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증언석에 앉는 날
가게 셔터의 절반
노은실이 셔터를 끌어 올리자 중간에서 쇠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어깨를 안쪽으로 받쳐 한 번 더 밀었지만 셔터는 머리 높이에서 멈췄다. 점심 장사를 하려면 손님이 허리를 숙여 들어와야 했다. 서가람은 밖에서 서류가방을 내려놓고 같이 밀겠다고 했다. 은실은 손을 떼지 않은 채 그를 돌아봤다.
노은실이 셔터를 끌어 올리자 중간에서 쇠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어깨를 안쪽으로 받쳐 한 번 더 밀었지만 셔터는 머리 높이에서 멈췄다. 점심 장사를 하려면 손님이 허리를 숙여 들어와야 했다. 서가람은 밖에서 서류가방을 내려놓고 같이 밀겠다고 했다. 은실은 손을 떼지 않은 채 그를 돌아봤다.
“고장 아니에요. 끝까지 안 열었어요.”
가람은 올리려던 팔을 내렸다. 주방 쪽에서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안쪽에는 상인회에서 가져온 장부와 자기 가게 장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벽에 붙은 점심 메뉴판의 생선 이름 두 개가 종이로 가려져 있었다. 그 아래 새 메뉴 가격을 적다가 지운 자국이 남았다. 손님이 없는 가게에서는 의자를 끄는 소리가 지나치게 컸다.
강만석은 셔터 밑으로 들어오다 모자 챙이 걸렸다. 고개를 더 숙이고 들어와 모자를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은실은 그 모습을 보고도 셔터를 조금 더 올리지 않았다. 만석은 빈 메뉴판을 보며 오늘은 밥을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드실 건 있어요. 팔아야 할 게 모자라지.”
그녀는 종이로 가린 칸을 손톱으로 짚었다. 배에서 생선이 안 들어오니 다른 곳에서 사 와야 하는데, 공장 사람들의 점심도 줄었다. 대체 재료를 더 비싸게 들여와 놓고 또 남기면 냉장고 안에서 돈이 썩었다. 일단 반만 문을 열고 예약된 식사부터 받았다. 오후에 손님이 오면 그때 메뉴를 다시 결정할 생각이었다.
가람은 장부 위에 날짜가 적힌 종이를 세 줄로 놓았다. 카드매출, 외상, 대체상품 구입비. 은실이 접수하러 온 다른 상인들에게도 같은 순서로 설명했지만 종이가 곧 맞아 떨어지지는 않았다. 어떤 장부에는 거래일과 결제일이 달랐고, 어떤 영수증은 손가락 크기로 접혀 끝의 날짜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작은 종이를 펴고 가람이 옆에 적힌 날짜를 읽었다.
“이건 매출이 줄었다고 바로 손해액으로 옮기면 안 되나요?”
“못 팔아서 안 든 재료비가 있는지, 다른 메뉴로 번 금액이 있는지 같이 봐야 해요. 지금 없는 수입부터 지우자는 건 아닙니다.”
은실은 계산기를 가람 쪽으로 밀었다. “그럼 지울 때 제 앞에서 지워요. 숫자만 가져가고 나중에 줄었다고 전화하지 말고.”
만석은 자기 무릎 위에 놓인 어촌계 자료를 펼쳤다. 조업이 멈춘 날부터의 손실이었다. 은실이 가람에게 보여 주는 종이는 그보다 일찍 시작한 거래도 있었다. 이미 반품 사진과 날짜를 확보한 적이 있었지만 같은 가게의 외상 장부에서 보면 다른 무게였다. 만석이 한동안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어민 직접손실부터 움직여야 하오. 배를 가진 사람만 아니라 선원도 오늘 돈이 없어요.”
“그건 알아요.”
“상인들 명단이 길어지면 저쪽에서 전부 경기 나빠진 탓이라고 버틸 수 있소. 그러면 배도 못 받는 것 아니오?”
은실은 계산기에서 손을 뗐다. 주방 쪽에는 씻어서 뒤집어 둔 밥그릇들이 있었다. 그중 한 개를 가져와 만석 앞에 놓았다. 빈 그릇이었다.
“그 배에서 가져온 걸 여기서 팔았어요. 월급 받은 공장 사람이 이 자리에 앉아 먹었고요. 두쪽 중 누가 우리 쪽인지 골라야 한다면 이 그릇도 반으로 나눠야겠네요.”
만석이 그릇을 옆으로 밀었다. “우리 몫을 뺏는다는 말은 안 했소.”
