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음악 고딕 미스터리 23화

일곱 번째 트랙은 비어 있다

드러머가 센 마흔일곱

박선호는 메트로놈을 꺼내며 먼저 숫자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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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호는 메트로놈을 꺼내며 먼저 숫자를 말했다.

“마흔일곱. 다시 세어 드릴까요?”

이솔은 녹음기를 꺼내지 않았다. 지하 합주실 벽의 스펀지는 군데군데 떨어졌고, 스네어 아래의 카펫에는 둥근 자국이 있었다. 선호는 드럼 의자에 앉지 않고 모서리에 서 있었다. 누군가 박자를 틀렸을 때 기다리던 자리 같았다.

“오늘 다시 센 숫자 말고, 그때 쓰신 걸 먼저 보고 싶어요.”

선호의 손이 멈췄다. 곁에 있던 문주가 악기 가방을 내려놓았다. 어제 사용을 허락한 메모에는 선호가 리허설 때 마흔일곱 박자를 세었다는 한 문장만 남았다. 그 문장으로 이곳에 왔다고 해서 어제의 닫힌 마이크까지 다시 열어 놓을 수는 없었다.

선호는 메트로놈 옆에 얇은 악보를 놓았다. 접힌 종이를 펴는 손이 뜻밖에 조심스러웠다. 드럼 헤드를 치던 손끝이 종이 위에서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제가 찍은 거예요. 피아노 하는 사람이 마지막을 자꾸 다시 했거든.”

악보 가장자리에 연필점이 있었다. 앞의 점은 얇고, 끝의 세 점은 눌러 찍혀 있었다. 이솔이 고개를 숙이자 선호가 손을 뻗어 마지막 점을 가리켰다. 손톱이 종이에 닿기 전에 문주가 조용히 악보 밑에 받침을 밀어 넣었다.

이솔은 메트로놈 뚜껑 안의 47도 보았다. 앞서 확인했던 숫자였다. 이번에는 숫자가 나온 까닭을 물을 차례였다. 다만 사람의 말보다 먼저, 이 기계가 언제 어떤 상태였는지 확인할 종이가 필요했다.

“수리 영수증도 있다고 하셨죠?”

선호가 상자 바닥을 뒤졌다. 구겨진 전단, 드럼 스틱을 묶던 고무줄, 작은 나사 봉지가 먼저 나왔다. 문주가 고무줄을 가져가려다 손을 거뒀다. 선호는 상자 속에서 접힌 영수증을 찾아 펼쳤다. 그는 날짜부터 읽으려 했다.

“잠깐만요. 앞뒷면 그대로 찍을게요.”

이솔은 받침 위에서 영수증을 촬영했다. 현재 움직이는 메트로놈과 옛 수리 기록은 같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선호는 오늘도 이 기계로 박자를 맞췄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추를 보니 분당 예순 번을 가리켰다. 그는 그 속도가 곧 그날의 속도라고 말하려다가 입술을 닫았다.

“오늘은 이만큼 움직이네요.”

문주가 말했다. 선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솔은 수리 항목과 시기를 읽은 뒤 악보의 템포 표기를 옆에 놓았다. 손에 익은 물건이 남았다는 사실은 든든했지만, 오래 손에 있었다는 이유로 모든 날을 대신 말하게 할 수는 없었다.

메트로놈을 정지시키자 환풍기 소리가 들렸다. 선호는 의자에 앉았다가 다시 일어났다. 그가 오늘 보여 주려고 준비한 것은 숫자를 정확히 외우는 자신이었을 터였다. 이솔은 의자를 당겨 앉았다. 서서 듣는 사람이 있으면 선호도 계속 서 있을 것 같았다.

악보 사본을 새 종이 위에 놓았다. 원본에는 표시하지 않고 점의 위치와 마디를 나란히 대조했다. 이솔이 한 줄을 읽으면 문주가 총보의 피아노 부분을 짚었다. 선호는 어떤 구절에서 스틱을 들고 있었는지 설명했다. 같은 부분을 가리키는데도 세 손의 높이가 달랐다.

