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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7화]

협(俠)이라는 이름의 올가미

작성: 2026.04.23 11:34 조회수: 24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가상의 무협 세계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입니다. 작중 등장하는 무술, 비급, 문파 체계 등은 모두 허구이며, 폭력 묘사는 장르적 관습 안에서 다루어집니다.

파서진 장날 오후는 언제나 늦게 끝났다. 소령은 취선객잔 처마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 시래기를 다듬고 있었다. 손가락이 거칠어진 것은 이제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지난 사흘 동안 파서진에 낯선 얼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행상 치고는 짐이 너무 가벼운 사내들, 저자 끝 주막에 하루 내내 앉아 술 한 사발만 시켜 놓고 골목 입구를 바라보는 자들. 소령은 시래기를 다듬으면서 그 숫자를 머릿속으로 세었다. 어제까지 셋, 오늘 아침에 둘이 더 늘었다.

"야, 한소령."

담여화가 약재 바구니를 옆구리에 낀 채 객잔 마당으로 걸어 들어왔다.

"저자 북쪽에 방문이 붙었어. 오방맹 문서래."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장날 소란 속에서도 낮게 유지하는 종류의 목소리였다. 소령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뭐라고 써 있어?" "청명문 잔당 색출. 관련 자 신고 시 포상." 담여화가 바구니를 내려놓으며 소령의 옆에 쪼그렸다. "청명문이 사파래. 웃기고 있어, 정말."

소령은 시래기 줄기 하나를 끊었다.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갔는지 줄기가 두 토막이 났다. 그는 그것을 바구니에 던져 넣고 다음 것을 집었다. 청명문 사파. 설리항이 쓰는 말이었다. 명분이 먼저고 칼은 나중이었다. 그 순서가 더 무서웠다.

팽노가 부엌 쪽에서 나왔다. 국자를 손에 들고 있었는데 소령을 보더니 잠깐 멈췄다가 아무 말 없이 돌아갔다. 옆구리 부상이 아직 다 아물지 않은 것은 걸음걸이에서 보였다. 보폭이 평소보다 좁았다. 팽노는 그 사실을 숨기는 데 꽤 공을 들이고 있었는데, 소령은 이제 그 숨김의 결을 거의 다 읽을 수 있었다.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차라리 더 불편했다.

막리연이 나타난 것은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는 처마 밑에 서서 방금 어딘가에서 뛰어온 듯 숨을 고르고 있었다. 소령이 올려다보자 막리연은 술병을 들어 보였다.

"한 잔 하러 왔냐는 얼굴 하지 마. 아니거든."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자 남쪽 곡물 창고에 사람들이 잡혀 있어. 열둘."

소령의 손이 멎었다. "오방맹?" "그 깃발 달고 있어. 근데 움직임은 혈사문이야. 섞어서 썼더라고."

소령은 시래기 바구니를 밀어 두고 일어섰다. 담여화가 그의 소매를 잡았다. 말은 하지 않았다. 그냥 잡았다. 소령은 그 손을 잠깐 내려다봤다가 천천히 빼냈다.

"인질이 누구야?"

막리연이 벽에 등을 기댔다.

"장날에 물건 팔러 나온 사람들. 노인 셋, 여자 둘, 나머지는 젊은 상인들이야. 무공 없는 사람들."

"요구 조건은?" "청명문 생존자가 직접 나오면 풀어주겠다고. 전령이 곧 여기 온다더라."

설리항의 방식이었다. 소령은 그것을 알았다. 칼을 들고 오는 법이 없었다. 언제나 선택지를 만들어 왔다. 그리고 그 선택지 중 하나는 언제나 무고한 사람이었다.

'협'

이 무엇인지 묻는 척하면서, 사실은 협을 무기로 쓰는 것이었다. 소령이 나서면 소령을 잡고. 소령이 나서지 않으면 소령이 협을 저버렸다는 명분을 얻고.

전령은 예고대로 왔다. 오방맹 복색을 하고 있었지만 눈빛이 달랐다. 훈련된 무인의 눈이었다. 그는 객잔 문 앞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청명문 잔당에게 전한다. 자시(子時) 안으로 곡물 창고 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인질 한 명씩 내보낸다. 발이 먼저 나온다."

그러고는 돌아섰다.

막리연이 팔짱을 꼈다.

"발이 먼저. 표현도 정성스럽네."

소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시까지는 두 시진이 남아 있었다. 창고 주변 포위망을 먼저 봐야 했다. 인질이 열둘이면 지키는 자는 최소 스무 명 이상일 것이었다. 막리연 혼자 뒤를 끊을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다. 팽노는 부상 중이었다. 담여화는 무공이 없었다. 그리고 소령 자신은 청명잔영검 6초식 이상을 쓰면 기맥이 돌아왔다.

