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훈련장이 문을 여는 아침에는 나팔도 행진도 없었다. 목수가 마지막 못을 박았고 조리사는 큰 물통을 문 옆에 놓았다. 밤새 내린 비가 그쳐 처마 끝에서 물방울이 일정하게 떨어졌다.
사람들은 새 이름을 두고 오래 의논한 끝에 '열린 훈련장'이라고 불렀다. 늘 잠그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출신과 과거 때문에 입장 기회가 닫히지 않고 문을 여닫는 규칙을 함께 확인한다는 뜻이었다.
옛 마구간의 벽은 절반만 남았다. 말과 잡역부 숫자를 함께 적었던 소유 표지판은 기록관으로 옮겨졌고, 그 자리에 새 안내판이 걸렸다. '누구나 등록할 수 있음. 출신과 성은 필수 항목이 아님. 멈춤 신호는 누구든 사용할 수 있음.'
바닥 아래 운송 통로는 완전히 메우지 않았다. 입구 한 구간을 철망으로 덮고, 이곳이 사람을 이름 대신 부호로 옮기던 길이었다는 설명을 붙였다. 피해자 이름과 수용소 세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카일은 첫 등록 명부 앞에 앉았다. 서기는 성을 쓰는 칸을 아예 지우지 않고 '선택 호칭'으로 바꿨다. 빈칸도 유효하다는 주석이 있었다. 카일은 깃펜을 들어 한 글자씩 썼다.
카일.
에드란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감추지 않았고, 베일가 기록을 부정하지도 않았다. 상속 심사는 계속됐지만 성과 작위를 범죄 피해의 보상처럼 받지 않기로 했다. 훗날 마음이 바뀌면 다시 신청할 수 있었다. 오늘의 이름은 카일 하나였다.
엘라는 등록대 옆에서 그 서명을 보았다. 그녀는 베일 문장을 권하지 않았다. 가족 관계 확인서에는 서로의 이름이 이미 연결돼 있었고, 가족이라 부를지는 만날 때마다 둘이 정했다. 오늘 카일은 그녀에게 차를 함께 마시자고 먼저 말했다.
"수업이 끝난 뒤에." 엘라가 답했다. "네가 바쁘면 다른 날도 괜찮고."
미라의 자유 수송대는 서문으로 출발해 자리에 없었다. 대신 빈 마차 앞판을 만들고 남은 나무 조각이 도착했다. '싣지 않은 이유도 기록한다'는 문구 아래 훈련장 이용자가 결석하거나 그만둘 때 이유를 강요하지 않는 규칙이 붙었다.
레오는 공동 장비 창고에서 크기가 다른 목검을 꺼냈다. 좋은 목재 검을 귀족 견습에게 먼저 주지 않고, 손 크기와 오늘 연습에 맞춰 나눴다. 자기 가문이 기부한 검에도 이름을 새기지 않았다.
베른 대위는 첫날 안전 입회인으로 왔다. 기사단 대표석은 따로 없었다. 그는 카일의 일 년 임기와 평가일을 읽고, 문제 제기 창구가 성 기록실과 열린 집 두 곳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안은 울타리 밖 길을 지나가다 멈췄다. 정정 작업을 하러 기록실로 가는 날이었다. 카일은 안으로 들어오라고 부르지 않았고, 이안도 참관을 요구하지 않았다. 둘은 멀리서 고개를 한 번 숙였다.
첫 이용자는 대장장이의 딸이었다. 추천장은 없었고 검도 잡아 본 적이 없었다. 둘째는 전쟁에서 다리를 다친 늙은 병사였고, 셋째와 넷째는 글을 배우러 왔다가 운동도 해 보려는 시장 아이들이었다.
단은 자기 이름표를 목에 걸고 문턱을 넘었다. 글씨는 여전히 비뚤었지만 스스로 쓴 것이었다. 그는 목검 대신 종과 분필을 골랐다. 멈춤 신호를 기록하고 규칙판의 답을 고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기한은 오지 않았다. 열린 집 창문에서 훈련장을 보고 있었지만 문을 넘지 않았다. 카일은 자리를 비워 두거나 기다린다는 표식을 달지 않았다. 오지 않는 선택도 출석부의 결손이 아니었다.
첫 수업은 검을 뽑는 법이 아니라 공간을 확인하는 일로 시작했다. 문이 어디에 있는지, 물은 어디에 있는지, 멈추고 싶을 때 누구에게 말할지 각자가 직접 가리켰다. 단이 종을 한 번 울리자 모두 움직임을 멈췄다.
카일은 왼발을 내딛고 오른쪽 손목을 늦게 돌리는 자세를 보여 줬다. "이건 완벽한 자세가 아닙니다. 첫 공격을 흘릴 수 있지만 옆구리가 비어요. 누가 곁에 있는지, 물러날 길이 있는지 먼저 봐야 합니다."
