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도시판타지 직업 코미디 27화

퇴근 후에는 요괴택배

문지기 계정의 그림자

콩쇠는 거꾸로 붙인 교대표를 핑계로 버티지만, 복제 계정의 접속 문턱과 실제 교대가 다르다는 자료가 억울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갈라낸다. 그는 지연신고 책임까지 지워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하고, 별도 협조자의 열쇠모양 진술과 거꾸로 된 입장표를 다음 단서로 받는다.

글자 크기

콩쇠는 교대표를 거꾸로 붙였다. 남해온이 지적하자 그는 일부러 그랬다고 말했다.

“뒤집어 보면 진실이 보이는 법이지.”

“지금은 휴무자가 출근자로 보이는데요.”

“그러니까 진실이 아주 많이 보이지.”

민채원이 말없이 테이프 한쪽을 떼었다. 콩쇠는 바로 진실의 방향을 포기하고 교대표를 똑바로 붙였다. 그가 붉게 표시한 밤은 자신이 근무한 곳과 다른 문턱에서 접속이 이루어진 밤이었다. 계정에 붙은 이름은 문지기의 것이었고, 그 기록 끝에는 분실방울과 수수료가 연결돼 있었다.

해온은 접속 위치를 보고 콩쇠를 봤다. 그 작은 몸이 두 배차소를 동시에 오갔다고 적혀 있는 셈이었다.

“도깨비는 순간이동 안 합니까?”

“내 월급으로?”

콩쇠는 발끈했다가 해온의 표정을 보고 뿔을 긁었다. 새로운 능력이 생겼다는 농담을 할 때가 아니었다. 서쪽 배차소 관리자들은 그가 분실을 늦게 신고한 날부터 이 표를 보여 주기 싫어했다. 책임이 커질까 봐서였다. 오늘은 수수료 일부가 문지기 계정으로 돌아왔다는 기록까지 나왔다.

“너를 잡으려는 게 아니야. 배차소 전체가 의심받을까 봐 그러지.”

관리자가 말했다. 콩쇠는 그 말에 익숙한 듯 어깨를 좁혔다. 배차소 전체라는 말이 나오면 늘 작은 배차원 한 명이 좀 더 참아야 했다.

해온이 물었다. “전체가 아니라 콩쇠 혼자 의심받으면 괜찮습니까?”

관리자는 헛기침했다. “말을 그렇게 하면.”

“제가 편의점 금고를 늦게 확인했다고 남이 훔친 돈까지 제 주머니에 넣어 놓으면, 점포 평판이 좋아지나요?”

콩쇠가 뒤에서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금고를 확인하기는 했나?”

해온이 돌아봤다. “지금 제 직무평가 하지 마세요.”

채원이 접속 자료 앞에 섰다. 웃음이 번지기 전에 필요한 부분을 짚었다. 계정 이름, 실제 교대, 인증도구, 접속한 문턱. 같은 종이에 적혀 있다고 같은 사람의 행동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콩쇠가 다른 곳에 있었다는 주장만 듣고 기록을 지울 수도 없었다.

관리자는 전체 기록을 밖으로 내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채원은 관계없는 이름을 가리고 해당 구간과 방울보관함 영상만 독립감정에 내겠다고 답했다. 다른 직원들의 사생활과 정상 운행까지 구경거리가 될 필요는 없었다.

콩쇠가 갑자기 앞으로 나왔다. “내가 그냥 설명하면 안 돼?”

“아까부터 설명하고 계십니다.” 해온이 말했다.

“더 잘할 수 있어. 그날 뭘 먹었는지도 알아.”

“음식 기억으로 문이 열린 위치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콩쇠는 입을 다물었다. 해온은 그가 정말 허세를 부리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기록을 달라고 요구할수록 자신이 늦게 신고한 사실도 다시 꺼내야 했다. 그날의 모든 것을 대신 혼날 수 있으면 차라리 짧게 끝날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해온은 교대표 옆에 그의 분실신고 사본을 놓았다. 콩쇠가 손을 뻗었지만 가져가지는 않았다.

“이건 안 숨깁니다.”

“알아.”

“대신 이 종이로 다른 거까지 덮지도 맙시다.”

