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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2화]

손을 잡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작성: 2026.05.08 11:33 조회수: 6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화요일 오전 열한 시, 아르덴 1층 로비에는 카메라 두 대와 조명 반사판 하나가 들어와 있었다. 루셀 측 포토그래퍼가 삼각대를 펼치는 동안 지민은 체크리스트를 손에 쥔 채 입구 쪽을 들여다봤다. 유리문 너머로 봄볕이 비스듬히 들어왔고, 체크인 데스크 위의 화병에서 흰 수선화 한 줄기가 살짝 기울어 있었다. 소희가 아침에 꽂아둔 것이었다. 지민은 그쪽을 잠깐 보다가 다시 리스트로 눈을 내렸다.

서린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재킷 단추를 한 번 더 확인했다. 어제 밤 루셀 담당자 박준혁이 보낸 메일에는 '비공개 포토 세션, 아르덴 로비 활용, 소수 언론사 사전 배포용'이라고 적혀 있었다. 비공개라는 단어가 붙어 있었지만, 서린은 그게 실제로 비공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박준혁이 아는 기자가 몇 명인지는 몰라도, 사전 배포와 유출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짧다. 서린은 그 생각을 재킷 안주머니에 같이 접어 넣고 로비로 걸어 들어갔다.

도윤은 이미 와 있었다. 로비 한쪽 소파에 앉아 루셀 쪽 스태프와 무언가 짧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린이 들어서는 것을 봤다. 눈이 마주치자 도윤이 먼저 일어섰다. 특별히 반가운 표정도 아니었고, 딱히 경계하는 눈빛도 아니었다. 그냥 준비가 됐다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서린은 그 얼굴을 보고 잠깐 걸음이 늦어졌다. 저 사람은 언제부터 저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을 잘했는지, 아니면 원래 아무렇지 않은 건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오셨어요."

지민이 두 사람 사이를 파고들며 말했다.

"자, 오늘 컨셉은 자연스러운 겁니다. 자연스럽게. 아시죠? 억지로 웃으면 표 납니다."

"지민 씨가 제일 많이 웃는 거 같은데요."

도윤이 낮게 말했다.

"저는 연출자니까 웃어야죠."

지민이 클립보드를 턱으로 들어 보였다.

"두 분은 그냥 서 계세요. 어깨 나란히."

포토그래퍼가 위치를 잡으면서 두 사람을 체크인 데스크 앞으로 안내했다. 아르덴 로비의 중앙이었다. 오래된 체리목 카운터와 뒤쪽 키 보관함이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자리였다. 서린은 그 앞에 서면서 이 공간이 평소와 다르게 좁아 보인다는 것을 느꼈다. 카메라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도윤이 옆에 서 있어서였다. 어깨 사이 간격이 한 뼘쯤 됐다. 닿지 않는 거리였는데, 그게 오히려 더 신경 쓰였다.

"조금만 더 가까이."

포토그래퍼가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말했다. 서린이 반 걸음 옆으로 이동했다. 어깨가 닿을 것 같은 거리였다. 닿지는 않았다. 그게 더 어색했다. 서린은 시선을 렌즈 쪽에 고정하면서 숨을 한 번 고르게 내쉬었다. 옆에서 도윤이 미세하게 자세를 바꾸는 것이 느껴졌다. 소리도 없이, 그냥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손이요."

지민이 말했다.

"손 잡으셔야죠. 커플 마케팅인데."

잠깐의 침묵이 있었다. 포토그래퍼가 카메라를 들어 올리며 기다렸다. 루셀 스태프 한 명이 메모를 적다가 펜을 멈췄다. 서린은 자기 오른손이 허리 옆에 내려와 있다는 것을 의식했다. 도윤 쪽이었다. 손가락 끝이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먼저 내밀어야 하는 건지, 기다려야 하는 건지, 그 판단을 하는 데 이상하게 시간이 걸렸다.

도윤이 먼저 손을 들었다. 서린의 손등 위로 천천히 얹혔다. 손바닥이 아니라 손가락 끝이 먼저 닿았다. 차가웠다. 아니면 서린의 손이 더 차가웠는지 몰랐다. 어느 쪽이 더 긴장한 건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도윤의 손가락이 서린의 손가락 사이로 조금씩 맞물렸다. 억지로 잡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가볍게 얹은 것도 아니었다. 딱 그 중간 어딘가였다.

셔터 소리가 세 번 울렸다.

