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지점 화면에 새 순위표가 떴다. 상담시간 단축, 계약률, 기록품질, 고객 재연락률이 하나의 점수로 합쳐져 이름 옆에 표시됐다. 도현우는 자기 이름이 중간보다 조금 위에 있는 것을 보고도 기쁘지 않았다.
기록품질이 낮아도 계약률이 높으면 총점이 올라갔고, 고객 확인에 시간이 오래 걸린 상담은 품질이 좋아도 아래로 내려갔다. 숫자 하나는 보기 쉬웠지만 그 안에서 무엇이 부족한지는 보이지 않았다.
권태수는 본사 설명회의 자료를 들고 왔다. “지점 성과를 간단히 보여 달라는 요구가 있어. 품질도 넣었으니 예전보다 낫다는 의견이야.” 그는 이 표를 만든 사람이 아니었지만, 분기 보고에 사용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었다.
현우는 품질을 보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계약률과 함께 보되 한 점수 안에서 서로 갚아 주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 동의 누락이 판매 실적으로 상쇄되고, 고객 요청을 충족한 무가입 상담이 낮은 점수로 덮이는 구조는 위험했다.
민재는 원래 데이터가 다른 주기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계약률은 월 단위, 기록품질은 표본검토 완료 뒤, 고객 재연락은 더 긴 기간을 봐야 했다. 시점이 다른 숫자를 같은 날 순위로 만들면 늦게 확인되는 품질 문제가 계속 뒤로 밀릴 수 있었다.
권태수는 대안을 가져오라고 했다. 반대만 하면 본사는 품질 기능이 숫자를 피한다고 볼 수 있었다. 현우는 신입과 함께 실제 상담 여섯 건을 두 방식으로 읽어 보기로 했다. 사람 이름은 가리고 지표가 어떤 행동을 유도하는지만 살폈다.
첫 사례는 계약률이 높고 상담시간도 짧았지만 고객 목적 확인 문장이 없었다. 단일 순위에서는 상위였다. 분리표에서는 판매 결과와 기록 결함이 동시에 보였다.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지우지 않았다.
두 번째는 신규 계약이 없고 시간이 길었지만 고객이 기존 계약 중복을 이해하고 비교를 중단한 상담이었다. 총점은 낮았으나 요청 충족과 수정권은 확인됐다. 신입은 자신이라면 단일 순위를 보면 이런 상담을 빨리 끝내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서류가 완벽했지만 고객이 왜 비교를 원했는지 상담자가 자기 말로 적은 사례였다. 형식 점수만 높게 나왔다. 현우는 품질도 체크 칸 개수로만 계산하면 똑같이 왜곡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팀은 지표를 네 묶음으로 나눴다. 판매 결과, 고객 목적·동의·수정권, 기록의 출처·완결성, 운영시간과 후속 약속. 각 묶음 안에서도 중대한 누락은 평균으로 덮지 않고 별도 중단 신호로 표시했다.
권태수는 그러면 지점 간 비교가 어려워진다고 했다. 현우는 비교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정직하게 제한하자고 했다. 판매 생산성을 묻는 표와 상담 권리의 최소 기준을 묻는 표를 분리하면, 한 줄 순위 대신 두 축으로 볼 수 있었다.
본사 담당자는 경영진이 한눈에 볼 수 있는 숫자를 원한다고 했다. 현우는 요약 화면을 제안했다. 계약률은 계약률대로 표시하고, 품질 최소 기준 미달 건수와 개선 완료 여부를 옆에 놓되 합산 점수는 만들지 않았다. 클릭하면 표본 범위와 확인 시점이 보이게 했다.
신입은 품질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계약 실적을 아예 인정하지 말자고 했다. 현우는 그 말도 조심했다. 고객 계약의 효력과 직원 성과 평가, 기록 개선은 서로 다른 판단이었다. 자동으로 취소하거나 무효라고 할 수 없고, 독립 확인과 고객 선택이 필요했다.
민재는 단일 순위가 이미 일주일 동안 화면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기록했다. 누가 낮은 순위를 봤는지 추적해 벌을 주지 않고, 평가나 배정에 실제 사용됐는지 확인했다. 권태수는 그 기간의 순위를 인사 결정에 쓰지 않겠다는 공지를 냈다.