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당사자들이 자료를 보고 반론할 순서를 정했다. 관리자가 보기 싫어한다고 내보내지 않을 것도 아니고, 해온이 콩쇠 편이라고 불리한 신고 시각을 빼 줄 것도 아니었다.

자료가 나오는 동안 콩쇠는 자기 뿔을 닦았다. 옆에 걸린 낡은 걸레를 썼다가 더 얼룩졌다. 해온은 휴지를 건네려다, 그것이 기록실 서명용 종이라는 말을 듣고 손을 멈췄다.

“여긴 닦을 종이도 함부로 못 쓰네요.”

“이름이 걸린 일이라니까.” 콩쇠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럼 이름 걸린 판넬 옆 걸레도 좀 빨아 두시죠.”

관리자는 걸레를 슬그머니 뒤로 치웠다. 채원은 입꼬리를 누르고 기록실 시각을 확인했다. 해온은 콩쇠에게 자기 휴대용 티슈를 줬다. 도깨비는 뿔 한쪽만 깨끗해진 채 자료 앞에 다시 섰다. 한쪽은 떳떳하고 한쪽은 아직 잘못한 사람처럼 보여 해온이 웃음을 삼켰다.

독립감정에 보낼 자료가 좁혀졌다. 방울보관함을 드나든 구간, 해당 계정이 접속한 문턱, 실제 교대가 확인되는 부분이었다. 관계없는 직원 이름 위에는 가림이 들어갔다. 해온은 가린 이름을 알아맞히려 들지 않았다. 전체 직원이 범인이 될 필요는 없었다.

비교된 기록에서 접속 문턱이 분명해졌다. 복제된 계정이 열린 곳은 콩쇠가 근무하던 문턱이 아니었다. 그가 쓰던 인증도구와 접속에 사용된 흔적도 구분됐다. 관리자 하나가 같은 계정을 쓸 수 있었으면 콩쇠가 넘겼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콩쇠는 바로 반박하려다 입을 닫았다. 채원이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느냐고 물었다. 아직 없었다. 가능하다는 말이 그가 했다는 증거로 바뀌지 않았다. 반대로 접속 위치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의 지연신고까지 없어지지도 않았다.

해온은 두 표가 나란히 남는 것을 봤다. 늦은 신고. 다른 문턱의 복제접속. 둘을 붙이면 콩쇠라는 이름 하나가 모든 빈칸을 채워 줄 것 같았다. 떨어뜨려 놓으니 묻는 사람이 더 일을 해야 했다.

콩쇠가 말했다. “신고를 늦춘 죄는 받겠어.”

목소리가 작아 관리자들이 몸을 기울였다. 그는 다시 또렷하게 말했다.

“하지만 내가 하지 않은 위조까지 안아야 백결이 웃는다면 그 짐은 내려놓을래.”

해온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콩쇠가 마지막 말을 마친 뒤 손을 어디에 둘지 몰라 하자 빈 의자를 조금 끌어 주었다. 도깨비는 앉다가 뿔 끝을 등받이에 걸었다. 해온이 잠깐만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보는 사람 많아.” 콩쇠가 속삭였다.

“그러니까 더 움직이지 마세요.”

그가 몸을 낮추자 뿔이 빠졌다. 옆 관리자가 웃으려다 채원과 눈이 마주쳐 입을 다물었다. 콩쇠는 의자를 돌려 앉았다. 누명을 덜었다고 동작까지 갑자기 근사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협조자의 답변은 별도 자리에서 들어왔다. 백결에게 열쇠모양을 넘겼다는 내용이었다. 채원은 열쇠 전체를 건넸다는 말인지 형상을 알려 주었다는 말인지 다시 확인했다. 답변은 모양이었다. 그 진술과 실제 도구 흔적을 맞춰야 했고, 무엇까지 알고 협조했는지도 아직 질문이 남았다.

해온은 문을 볼 때마다 열쇠를 떠올렸지만 모양만 팔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이름을 통째로 훔치는 것처럼 보였던 일도 작은 정보가 여러 손을 지나 완성됐다. 그는 오늘 들은 답을 곧바로 전체 위조망의 자백으로 부르지 않았다.

