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뒤 월요일, 봄비가 새벽에 지나갔다. 강민주는 세탁소 문을 열기 전에 건물 입구 정기관리 대장부터 봤다. 누수 감시 이상 없음, 공용 분전반 이상 없음, 전날 마감 확인. 세 칸에 서로 다른 사람의 이름이 있었다.
세탁소 안에서는 이준수가 아침 수업에 가져갈 가방을 메고 있었다. 야간 근무를 줄인 뒤 처음 맞는 월요일이었다. 눈 밑 그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삼각김밥을 서서 먹지 않고 식탁에 앉아 국을 비웠다.
"오늘 늦어요?" 민주가 물었다.
"도서관 갔다가 여섯 시쯤. 편의점은 내일 낮이고요."
준수는 자기 일정표를 냉장고에 붙였다. 민주도 세탁소 첫 주 제한 물량과 고객 연락 시간을 옆에 붙였다. 서로의 하루가 감시표가 아니라 함께 밥 먹을 시간을 찾는 표가 됐다.
오전 열 시에는 최종 상태 설명 회의가 열렸다. 제목 아래에는 네 칸이 있었다. 확정, 심사 중, 사후 정산, 향후 관리. 사람들이 가장 먼저 읽은 것은 확정 칸이었다.
공용 배선 본수리와 점포별 안전 검사는 완료됐다. 잘못 연결된 우회선은 제거됐고, 새 도면과 차단기 표시가 일치했다. 황 사장 점포의 무단 증설도 규격에 맞게 재시공돼 별도 검사표를 받았다.
임대 부분에서는 안전명령 휴업기간의 임대료 감면과 계약기간 연장, 공사 출입으로 생긴 물품 보호 조건이 서면 합의됐다. 기존 개별 이주안과 비밀유지 조항은 철회됐고, 향후 매각 검토는 실제 소유자 동의와 세입자별 계약 절차를 거쳐야 했다.
박재원은 자기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영원히 약속하지 않았다. 박명자도 건물을 평생 보유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현재 임대계약을 일방적인 매각 통보로 앞당겨 끝내지 않고, 정해진 통지와 협의를 지키겠다는 조건을 확정했다.
보험 칸은 더 세분됐다. 건물 계약의 현재 명의와 이해관계 정리는 접수돼 갱신 문서가 발급됐지만, 사망 전후 각 사고의 적용 여부를 소급해 한꺼번에 확정한 것은 아니었다.
이번 전기 안전조치 중 계약상 확인된 물적 손상과 긴급 손해방지 비용 일부는 증빙 범위에서 처리 대상으로 안내됐다. 노후 설비의 통상 교체와 성능 개선 비용,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오래된 손상은 같은 항목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세탁소의 고객 옷 이관비와 임시 휴업 손해는 각 계약과 인과관계 자료를 더 보는 항목이 남아 있었다. 민주에게는 추가자료, 담당자, 답변 예정일, 이의절차가 적힌 중간 결정서가 전달됐다.
"그러면 아직 돈이 다 정해진 건 아니네요." 준수가 물었다.
"맞아. 그래서 우리 표에도 심사 중으로 두는 거야." 민주가 말했다. "확정된 임대료 감면만 이번 달 숫자에 넣고."
소유자와 관리업체, 과거 시공·임시보수 관계자 사이의 최종 비용 분담도 사후 정산 칸에 남았다. 누가 먼저 공사비를 냈는지와 누가 최종 부담할지는 달랐다. 선지출 계좌와 영수증, 조정 일정이 정해져 있어 책임 다툼 때문에 세입자에게 공사비를 다시 청구하지 않도록 했다.
박재원은 3년 전 본수리 권고를 미룬 관리 책임과 결함 설명 축소를 인정한 확인서를 다시 읽었다. 화재원인 전체나 한서영의 어린 시절 사고까지 자기 책임이라고 쓰지 않았고, 확인된 선택과 그 결과만 남겼다.