“먼저라는 말과 없다는 말이 자꾸 붙으니까 그래요. 어민 피해가 먼저라는 말은 이해합니다. 그렇다고 우리 매출이 끊긴 사실까지 없는 일이 되지는 않아요.”
가람은 둘 사이에 놓인 장부를 옮기지 않았다. 은실이 손해액으로 생각하는 것 중에는 납품 중단과 바로 이어지는 항목이 있었고, 공장 노동자 소비가 줄어 생긴 항목도 있었다. 같은 이름으로 합치면 간단해졌다. 그러나 어촌계가 멈춘 때, 가게가 반품을 받은 때, 손님이 줄어든 때가 모두 같지는 않았다. 가람은 항목 옆에 각 날짜를 쓰고 확인할 거래처를 남겼다.
“먼저 볼 명단에는 직접 납품 연결이 확인되는 곳을 넣읍시다. 연결이 덜 드러난 가게는 지역지원 쪽으로 따로 모으고요. 지금 보험에서 얼마를 줄지 결정하는 명단은 아닙니다.”
“따로 모아 놓고 영영 뒤로 보내는 건 아니죠?” 은실이 물었다.
가람은 아직 자료가 없는 가게 이름을 맨 뒷장으로 넘기려다 멈췄다. 은실이 보는 앞에서 새 종이를 꺼내 첫 장에 제목을 적었다. 지역지원 대상 검토. 별도의 명단이라고 한 말을 실제로 보이려면 종이도 따로 있어야 했다. 은실은 두 장을 비교하고 나서야 종이가 구겨지지 않게 식탁 아래에서 판을 꺼냈다.
한 상인이 납품 영수증을 가져왔다. 복사한 장에서는 끝의 품목 이름이 잘려 있었다. 가람은 그 장만으로 수산물 공급이 끊긴 금액을 전부 산정하지 않고 원본을 다시 가져올 수 있는지 물었다. 상인은 그러면 오늘 또 가게 문을 비워야 한다고 했다. 은실이 옆 가게에 연락해 잠깐 봐 달라고 하려다가 말을 멈췄다. 그 집도 장사를 비우고 여기 와 있었다.
“원본부터 챙겨 두세요. 오늘 장사 끝나고 확인할 수 있게 하죠.” 가람이 말했다.
그 상인은 접수만 하고 돌아갔다. 은실은 확인이 늦어진 표시를 이름 옆에 남겼다. 그것을 탈락 표시로 읽지 않도록 옆에 원본 대조 대기라고 풀어 썼다. 가람은 은실이 이제 접수 일을 하는 사람처럼 손을 움직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가 자기 영수증을 펼치기도 전에 다른 집의 종이가 식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은실 씨 건 먼저 끝낼까요?”
“그러면 저기 문밖에 온 사람은 또 누구 차례냐고 하겠죠.”
“오늘은 점심 장사도 해야 하잖아요.”
은실은 반쯤 열린 셔터를 봤다. 그녀는 손님을 기다리는 동시에 손님이 오면 이 일을 그만해야 했다. 가람에게 자료를 맡기면 편하겠지만, 처음부터 자기 가게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빠진 계산표가 싫어서 여기까지 모았다. 그녀가 내린 셔터는 버티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으나 실제로는 두 일을 다 하다 하나도 못 할까 두려워 멈춘 높이였다.
만석이 밖으로 나가 식탁 하나를 더 가져와도 되느냐고 물었다. 은실은 무거운 걸 혼자 옮기지 말라고 했다. 둘은 출입구 옆 작은 상을 끌어 왔다. 만석이 모자를 다시 쓰다가 셔터에 부딪힐 뻔하자 은실이 “오늘 두 번째예요”라고 말했다. 만석은 모자를 벗어 아예 의자 위에 놓았다. 웃는 사람은 없었지만 아까 빈 그릇을 놓았을 때보다 손이 덜 굳어 있었다.
작은 상에는 접수할 종이만 올렸다. 가람이 날짜와 연결을 대조하는 식탁을 분리하자 은실은 주방에 갈 수 있었다. 밥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만석은 그동안 들어오는 사람에게 은실을 바로 부르지 않고 종이를 놓을 자리를 알려 주었다. 한 사람이 이 명단에 쓰면 공장 폐쇄에도 찬성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만석은 은실이 주방에서 듣고 있음을 알았다.
“가게 손실 보러 온 거요. 폐쇄에 대해서는 따로 말하시오.”
은실은 주방에서 대답하지 않았다. 조금 뒤 물 두 잔을 가져와 식탁에 놓았다. 한 잔은 가람 앞에, 다른 한 잔은 만석이 벗어 놓은 모자 옆에 놓였다. 만석이 물을 마시는 동안 가람은 납품이 끊긴 거래와 공장 소비 감소를 서로 다른 칸에 나눴다. 같은 가게에서 나온 자료라도 이어지는 길이 달랐다.
