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성 안쪽 골목에 있는 숙소는 지붕이 낮고 창이 작았다. 서진해가 빌린 방은 그중에서도 제일 안쪽이었는데, 문을 열면 맞은편 벽이 두 걸음이었다. 이불은 낡았고, 등잔 심지는 기름이 반쯤 남아 있었다. 그는 보따리를 내려놓으며 어깨뼈가 당기는 것을 느꼈다. 운주성까지 오는 사흘 동안 하루도 편히 자지 못한 탓이었다. 몸 안에 쌓인 피로가 뼈 속에 깔린 것처럼 무거웠다.
담소령이 옆방 문을 두드렸다. 두드리는 게 아니라 쾅쾅 치는 것에 가까웠다.
"밥 먹을 거야? 아래층에 죽 파는 데 있다는데. 안 먹으면 나 혼자 간다."
"먼저 가시지요."
"…'먼저 가시지요'는 또 뭐야. 밥도 혼자 먹어? 이상한 사람."
그녀는 뭔가 더 말하려다 멈추었다. 발소리가 멀어졌다.
서진해는 그 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비로소 앉았다. 품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심결은 거기에 있었다. 얇은 비단 위에 먹물이 가느다랗게 새겨진 것. 사부의 손 냄새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손바닥에 닿는 감촉만큼은 처음 받았던 날과 똑같았다. 그는 잠시 그것을 손에 쥔 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창밖에서 운주성의 저자 소음이 낮게 밀려왔다가 빠져나갔다.
그는 후반부를 펼쳤다.
앞부분은 이미 세 초식을 익혔다. 처음 세 초식은 내공이 흐르는 방향이 몸 안쪽으로 향해 있었다. 자신을 가라앉히고 흐름을 정리하는 결이었다. 사부가 그것을 먼저 가르친 이유를 그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내가 고요하지 않으면 검이 먼저 움직인다는 것. 그것은 말이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순서였다.
그런데 후반부는 달랐다. 문자들이 처음에는 낯설어 읽히지 않았다. 그러다 눈이 익어가면서 한 구절씩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선명해질수록 등줄기에 서늘한 기운이 돋았다. 초식의 흐름이 바깥으로만 향해 있었다. 내공이 사지 끝으로 몰리고, 검에 집중되고, 충격이 최대화되는 방식이었다. 세 초식이 '멈추는 법'이었다면, 후반부는 '터뜨리는 법'이었다.
서진해는 심결을 접지 않은 채 일어나 방 한가운데 섰다. 무릎을 반 뼘쯤 굽히고, 오른손을 허리 옆에 붙였다. 검이 없었다. 그래도 손이 기억하는 대로 움직이게 두었다. 후반부 첫 구절에서 말하는 흐름을 따라 내공을 손끝으로 밀어 보았다. 그것은 지나치게 쉽게 흘렀다. 막힘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불안했다. 물길이 갑자기 트일 때처럼, 흐름이 멈추려 하지 않았다.
그는 즉시 멈췄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내공이 아직 손가락 마디 안에 남아 있는 것이 느껴졌는데, 그것이 스스로 가라앉지 않았다. 그는 숨을 고르고 전반부 첫 구절을 떠올렸다. 안으로 거두어라. 그 구절을 억지로 끌어다 붙이자 겨우 흐름이 잦아들었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 있었다. 그는 손을 쥐었다가 펴며 방바닥에 내려앉았다. 무릎 위에 심결을 올려놓고 다시 들여다보았다.
문자들 사이에 빠진 것이 있었다. 아니, 빠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없었다. 전반부 세 초식에는 각 초식 사이마다 짧은 주석이 달려 있었다. 숨을 고르는 순서, 내공을 안으로 거두는 방법,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가 이미 쓰러져 있으면 멈추어라'는 구절이 있었다. 후반부에는 그것이 없었다. 흐름이 한번 시작되면 끝을 향해 내달리는 구조였다. 서진해는 그 자리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사부가 후반부를 가르치지 않은 것이 이것 때문이었는가. 잔화심결은 전반부만으로도 능히 강한 검이 된다. 그러나 후반부가 붙으면 검이 아니라 도구가 된다. 사람을 지키는 검이 아니라, 무언가를 부수는 도구. 그리고 그 도구를 쓰는 사람이 어느 시점에서 스스로를 멈출 수 없게 된다면. 그 다음은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생각은 이미 거기까지 가 있었다.