첫 번째 점부터 마지막까지 세었다. 마흔일곱 개였다. 숫자만 맞는 것이 아니라 삭제된 카덴차의 박자와 순서가 맞물렸다. 이솔은 앞서 계산한 길이도 함께 펼쳤다. 악보의 템포와 마디를 통해 얻은 46.8초, 원반에서 남은 47.1초. 오늘의 예순 번을 그날에 그대로 대입해 답을 꾸미지는 않았다.

선호가 끝의 세 점을 보고 손등을 문질렀다.

“여기서 다시 돌아갔어요. 몇 번이고.”

“처음까지요?”

“아니. 끝만. 제가 계속 세고 있었죠.”

이솔은 그 말을 적기 전에 선호를 보았다. 기억과 연필의 진한 흔적이 같은 곳을 가리켰다. 문주는 페이지를 넘기지 않았다. 카덴차 끝의 작은 여백을 한참 보고 있었다.

“그때 잘 못 친 게 아니에요.”

문주가 말했다. 선호는 고개를 들었다.

“누가 못 쳤대요?”

“네가 끝만 다시 했다고 말하면, 난 자꾸 우리가 못 끝내게 한 것처럼 들려서.”

선호는 손에 든 스틱을 내려놓았다. 이솔은 바로 다음 질문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알고 있는 리허설의 소리는 오늘 악보에 모두 적혀 있지 않았다. 문주는 입술을 눌렀다. 자기 해석을 다른 사람의 증언 뒤에 붙였다는 것을 알아차린 얼굴이었다.

“끝을 반복했다는 데까지만요.”

문주가 이솔에게 말했다. 이솔은 그 범위를 확인하고 적었다. 선호가 천천히 앉았다. 이번에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메트로놈의 추는 가운데 멈춰 있었다. 선호는 그것을 보기 싫은지 상자 뚜껑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이솔이 사진을 더 찍겠다고 해서가 아니었다. 닫아도 숫자는 안쪽에 있었다.

“결국 제가 도운 거잖아요.”

선호가 말했다.

“무슨 일을요?”

“그 마흔일곱 초. 음악을 빼고 그만큼 남긴 거. 제가 세어 줬으니까 쉽게 맞췄겠죠.”

문주의 어깨가 굳었다. 이솔은 선호의 말을 그대로 결론 칸에 옮기지 않았다. 대신 그날 어떤 도구를 만졌는지, 어디까지 갔는지 물었다. 테이프를 잘랐는지, 두 방의 녹음을 골랐는지, 원반을 만드는 작업에 함께 있었는지.

선호의 대답은 모두 아니었다. 그는 스틱으로 박자를 세었고 연습을 따라갔으며 끝에서 다시 기다렸다. 이솔은 이미 확인된 편집 일지의 28과 19를 떠올렸다. 그 숫자의 붉은 필체는 다른 사람이 자기 것이라고 인정했다. 선호의 점을 그 연필 위에 겹쳐 놓으면 누구의 손도 정확히 남지 않았다.

“지금 말씀하신 건 리허설의 박자 확인이에요.”

선호가 입술을 비틀었다.

“좋게 써 주려는 거면 안 해도 돼요.”

“끝의 세 점은 빼지 않을 겁니다.”

이솔이 악보를 가리켰다.

“여기 남은 것과 하신 말을 맞추고 있어요. 하시지 않은 일을 추가할 수도 없어요.”

선호는 그 말을 듣고도 편해지지 않았다. 그는 악보가 다칠까 봐 멈췄던 손을 다시 올렸다. 마지막 진한 점을 손톱으로 긁으려는 움직임이었다. 이솔이 그의 손등에 닿지 않고 받침의 빈 곳을 짚었다.

“그 점도 오늘 보러 온 겁니다.”

선호의 손이 공중에서 멈췄다. 점이 없어지면 좋겠다는 표정과 없어지면 안 된다는 표정이 한꺼번에 있었다. 문주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네가 세었다는 걸 없애지 마. 네가 자르지 않은 것까지 가져가지도 말고.”

선호는 손을 내렸다. 드럼 앞에서 누군가의 박자를 놓친 것처럼 무릎을 한 번 쳤다. 둔한 소리가 났다. 문주는 대신 웃거나 괜찮다고 하지 않았다. 그 말로 오래전 저녁이 가벼워질 수는 없었다.