한서영에게는 안전 이력 등록 완료 통지가 별도로 전달됐다. 그의 진료 세부 내용은 건물 파일에 남지 않았고, 연기사고 시기와 영향 장소, 설명받지 못한 이주, 현재 수리 구간과의 위치 비교만 보존됐다.
박명자는 박태식 명의로 남아 있던 오래된 보험증권을 새 계약 문서와 같은 봉투에 넣지 않았다. 과거 기록에는 '변경 전' 표지를 붙이고, 앞으로의 계약에는 현재 권리자와 연락처가 들어갔다. 죽은 사람 이름을 지우지 않되 살아 있는 사람의 책임을 대신하게 두지 않았다.
정기관리 계획은 매달 생활점검, 분기 관리점검, 정해진 주기의 외부 자격점검으로 확정됐다. 이상이 없다는 빈 도장 대신 측정값과 조치 날짜를 적고, 세입자에게 결과를 설명한 날도 남기기로 했다.
회의 끝에는 미확정 항목을 언제 다시 볼지 적혔다. 보험 추가자료 제출 뒤 답변일, 비용 조정 회의일, 첫 분기 외부 점검일. 남은 일이 있다는 사실이 새로운 불안이나 비밀이 아니라 일정표가 됐다.
황 사장은 자기 영수증 원본을 건물 기록에 기증하지 않았다. 대조가 끝난 뒤 돌려받아 보관하고 사본만 조사 파일에 남겼다. 유순희는 그걸 숨기는 거 아니냐고 농담했고, 황 사장은 이번에는 장부 첫 장에 넣었다고 답했다.
이 사장은 새 분전반 글씨가 너무 작다고 불평했다. 준수가 큰 글씨 표지를 만들어 붙이자 박명자가 건물 미관을 해친다고 했다가, 안전기관 담당자에게 잘 보이는 게 우선이라는 말을 듣고 곧 물러섰다.
오후에는 세탁소로 이관했던 마지막 코트가 돌아왔다. 민주와 손님은 포장 상태와 처리 내역을 함께 확인했다. 추가 비용은 미리 동의한 범위만 청구했고, 운송 중 손상은 없었다.
한서영의 단추 수선도 끝났다. 그는 코트를 받아 입어 보고, 이번에는 주머니를 직접 확인했다. 아무 영수증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는 그냥 입고 다닐게요"라는 말만 남기고 골목을 걸어 나갔다.
저녁 여섯 시, 준수가 도서관에서 돌아왔다. 그는 학생지원 창구에서 등록금 분납 가능 일정을 확인했고 교내 근로는 신청 요건만 받아 왔다. 선정된 것처럼 수입표에 쓰지 않고, 신청 마감일을 물음표 옆에 적었다.
민주는 하루 매출을 계산했다. 재개 첫 주라 예전보다 적었지만 약속한 물량을 넘지 않았다. 확정되지 않은 보험금은 매출표 어디에도 없었다. 임대료 감면과 실제 들어온 세탁비만 숫자였다.
모자는 식탁에서 다음 한 달 계획을 고쳤다. 준수는 주중 야간 근무 한 번과 수업 일정을 지키고, 민주는 기계 마감 점검을 혼자 하지 않고 준수나 다른 직원과 교차 확인한다. 일요일 저녁에는 현금흐름표와 건강 상태를 같이 보기로 했다.
"엄마, 가게 이름 밑에 점검 날짜 붙이는 거 손님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요?" 준수가 물었다.
"이상하면 물어보겠지. 그럼 설명하면 돼. 숨긴 것보다 낫잖아."
창밖에 다시 가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민주는 천장 얼룩과 콘센트 냄새부터 떠올렸을 것이다. 오늘은 누수 감시표를 확인하고, 이상 없음 기록을 남긴 뒤 창문을 닫았다.
건물의 불이 하나씩 켜졌다. 황 사장 가게, 이 사장과 유순희의 점포, 복도 안전등, 마지막으로 세탁소 다림질판 위 조명. 같은 전선에 무심히 매달린 불이 아니라 회로와 차단기 이름을 아는 불이었다.