대장장이의 딸이 왜 불완전한 동작부터 가르치느냐고 물었다. 카일은 자기 몸에 오래 남은 움직임이며 장점과 빈틈을 함께 알아야 쓸 수 있다고 답했다. 아버지의 비밀 검법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훈련 중 시장 아이 하나가 넘어졌다. 레오는 즉시 일으키려 손을 내밀었다가 아이가 괜찮다고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아이는 스스로 일어난 뒤 다시 해 보고 싶다고 했다. 누구도 인내심을 증명하라며 계속시키지 않았다.
점심 무렵 기한이 울타리 가까이 내려왔다. 손에는 옛 막사 벽에서 떼어 온 벽돌 한 장이 있었다. 네 줄과 점, 짧은 선이 남은 조각이었다. 그는 훈련장 안이 아니라 문 옆 바닥에 그것을 놓았다.
"여기 두어도 되오?"
카일은 전시할지 묻지 않고 어디에 놓고 싶은지 물었다. 기한은 설명판 뒤, 밖에서도 안에서도 보이는 낮은 자리를 골랐다. 자기 이름은 붙이지 않았다. 의미를 묻는 사람에게 말할지는 그때 정하겠다고 했다.
"들어올래?" 카일이 물었다.
기한은 문손잡이를 안쪽과 바깥쪽에서 한 번씩 돌려 봤다. 잠기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도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오늘은 종 치는 것만 보겠소."
카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평범한 첫날은 모두가 같은 속도로 문을 넘는 날이 아니었다. 넘지 않아도 이름과 식량이 지켜지고, 다음 날 다시 고를 수 있는 날이었다.
점심 뒤 왕실 전령이 마지막 사건 보고를 가져왔다. 다크스와 그라스는 감독 구금시설로 이송됐고, 검은 기수단 잔여 인원 수색은 별도 담당부서로 넘어갔다. 확인된 실종자 기록은 당사자 연락 절차에 들어갔다.
카일은 보고서를 수업 중 낭독하지 않았다. 베른과 봉인 상태를 확인한 뒤 기록실로 보냈다. 끝난 사건과 계속되는 행정이 있었지만, 새 위협이 문 앞에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오늘 해야 할 일은 젖은 마룻바닥을 닦고 오후 수업 명단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자유 증서 사본 보관함, 다리우스 추모 기록, 이안의 정정 일정, 미라의 운송 보고서는 각각 맡은 곳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모든 일을 카일이 쥐고 있어야 안전한 구조가 아니었다. 그는 필요한 날 열람하고 질문할 권한만 가졌다.
오후 평가 시간에 단이 규칙판 아래 분필로 썼다. '교관도 종이 울리면 멈춘다.' 카일은 그 문장을 고치지 않았다. 직접 목검을 들고 빠르게 움직이다 단이 종을 치자 중간 자세에서 멈춰 섰다.
레오는 웃으며 카일의 옆구리가 비었다고 지적했다. 카일은 인정하고 대장장이의 딸에게 두 번째 동작을 보여 달라고 했다. 학생이 교관의 빈틈을 말해도 수업이 무너지지 않았다.
해가 기울자 사람들은 목검을 공동 창고에 돌려놓았다. 누가 가장 강했는지 순위를 매기지 않았고, 다음 출석을 약속받지도 않았다. 단은 자기 이름표를 가져갔고 기한은 벽돌을 남겨 뒀다.
카일은 마지막으로 문을 확인했다. 공동 열쇠 세 개가 각자 보관함에 들어갔고, 밤에는 안쪽 사람이 없어 외부 자물쇠를 채웠다. 아침에는 두 사람이 함께 열기로 했다. 열린 문도 책임 없이 방치되는 문은 아니었다.
그는 칼을 허리에 찼다. 이안의 검도 에드란의 문장도 아닌, 기사단에서 정식으로 지급받고 자기 급료에서 관리비를 내는 검이었다. 칼집에는 성이 아니라 짧게 카일이라고만 새겨져 있었다.
울타리 밖에서 엘라가 차 두 잔을 들고 기다렸다. 카일은 수업 일지를 공동 보관함에 넣고 걸어갔다. 둘은 에드란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고 오늘 비 냄새만 말할 수도 있었다. 대화의 내용을 미리 정하지 않았다.
다음 아침에도 훈련장은 같은 시각에 열렸다. 특별한 전령도, 검은 깃발도 오지 않았다. 카일은 새 명부를 펼치고 빈 첫 줄 앞에 앉았다. 문밖에는 이름을 쓰고 싶은 사람이 한 명 서 있었다.
카일은 답을 대신 써 주지 않았다. 깃펜을 건네고 물었다. "어떤 이름으로 시작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