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는 요괴택배
폐점 세 곳의 장부
첫 편의점의 계산대에는 손님을 부르는 종만 남아 있었다. 남해온은 문턱에서 허락을 받은 뒤 들어가 종을 누르지 않았다. 진열대가 빠진 자리에는 먼지가 네모로 쌓였고, 오래 켜 둔 냉장고의 플러그가 벽 옆에 놓여 있었다.
첫 편의점의 계산대에는 손님을 부르는 종만 남아 있었다. 남해온은 문턱에서 허락을 받은 뒤 들어가 종을 누르지 않았다. 진열대가 빠진 자리에는 먼지가 네모로 쌓였고, 오래 켜 둔 냉장고의 플러그가 벽 옆에 놓여 있었다.
김도윤은 유리문 바깥에서 비어 있는 계산대를 찍으려다가 휴대전화를 내렸다. 민채원이 단말기 화면이 사진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보호대를 찬 손으로 문을 잡고 한참 서 있다가 안으로 들어왔다.
“가게는 망했는데 저건 왜 살아 있습니까?”
계산대 아래 택배단말기의 작은 불이 켜져 있었다. 점주는 확인할 일이 있어 전원을 남겼다고 했다. 해온은 자기 편의점의 계산대 밑을 떠올렸다. 음료 재고는 세고 잔돈은 맞췄다. 퇴근 뒤에도 남는 계정은 물건처럼 눈에 보이지 않았다.
채원이 확인할 범위를 먼저 설명했다. 마지막 정상사용과 이후 접속시각, 필요한 발급기록이었다. 점주는 문 안에 들어오게 한 것과 모든 장부를 보여 주는 것이 같은 뜻은 아니라고 말했다.
“여기까지 합의한 기록만 봅니다.” 채원이 답했다.
해온은 단말기를 자기 손으로 깨우지 않았다. 점주가 화면을 열었다. 로그아웃된 안내 대신 직원 계정이 나왔다. 마지막 근무자가 떠난 뒤에도 그 이름은 계산대 안에 앉아 있었다.
“이 직원이 아직 접속하는 거 아닙니까?” 도윤이 물었다.
점주가 바로 말했다. “나는 그 사람이 비밀번호를 안 돌려줬다고 봅니다.”
해온은 단말기와 점주를 번갈아 봤다. 이 골목까지 오기 전에는 백결의 흰 매듭만 찾으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인간 가게에서는 사람이 자기 이름을 벗어 두지 못한 채 떠나 있었다. 점주의 말이 그 이름 쪽으로 먼저 달려갔다.
“마지막 사용부터 봅시다.”
채원이 폐점 때 남긴 근무표를 받아 단말기 기록 옆에 놓았다. 야간직원의 마지막 정상사용은 실제 마지막 근무와 맞았다. 이후 새벽에도 접속이 있었다. 직원이 계산대에 서 있던 시간이 아닌데 이름은 그대로였다.
도윤이 입술을 깨물었다. “누가 들어온 건데요?”
“아직 이름을 쓰지는 않겠습니다.” 채원이 말했다.
그는 접속시각을 종이에 적으며 힘을 줬다. 보호대 아래 손목이 버티지 못해 펜을 내려놓았다. 해온이 대신 적어 주려 하자 도윤은 자기 종이를 밀어 달라고 했다. 손이 아파도 남이 만든 기록으로만 살아야 하는 건 싫은 듯했다.
점주는 폐점 뒤에도 택배 처리 때문에 기록을 봤다고 했다. 채원은 그 접속과 문제의 새벽접속을 섞지 않았다. 점주의 말이 맞는 범위는 그대로 놓고, 사고접수 조회와 송장 발급이 이어진 시각을 따로 열었다.
해온은 발급시각을 보고 사람길 사고번호와 요괴 송장의 가린 대조표를 맞췄다. 화면에 뜬 이름을 골목으로 읽어 주지는 않았다. 발급 순서를 보는데도 등 뒤에 누가 서 있는 것처럼 어깨가 굳었다. 흰 매듭 열쇠가 이곳을 비췄을 때는 텅 빈 가게처럼 보였으나, 빈 계산대에서 누군가 다친 사람의 접수를 읽고 있었다.
도윤이 점주 쪽으로 돌아섰다.
“남겨 놓은 계정으로 사고를 읽었다면 가게가 모를 수 있습니까?”
