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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3화]

두 시의 미팅, 닫히지 않는 문

작성: 2026.04.03 11:03 조회수: 30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오후 한 시 사십 분. 서린은 체크인 데스크 뒤편 사무실에서 서류 묶음을 세 번째 정렬하고 있었다. 딱히 순서를 바꾸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손이 가만히 있으면 생각이 너무 많아지는 날이었다.

지민이 노크도 없이 문을 열었다. 평소보다 목소리가 반 박자 빨랐다.

"언니, 재원 씨 지금 로비에 있어. 예약 시간보다 이십 분 일찍 왔는데 커피 드릴까요, 아니면 그냥 미팅룸으로 안내할까요?"

서린은 서류에서 눈을 들었다.

"민재원 PD?"

"응. 테이블 서울 유튜브 채널 그 사람."

"로비 소파에 앉혀 두고 물 한 잔만."

서린은 파일을 닫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윤 씨는?"

"주방에 있다고 했어. 조금 전에 올라간다고 문자 왔는데."

지민이 잠깐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언니, 재원 씨가 처음 도윤 씨한테 연락했던 거 나도 몰랐어. 진짜로."

서린은 대답 대신 재킷 단추를 채웠다. 지민이 그 침묵을 어떻게 읽었는지는 몰랐지만, 변명을 이어 붙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조금 달라진 온도가 있었다.

미팅룸은 2층 끝에 있었다. 아르덴에서 가장 오래된 방 중 하나로, 벽에 붙은 몰딩이 군데군데 들떠 있었고 창 너머로는 호텔 뒷마당의 은행나무가 보였다. 소희가 아침에 교체해 둔 꽃병이 탁자 한쪽에 놓여 있었다. 흰 국화와 유칼립투스 가지 몇 개. 튀지 않으면서 공간을 잡아 주는 구성이었다.

민재원은 서린보다 먼저 들어와 있었다. 서른 초반쯤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캐주얼한 재킷에 노트 하나를 손에 들고, 창밖을 보다가 서린이 들어오자 바로 일어섰다.

"윤서린 매니저님, 처음 뵙겠습니다. 테이블 서울 민재원입니다."

"네, 오셨어요. 앉으시죠."

도윤이 문을 두드린 건 서린이 자리를 잡고 삼십 초쯤 지났을 때였다. 노크 소리가 짧고 단호해서 지민이 아니라는 걸 바로 알았다.

"늦었으면 얘기하지."

도윤이 들어오면서 민재원을 보더니 반 박자 멈췄다. 그 멈춤이 어색하기보다 계산된 것처럼 보였고, 서린은 그게 더 신경 쓰였다.

"안 늦었잖아요."

도윤이 서린 옆자리가 아닌 맞은편에 앉으면서 말했다.

"두 시 미팅인데 지금 두 시 삼 분이에요."

"이 분."

서린이 정정했다.

도윤이 짧게 웃었다. 민재원이 그 사이를 재미있다는 듯 번갈아 보다가 노트를 펼쳤다.

민재원의 제안은 간단하고 빠르게 진행됐다. 테이블 서울이 기획 중인 '다시 여는 식탁' 시리즈에 아르덴 파인다이닝 파일럿 메뉴를 담겠다는 것이었다. 촬영은 세 회차, 첫 편 공개는 아르덴 소프트 오픈 이 주 전. 채널 구독자 수는 팔십만이었고, 협찬이나 광고가 아닌 콘텐츠 협업 형식으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저희가 원하는 건 강도윤 셰프의 복귀 스토리입니다. 음식이 아니라 사람이요."

민재원이 도윤 쪽을 보며 말했다.

"셰프님한테 먼저 연락드렸을 때 거절하셨잖아요. 근데 아르덴이랑 계약하셨다는 소식 듣고 다시 연락드리는 거예요."

"그건 저도 압니다."

도윤이 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목소리에 날이 없었는데, 그래서 더 단단하게 들렸다.

"그때 거절한 이유는 지금도 같아요. 복귀 스토리 소비되는 거 원하지 않아요."

"그래서 아르덴을 선택하셨던 건가요?"