수리와 임대 조건은 끝났고, 보험과 최종 비용 일부는 정해진 절차 안에서 남아 있었다. 미확정이라는 말이 실패처럼 들리지 않았다. 이유와 담당자와 날짜가 있었기 때문이다.
상태표는 해결됐다는 한 줄 대신 완료 서류와 남은 질문을 나란히 보여 주었다. 민주와 준수는 표를 접지 않고 다음 확인일이 보이도록 카운터 안쪽에 세워 두었다.
민주는 다림질판 위 셔츠의 주름을 폈다. 준수는 옆에서 교재를 펼쳤다가 밥 냄새에 부엌으로 갔다. 박명자는 복도 대장에 내일 점검자를 적었고, 골목에서는 손님 하나가 우산을 접었다.
봄비 뒤 다시 켜는 불은 크지 않았다. 누구도 건물을 구했다는 깃발을 들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기 가게를 열고, 수업에 가고, 모르는 돈은 모른다고 적었다. 민주에게 그 평범한 불빛이야말로 오래 지키고 싶었던 집의 모양이었다.
여섯 주 뒤 금요일, 카운터 안쪽 상태표에서 마지막 물음표 두 개가 지워졌다. 강민주는 지우개 가루를 손바닥으로 모아 버린 뒤에도 한동안 빈 칸을 바라봤다. 기다리는 동안 숫자를 미리 수입으로 적지 않았고, 이제는 결정서에 적힌 숫자보다 크게 부풀리지 않았다.
오전 회의에는 건물 보험의 최종 결정서, 세탁소 계약의 최종 결정서, 공용부 정산 합의표가 차례로 놓였다. 보험사 담당자는 설명을 시작하기 전에 이 문서의 판단이 작품 속 이 건물의 계약 문구와 이번에 제출된 증빙에 한정된다고 읽었다. 다른 화재나 다른 가게에도 같은 항목과 비율이 적용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건물 공용부 공사비는 모두 삼천백육십만 원이었다. 긴급 차단·안전등·방수 조치 사백팔십만 원, 손상된 접속부와 분전반을 같은 수준으로 복구한 비용 구백칠십만 원, 노후 간선 전체 교체와 성능 개선 천이백육십만 원, 벽체 마감·독립 검사 사백오십만 원이 영수증 묶음과 한 줄씩 맞았다.
작품 속 건물 보험의 최종 심사는 긴급 손해방지비 사백팔십만 원과 손상 구간 복구비 구백칠십만 원을 인정했다. 계약서에 적힌 자기부담금 오십만 원을 뺀 천사백만 원이 그달 둘째 금요일 소유자 선지출 전용 계좌로 지급됐다. 노후 간선의 통상 교체와 성능 개선, 원인이 특정되지 않은 과거 흔적은 그 결정서의 지급 범위에서 제외됐다. 인정된 항목과 제외된 항목, 이의 검토가 끝났다는 문장이 마지막 장에 함께 있었다.
남은 천칠백육십만 원 가운데 관리대행업체는 출입 통지 누락과 임시 마감 관리에 관한 자체 조정으로 삼백이십만 원을 부담했다. 나머지 천사백사십만 원은 박명자와 박재원이 작품 속 소유자 합의에서 각각 오백칠십육만 원과 팔백육십사만 원을 냈다. 그 비율은 지분의 일반 원칙이 아니라, 두 사람이 이번 관리 경위와 선지출 내역을 놓고 정한 이 건물만의 합의였다.
합계가 맞자 박명자는 전용 계좌의 마지막 이체확인서를 인쇄했다. 공용부 잔액은 0원이었다. 합의표 끝에는 공용 배선과 벽체의 비용을 강민주, 황 사장, 이 사장, 유순희에게 다시 청구하지 않는다고 적혔다. 임대인 쪽 정산과 공용부 정산이 그날로 종결됐고, 같은 영수증을 다른 이름으로 돌려 청구하지 않는다는 확인도 붙었다.
