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구조·재난 스릴러 28화

수심 43미터의 종

바닥에 쌓인 여덟 해

해솔과 은서는 퇴적층 채취를 통해 두 과거층과 더 두껍고 독성이 높은 새 층을 구분한다. 미례는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도 주민에게 공개하고, 오래된 층의 연대 범위와 선사 전신 법인의 준설 시기가 겹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글자 크기

채취관이 수면을 벗어났을 때 강해솔은 먼저 줄의 각도를 봤다. 갑판 모서리에 닿으면 관이 흔들릴 수 있었다. 작업자가 유도줄을 당기자 투명한 관이 반 뼘 옆으로 움직였다. 해솔은 흔들림이 줄어든 뒤에야 고정대 쪽으로 손을 뻗었다.

회색 진흙 사이에 푸른 선 두 개가 있었다. 맨 위에는 그보다 훨씬 두꺼운 층이 얹혀 있었다. 햇빛이 비치자 바닥의 작은 조개껍질이 반짝였다. 차미례는 난간에서 다가오다 박은서가 손을 들어 보이자 멈췄다.

“기울이지 마세요. 위쪽 먼저 막겠습니다.”

해솔은 관을 들고 있던 손에 힘을 더 줬다. 무거워서가 아니었다. 수중의 바닥이 손바닥 사이로 올라왔는데, 잘못 움직이면 어느 것이 먼저였는지 알 수 없게 될 것 같았다.

봉인이 끝난 뒤 미례가 가까이 왔다. 그녀는 관을 만지지 않고 자기 손바닥을 옆에 댔다. 얇은 두 줄 사이로 손가락 그림자가 지나갔다.

“어젯밤 일지의 그 두 번인가요?”

“그럴 가능성부터 보는 겁니다. 같은 두 줄이라고 날짜를 붙일 수는 없어요.”

은서가 말하자 미례는 손을 거뒀다. 해솔은 고정대의 잠금을 걸었다. 날짜를 붙이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알았다. 맞으면 부끄럽고, 틀리면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었다. 어느 쪽이든 분명했으면 했다.

두 번째 지점에서는 관이 한쪽으로 비스듬히 올라왔다. 표면이 흘러내려 푸른 층이 벽면에 길게 묻었다. 해솔이 고정대 앞에서 멈추자 은서가 고개를 저었다.

“층 비교에는 못 씁니다.”

작업자가 시간을 가리켰다. 남은 지점까지 돌면 조류가 바뀌는 때를 넘길 수 있었다. 미례가 가까운 지점은 어민 배로 나중에 받아 오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은서는 장비와 채취 방법이 달라지면 얇은 층부터 무너진다고 했다. 해솔은 배의 움직임과 줄을 번갈아 보고 선장 쪽으로 갔다.

“한 지점 덜 가고 여기 다시 합시다. 돌아올 때 무리해서 채우지는 말고요.”

미례가 말없이 연료계 쪽을 봤다. 오늘 비용표에는 재채취가 없었다. 해솔은 손을 털며 덧붙였다.

“못 받은 데는 못 받았다고 남겨야죠. 가져온 척할 수는 없으니까.”

이번에는 관이 곧게 올라왔다. 고정대에 들어간 두 관에서 층의 순서가 같았다. 바다 한 조각을 얻는 데 같은 자리를 두 번 찾아가야 했다. 미례는 돌아오는 배에서 일지를 읽지 않았다. 오늘 관측하지 못한 지점을 지도에서 찾아 둥글게 비워 놓았다.

***

분석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해솔은 젖은 작업복 소매를 걷었다. 미례가 빈 의자에 가방을 내려놓자 우찬이 협약 부속 명단을 내밀었다. 어젯밤 발견한 날짜와 함께 볼 자료였다.

“업체 이름이 바뀐 때부터 봐야겠습니다.”

“나는 돈 들어온 날짜만 외웠어요.”

미례는 이름을 읽다가 말했다. 그 지원으로 고친 것은 조합원들이 매일 쓰는 시설이었다. 쓸 곳이 명확해서 받는 일도 명확하다고 생각했다. 야간 통항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장은 실제 배가 다니는 소리보다 멀리 있었다.

분석 결과가 나오는 동안 류경문 측 연락이 우찬에게 왔다. 과거 침전이 확인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공동 작업에 참관한 사람을 통해 관의 사진이 전달된 모양이었다. 우찬은 무슨 결과를 받았는지 물었지만 상대는 오래전부터 오염이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반복했다.

미례가 손을 뻗었다. 우찬은 휴대전화를 건네지 않았다.

“발표할 자료로 답하겠습니다.”

그가 통화를 마치자 미례는 왜 말을 못 하게 했느냐고 물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습니까?”

“지금 죽는 게 우리 물건인데, 옛날 것만 따지지 말라고요.”

