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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5화]

규칙이 흔들리는 건 외부 때문이 아니다

작성: 2026.04.11 23:45 조회수: 107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컵라면은 다섯 개였다.

정확히는 새벽 첫 점검 때 응급실 안에서 확인한 수량이 다섯 개였다. 세온은 처치대 위 장부에서 그 숫자를 지우지 않았다. 대신 바로 아래 줄에 새 항목을 적었다.

1층 탕비실 추가 발견, 밀봉 일곱 개.

현재 총 열두 개.

정윤호와 강태민이 함께 내려가 가져왔고, 두 사람이 같은 수량을 확인했다. 숫자가 바뀐 이유와 시각, 확인한 사람을 나란히 적으니 어제의 다섯과 오늘의 열둘이 모순이 아니라 이동 경로가 됐다.

에너지바는 열한 개, 생수는 열두 리터. 지하 급수관에서는 물이 나왔지만 안전한지 검사할 방법이 없었다. 유리는 냄새와 색만으로 마실 수 있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밀봉 생수를 환자와 음용에 우선하고, 급수관 물은 손 씻기와 청소용으로 따로 표시했다. 끓이는 것만으로 모든 오염 위험이 사라진다고 장담할 수도 없었다.

열원은 소형 부탄 카트리지 네 개였다. 비상 발전기는 형광등 하나와 의료 장비 콘센트 두 개를 간신히 버텼다. 환기 상태가 확인되지 않은 실내에서 불을 계속 쓰는 것도 위험해서, 조리는 환기 가능한 탕비실 입구에서 두 사람이 지켜보는 동안만 하기로 했다.

세온은 장부 왼쪽에 사람을 썼다.

이동 가능 여섯. 이동 곤란 환자 둘. 총 여덟.

오른쪽에는 자원을 썼다.

컵라면 열둘, 에너지바 열하나, 밀봉 생수 열두 리터, 부탄 네 개. 산소통은 사용 중 하나와 창고에서 추가 확인한 예비 하나. 정확한 사용 가능 시간은 유량과 압력계 상태 때문에 미확정.

“아침부터 하나씩 먹으면 되지 않나요?”

오도혁이 컵라면 하나를 집었다.

세온은 손목을 잡지 않았다. 대신 장부를 그의 쪽으로 밀었다.

“배급 전 수량 확인부터요. 환자 섭취 가능 여부는 유리 씨가 따로 봅니다. 이동 당번은 소비량이 달라질 수 있고요.”

“굶어 죽을 순서 정하는 거네.”

“아니요. 다음 점검 때 왜 숫자가 줄었는지 설명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태민이 벽에서 등을 떼며 말했다.

“나는 이동 당번 아니면 나머지.”

“지금은 모두 미정입니다.”

도혁은 용기를 내려놓았다. 수긍한 얼굴은 아니었다. 지금 규칙을 깨는 편보다 규칙의 구멍을 보는 편을 택한 얼굴이었다.

차유리는 중증 환자 두 명을 확인한 뒤 별도 약품표를 가져왔다.

“항생제 남은 양부터 말할게요.”

세온이 고개를 들었다.

“오늘 안에 더 구해야 합니까?”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유리가 잘랐다. “열이 있다고 무조건 항생제를 쓰는 것도 아니고, 종류와 투여 경로, 알레르기, 감염 원인을 확인하지 못하면 해가 될 수 있어요. 여기서는 처방을 새로 만들 수 없고, 기존 처방과 투약 기록이 확인되는 환자만 범위 안에서 이어 갈 수 있어요.”

유리는 ‘항생제 부족’ 대신 ‘기존 처방 확인 필요, 드레싱 물품 부족, 산소 공급 불안정’이라고 적었다. 약국 이동 목적도 특정 약을 쓸어 오는 일이 아니라, 환자 기록과 밀봉된 응급 물품을 확인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약국은 두 블록이에요.”

세온이 말했다.

“두 블록이라는 말이 지금은 거리 정보가 아닙니다. 봉쇄선이 틀렸고 서비스 통로에는 누가 오간 흔적이 있어요.”

하린이 태블릿을 들었다. 전날 저장본과 당일 캐시 화면을 나란히 놓자 병원 동쪽 도로 하나가 사라져 있었다.

“좌표가 바뀐 건 맞아요. 누가, 왜 바꿨는지는 몰라요. 서버 시각도 신뢰 못 하고요.”

“원본 둘 다 보관해.”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블릿 하나에만 두지 않고 메모리 카드에도 복사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모든 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지금 가진 것은 끊기기 전 캐시와 일부 공개 로그뿐이었다.

정윤호는 창가 벽에 기대 손바닥을 손톱으로 긁고 있었다. 세온이 다가가자 손을 폈다. 아무것도 없었다.

“약국은 동쪽으로 가면 안 됩니다.”

“이유요.”

