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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9화]

질문 하나로 달라진 공기

작성: 2026.04.06 23:56 조회수: 3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보험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며 실제 상품 추천이나 보장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화요일 아침, 현우는 책상 앞에 앉아 한참 동안 전화기를 내려다봤다.

박은주 씨의 이름이 화면 위에 떠 있었다. 통화 버튼까지 손가락이 닿았다가 다시 내려왔다. 세 번째였다. 어제 받아둔 보험사 회신 메일은 이미 열어봤고, 추가 심사 사유도 확인했다. 당뇨 외에 혈압약 복용 이력이 걸렸다는 내용이었다. 설명할 수 있는 범위 안의 일이었다. 그런데 첫 문장이 계속 떠오르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박은주 씨. 확인 결과가 나와서 연락드립니다.'

이 문장으로 시작하면 바로 다음이 '추가 심사가 필요하다'는 말이 이어질 거고, 그러면 상대는 긴장할 거고, 자기는 또 설명을 늘어놓게 될 거고. 그 흐름이 눈에 보였다. 지난주까지의 자기라면 그렇게 했을 것 같았다.

현우는 노트를 펼쳤다. 아라가 탕비실에서 했던 말이 메모 상단에 적혀 있었다.

'설명은 나중에 해도 된다. 상대가 뭘 걱정하는지부터 물어.'

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이번엔 첫 문장을 바꿔 적었다.

'안녕하세요, 박은주 씨. 지난번 말씀하셨던 거 제대로 확인해 보고 싶어서 연락드렸는데, 지금 통화 괜찮으세요?'

손가락이 통화 버튼 위로 다시 올라갔다. 이번엔 누르기 전에 멈추지 않았다.

신호음이 네 번 울렸다. 현우는 그 사이 심장이 세 번 더 뛴 걸 느꼈다. 그리고 다섯 번째 신호음 끝에서 상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박은주 씨. 도현우입니다."

"아, 설계사님. 네, 말씀하세요."

현우는 준비한 첫 문장을 그대로 꺼냈다.

"지난번 말씀하셨던 거 제대로 확인해 보고 싶어서 연락드렸는데요. 지금 통화 괜찮으세요?"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이 예전보다 길게 느껴졌지만, 현우는 이번엔 먼저 말을 보태지 않았다.

"아, 네. 괜찮아요. 어머니 건 말씀이시죠?"

"네. 그런데 제가 먼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네?"

"지난번에 어머니 병력 말씀하시면서 조금 걱정되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때 정확히 어떤 부분이 제일 걱정되셨어요?"

다시 침묵이 왔다. 하지만 이번 침묵은 예전과 달랐다. 현우는 상대가 답을 찾는 중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음… 사실은요. 어머니가 당뇨 말고도 혈압약을 드시는데, 그걸 제가 처음엔 말씀 안 드렸거든요. 그게 문제가 될까 봐요."

현우는 메모를 한 줄 더 적었다.

"그럼 지금 제일 불안하신 건, 나중에 보험금 못 받게 되는 거예요? 아니면 지금 가입 자체가 안 되는 거예요?"

"아… 둘 다요. 근데 사실은 나중에 못 받게 되는 게 더 무서워요. 어머니한테 괜히 기대를 드렸다가 나중에 안 된다고 하면…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

현우는 노트 끝에 밑줄을 그었다. 이 문장이 핵심이었다. 지난번 상담에서 자기가 놓쳤던 건 바로 이 문장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제가 확인한 거 말씀드릴게요. 보험사에서 추가 심사가 필요하다고 회신이 왔어요. 당뇨 외에 혈압약 복용 이력 때문인데요, 이건 가입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조건을 좀 더 확인하겠다는 거예요."

"그럼 아직 안 된 건 아니네요?"

"네. 아직은 아니에요. 근데 박은주 씨가 걱정하신 부분이 정확히 뭔지 알아야 제가 보험사랑 얘기할 때도 그쪽을 확실히 짚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여쭤본 거예요."

"아…"

짧은 감탄사 뒤로 상대의 숨소리가 조금 길어졌다. 현우는 그 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설계사님, 사실 제가 처음에 상담받을 때 좀 급하게 결정한 것 같아서요. 어머니 건강이 안 좋아지기 전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냥 빨리 진행했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제대로 물어본 것도 없고 그래서 불안했어요."

"그럼 지금이라도 궁금하신 거 더 물어보셔도 돼요."

"정말요?"

"네. 지금 아니면 나중에 더 불안하실 것 같은데, 그럼 제가 더 곤란해지거든요."

현우는 이 말을 하면서 처음으로 웃었다. 상대도 짧게 웃었다.