“그러면 저쪽도 지금 것만 따지지 말라고 할 겁니다.”

미례는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 우찬이 자기를 말리는 이유를 알아서 더 화가 났다. 그녀는 창가로 가서 잠긴 창문 손잡이를 한 번 당겼다가 놓았다. 방 안의 공기가 모자란 것 같았다.

은서가 시료 사진을 가져왔다. 과거의 두 층에서도 같은 계열의 붉은 추적안료가 검출됐다고 했다. 미례는 그 말에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조합이 놓친 것은 푸른 빛 한 줄이 아니었다. 누군가 여러 번 가져왔고, 여러 번 바다로 나갔을 가능성이 있었다.

“팔 년 내내요?”

“매년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은서는 조개껍질과 준설 기록을 나란히 뒀다. 성장 흔적만으로 정확한 연도를 찍지 않았다. 준설로 바닥이 한 번 뒤집힌 시기를 겹쳐 각 층이 형성됐을 범위를 그었다. 종이에는 해 하나 대신 넓은 띠가 남았다.

우찬이 위쪽 새 층을 물었다. 비교 가능한 코어에서 지금 층의 두께는 과거층보다 평균 여섯 배였다. 생물독성 결과도 새 층 쪽이 더 높았다. 은서가 설명을 끝내자 해솔은 관의 사진을 다시 봤다. 숫자가 없을 때는 파란색 두 종류였는데, 이제는 오래 있던 것 위에 누가 얼마만큼 더 얹었는지를 묻게 했다.

“여섯 배면, 지금 배 책임이 여섯 배입니까?”

미례가 물었다.

“그렇게 나눌 수는 없어요. 층은 두께로 말하고, 피해는 실제 노출과 독성으로 봐야 해요.”

은서는 '여섯 배' 아래에 비교 지점의 범위를 적었다. 미례는 그 설명까지 같이 공개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아져 있었다. 사람들은 자기 구획 옆에 적힌 여섯이라는 숫자만 기억할 것 같았다.

우찬은 협약을 접지 않은 채 그녀 앞으로 돌렸다.

“오래된 층을 숨기면 오늘의 두꺼운 층도 못 믿게 됩니다.”

“숨기자는 게 아니에요.”

미례는 말하다 멈췄다. 조금 늦게 내자는 말도 결국 오늘의 사람에게는 숨긴다는 뜻이 될 수 있었다. 휴대전화에 주민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옛날부터 썩은 바다였다는 말이 도는데 조합은 왜 조용하냐는 것이었다.

그녀는 가방을 들었다.

“자료 나오면 같은 시간에 보내 주세요. 내가 먼저 가 있겠습니다.”

***

조합 창고 앞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서 있었다. 반품 물량을 보러 온 사람들 옆에 작업을 쉬는 사람들이 붙었다. 미례가 들어서자 맨 앞의 여자가 손에 쥔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채취관 사진이었다. 위쪽 두꺼운 층은 화면 밖으로 잘려 있었다.

“이걸 알고도 올해 물건을 팔았어요?”

“오늘 채취한 사진입니다. 옛날 일지는 어제 봤고요.”

“그럼 여덟 해 동안 안 봤다는 겁니까?”

미례는 대답하기 전에 창고 벽의 빈자리를 봤다. 늘 출하 시간을 적던 자리였다. 은서가 보내 온 비교 사진을 출력해 붙였다. 휴대전화 속에서 잘려 나간 새 층이 벽에서는 모두 보였다.

“두 번 푸른 가루가 묻었다는 기록이 있었습니다. 더 알아보지 않았어요. 그 책임은 내가 듣겠습니다.”

누군가 협약 때문에 입을 다문 것 아니냐고 물었다. 미례는 몰랐다는 말을 준비해 왔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어제 이미 했고, 오늘도 그 말은 아무것도 덜어 주지 못했다.

그녀는 협약 사본과 지원금 내역을 다시 내놨다. 옆에 당시 주민에게 나갔던 고지문을 놓았다. 없던 설명을 있었던 것처럼 읽지 않았고, 잘못을 모두 안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주민이 어느 대목을 묻든 그 줄을 같이 찾았다.

“그 돈 덕분에 시설 고쳤지. 우리도 다 썼잖아.”

뒤에서 한 남자가 말했다. 미례는 고맙다는 표정을 짓지 않았다.

“썼다고 해서 뭘 나르는지 안 물어본 게 없어지지는 않아요.”

남자가 얼굴을 붉혔다. 그녀를 도우려다가 자기가 꾸중을 들은 모양이 됐다. 미례는 곧바로 자기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누구에게도 조합장의 서명을 같이 나누어 지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앞줄의 여자가 사진을 보며 물었다.

“그럼 지금 거는 더 나쁘다는 거죠?”