“공장이 멈추면 이쪽도 더 줄 수 있겠군요.” 가람이 노동자 식사 매출 칸을 보며 말했다.
“정상으로 돌린다고 생선이 살아 오는 것도 아니고요.” 은실이 답했다. “가게 사람한테 어느 쪽이 좋으냐고 묻지 마세요. 둘 다 있어야 합니다.”
만석은 배를 세워 놓고 공장 월급을 유지하자는 이야기가 아직 속을 긁는다고 했다. 은실은 자기 냉장고가 빈데도 공장 사람들이 먹을 대체 재료를 사야 하는 날의 비용을 보여 주었다. 만석은 그 항목을 직접 어민 손해로 옮겨 달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납품하던 배가 어느 배인지 확인할 수 있게 어촌계 장부를 펼쳐 주었다.
해가 식탁 한쪽으로 옮겨 갈 무렵 직접 납품 연결을 확인한 가게는 열네 곳이었다. 가람이 숫자를 읽자 명단에 들지 못한 이름을 기다리던 사람이 왜 자기 가게는 빠졌느냐고 물었다. 은실은 서류를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첫 명단은 열네 곳이고, 다른 명단에는 그 집도 있었다. 공장 사람을 손님으로 받았다는 사실은 없어진 게 아니지만 수산물 납품과 같은 길로 계산하지는 않았다.
“그럼 오늘 가져온 장부는 가져가야 해요?”
“아니요. 확인할 사본은 여기 둬요. 원본은 가게에 가져가시고요.”
은실이 사본 앞에 이름을 쓰자 상대는 원본 장부를 가슴에 끼었다. 가게를 다시 열러 가야 한다고 했다. 만석은 그 사람이 셔터 밑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가람에게 낮게 말했다.
“순서를 다투되 명단에서는 빼지 맙시다. 배와 가게가 같이 멈춰 선 건 맞소. 날짜가 다른 건 날짜대로 남기고.”
가람은 문장을 그대로 회의 메모에 옮겼다. 은실은 이번에는 계산기를 그에게 넘기지 않았다. 직접 숫자를 눌러 가게의 대체 매출을 확인하고 빠진 날짜가 없는지 봤다. 손해액은 그녀가 처음 생각한 숫자와 달라질 수 있었다. 다만 왜 달라지는지 모른 채 나중에 통보받는 숫자는 아니었다.
접수가 한 차례 끊기자 셋은 어민과 노동자 쪽 요구서를 다시 펼쳤다. 은실은 전면중단에 찬성하거나 반대한다는 문장부터 고르지 않고, 조업하는 사람과 임금을 받는 사람이 동시에 급한 생계를 넘길 수 있어야 한다고 적었다. 만석은 공장을 당장 멈추고 싶다는 자기 문장을 지우지 않았다. 가람도 지우라고 하지 않았다. 은실의 요구를 그 아래에 눌러 붙이지 않고 별도 장으로 놓았다.
밥솥에서 김이 빠졌다. 은실이 마지막 접수 종이를 말리려고 빈 그릇을 문진으로 쓰자 만석이 식탁 위 자기 모자를 옮겼다. 식사를 하러 온 손님이 셔터 아래로 허리를 굽히며 들어왔다. 은실은 서류를 들고 일어났다. 가람은 얼른 식탁을 비웠다. 손님이 앉을 자리를 차지한 시간이 이제 가게의 손해가 되고 있었다.
그들은 작은 상으로 옮겨 마지막 세 장을 읽었다. 어민은 물을 봐야 했고 노동자는 일하는 곳의 위험을 알아야 했으며, 상인은 그 둘이 돌아올 수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 현장접근, 생계, 안전정보. 다른 문장들 사이에서 그 세 단어가 계속 나왔다. 가람이 따로 적은 세 단어를 은실이 보았다.
“그걸 앞장에 놓아요. 가게 이름도 뒤에서 떨어지지 않게.”
은실은 다시 손님에게 갔다. 만석은 반쯤 열린 셔터를 보다가 일어나 손이 필요한지 물었다. 그녀는 이번에는 조금 더 올려 달라고 했다. 만석이 안에서 밀고 가람이 밖에서 잡아 주자 쇠가 한 차례 짧게 울었다. 셔터가 올라가도 생선 이름을 가린 메뉴는 그대로였다. 가람은 그 아래서 가방을 들어 다음 회의에 가져갈 종이를 세 장으로 나눠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