"그럼 하나만 여쭤볼게요. 만약에 추가 심사에서 조건이 안 좋게 나오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조건부 승낙이 나올 수도 있어요. 특정 질병은 보장 제외하는 조건으로요. 그럼 그때 다시 박은주 씨한테 여쭤보고, 그 조건으로 진행할지 아니면 다른 방법 찾을지 같이 생각해 보면 돼요."

"아, 그럼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거네요?"

"네. 그래야죠."

통화는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현우는 설명을 절반으로 줄였고, 질문을 두 개 더 남겼다. 그리고 통화를 끊기 전에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였다.

"박은주 씨, 궁금하신 거 생기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제가 바로 답 못 드려도 확인하고 다시 전화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결과 나오면 다시 연락 주세요."

"네, 그렇게 할게요."

통화가 끊긴 뒤, 현우는 한참 동안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화면 위에는 통화 시간이 찍혀 있었다. 4분 38초. 지난번 상담은 30분이 넘었는데, 오늘은 5분도 안 걸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난번보다 더 많은 걸 들은 것 같았다.

현우는 노트를 다시 펼쳤다. 메모 끝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설명을 줄이면 상대가 더 많이 말한다.'

그리고 그 아래 작은 글씨로 하나 더 적었다.

'질문 하나가 설명 열 개보다 낫다.'

점심시간, 현우는 탕비실에서 아라를 마주쳤다. 아라는 커피를 타면서 현우를 힐끗 봤다.

"박은주 씨 건 어떻게 됐어?"

"오늘 아침에 통화했어요. 추가 심사 들어갔다고 말씀드렸고요."

"반응은?"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제가 설명 줄이고 먼저 물어봤더니, 오히려 편하게 얘기하시더라고요."

아라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럼 됐네."

"네?"

"상담은 원래 그런 거야. 네가 말 많이 한다고 상대가 이해하는 게 아니거든. 상대가 말 많이 하면 그게 이해한 거야."

현우는 그 말을 곱씹었다. 아라는 커피를 들고 나가면서 덧붙였다.

"근데 김정호 씨 건은 언제 할 거야?"

현우의 손이 멈췄다. 휴대폰 화면 위에는 여전히 '김정'이라는 두 글자가 미리보기로 떠 있었다. 아라는 문 앞에서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그것도 먼저 물어봐야 하는 건데. 안 그래?"

문이 닫혔다. 현우는 커피포트 앞에 혼자 남아 휴대폰을 다시 꺼냈다. 문자 알림을 길게 눌렀다. 전체 내용이 펼쳐졌다.

'김정호입니다. 설계사님, 작년에 가입한 건 확인해 보셨나요? 제가 궁금한 게 있어서 연락드렸는데 통화 한번 가능하실까요?'

현우는 문자를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답장 창을 열었다가 닫았다. 오늘 아침 박은주 씨에게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설명보다 질문을 먼저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이번엔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탕비실을 나섰다. 복도 형광등이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다. 그 밑을 지나면서 현우는 생각했다. 질문 하나로 공기가 달라진다는 걸 오늘 아침에 배웠다. 그런데 그 질문을 먼저 꺼내는 게 이렇게 무거운 일인 줄은 몰랐다.

오후 내내 현우는 책상 앞에 앉아 있었지만, 집중은 되지 않았다. 모니터 화면 위로 자꾸 문자 내용이 떠올랐다.

'작년에 가입한 건 확인해 보셨나요?'

그 문장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확인은 했다. 하지만 제대로 본 건지는 자신이 없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현우는 노트를 다시 펼쳤다. 오늘 아침 적어둔 문장을 한 번 더 읽었다.

'질문 하나가 설명 열 개보다 낫다.'

그리고 그 아래 새로운 문장을 적었다.

'그런데 그 질문을 먼저 꺼내는 게 제일 어렵다.'

현우는 펜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꺼냈다. 김정호 씨의 문자가 여전히 화면 위에 떠 있었다. 그는 답장 창을 열고, 첫 문장을 적기 시작했다. 지우고, 다시 적고, 또 지웠다. 그리고 마침내 한 문장을 남겼다.

'안녕하세요, 김정호 씨. 통화 가능하신 시간 알려주시면 제가 먼저 연락드리겠습니다.'

전송 버튼을 누르기 전, 현우는 잠시 멈췄다. 오늘 아침 박은주 씨에게 전화했을 때처럼, 이번에도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두려움만 있는 게 아니라, 그 두려움 너머에 뭔가 다른 감각이 섞여 있었다.

현우는 전송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휴대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질문 하나로 공기가 달라진다는 걸 오늘 배웠다. 이제 그 질문을 직접 꺼내는 법을 배울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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