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장사가 끝난 객잔은 언제나 이 시간이 제일 조용했다. 담소하는 카운터 안쪽에 서서 행주로 탁자를 닦고 있었다. 어젯밤 연비화가 앉았던 자리였다. 나뭇결 위에 찻잔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것을 닦으면서 담소하는 생각했다. 하룻밤의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그 시간이 지금 어디쯤 흘러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문이 열린 것은 그때였다. 경첩 소리가 나기 전에 먼저 바람이 들어왔다. 담소하는 행주를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카운터 너머로 보이는 실루엣은 분명 형이었다. 삿갓은 쓰지 않았고, 검집이 왼쪽 어깨 아래로 비스듬히 내려와 있었다. 평소와 다른 각도였다. 어딘가에서 뛰었거나, 아니면 오래 걸었거나. 담소하는 그 각도를 눈에 담아 두었다. 신발 밑창에 흙이 붉었다. 성 밖 쪽 흙이었다.
"소하야."
노경천이 먼저 말했다.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그러나 담소하는 그 부드러움이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 요즘 자꾸 생각하게 되었다. 형은 웃고 있었다. 사흘 동안 어디 있었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담소하는 삼켰다. 먼저 앉게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서서 받는 대답과 앉아서 받는 대답은 달랐다.
"밥은 드셨습니까."
노경천은 담소하의 말에 살짝 눈을 좁혔다가 다시 편 표정을 했다.
"형을 사흘 만에 보는데 밥 타령이냐."
그러면서 스스로 의자를 빼 앉았다. 담소하는 부엌 쪽으로 들어가 찬밥 한 그릇과 절인 채소를 들고 나왔다. 묘련은 마침 그 자리에 없었다. 장 보러 나갔다고 했지만 담소하는 확신하지 못했다. 어제 연비화와 나눈 대화 이후로 묘련의 기색이 미묘하게 달라진 느낌이었다. 말이 줄었고, 담소하의 얼굴을 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노경천은 밥을 두 숟가락 뜨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형이 할 말이 있어."
그 말이 나오자 담소하는 행주를 카운터 위에 올려두었다. 앉지 않았다. 서 있는 편이 더 잘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형이 스스로 꺼내는 말이라면, 그것이 어떤 말이든 담소하가 먼저 자리를 잡아서는 안 됐다.
"멸문의 밤 말이야."
노경천은 탁자 위 나뭇결을 손끝으로 천천히 짚으며 말을 이었다.
"형이 먼저 나왔다는 거, 알고 있었지?"
담소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몰랐다. 불길 속에서 혼자 빠져나오고, 형을 한참 찾다가 며칠 뒤에 흔적도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담소하는 형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 뒤에 형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처음 든 감정이 반가움이었는지 원망이었는지는 지금도 확실하지 않았다. 그 불확실함이 지금도 가슴 어딘가에 재처럼 남아 있었다.
"사부님이 보내셨어."
노경천이 말했다.
"뒷문 쪽으로 나가서 애들 데리고 피하라고. 형이 먼저 도착해서 길을 열면, 사부님이 뒤에서 막아주시기로 했었어."
그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근데 애들이 오지 않았어. 형이 기다렸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어."
담소하의 손이 카운터 모서리를 꽉 쥐었다. 나무 모서리가 손바닥에 박혔다. 그것이 형이 먼저 탈출한 이유였다. 사부의 명령. 길을 열기 위한 선발대. 그 설명은 맞았다. 그리고 맞기 때문에 더 불편했다. 형이 겁쟁이여서 먼저 도망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담소하가 형을 향해 오래 품어온 그 불편한 감정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담소하는 숨을 한 번 내쉬고 물었다.
"사부님이 형을 먼저 내보낸 이유가 그것뿐이었습니까."
노경천이 눈을 들었다. 그 눈빛이 찰나 흔들렸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담소하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형의 눈이 흔들리는 것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노경천은 이내 미소를 되찾았다.
"사부님이 비급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어. 형이 먼저 나가서 비급 전반부의 행방을 추적하라고."
