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트랙은 비어 있다
떠날 준비의 목록
반환 목록을 따라 서로 다른 부서와 역 인수기록을 확인한 세 사람은 악보·의자·신분증 사본이 신고 전에 돌아갔음을 확인한다. 태오는 이를 온전한 자발로 분류하려다 미지급과 강요의 조건을 다시 보고, 카드의 역사적 잔류 기록과 변경된 신고 초안으로 이동한다.
민혜주는 반환 목록을 네 장으로 나눈 종이를 보고 웃지 않았다.
“이렇게 나누면 빨리 끝날 것 같죠?”
한이솔은 가방에서 악보 수령증 사본을 꺼냈다. 혜주는 행정문서실 책상에 자리를 만들고 두툼한 장부를 올렸다. 서류철 옆구리의 먼지가 빛 속으로 흩어졌다. 강태오는 문을 닫고 돌아와 세 사람이 앉을 폭만큼 의자를 옮겼다.
“의자는 배차실, 악보는 제작행정, 사본은 인사서류 쪽입니다. 조율카드는 악기 자산대장에 붙어 있었을 거고요.”
혜주가 말했다.
하나의 반환 목록에서 출발했지만 네 물건은 서로 다른 부서의 손을 통과했다. 세 사람은 이름이 적혀 있다고 같은 날 같은 봉투로 돌아간 것으로 묶을 수 없었다.
이솔은 첫 장에 악보를 놓았다. 수령증에는 원본을 내주었다는 항목과 인수 표시가 있었다. 목록의 곡명과 장수가 맞았다. 작성일만 본 태오가 신고일보다 앞선다고 말하자 혜주가 종이를 돌렸다.
“작성일 말고 여기요. 실제 인계 확인.”
옆줄의 날짜도 신고 전에 있었다. 먼저 접수한 요구가 종이 위에서만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솔은 인수 확인란을 보고 첫 번째 작은 종이를 자기 쪽으로 옮겼다.
원본 악보는 돌아갔다.
어제까지 벽에 걸려 있던 것은 돌려달라고 했다는 말이었다. 오늘은 그 요구가 실제로 다른 사람의 손을 움직였다는 흔적이 있었다. 이솔은 작은 종이 뒷면에 인수대장의 위치를 적었다.
태오가 남은 세 장을 봤다.
“하나는 됐군요.”
“물건 하나요.”
혜주가 고쳤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무사히 떠났다는 항목은 아직 어디에도 없었다.
***
신분증 사본을 돌려준 기록은 더 얇은 철에 있었다. 종이 사이에는 주소나 다른 사람의 인적사항도 섞여 있었다. 혜주는 허용된 해당 인계 부분만 펼치고 나머지는 가림판 아래에 뒀다.
태오는 펜을 들었다가 수령인 칸에서 멈췄다.
“이름은 옮기지 않겠습니다. 본인 수령으로 확인된 범위만.”
혜주가 페이지 번호를 짚어 줬다. 이솔은 사본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적었다. 신분증 원본을 제작사가 가지고 있었다고 바꾸어 말하면 다른 사건이 됐다. 그들이 돌려준 것으로 확인한 것은 보관 중이던 사본이었다.
“사본도 돌려받으려고 했어요.”
이솔의 말에 태오가 반환 목록을 봤다. 악보와 의자만 있었다면 밴드를 그만두는 음악가의 짐처럼 보였을 것이다. 자기 이름과 얼굴이 있는 종이까지 돌려달라는 요구가 함께 있었다.
혜주가 장부를 덮었다.
“그렇다고 사본이 한 장도 남지 않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기 적힌 반환분까지만 확인되는 거예요.”
이솔은 종이에 쓰던 문장을 줄였다. ‘개인정보 회수 완료’가 아니라 ‘목록의 신분증 사본 반환’이라고 적었다. 무엇을 찾으려 했는지 알 수는 있어도, 원했던 모든 것을 되찾았는지는 다를 수 있었다.
문서실 안쪽에서 누군가 카트를 밀었다. 서류 상자가 바퀴의 떨림을 따라 작게 울렸다. 이솔은 그 소리를 들으며 반환을 요구한 수인을 상상했다. 상상 속에서는 늘 혼자 서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장부를 펼친 직원과, 받아 적은 사람과, 결재를 미룬 누군가가 있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의 이름은 아직 읽지 않았다.
태오가 시계를 봤다. 역 기록대의 열람 시간이 다가왔다. 혜주는 의자 배송표와 배차기록 사본을 같은 봉투에 넣었다. 오래전에 움직인 의자 한 점 때문에 지금의 세 사람이 다른 건물로 이동해야 했다.