“내가 요괴랑 거래했다고요?”
“그쪽에서 내 이름으로 돈이 나갔습니다.”
점주는 도윤의 보호대를 보고도 이름 대신 고개만 저었다. 해온은 그 말을 그대로 두고 싶지 않았다. 자신도 손님에게 무언가 빠졌다는 항의를 받으면 첫마디로 내가 안 했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계산대에 누가 없었는지부터 맞춰야 했다.
“퇴사계정이 남은 건 관리실패입니다. 이 이름의 직원이 사고를 팔았다는 뜻은 아니에요.”
도윤이 해온을 노려봤다. “그럼 아무도 한 게 아닙니까?”
“했다는 접속이 있어요. 누가 했는지 찾으려면 이름을 먼저 믿으면 안 됩니다.”
말을 하던 해온은 자기 영수증 계약서를 주머니에서 눌렀다. 첫날 포스기에 남긴 서명은 자기 손으로 썼다. 그 뒤 다른 송장에 옮겨진 것은 같은 이름인데 자기 일이 아니었다. 눈앞 직원에게도 똑같은 구별을 못 해 준다면, 자기 이름을 돌려달라는 말이 어떻게 들릴까.
채원이 플랫폼에 보낼 차단과 보전 요청을 준비했다. 점주는 단말기를 꺼 버리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해온은 그의 손이 전원선으로 가는 것을 보고 계산대 바깥에서 불렀다.
“잠깐만요. 꺼야 할 접근과 남겨야 할 기록부터 나눠 주세요.”
채원이 보전할 구간을 확인했다. 점주는 전원선에서 손을 뗐다. 자기 가게에 들어온 사람들을 빨리 보내고 싶은 얼굴이었다. 비어 있는 계산대에도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 있었다.
두 번째 가게는 유리문에 반품 안내가 붙어 있었다. 물건을 꺼내 간 테이프 자국이 손바닥 높이에서 길게 이어졌다. 해온은 바닥의 빈 냉장고 자리를 보고 몇 가지 품목이 놓였을지 짐작했다. 도윤은 그런 걸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다.
“제 매대도 저렇게 비어요. 행사 끝나면.”
“행사 끝난 거랑 폐점은 다르잖아요.”
“다르죠.”
둘은 더 말하지 않았다. 이번 가게에서는 퇴근한 직원 계정을 그대로 둔 것이 점주에게도 익숙한 일이었다. 어차피 장사를 안 하니 더 쓸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단말기의 불은 켜져 있었다. 채원이 합의한 접속 열을 열자, 영업을 멈춘 뒤의 새벽이 줄을 이뤘다.
첫 가게에서 적은 발급시각이 두 번째 기록 옆에 놓였다. 같은 사고를 다시 발급한 것인지 서로 다른 송장인지 구별하며 표를 넓혔다. 해온은 아직 열한 장을 한 망으로 묶어 발표하지 않았다. 오늘 보이는 것은 가게마다 다른 마지막 정상사용과, 그 이후 이어진 비정상 접속이었다.
도윤은 자기 사고번호가 있는 행에서 멈췄다. 손목을 움직이지 않고 눈으로 한 줄을 따라갔다. 사고를 개인 부주의로 끝낸 곳에서 그의 접수는 끝난 일이었고, 이 빈 계산대에서는 다른 세계의 이름을 만드는 시작이었다.
“여기서 읽은 거죠.”
채원이 조회와 발급의 연결을 짚었다. “이 계정 경로에서 이어졌습니다.”
도윤이 계산대 모서리를 세게 쳤다. 아픈 손이 아닌 손이었다. 그래도 진동이 반대 손목까지 와 얼굴이 일그러졌다. 점주가 탁자를 치지 말라고 하자 그는 한 발 물러났다.
“제가 넘어졌을 때는 제 잘못 하나로 끝냈습니다. 여기는 계정이 그냥 남았다고 끝내지 말아 주세요.”
해온은 그의 뒤에서 서류를 받았다. 도윤이 화낼 권리가 있다는 말만 하고 돌아설 수는 없었다. 그의 사고를 읽어 간 경로는 오늘 닫아야 했다. 또 누군가 비어 있는 이름으로 밤근무를 할 수 있었다.