팀원 중 일부는 높은 점수를 잃게 된다며 반발했다. 현우는 그들의 성과를 폄하하지 않았다. 판매 결과는 별도로 인정되지만, 품질 질문에 답하지 않는 점수 하나로 모든 일을 대표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설계사는 고객이 만족했는데 기록 한 줄이 왜 중요한지 물었다. 현우는 만족도도 고객이 선택한 한 시점의 응답이며, 나중에 수정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경로가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록은 고객 말을 대신 꾸미는 문서가 아니라 무엇을 확인했고 무엇이 남았는지 보여 주는 경로였다.
권태수는 본사 회의에서 분리안을 직접 발표했다. 그는 품질팀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도 단순한 순위가 관리하기 편해 처음에는 받아들이려 했다고 말했다. 편한 보고와 정확한 관리가 다를 수 있다는 책임을 공개했다.
본사는 시범 기간을 석 달로 정했다. 계약률과 상담시간은 생산성 화면에, 품질 최소 기준과 정정 완료는 보호 화면에 표시됐다. 두 화면을 함께 보되 점수를 더하지 않았다. 어떤 지표도 완벽하다고 선언하지 않고 이용 행동을 매달 검토하기로 했다.
현우는 시범 첫날 자기 기록에서 출처 표시 누락 한 건을 발견했다. 품질 책임을 주장하는 사람이어서 제외하지 않고 같은 절차로 수정했다. 신입이 발견자로 이름을 남길지 묻자, 실제 확인한 사람의 이름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신입은 선임의 누락을 지적한 것이 불이익이 될까 걱정했다. 권태수는 문제제기 기록과 평가선을 분리하고, 발견 자체를 감점하지 않는지 다음 인사 예시로 확인했다. 말로 보호한다고 하는 것보다 화면에서 어떤 값이 되는지 보는 일이 필요했다.
석 달 뒤 생산성은 조금 떨어졌고 품질 정정은 빨라졌다. 재연락률은 아직 기간이 짧아 결론을 낼 수 없었다. 본사는 분리표가 성공했다고 홍보하려 했지만 현우는 관찰 기간과 표본 한계를 함께 적어 달라고 요청했다.
권태수는 최종 보고서 첫 장에서 `단일 순위 폐지`를 성과로 내세우지 않았다. 대신 무엇을 한 줄로 더하지 않기로 했는지, 각 숫자가 답할 수 없는 질문이 무엇인지 썼다. 관리자에게 불편한 보고였지만 팀원에게는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 보였다.
현우는 새 표에서 자기 이름을 찾지 않았다. 품질점수와 계약률은 서로 다른 칸에 있었고, 둘 사이에는 합계가 없었다. 빈 합계 칸은 성과를 숨기는 공간이 아니라 다른 책임을 돈처럼 서로 갚지 못하게 막는 경계였다.
분리표가 시행된 뒤 상담 배정 방식도 확인했다. 계약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고객만 빠른 설계사에게 몰리고 정리 상담은 신입에게 남는다면 지표 분리의 뜻이 약해질 수 있었다. 권태수는 목적을 미리 추정한 배정을 중단하고 난이도와 동의 범위로 일정을 조정했다.
현우는 품질 표본이 낮은 실적자에게만 몰리지 않도록 무작위와 위험 신호 표본을 함께 뽑자고 했다. 좋은 숫자도, 나쁜 숫자도 검토 면제나 유죄 표시가 되지 않았다. 표본 선정 이유는 검토자에게 공개됐다.
신입은 자기 계약률이 낮다고 불안해했지만 현우는 품질점수로 위로하지 않았다. 아직 상담 수가 적고 고객 목적도 달랐다.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판매 지도와 품질 피드백을 각각 받기로 했다.
보고서 마지막에는 숫자를 올리는 목표보다 잘못 쓰일 때의 중단 조건이 있었다. 단일 순위가 다른 이름으로 다시 합쳐지거나 품질 누락이 평균에 묻히면 운영회의에 자동 상정됐다. 표를 나눈 결정도 계속 질문받게 했다.
현우는 신입에게 표를 잘 읽는 법보다 숫자가 답하지 못하는 질문을 먼저 적게 했다. 계약률은 고객이 이해했는지 말하지 못하고, 품질점수도 고객이 만족했는지 전부 말하지 못했다. 한계를 적은 지표만 행동을 과장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