관리자는 이제 정리됐으니 콩쇠 책임도 모두 없었던 것으로 쓰자고 했다. 평판을 빨리 회복할 문장이 필요했다. 콩쇠는 잠깐 솔깃한 얼굴을 했다가 자기 신고 사본을 봤다.

“늦게 신고한 건 남겨.”

관리자가 펜 끝을 멈췄다. 방금까지 그가 기다린 대답은 그것이 아니었다. 콩쇠는 지연신고 사본을 자기 앞으로 끌어 왔다. 날짜 옆에 찍힌 도장이 비뚤어져 있었다. 그는 종이를 반듯하게 놓는 데 시간을 썼다.

“이걸 보면 다들 또 나한테 뭐라고 할 텐데.”

“그 말이 싫어서 하루 늦어진 거면, 이번에는 먼저 보여 주세요.”

해온의 말에 콩쇠는 입술을 내밀었다. 그래도 사본을 접어 감추지는 않았다. 채원이 별도 확인이 필요한 항목에 선을 그었다. 콩쇠는 그 선을 손가락으로 따라가다가 자기 몫이라는 표시 앞에서 멈췄다. 종이 한 장이 갑자기 가벼워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들지 않아도 될 짐을 옆으로 내려놓으니 남은 것을 두 손으로 잡을 수 있었다.

해온이 놀라 그를 봤다.

“그것까지 지우면 다음에 방울 잃어버린 놈도 나처럼 버티겠지.”

“다음에 잃어버릴 분은 본인 아니시죠?”

콩쇠는 주머니를 두드리다 멈췄다. 없는 방울을 확인하는 습관이었다. 해온은 그 손을 보고 농담을 더하지 않았다. 도구를 잃은 자리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억울한 부분을 걷어 냈다고 사건이 다 끝난 것도 아니었다.

채원은 오늘 확인한 것과 남은 질문을 나눠 적었다. 수수료가 돌아온 계정은 실제로 누가 돈을 받았는지와 별도였다. 복제접속의 장소가 콩쇠의 근무지와 다르다는 사실은 남았다. 열쇠모양을 건넸다는 답변도 범위와 함께 기록됐다. 모든 부정 사용에 대한 최종 책임을 오늘 한 번에 정하지 않았다.

나오려던 참에 협조자의 추가 정보가 전달됐다. 거래소 입장표의 글씨가 거꾸로 인쇄된다는 말이었다. 채원은 무슨 방향으로 읽는지 확인할 질문을 남겼다. 콩쇠는 당장 종이를 뒤집어 보겠다고 했다.

해온이 교대표를 가리켰다. “그래서 아까 거꾸로 붙이신 겁니까?”

콩쇠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았다. “대비훈련이었다.”

“방금 알게 된 정보를 아침부터 대비하셨군요.”

“유능한 배차원의 시간은 조금 다르게 흘러.”

채원이 기록지를 들어 보였다. “그 말도 진술에 넣을까요?”

“안 돼. 내 시간은 아주 평범해.”

해온은 결국 웃었다. 콩쇠도 한쪽 뿔을 가린 채 웃었다. 늦은 신고 때문에 누군가 다쳤을 수 있다는 사실은 웃음으로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웃었다는 이유로 하지 않은 위조까지 받아들일 필요도 없었다.

기록실 문을 나설 때 관리자가 콩쇠에게 교대표를 떼어 달라고 했다. 다른 직원들 눈에 띄면 말이 많아진다는 이유였다. 콩쇠는 원본 보관과 공개용 가림본이 정리되었는지 채원에게 먼저 물었다. 확인을 받은 뒤에야 자기가 붙인 표시판을 떼었다.

해온은 마지막 테이프를 받아 뭉쳤다. “이건 버려도 되죠?”

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콩쇠가 테이프 덩어리를 보고 말했다. “영수증은?”

“배차소 테이프입니다.”

“그럼 사용량을 적어야—”

해온이 덩어리를 그의 손에 놓았다. “오늘 정확히 감당하실 자기 몫입니다.”

콩쇠는 한참 테이프를 내려다보다 주머니에 넣었다. 세 사람 앞에는 거꾸로 된 글씨를 읽어야 열리는 다음 단서가 있었다. 이번에는 교대표를 뒤집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해온은 퇴근길 편의점에서 작은 반사판을 구할 수 있는지 생각하며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