“반환 목록만 보고 끝냈으면 빨랐겠네요.”
태오가 말했다.
혜주가 가방을 닫았다.
“그랬으면 의자는 아직 방송국에도 있고 역에도 있었겠죠.”
***
역의 기록대에는 기차가 들어올 때마다 바닥을 타고 낮은 진동이 왔다. 오래전 보관함 자리와 지금의 안내 표시는 달랐다. 이솔은 현재 배치를 과거 동선으로 옮겨 그리지 않았다. 그들이 보러 온 것은 당시 인수기록이었다.
담당자가 허가된 자료를 가져왔다. 의자라는 품목, 배송표의 차 번호, 보관 접수 순서가 차례로 맞았다. 태오는 서류를 손가락으로 짚지 않고 옆의 메모지에 번호를 나란히 썼다.
발송됐다는 기록만으로 수인이 받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혜주가 보관 접수 뒤에 붙은 수령 확인을 요청했다. 잠깐 뒤 다음 장이 펼쳐졌다.
지정 대리인 인수.
이솔은 그 줄을 읽고 태오를 봤다. 그도 같은 곳에서 멈췄다. 대리인의 이름을 새 화살표로 삼으면 수인의 다음 행선지를 찾으려는 조사가 시작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리인이었다는 주장을 믿기만 하고 넘기면 의자가 다른 사람에게 갔을 가능성을 닫지 못했다.
“당시 지정 절차와 수령 기록의 연결만 확인할 수 있을까요?”
혜주가 담당자에게 물었다. 신원정보를 받아 가겠다는 요청이 아니었다. 담당자는 기록에서 연결되는 부분을 보여 줬다. 반환 요구와 수령권한이 같은 물품을 가리켰고, 인수 표시도 그 뒤에 있었다.
이솔은 자신의 종이에 ‘수인 지정 대리인에게 인계’라고 적었다. 다음 주소를 적을 줄은 만들지 않았다.
태오는 담당자에게 확인한 날짜를 다시 읽어 주었다. 실종 신고보다 앞이었다. 수인이 의자를 방송국에 두고 어느 날 밤 갑자기 사라졌다는 설명은, 의자가 거쳐 온 이 순서와 함께 설 수 없었다.
그는 펜 끝을 종이에 붙인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준비했군요.”
태오가 말했다. 기차의 진동이 잠깐 커졌다가 멀어졌다. 이솔은 의자를 실제로 보지 못했다. 검은 쿠션이나 다리의 흠집을 그려 넣을 이유가 없었다. 물건 한 점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옮기게 하고, 받을 사람을 정한 행동은 장부에 남아 있었다.
혜주가 자료를 덮기 전에 한 번 더 물었다.
“그 이후의 보관 기록은 오늘 범위에 넣지 않는 것으로 맞죠?”
이솔은 맞다고 했다. 담당자는 다음 철을 꺼내지 않았다. 세 사람은 없는 답을 들고 나가는 대신, 오늘 필요했던 답 세 개를 가져왔다.
악보와 의자와 신분증 사본.
역 대합실의 의자에 앉자 태오는 마침내 종이를 넓게 폈다.
“돌연 실종보다는 자발적 출발입니다.”
혜주가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 단어를 먼저 쓰면 누구 책임이 없어집니까?”
***
태오가 그녀를 봤다. 이솔도 새 문장을 적던 손을 멈췄다.
“본인이 물건을 정리한 정황은 강해요.”
“그걸 부정한 게 아닙니다.”
혜주는 반환 목록 옆에 미지급 급여봉투 사진을 꺼내 놓았다. 셋 중 누구의 얼굴도 찍히지 않은 납작한 봉투였다.
“이 상태에서도 떠날 수는 있어요. 떠났다고 돈을 안 받은 게 본인 선택이 되는 건 아니죠.”
태오는 펜을 돌려 쥐었다. 그는 빨리 맞는 분류를 찾으면 잘못된 보고서를 고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칸에 넣는 순간 다른 증거가 칸 밖으로 밀렸다.
“자발적이라는 말을 빼면 수인이 한 준비도 없어지지 않습니까?”
“그래서 둘 다 쓰자는 겁니다.”
혜주가 말했다. 대합실 안내 방송이 세 사람 위로 흘렀다. 태오는 방송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종이를 폈다. 그는 ‘스스로 떠났다’ 앞에 몇 글자를 더 붙여 보았다. 문장이 길어지자 판정처럼 보이던 말이 사건의 순서로 바뀌었다.