“새 층이 더 두껍고 독성도 높게 나왔습니다. 그렇다고 옛날 층을 빼는 건 아니에요. 조사한 데하고 아직 안 한 데도 나눠 놨어요.”

미례는 돌아오는 배에서 비워 놓은 지점을 보여 줬다. 여자의 양식장이 그 가장자리에 있었다. 여자는 거기만 비워 두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미례는 채취가 흔들려 다시 받는 동안 시간이 지났다고 설명했다.

“우리 자리는 늘 다음이네.”

그 말에 해솔이 뒤에서 한 발 앞으로 나왔다. 미례가 그를 보기도 전에 그가 말했다.

“제가 재채취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면 우리 걸 먼저 했어야죠.”

“다음 작업에서 먼저 갈 수 있는지 현장하고 맞추겠습니다. 오늘 받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여자는 입술을 깨물었다. 해솔은 무슨 말을 더 붙이려다가 그만뒀다. 시간이 없었다는 말은 그 사람에게 늘 돌아오는 핑계처럼 들렸을 것이다. 그는 지도에서 지점을 따로 접어 자기 주머니에 넣었다. 잊지 않겠다는 말 대신 내일 가지고 갈 것을 만들었다.

주민들이 흩어져도 미례는 사진을 떼지 않았다. 사퇴하라는 말을 들었고, 계속 일하라는 말도 들었다. 어느 쪽도 여기 선 몇 사람의 목소리로 결정될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임시 위원회에 총회에서 실무 담당 여부를 정해 달라고 전했다. 그때까지는 받은 질문을 처리하겠다고 했다.

***

추가 채취가 허용된 다음 작업 시간, 해솔은 주머니에서 접은 지도를 꺼냈다. 어제 못 간 자리가 맨 앞이었다. 선체 주변 시료와 양식장 바깥 시료를 같은 봉투에 모으지 않았다. 배가 옮겨 갈 때마다 은서가 고정대의 구역표를 바꿨다.

미례는 이번에는 승선하지 않았다. 창고에서 반품 번호를 맞추는 사람이 모자랐다. 대신 출하 담당자에게 일지를 넘겨 함께 보게 했다. 자기만 읽을 수 있는 장부로 남겨 두면 자신이 그만두는 날에 또 비게 될 것이었다.

해솔은 일이 끝난 뒤 지도를 돌려줬다. 접은 자리에 소금이 하얗게 말라 있었다.

“갔다 왔습니다. 결과는 아직이고요.”

미례는 어제 항의한 여자에게 직접 전화했다. 먼저 채취했다는 말을 듣고도 상대는 고맙다고 하지 않았다. 어느 기관에 가고 언제 결과를 물을 수 있느냐고 했다. 미례는 확인된 일정과 연락처를 차례로 읽었다. 통화가 끝난 뒤 출하 담당자도 그 번호를 받아 적었다.

그날 저녁 은서는 배경 오염 지도와 이번 사고 지도를 나란히 만들었다. 새로 받은 시료까지 반영할 부분은 비워 두고, 이미 확인된 비교값으로 설명할 수 있는 곳부터 그렸다. 대부분의 현재 피해는 새 누출과 분산제의 확산 경로에 놓였다. 과거층만으로는 그 두꺼운 피해를 설명할 수 없었다. 반대로 얇은 과거층은 청람호를 건져 올린다고 사라질 것이 아니었다.

우찬은 두 지도 사이에 협약 부속 명단을 놓았다. 오래된 푸른 층의 연대 범위와 준설사업 시작 시기가 겹쳤다. 업체의 명칭은 달랐지만 현재 선사의 전신 법인으로 이어지는 자료가 있었다. 그는 미례에게 당시 실제로 상대했던 담당자의 이름이 남아 있느냐고 물었다.

“사람은 생각나도 이름은 자신 없어요. 계약철에는 있을 겁니다.”

미례가 책장에서 철을 꺼냈다. 어제보다 빈 책장이었다. 주민에게 사본을 내주느라 옮긴 책들이 옆 탁자에 쌓여 있었다. 그녀는 류경문에게 유리한 것만 먼저 알려지는 일을 더는 기다리지 않았다. 우찬 앞에 철을 펼치고 주민 열람 목록에도 같은 항목을 적었다.

첫 장에는 준설사업 이름이 있었다. 뒤로 넘기면 운반을 맡긴 회사, 다시 넘기면 물질의 소유자가 나왔다. 선이 하나의 회사에서 끝나지 않았다.

우찬이 현재 청람호의 계약 서류를 가져와 옆에 놓았다.

“이제 어느 배가 지났는지만 볼 일이 아니군요.”

미례는 여덟 해 전 자기 도장이 찍힌 자리를 손끝으로 눌렀다.

바다에는 층이 남았고, 육지에는 계약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