황 사장 점포의 무단 증설 재시공비 백팔십오만 원은 공용부 표에서 빠져 있었다. 황 사장은 자기 점포 내부 공사 영수증과 납부 확인서를 자기 장부에 붙였다. 공용선 결함까지 떠안은 것도 아니고, 자기 선의 비용을 이웃에게 나눈 것도 아니었다. 그가 내야 할 돈과 내지 않을 돈이 같은 날 각각 끝났다.
세탁소 결정서는 고객 옷 이관·보호비 구십만 원 가운데 증빙된 칠십이만 원, 안전명령 기간의 확인된 휴업 손해 이백사십만 원 가운데 백사십사만 원을 지급 대상으로 확정했다. 합계 이백십육만 원은 다음 주 화요일 민주 명의 계좌에 들어왔다. 이관비의 남은 십팔만 원은 소유자들이 물품 보호 합의에 따라 지급했고, 휴업 손해의 남은 구십육만 원은 이미 확정한 임대료 감면과 정확히 맞았다. 증빙되지 않은 예상 매출을 새 항목으로 보태지 않았고, 중복된 돈도 없었다.
민주는 입금일과 금액을 통장 화면으로 확인한 뒤에만 현금흐름표의 ‘심사 중’을 ‘입금 완료’로 바꿨다. 보험 결정에 대한 설명과 이의 검토 기간도 끝났다는 확인을 받았다. 맡긴 옷의 손상 신고는 한 건도 남지 않았고, 고객별 수령표와 운송비 정산표는 보존기한을 적어 닫힌 파일로 옮겼다.
다음 주 화요일 오후 세 시, 세입자와 소유자들은 마지막 정산 회의록에 각자 서명했다. 안전명령 기간 임대료 감면, 공사 때문에 늘어난 계약기간, 고객 물품비, 점포 내부 시정비, 공용부 수리비가 서로 다른 줄에 있었다. 보증금이나 앞으로의 월세에서 다시 상계할 금액은 없었다. ‘추후 협의’라는 말도 남지 않았다.
박재원은 매각 계산표를 접어 과거 기록 파일에 넣었다. 공동소유자들은 현재 임대계약을 갱신하고 건물을 계속 보유하기로 서명했으며, 세입자들에게 냈던 매각·이주안은 철회했다. 오늘 끝낸 비용을 미래의 동의와 맞바꾸는 조건도 없었다.
정산이 끝난 저녁, 황 사장은 큰 글씨 차단기 표지를 새 장부 옆에 붙였다. 이 사장과 유순희는 복도 점검표의 이번 달 칸을 함께 확인했다. 한서영의 코트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빈 점포 출입대장에도 마지막 검사 이후 새 기록이 없었다. 설명되지 않은 그림자나 누군가의 새 계획은 남지 않았다.
이준수는 수업을 마치고 여섯 시에 돌아왔다. 민주가 상태표를 보여 주자 그는 보험금부터 보지 않고 맨 아래 ‘공용부 잔액 0원, 세입자 재청구 없음’에 손가락을 댔다.
“이제 표 치워도 되겠네요.”
“정산표는 보관하고, 카운터에서는 치우자.”
두 사람은 물음표가 사라진 종이를 파일에 넣었다. 냉장고에는 준수의 수업 일정과 세탁소 점검일만 남았다. 민주가 다림질판의 불을 끄자 준수가 부엌 불을 켰다. 무엇을 기다리는 불도, 누가 갚아야 할지를 묻는 불도 아니었다.
봄비가 지나간 뒤 시작된 일은 그 화요일에 모두 정산됐다. 건물은 고친 선으로 불을 밝혔고, 세입자는 자기 몫이 아닌 공용부 비용을 지지 않았으며, 민주와 준수는 받은 돈과 낸 돈을 정확히 적은 뒤 저녁을 먹었다. 그날 세탁소 문은 평소 시각에 닫혔고, 이야기도 그 문 안의 따뜻한 불빛과 함께 조용히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