도윤이 대답하지 않았다. 서린은 그 침묵 동안 도윤의 손을 봤다. 탁자 위에 반쯤 얹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말하려다 삼킨 것인지, 원래 할 말이 없었던 것인지.

서린이 끼어들었다.

"저희도 복귀 서사보다는 공간과 음식을 먼저 보여 주고 싶어요. 아르덴이 다시 어떤 경험을 만들 수 있는지가 핵심이에요."

민재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방향이라면 저도 맞춰 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셰프님이 직접 카메라 앞에 서야 해요. 목소리만 나오거나 뒷모습만 나오는 콘텐츠는 지금 채널 방향과 안 맞아서요."

도윤이 서린 쪽을 봤다. 서린도 도윤을 봤다. 미팅룸 안이 잠깐 조용해졌고, 은행나무 잎 하나가 창에 달라붙었다가 떨어져 나갔다.

"생각해 볼게요."

도윤이 먼저 말했다.

미팅은 사십 분 만에 끝났다. 민재원이 명함을 두 장 남기고 나간 뒤, 지민이 미팅룸 문을 닫으면서 서린에게 엄지를 올렸다. 서린은 그 신호를 못 본 척했다.

복도에 도윤과 단둘이 남겨진 건 지민이 민재원을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하러 나가면서였다.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는데 이상하게 부자연스러웠다. 서린은 파일을 들고 먼저 걸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거, 진짜로 생각해 볼 거예요?"

도윤이 서린 옆에 맞춰 걸으면서 물었다. 서린은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당신이 결정할 일이잖아요."

"맞긴 한데."

도윤이 잠깐 멈췄다가 다시 따라붙었다.

"매니저님 의견도 있을 것 같아서요."

서린이 걷다가 멈췄다. 복도 중간이었다. 카펫 끝이 살짝 들려 있는 자리였다. 예산 보류 목록에 올라와 있는 항목 중 하나.

"프로젝트한테 필요한 건 노출이에요. 테이블 서울 팔십만이면 충분한 시작점이고."

서린이 도윤 쪽을 보지 않고 말했다.

"근데 당신이 불편하면 억지로 할 이유 없어요. 다른 방법 찾으면 되니까."

"불편한 게 아니에요."

그 말이 짧았다. 서린은 그제야 도윤을 봤다.

"그럼?"

"다치는 게 나만이면 상관없는데."

도윤이 시선을 복도 끝으로 옮겼다.

"카메라 앞에 서면 아르덴도 같이 올라가고 같이 내려와요. 내가 또 어떤 식으로 소비되면 호텔까지 번지거든요."

서린은 그 말의 무게를 잠시 가만히 들고 있었다. 도윤이 자기 스캔들이 아르덴과 연결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는 건지는 몰랐지만.

"스캔들 얘기예요?"

도윤이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엘리베이터 쪽에서 지민이 돌아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도윤이 먼저 돌아섰다.

"주방 내려갈게요. 오늘 냉장고 재고 확인하려고요."

서린은 그 뒷모습을 보다가, 말하려다 말았다. 스캔들 배후를 알고 있냐고 물으려다가. 아직은 아니었다. 들을 준비가 되지 않은 게 아니라, 도윤이 말할 준비가 된 것인지를 아직 몰랐다.

지민이 다가오면서 소리를 낮췄다.

"언니, 재원 씨가 가면서 그러는데 원래 채널 측에서 도윤 씨한테 먼저 연락한 게 배성재 쪽 추천이었대. 아르덴 홍보 차원에서."

서린이 멈췄다.

"배성재가 추천했다고?"

"응. 재원 씨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말하더라."

지민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상하지 않아? 매각 압박하는 사람이 왜 홍보 채널을 연결해 줘?"

서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복도 조명 하나가 희미하게 깜빡였다. 교체 예정이었다가 예산 보류로 미뤄진 것들 중 하나였다.

배성재가 테이블 서울을 연결했다. 도윤은 거절했다. 그 뒤 아르덴이 직접 도윤에게 찾아갔다. 그리고 도윤은 서명했다.

어디서부터 계산이고 어디서부터 우연인지, 서린은 아직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 판에서 아무도 순서 없이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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