람은 관도를 향해 걸었다.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았다. 서진해는 검을 쥐고 앞을 바라보았다.
잔화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