“구청 문건에서 본 기억입니다. 큰 도로 쪽 통제 우선순위가 달랐어요.”

“기억이 확실합니까?”

윤호는 한참 뒤 고개를 저었다.

“확실하다고는 못 하겠습니다.”

세온은 그 대답까지 장부에 적었다. ‘동쪽 위험 가능성—윤호 기억, 원문 미확인.’ 느낌이라는 말로 덮는 것보다 나았다.

오후, 세온과 태민은 서비스 통로를 다시 확인했다. 윤활유 자국은 셔터에서 통로 꺾임 직전까지 이어져 있었다. 무거운 바퀴가 지나간 흔적처럼 보였지만 둘은 추정이라고 표시했다. 장갑을 끼고 사진을 남겼으며 냄새를 맡거나 맨손으로 만지지 않았다. 정체불명의 오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응급실로 돌아왔을 때 여섯 사람은 각자 한 용기씩 먹었다. 환자 둘은 유리가 상태와 삼킴 가능 여부를 보고 다른 식이를 나눴다. 컵라면 여섯 개가 남았고, 에너지바와 물은 그대로였다.

세온은 장부 끝에 적었다.

먹은 사람 여섯, 남은 컵라면 여섯. 환자 둘 별도. 총원 여덟 변동 없음.

규칙은 선언할 때보다 숫자가 줄어든 이유를 설명할 때 무거워졌다. 하지만 세온은 통로 사진을 다시 보며 알았다. 안에서 숫자를 맞추는 동안 밖에서는 이미 누군가가 자기 장부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식사가 끝난 뒤 유리는 빈 용기를 한곳에 겹치지 않았다. 누가 먹었는지 확인할 때까지 여섯 자리에 하나씩 놓아 두었다. 도혁이 자기 용기를 먼저 구기려 하자 태민이 손을 뻗어 막았다.

“쓰레기까지 세게?”

“지금은 쓰레기가 소비 기록이야.”

도혁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용기를 내려놓았다. 하린이 여섯 용기를 사진으로 남기고 시각을 적었다. 세온은 그제야 빈 용기를 모았다. 절차는 번거로웠지만 누군가 몰래 하나를 더 먹었다는 의심이 생기는 것보다 짧았다.

다리 부상 환자는 라면 냄새를 맡고도 고개를 저었다. 메스꺼움이 있다고 했다. 유리는 억지로 먹이지 않고 밀봉 생수를 조금씩 나눠 주며 반응을 봤다. 복부 수술 환자에게도 같은 식사를 배급하지 않았다. 여섯 사람이 먹었다는 기록과 환자 둘의 영양 상태는 다른 칸에 남았다.

“공평하게 나누는 게 같은 걸 주는 건 아니네요.”

하린이 말했다.

유리가 빈 수액 포장지를 접으며 답했다.

“상태가 다른데 똑같이 주면 그게 더 위험할 수도 있어. 대신 왜 다르게 했는지는 남겨야지.”

세온은 그 말을 배급 원장 윗줄에 옮겼다. 차등은 근거와 재확인 시각을 함께 쓴다.

오후 점검에서는 카트리지 네 개의 밀봉 상태도 달랐다. 두 개는 새것이었고 하나는 녹이 슬었으며, 하나는 연결 흔적이 있었다. 단순히 ‘네 개’라고 쓰면 모두 같은 자원처럼 보였다. 태민은 겉면만 확인하고 누출 여부가 의심되는 두 개를 환기되는 곳에 분리했다. 실제 사용 가능 수량은 점검 전까지 두 개 이상이라고 장담하지 않았다.

윤호가 말했다.

“문건에는 병원 지하에 더 큰 연료 저장고가 있었습니다.”

“직접 본 적은요?”

“없습니다.”

“그러면 위치 후보로만 적겠습니다.”

세온이 답하자 윤호의 입술이 굳었다. 그는 자기 말이 권한을 잃은 것처럼 느끼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 직접 장부 아래에 ‘구청 문건 기억, 원본 없음’이라고 썼다.

그 순간 작은 변화가 생겼다. 윤호의 정보는 명령이 아니라 검증할 단서가 되었고, 다른 사람들은 믿거나 버리는 대신 확인 순서를 정할 수 있었다.

태민은 서비스 통로 자국의 너비를 손전등 손잡이로 재고 사진에 기준물을 함께 놓았다. 세온은 통로에 들어간 시각과 나온 시각을 적었다. 둘이 돌아오자 하린이 장부의 총원을 다시 불렀다.

“세온, 태민 돌아옴. 이동 가능 여섯. 환자 둘. 총 여덟.”

목소리는 작았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밖의 누군가가 물자를 옮긴 흔적과 안의 누군가가 정보를 숨기는 징후가 같은 통로에서 만났다. 세온은 이제 자원 원장이 단순한 배급표가 아니라 사람의 말이 어긋나는 지점을 찾는 지도라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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