"내가 가면 잡혀."

소령이 말했다. 혼자 하는 말 같았지만 막리연을 향하고 있었다.

"그래."

막리연이 짧게 답했다. "안 가면?" "인질 중 한 명이 먼저 다쳐." "가도 죽고 안 가도 죽는 구조야, 이거." 막리연이 천장을 올려다봤다. "설리항이 이십 년 넘게 이 방식으로 살았어. 익숙하지."

팽노가 부엌에서 나왔다. 이번에는 국자가 없었다. 그는 소령 앞에 서서 낮게 말했다.

"전령 눈빛 봤냐."

소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봤어."

"혈사문 객경이야. 윤채 밑에서 움직이는 놈이라는 거." 팽노의 목소리에 감정이 없었다. 그냥 사실이었다. "그 말은—" 소령이 멎었다. "윤채가 이 근처에 있다는 뜻이야." 팽노가 끝을 대신 맺었다.

담여화가 약재 바구니를 다시 들었다.

"나 창고 근처 가볼게."

소령이 고개를 들었다.

"안 돼."

"왜. 나 약재 팔러 가는 사람이잖아. 수상할 게 없잖아."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차분했다. 차분할 때 담여화는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소령은 잠깐 그녀를 봤다가 막리연을 봤다. 막리연이 어깨를 올렸다. "담 소저가 가면 포위망 숫자는 알 수 있어. 그게 첫째야." "위험해." "지금 창고 안 열두 명도 위험해."

소령은 입을 다물었다. 그것이 정확히 설리항이 만든 구조였다. 어디를 봐도 누군가 위험했다. 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상은 소령의 다리를 붙잡는 올가미였다. 그러나 올가미에는 반드시 줄이 있었다. 줄의 끝을 쥔 손이 있다는 뜻이었다. 소령은 그 손을 찾아야 했다. 자시 안에.

"창고 뒷벽."

소령이 말했다. 막리연이 눈을 가늘게 했다.

"창고 뒷벽이 저자 담장하고 붙어 있어. 담장 높이가 한 길 반이야. 인질들을 안에 가두려면 뒷벽 쪽은 경비를 얇게 둘 수밖에 없어. 도망칠 곳이 없다고 판단하니까."

막리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담장 너머가 뭔지 알아?" 소령이 막리연을 봤다. "약재 창고." 담여화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 집 약재 창고야."

세 사람 사이에 짧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소령은 담여화의 얼굴을 봤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약재 바구니를 들고 왔을 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소령은 그것이 고마우면서도 무거웠다. 또 한 명이었다. 또 한 명이 이 일에 발을 들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담여화의 눈빛은 소령의 그 표정을 이미 읽고 있었다.

"미안하다는 말 하려고 했지?"

그녀가 먼저 말했다.

"하지 마. 나는 내가 결정한 거야."

막리연이 술병 마개를 닫았다. 마시지 않았다. 그게 오늘 밤 그가 보낸 첫 번째 신호였다.

"자시까지 두 시진. 담 소저는 지금 출발해서 창고 뒷담 구조 확인. 나는 전령 뒤를 밟아서 윤채가 어디 있는지 잡아. 소령이는—"

그가 소령을 봤다.

"아직 나타나지 마. 네 얼굴이 나오는 건 마지막이야."

소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그 말이 남아 있었다.

팽노가 부엌으로 돌아가면서 한마디 했다.

"밥 먹고 가."

아무도 웃지 않았다. 그러나 담여화가 바구니를 내려놓으며 "진짜요?" 하고 물었고, 팽노가 "그래" 하고 답했다. 소령은 그 짧은 교환을 들으며 부뚜막 앞에 앉았다. 자시까지 두 시진. 배가 고파서 움직이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했다. 그것만은 팽노의 말이 맞았다.

그러나 국밥 그릇을 받아 들면서 소령은 전령의 눈빛을 다시 떠올렸다. 혈사문 객경. 윤채 밑에서 움직이는 자. 설리항이 직접 지시를 내렸다면 이 작전의 규모는 파서진 하나로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인질은 미끼였다. 진짜 목적은 소령이 스스로 걸어 나오는 것, 그리고 그 얼굴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소령은 숟가락을 들었다. 국물이 뜨거웠다. 혀가 데었다. 그는 개의치 않고 삼켰다. 뜨거운 것에 익숙해지는 데는 3년이 걸렸다. 올가미를 끊는 데는 오늘 밤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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