이솔이 그 종이를 당겼다.
“물건을 돌려받았고, 합주를 끝냈고, 계약 관계를 정리하려 했어요. 강요에서 벗어나려 준비한 이탈이라는 가설로 두죠. 아직 그 뒤의 일을 아는 건 아니니까요.”
태오는 이번에는 바로 받아 적지 않았다.
“강요라는 말의 근거도 같이 있어야 합니다.”
이솔은 공개 가능한 계약 수정의 존재와 미지급 자료를 따로 가리켰다. 문주의 비공개 진술은 꺼내지 않았다. 그 기억이 없어도 더 확인해야 할 문서의 위치와 방향은 있었다.
“확인한 행동과 그걸 설명하는 가설을 나눠서요.”
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썼던 ‘온전한 자발’에 줄을 그었다. 잘못된 답을 내놓은 사람이 혜주에게 펜을 넘기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자기 문장을 고쳤다.
이솔은 돌아온 세 물건을 봤다. 조금 전까지는 도장 세 개가 안도처럼 보였다. 이제는 요구해서 되찾아야 했던 세 물건이었다. 자기 물건을 챙길 수 있었던 힘과 그렇게 떠나야 했던 위험을 하나의 말로 줄일 수 없었다.
대합실 유리창 밖으로 열차가 지나갔다. 세 사람은 그 열차를 수인이 탔을 거라고 말하지 않았다. 의자가 역에 왔다는 사실이 사람이 같은 역에서 같은 방향으로 갔다는 뜻은 아니었다.
혜주가 먼저 일어났다.
“이제 마지막 카드요.”
***
문서실로 돌아왔을 때 오전에 쌓아 놓았던 상자 하나가 치워져 있었다. 창가 책상에는 악기 자산대장의 열람 부분만 남았다. 이솔은 반환 목록의 네 번째 종이를 가운데 놓았다.
조율카드는 세 물건처럼 인수 완료로 이어지지 않았다. 당시 관리 항목은 카드를 방송국 피아노 쪽에 남겨 둔 것으로 표시하고 있었다. 물건이 밖으로 나간 기록 대신 안에 붙어 있었던 기록이었다.
“그러면 가져가려다가 못 가져간 건가요?”
태오가 물었다. 혜주는 원인 칸에 아무 말도 쓰여 있지 않다고 했다. 잊었을 수도, 내주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어느 쪽도 지금의 서류만으로 정할 수 없었다.
이솔은 반환 완료 표시를 하지 않았다. 카드의 번호는 관리기록과 연결해 두되 피아노를 실제로 확인하기 전에는 현재 소재로 쓰지 않기로 했다.
“이건 사람 뒤를 따라갈 필요가 없네요.”
혜주가 말했다.
이솔은 동의했다. 다른 세 물건이 밖으로 향할 때 네 번째만 안에 남았다. 그 빈칸을 채우려면 수인의 새 주소가 아니라 방송국 자산을 확인해야 했다. 혜주는 해당 피아노의 자산 사진을 요청할 항목을 따로 챙겼다.
태오는 경찰 기록보존실 열람 허가서를 꺼냈다. 오후 시간과 자료 범위가 정해져 있었다. 세 물건이 신고 전에 움직였다면, 신고 당시 그 행동이 어떻게 설명됐는지도 달라져야 했다.
이솔은 공동 확인서 사본과 반환 근거를 가방에 넣었다. 문주에게는 허가된 동행 범위와 만날 장소만 전했다. 수인을 찾았다는 식의 말을 하지 않았다.
기록보존실 앞에서 문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목에 감은 스카프 끝이 코트 안으로 말려 들어가 있었다. 태오가 세 물건의 반환을 짧게 설명하자 그녀는 손으로 스카프를 펴다가 멈췄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것도 안 가져갔다고 했네요.”
이솔은 누가 그렇게 말했는지부터 원문을 보자고 했다. 열람석에서는 허가서의 이름과 범위를 확인했다. 가방과 휴대전화는 지정된 곳에 두었고 복사는 허용되지 않았다.
담당자가 펼친 신고 초안의 첫 페이지에 취소선이 있었다.
자발적.
그 낱말 위를 지나는 선 옆에 다른 표현이 들어와 있었다. 돌연 이탈. 태문이 추가 설명을 제공했다는 연락 메모가 붙었다.
문주의 손이 테이블 아래에서 움츠러들었다. 이솔은 지워진 글자보다 그 옆의 추가 시각을 먼저 봤다. 물건이 움직인 시간은 바뀌지 않았는데, 그 움직임을 부르는 말은 접수 도중 바뀌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