그것이 전부였다. 담소하는 알 수 있었다. 형이 하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다. 그러나 거짓이 아니라는 것이 전부라는 뜻은 아니었다. 사부가 형을 내보낸 데에 비급 말고 다른 이유가 있었다면, 형은 그 부분을 입 밖에 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연비화가 했던 말이 귓속에서 다시 울렸다. 형이 남궁현과 접촉했다는 말. 담소하는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형의 눈에 난 빈자리가 그 말을 조용히 가리키고 있었다.
"형."
담소하는 조용히 불렀다.
"형은 남궁세가 사람을 만난 적 있습니까."
정적이 한 박자 깔렸다. 노경천은 젓가락을 다시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그 동작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어색했다.
"왜 그런 걸 물어?"
"연비화가 왔었습니다."
담소하는 직접 말했다.
"형이 남궁현과 접촉했다고 했습니다."
노경천은 웃지 않았다. 이번에는 웃음이 없었다. 그 자리에 대신 찾아온 것은 담소하가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피로도 아니고 분노도 아니었다. 무언가를 오래 참아온 사람이 더 이상 참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짓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형은 결국 그것을 참았다. 담소하는 그 참음의 무게를 보았다.
"그 여자 말을 믿어?"
형이 물었다.
"아직은 모릅니다."
담소하가 답했다.
"그러니까 형한테 직접 묻는 겁니다."
노경천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밖에서 바람이 지나갔다. 객잔 처마에 매달린 작은 방울이 두 번 흔들렸다. 담소하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형의 얼굴을 보았다. 형은 탁자 위 찻잔을 손가락으로 감싸고 있었다. 차가 식어 있었다. 형이 들어온 뒤로 아무도 새 차를 내오지 않았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 이 자리의 온도를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형이 입을 열었을 때, 그 목소리는 아까보다 낮았다.
"소하야. 형이 하는 일은 다 청문을 되살리기 위한 거야. 그거 하나만 믿어줘."
만났다는 말도, 만나지 않았다는 말도 아니었다. 담소하는 그 대답을 오래 바라보았다. 형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담소하를 아끼는 것은 진짜였다. 그러나 그 아낌이 전부를 말해주지는 않는다는 것도,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해졌다. 사랑받는다는 것과 진실을 듣는다는 것이 같은 말이 아닐 수 있다는 것. 담소하는 그 생각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이는 것 외에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때 뒷문이 열렸다. 묘련이 빈 바구니를 들고 돌아왔다. 장을 보러 갔다면 바구니가 비어 있을 리 없었다. 담소하는 그것을 보았고, 묘련은 담소하의 눈길을 한 번 받더니 조용히 부엌 쪽으로 들어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발소리도 없었다. 그 침묵이 이상하게 단단했다. 담소하는 묘련의 뒷모습을 잠깐 따라갔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노경천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식은 차였다.
"연비화. 그 여자 지금 어디 있어?"
담소하는 잠깐 생각했다. 어젯밤 하룻밤의 시간을 달라고 했을 때, 연비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아침까지는 있겠다고 했다. 지금쯤 어디 있는지는 담소하도 몰랐다. 몰랐고, 그것이 조금 불편했다.
"모릅니다."
짧게 답했다.
형이 찻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 도자기가 나무 탁자에 닿는 소리는 조용했지만 담소하의 귀에는 또렷했다. 노경천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검집을 다시 고쳐 맸다. 그 동작이 익숙하고 빠른 것이 오히려 낯설었다. 형이 떠날 준비를 하고 왔다는 뜻이었다. 처음부터.
"연비화를 만나거든 형한테 먼저 알려줘."
형은 그 말을 남기고 문을 나섰다. 부탁하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담소하는 그 말이 부탁인지 경고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문이 닫히고 나서도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형의 신발 밑창에서 떨어진 붉은 흙이 문 앞에 조금 남아 있었다. 성 밖 쪽 흙이었다. 담소하는 그것을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행주를 집어 들었다. 닦지는 않았다. 그냥 손에 쥐고 있었다.
형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담소하를 아끼는 것은 진짜였다. 그러나 그 아낌이 전부를 말해주지는 않는다는 것도,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해졌다. 형이 틀린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감각. 그것이 가슴속 어딘가에 아주 작고 차가운 돌멩이 하나를 남겼다. 뽑아낼 수도, 내려놓을 수도 없는 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