이솔은 점이 찍힌 줄과 총보의 해당 부분을 같은 크기로 출력했다. 두 종이가 겹쳐 보이지 않도록 간격을 두었다. 끝의 세 점 옆에 선호의 설명을 붙였고, 당시에 세어 본 박자라는 역할을 적었다. 무음 제작에 참여했다는 표현은 선호가 처음 한 말로 남겨 두되, 물은 항목과 그의 대답을 함께 붙였다.

선호가 문장을 읽었다. ‘박자 확인’을 읽을 때는 빨랐고 ‘끝부분 반복’에서는 멈췄다. 그는 이솔에게 마지막 세 점을 찍은 손이 누구 손인지 물었다. 이솔은 그가 자기 표시라고 설명한 것을 적었다고 답했다. 반복 연습의 설명은 기억으로, 점은 원본 사진으로 남는다고 했다.

“제 말이 나중에 바뀌면요?”

“오늘 하신 말이 없어지진 않아요. 바뀐 이유도 다시 듣겠습니다.”

선호는 그것이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말인지 한참 판단했다. 문주가 옆에서 물컵을 밀었다. 선호는 컵에 손을 대었다가, 영수증 위에 물방울이 떨어질까 봐 다른 쪽으로 옮겼다. 오늘 한 선택 하나가 작게 남았다.

“이제 한번 들려 드릴까요. 그 카덴차 박자만.”

선호가 물었다. 그는 자기 스틱을 다시 잡았다. 이솔은 자료를 먼저 거둔 뒤 연습을 하는 것은 선호의 일이라고 말했다. 오늘 원본의 길이를 증명하기 위한 재연 녹음을 받으러 온 것은 아니었다.

문주가 드럼 앞에 서서 손뼉을 두 번 쳤다. 선호의 손이 반사적으로 따라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둘은 웃지 못했다. 악기를 치는 몸은 긴 이야기를 듣는 몸보다 빨리 옛 시간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지금 합주실 바깥 계단에서는 아이들이 뛰어 올라가고 있었다. 오래전 연습에 오늘의 박자가 섞였다.

선호는 스틱을 악기 가방에 넣었다. 이솔은 악보 원본을 받침째 그의 앞에 돌려 놓았다. 사진으로 확인할 일은 끝냈고 점은 그대로 있었다. 선호가 직접 종이를 접어 넣었다. 끝의 세 점을 안쪽으로 감추지 않도록 원래 접힌 선을 골랐다.

영수증을 넣기 직전 이솔이 뒷면을 다시 보자고 했다. 선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앞뒷면 사진에는 있었지만 처음에는 수리 항목을 먼저 읽느라 지나갔던 메모였다. 메트로놈 상자 안에서 오래 눌린 영수증 뒤에 다른 물건의 번호가 적혀 있었다.

피아노 연주료 봉투, 19.

문주가 숫자를 읽고 선호를 보았다. 선호는 그것을 임규진이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자를 세는 사람의 종이 뒤에 돈을 넣기로 한 봉투의 번호가 남았다. 이솔은 금액을 묻지 않았다. 그 봉투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오늘 이 방에서 선호의 기억만으로 채울 수는 없었다.

선호가 규진에게 지금 전화하겠다고 했다. 이솔은 먼저 확인할 물건과 방문 목적을 적어 보내자고 했다. 숫자를 알려 주는 것이 봉투를 새로 정리해 달라는 요청처럼 들려서는 안 됐다. 문주는 규진이 받을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피아노 봉투 19와 당시 묶음, 보관한 상태 그대로.

이솔이 합주실 문을 열자 선호가 뒤에서 불렀다.

“마지막 세 개, 사진에서 잘 보여요?”

이솔은 보여 주겠다고 했다. 선호는 자기 휴대전화를 꺼냈다가 집어넣었다. 그는 인쇄된 확인용 사진을 한 장 받기로 했다. 원본 악보를 손톱으로 지우는 대신, 자기가 세었던 끝을 오늘도 볼 수 있는 쪽을 골랐다.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아래에서 메트로놈이 다시 움직였다. 이솔은 걸음을 그 박자에 맞추지 않았다. 다음 문 앞에는 아직 열어 보지 않은 납작한 봉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