그때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담소령이 돌아온 것이었다.
"혼자 있으면 뭔가 나쁜 거 하고 있더라. 이유는 모르겠는데 경험상 그렇거든?"
그녀는 문을 열며 죽 사발 두 개를 들고 들어왔다. 한 개는 제법 그럴싸하게 들고 있었고, 나머지 하나는 거의 팔꿈치로 끼운 것에 가까웠다. 서진해의 손에 있는 심결을 보자 잠깐 멈췄다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사발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얼굴이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얼굴이라는 것을, 서진해는 이제 조금 알아볼 수 있었다.
"후반부?"
"…봤습니다."
"그래서."
서진해는 대답하지 않았다. 담소령은 사발 옆에 앉아 죽을 한 술 떠먹었다. 뜨거운지 혀를 내밀었다가 도로 집어넣는 모습이 어딘가 우스웠지만, 그는 웃지 않았다. 웃을 수가 없었다. 손끝의 감각이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손가락 마디를 감싸는 미세한 떨림이 죽 사발을 잡기도 전에 먼저 느껴졌다.
"어머니 약첩."
서진해가 말했다.
"지난번에 찢어서 주신 것 말고, 나머지 부분에 후반부에 없는 내용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담소령의 숟가락이 멈췄다.
"무슨 내용."
"멈추는 법."
서진해는 심결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 흐름은 한번 시작하면 스스로 끊기지 않습니다. 전반부에는 각 초식마다 안으로 거두는 구절이 있었는데, 후반부에는 그게 없어요. 사부가 의술 편을 따로 만들었다면, 그것은 검결을 보완하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치료가 아니라."
그는 잠깐 멈췄다가 이었다. "제어."
담소령은 죽사발을 내려놓았다. 약첩을 꺼내는 손이 조금 빨라졌다. 그녀가 남은 쪽을 펼쳤을 때,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등잔 불빛 아래 약첩의 문자들이 가느다랗게 빛났다. 담소령의 눈이 줄을 따라가다가 한 곳에서 멈추었다.
"…여기."
그녀가 가리킨 쪽에는 약재 이름이 아니라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서진해가 몸을 기울여 읽었다. 기운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한 호흡 안으로 되돌려라. 그렇지 않으면 검이 사람을 잊는다. 문장은 짧았다. 그러나 그것이 빠져 있었기 때문에 후반부 전체가 칼날만 남은 것이었다.
그것이 빠진 이유였다. 의술 편이 없으면 잔화심결 후반부는 완성되지 않는다. 반대로 의술 편만으로는 심결의 흐름을 탈 수 없다. 두 조각이 맞물려야 비로소 온전한 것이 된다. 녹담자가 그것을 나누어 둔 것이, 그리고 약첩이 담소령의 어머니에게 전해진 것이, 이제야 하나의 선이 되어 이어졌다.
"사부가 일부러 쪼갰구나."
담소령이 낮게 말했다. 혼잣말에 가까웠다. 그녀는 약첩을 손에 쥔 채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이것을 들고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 그 무게를 지금 처음으로 실감하는 얼굴이었다. 서진해는 그 얼굴을 보지 않으려 했지만 시선이 머물렀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다만 손가락이 약첩 모서리를 꽉 쥐고 있었다.
서진해는 심결과 약첩을 나란히 바닥에 놓았다. 두 갈래라고 생각했던 길이 사실은 하나였다. 복수의 검도, 증언의 검도 아니라, 멈출 줄 아는 검. 사부가 원한 것은 그것이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검을 온전히 쓰려면, 두 조각을 함께 들고 나서야 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서진해는 이미 알고 있었다. 청문파 제자라는 이름을 꺼내야 한다는 것. 지금까지 숨겨 온 것을 스스로 드러내야 한다는 것. 이름 하나를 꺼내는 일이 그토록 무거운 적이 없었다.
그는 오래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담소령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죽이 식어 가는 소리만 방 안에 남았다. 창밖에서 운주성의 밤바람이 낮게 지나갔고, 서진해는 그 소리 속에서 윤세하가 내일 다시 꺼낼 질문을 생각했다. 사형은 이 두 조각이 합쳐진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까. 알고 있다면, 왜 먼저 말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만약 알고 있었다면, 담소령에게 처음 다가선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는 뜻이 된다. 그 생각이 가슴 한쪽에 걸리는 순간, 서진해는 식은 죽 사발을 들었다. 한 술 떴다.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