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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7화]

차진혁의 오전

작성: 2026.04.07 00:29 조회수: 38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보험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며 실제 상품 추천이나 보장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수요일 오전 여덟 시 오십 분이었다.

서하는 출근하자마자 민주 씨 서류 파일부터 열었다. 진단서 사본, 수리 견적서, 접수 확인증. 세 장이 맞는지 한 번 더 세었다. 세 장이 맞았다. 그런데도 한 번 더 셌다. 오전 중으로 접수하라는 도윤의 말이 어제오늘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되고 있었다. 오후가 아니라 오전. 도윤이 '오전 중'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방식은 단순한 지시가 아니라 어떤 계산이 들어간 말처럼 들렸는데, 서하는 그게 뭔지 아직 몰랐다. 서류 모서리가 조금 눅눅했다. 어젯밤 비가 왔고, 가방 안에서 뭔가가 새어든 모양이었다. 서하는 손끝으로 그 감촉을 느끼면서 파일을 책상 위에 반듯하게 놓았다.

"윤서하 씨, 오늘 점심 뭐예요."

지우가 자기 자리에서 모니터도 안 보고 말했다. 아침부터 점심 얘기를 꺼내는 사람은 팀에서 지우밖에 없었다.

"아직 아홉 시도 안 됐는데요."

"아홉 시 되면 점심 메뉴 정하기엔 늦어. 나는 최소 두 시간 전에는 마음을 정해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거든."

서하는 대꾸 대신 파일을 덮었다. 지우가 농담처럼 말했지만, 오늘따라 그 농담이 평소보다 조금 더 힘겹게 들렸다. 공기가 달랐다. 사무실 형광등은 어제랑 같은 각도로 책상을 비추고 있었고, 복도에서 흘러드는 커피 탄 냄새도 어제랑 다를 게 없었는데, 뭔가 달랐다. 서하는 그 이유를 딱 집어낼 수가 없어서 그냥 화면을 켰다.

그때였다. 엘리베이터 쪽에서 구두 소리가 났다. 팀장 오승우 것보다 훨씬 단단하고 균일한 소리였다. 서하는 고개를 들었다. 차진혁 수석이 걸어오고 있었다.

혼자였다. 비서도 없고 수첩도 없었다.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채 팀 자리 쪽으로 직선으로 걸어왔는데, 그 걸음이 어딘가 이상했다. 확인하러 온 사람의 걸음이 아니라 이미 다 알고 온 사람의 걸음이었다. 서하는 자기도 모르게 파일 위에 손을 얹었다.

도윤이 일어났다. 서하도 반사적으로 일어나려다 멈췄다. 지우는 그대로 앉아 있었는데, 모니터를 보는 척하면서 눈만 천천히 움직이는 게 보였다. 팀 자리 전체가 0.5초 단위로 조용해지는 것 같았다.

"강 심사역."

차진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인사가 아니었다. 이름 뒤에 말이 더 이어지지 않아서 오히려 더 무거웠다.

"수석님."

도윤이 짧게 답했다. 두 사람 사이에 몇 초가 흘렀다. 서하는 파일 위에 손을 얹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지우도 마찬가지였다. 복도 끝에서 프린터 돌아가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그 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느껴졌다.

"소송 건 보고서, 목요일 오전까지 내 쪽으로 올려요. 상무 보고 전에 내가 먼저 봐야 하니까."

"박 상무님께 직접 드리기로 되어 있습니다."

도윤의 목소리는 변하지 않았다. 높아지지도, 낮아지지도 않았다. 서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등 뒤가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틀린 말이 아닌데 왜 이렇게 긴장이 오는 걸까. 차진혁이 잠깐 도윤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작게, 거의 표정이 변하지 않는 수준으로 입꼬리를 움직였다. 웃음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되는 표정이었다.

"그렇군요."

딱 두 글자였다. 그게 다였다. 차진혁은 돌아섰다. 왔던 방향으로 다시 걸어가면서 서하 자리 쪽을 힐끔 봤는데, 서하는 그 시선과 딱 눈이 마주쳤다. 0.5초 정도. 차진혁은 표정 없이 시선을 거뒀다. 구두 소리가 멀어졌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팀 자리는 한동안 조용했다. 지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방금 그게 경고예요, 아니면 인사예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도윤은 이미 자리에 앉아 화면을 보고 있었고, 서하는 파일을 다시 펼치는 척하면서 손이 조금 떨리는 걸 느꼈다. 민주 씨 진단서 사본이 맨 위에 있었다. 서하는 그것부터 집었다. 손끝에 다시 그 눅눅한 감촉이 왔다.