서린은 렌즈를 바라보면서 웃었다. 적당히 자연스럽게, 적당히 가볍게. 2년 넘게 위기관리 매니저로 일하면서 몸에 밴 표정이었다. 카메라 앞에서 이 정도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윤의 손이 자기 손을 감싸는 순간, 손가락이 더 깊게 맞물리는 순간, 서린의 눈이 렌즈에서 한 번 흔들렸다. 아주 짧게. 지민이 그걸 봤다. 포토그래퍼는 셔터를 네 번 더 눌렀다.

세션은 이십 분 만에 끝났다. 생각보다 짧았다. 루셀 스태프가 장비를 정리하는 동안 박준혁은 서린에게 다가와 결과물 공유 일정을 설명했다. 서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박준혁의 말을 들었다. 정확하게 들렸다. 하지만 동시에 손바닥에 남은 온도가 자꾸 거슬렸다. 이미 손을 놓은 지 십 분이 지났는데도.

도윤은 한쪽에서 지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민이 무언가를 설명하면서 태블릿을 들어 보였고, 도윤은 그것을 들여다보며 짧게 대답했다. 서린은 그 방향을 직접 보지 않았다. 박준혁의 말에 적당히 반응하면서 시선은 체크인 데스크 뒤쪽 키 보관함 쪽에 두었다. 거기 걸린 키 하나가 기울어져 있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나서 로비에는 서린과 도윤만 남았다. 지민은 루셀 스태프를 배웅하러 입구 쪽으로 갔고, 포토그래퍼는 삼각대를 챙기느라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사실상 둘만 있는 것과 같았다. 서린은 수첩을 꺼내려다 멈췄다. 뭔가를 하고 있어야 할 것 같았는데, 손이 먼저 멈췄다.

"손 많이 차더라."

도윤이 말했다.

서린은 잠깐 그 말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몰랐다. 핀잔인지 걱정인지 농담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도윤의 말투는 언제나 그랬다. 진심이 어디 있는지 바로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말했다.

"원래 차요."

서린이 말했다.

"알아."

도윤이 짧게 대답했다.

그 두 글자가 로비에 잠깐 남았다. 서린은 알아, 라는 말이 어디서 나온 건지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생각하면 이상한 데로 이어질 것 같았다. 대신 재킷 안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오늘 세션 관련 메모를 시작했다. 손이 움직이고 있으면 머릿속도 같이 움직이는 편이었다. 하지만 펜 끝이 종이 위에서 잠깐 멈췄다. 도윤이 아직 자리를 뜨지 않고 있었다.

"오늘 사진, 어떻게 나올 것 같아요?"

서린이 먼저 물었다. 수첩을 보면서 말했다. 도윤 쪽을 보지 않았다.

"모르겠어."

도윤이 말했다.

"자연스럽게 나왔으면 좋겠는데."

"자연스럽지 않았어요?"

"……글쎄."

도윤이 잠깐 뜸을 들였다.

"나는 모르겠고, 서린 씨는 어땠어요?"

서린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수첩에 날짜와 세션 진행 상황을 한 줄씩 적었다. 도윤이 더 기다리지 않고 주방 쪽으로 간다고 했다. 오늘 오후 루셀 연계 메뉴 초안을 한 번 더 검토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서린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했다. 도윤의 발소리가 복도 쪽으로 멀어지는 동안 서린은 수첩 마지막 줄에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쓸 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쓰면 안 되는 것 같아서였다.

지민이 다시 들어왔다. 입구 유리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박준혁 씨, 오늘 사진 서너 장 언론사에 바로 보낸다고 했어요."

지민이 말하며 태블릿을 서린 앞에 내밀었다.

"비공개 배포라고는 했는데, 매니저님 알고 계셨죠?"

"알았어."

서린이 태블릿을 훑었다.

"어떤 언론사인지 리스트 받았어?"

"그게 아직……"

지민이 말끝을 흐렸다.

"리스트 요청했는데 박준혁 씨가 내부 기준이라 공유가 어렵다고요."

서린이 수첩을 덮었다. 루셀이 사진 배포 경로를 직접 관리하겠다는 뜻이었다. 비공개 배포의 방향을 루셀이 쥐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루셀과 배성재 사이의 선이 아직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 서린은 그 생각들을 수첩 표지 위에 손바닥으로 누르며 잠시 가만히 있었다.

체크인 데스크 뒤쪽 키 보관함에서 기울어진 키 하나가 여전히 그대로였다. 아무도 바로잡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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