세 번째 가게의 셔터는 절반만 올라갔다. 허락받은 확인을 위해 점주가 올린 높이였다. 해온이 몸을 숙이며 들어가자 셔터 끝이 조끼를 긁었다. 작은 올이 일어났다. 그는 조끼 안쪽에 꿰맨 순서가 찢기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단말기 앞으로 갔다.
여기도 로그아웃은 없었다. 직원을 부르는 이름이 화면 아래 붙어 있었고, 그 직원은 이미 이 가게에서 일하지 않았다. 해온은 이름을 가린 채 마지막 정상사용을 적었다. 도윤은 창밖의 지나가는 차를 봤다. 일하던 사람이 사라진 곳에서도 그 이름만 야간근무를 이어 가는 모습이 그에게는 웃기지 않았다.
채원이 세 가게의 표를 나란히 뒀다. 각 계정의 사고접수 조회, 요괴송장 발급으로 이어진 시각, 그 뒤 남은 경로가 만났다. 위조송장 열한 장의 발급경로가 하나의 중개주소로 모였다. 오늘 얻은 숫자는 그 송장에 이름을 빼앗긴 사람들을 이 계산대로 불러 세울 필요 없이 보였다.
도윤이 그 주소를 가리켰다. “그럼 점주들보다 이걸 먼저 가야겠군요.”
“여기 기록도 같이 갑니다.” 채원이 말했다. “계정 회수는 어떻게 했는지 플랫폼에 요구하겠습니다.”
도윤은 자기 접수증을 꺼냈다. 구겨진 끝을 탁자 위에 펴며 말했다.
“또 기사 탓으로 끝내지 않게 계정회수 기록도 사고자료에 넣어 주세요.”
해온은 첫 가게에서 도윤에게 맞섰던 말을 다시 생각했다. 개인 부주의라는 말이 지겨운 사람 앞에서 구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때로 변명처럼 들렸다. 구별의 끝이 다른 책임을 실제로 남기는 것이어야 했다. 채원은 계정별 보전 요청과 플랫폼의 회수 기록 요청을 같은 봉투에 넣었다.
접근차단 회신을 기다리는 동안 점주는 셔터를 조금 더 올렸다. 안에 오래 머문 사람들에게 나가 달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확인이 끝나면 자기 단말기를 어떻게 처리할지 알려 달라고 했다. 해온은 자기가 여기서 새 비밀번호를 만들어 주겠다고 하지 않았다. 채원이 플랫폼의 정식 처리 답을 이어 받기로 했다.
처음 계정의 차단 회신이 왔다. 이어 두 번째, 세 번째가 왔다. 세 이름으로 새 접속을 열 수 없게 됐다. 보전된 시각은 앞에서 읽은 줄 그대로 남았다. 도윤은 화면을 보며 어깨를 내려놓았다. 돈이 오늘 손에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다친 이름을 다시 가져갈 길 하나가 닫혔다.
해온은 자신이 일하는 편의점 점주에게 물어볼 말을 따로 적었다. 퇴근하면 어떤 계정이 남는지, 그 계정으로 어디까지 볼 수 있는지. 지금 자기 근무에 쓸 비밀번호를 여기서 보내거나 다른 가게 화면에 대조하지는 않았다. 자기 일터도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이 새벽 진열을 앞두고 찾아왔다.
채원이 중개주소의 등록 계약을 받았다. 도윤이 먼저 몸을 기울였고 해온이 그 옆에 섰다. 배송대행 계약서의 명의는 백결이었다. 첫날 반송봉투 위에서 본 글자가 인간 쪽 계약서에도 있었다.
도윤이 말했다. “이제 사람 이름처럼 쓰는 거군요.”
해온은 빈 수취함을 열던 흰 매듭 열쇠를 떠올렸다. 빈 계산대 세 곳을 비추던 빛이 하나의 주소에 도착했다. 누가 서 있는지 보지 못한 이름을 곧바로 범인의 얼굴로 만들지는 않았다. 그는 백결 명의 계약서의 등록과 오늘 확인한 경로를 함께 봉투에 넣었다.
밖으로 나오자 세 번째 가게의 셔터가 내려갔다. 마지막 야간직원이 떠난 뒤에도 남아 있던 불이 차단 상태로 바뀌어 있었다. 도윤은 보호대 끈을 고쳐 맸다. 해온에게 자기 접수증을 들고 있으라고 맡기지 않았다. 자기 서류는 자기 품에 넣고, 채원이 들고 가는 경로표가 접히는 것을 끝까지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