오전 열 시, 서하는 접수 창구에 서류를 냈다. 담당자가 서류를 훑어보고 스탬프를 찍었다. 딸깍. 소리 하나였는데, 그게 오늘 아침에 들은 소리 중 제일 또렷하게 느껴졌다. 영수증을 건네받아 파일에 끼우고 자리로 돌아왔다. 복도를 걸으면서 서하는 시계를 봤다. 열 시 사 분이었다.

도윤이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됐어?"

"네."

"시간은."

"열 시 사 분이요."

도윤이 뭔가를 메모했다. 볼펜이 종이를 긁는 소리가 짧게 났다. 뭘 메모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서하는 그 메모가 민주 씨 접수 시각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물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묻지 않았다. 도윤이 먼저 말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그 이유를 지금 당장 알 수 없다는 것도 서하는 알고 있었다.

점심 무렵 지우가 서하 자리로 왔다. 의자를 끌어당기지 않고 서서 낮게 말했다.

"아침에 차 수석, 나한테 왔었어. 네가 자리 비운 사이에."

서하가 고개를 들었다.

"뭐라고요."

"소송 건 배당 이력 확인했냐고. 담당자 로그 포함해서."

"그걸 왜 수석님이 직접……."

"그러니까. 나도 그게 이상해서."

지우가 잠깐 복도 쪽을 봤다.

"대답은 했어. 이력 확인 중이라고. 근데 수석이 그 대답을 듣고 나서 하는 말이, 로그 공백은 시스템 오류로 처리됐다고 위에서 정리됐다는 거야."

서하는 잠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위에서 정리됐다는 게 무슨……."

"윤서하 씨."

지우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반 톤 낮아졌다.

"그 공백, 우리 팀에서 파고 있잖아. 근데 수석이 그걸 알고 있어. 그리고 이미 결론을 내려 놨어."

서하는 손 안에 있던 볼펜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로그 공백이 시스템 오류로 정리됐다는 말이 귀 안에서 한 번 더 울렸다. 오류라면 조용히 수정하면 된다. 그런데 수석이 직접 내려와서 그 말을 지우에게 한다는 건, 정리가 아니라 봉인이었다. 지우가 자리로 돌아갔다. 서하는 화면을 보는 채로 잠깐 멈췄다.

도윤은 오전 내내 전화를 두 통 받았고 두 통 다 짧게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서하 쪽을 본 적은 없었다. 서하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도윤이 지금 무엇을 계산하고 있는지 가늠해 보려 했다. 잘 되지 않았다. 보고서 경로, 접수 시각, 로그 공백. 세 가지가 머릿속에서 따로따로 떠다니다가 연결이 될 것 같으면서 안 됐다.

퇴근 전, 서하는 화장실에서 잠깐 거울을 봤다. 눈 밑이 거무스름했다. 핸드폰을 꺼내서 화면을 켰다가 껐다. 아버지 이름이 부재중 목록 맨 위에 여전히 있었다. 서하는 다시 화면을 껐다. 콜백을 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오늘도 못 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거울 속 얼굴이 그 두 가지를 다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복도에서 도윤이 반대쪽에서 걸어왔다. 두 사람은 중간쯤에서 마주쳤다. 복도 조명이 도윤의 얼굴 한쪽을 조금 어둡게 만들었다. 도윤이 먼저 말했다.

"내일 박 상무님 보고 있어. 소송 건."

"알고 있습니다."

"차 수석이 먼저 보자고 하면 거절해."

서하가 잠깐 멈췄다. 도윤은 이미 지나쳐 가고 있었다. 거절하라는 말. 그 말이 지시인지 보호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다만 도윤이 그 말을 복도 한가운데서 조용히 남기고 간 건, 어쩌면 이것이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라는 뜻일지도 몰랐다. 서하는 도윤의 뒷모습이 꺾여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복도 끝 자판기에서 캔 하나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둔탁하고 또렷한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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