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실 조건표를 공개하는 방송은 아침에 시작하지 못했다. 각 거점이 내용을 먼저 읽고 자기 피해 기록과 맞출 시간이 필요했다. 통제센터가 발견한 문서를 도시 전체의 진실로 곧장 선포하지 않기로 한 까닭이었다.
정윤호는 방송문을 세 색으로 나눴다. 원본과 현장 기록이 일치하는 확정 사실, 한 사람 이상이 말했으나 자료가 부족한 증언, 아직 값이나 행방을 모르는 미확정 항목이었다. 목소리로 읽을 때도 세 구분을 알 수 있게 다른 머리말을 붙였다.
첫 초안에는 ‘서쪽 센서 고장으로 자동 봉쇄가 유지됐다’고 적혀 있었다. 북서 환경 담당은 센서 값이 오래됐다는 것은 확인됐지만 고장 원인은 확정하지 못했다고 정정했다. 문장은 ‘갱신되지 않은 값이 유지 조건으로 사용됐다’로 바뀌었다.
두 번째 초안에는 ‘외부 명령이 없었다’는 문장이 있었다. 하린은 현재 접속은 없었으나 과거에 누가 명령을 보냈는지 원본이 불완전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새 명령은 확인되지 않음’과 ‘과거 발신 주체 일부 미확정’으로 나눴다.
유지기지는 자기 피해를 중앙문 하나의 탓으로만 읽지 말아 달라고 했다. 자동문 폐쇄와 함께 기지 내부의 늦은 이동 결정, 높은 통로 상태, 배수 부족이 겹쳤다. 이수경은 책임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 중단 조건을 정확히 만들기 위해 구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 대피소 사람들은 반대로 기술 설명이 피해를 흐릴까 걱정했다. 닫힌 길 앞에서 되돌아간 사람에게 센서 구조는 위로가 되지 않았다. 세온은 방송 첫 순서를 장치 설명이 아니라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확인된 경험으로 바꿨다.
개인 이름 공개에도 갈등이 있었다. 문기태와 류정희의 현장 보류는 기록에 있었지만, 가족 주소와 현재 잠자리까지 알릴 이유는 없었다. 행위와 직책, 당시 가능한 권한은 공개하고 현재 생활 정보는 가렸다.
한가람의 의료 연락표에는 증상과 위치가 함께 적힌 줄이 많았다. 차유리는 거점 이름을 넓은 구역으로 바꾸고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조합을 제거했다. 그래도 잘못된 반복 수치가 어떤 통행 제한에 쓰였는지는 추적 가능하게 남겼다.
최명수는 마이크 앞에 앉았지만 혼자 읽지 않았다. 피해 당사자, 기술 설명자, 각 거점 기록자가 자기 부분을 나눠 맡았다. 읽는 사람이 문장을 승인하는 구조를 끝내기 위해 송출 담당은 시각과 누락만 확인했다.
방송 직전 통제센터 단말에 오래된 비상음이 떴다. 과거 대기열이 정시 재생되는 시간이 겹친 것이었다. 하린은 그 음을 새 공동 방송과 구분해 ‘과거 자동 기록’ 머리말 뒤 짧게 들려줬다.
주민들은 처음으로 두 목소리의 차이를 직접 들었다. 하나는 발신자와 현재 근거가 없는 반복 명령, 다른 하나는 누가 읽고 무엇을 모르는지 밝히는 공동 보고였다. 오래된 음을 숨기지 않아 새 방송의 책임이 더 선명해졌다.
첫 발언은 북쪽 문 앞에서 가족을 기다렸던 주민의 것이었다. 그는 문이 닫힌 시각과 돌아간 경로만 말했다. 사망 여부를 보지 못한 사람을 죽었다고 부르지 않았고, 기억나지 않는 시간을 정확한 숫자로 꾸미지 않았다.
이어 이수경이 기지의 자동문과 높은 통로 기록을 읽었다. 그녀는 남기로 한 주민들의 선택과 이동을 원한 사람의 선택이 모두 있었다고 말했다. 기지를 구출 대상 하나로 묶지 않았다.
문기태는 현장 보류 두 건을 스스로 읽었다. 첫 결정의 침수 근거와 두 번째 결정의 갱신되지 않은 센서 값을 구분했다. 그는 당시 결과를 몰랐다는 설명과 지금 확인된 영향을 같은 문장에 숨기지 않았다.
류정희는 자동 선별 방송을 보류만 하고 끝내 끄지 못했던 일을 말했다. 자신의 권한이 좁았지만, 반복 문장을 더 분명히 거부하지 않은 선택도 있었다고 했다. 기술자의 한계가 주민의 피해보다 먼저 나오지 않게 했다.
박선묵은 관찰소에서 의료 예외를 생략한 사실을 다시 읽었다. 통제탑 원본이 불완전했음을 핑계로 삼지 않았고, 자신이 폭발 원인을 안다는 소문도 부정했다. 확인한 책임과 갖지 않은 지식을 함께 말했다.
정윤호는 다섯 줄 책임표를 설명했다. 최초 결정, 자동화 설계, 재검토 없는 유지, 축소 전달, 현장 실행이 차례로 나왔다. 어느 줄도 아래 줄 때문에 사라지지 않았고, 위 줄의 부재가 현장 선택을 무효로 만들지 않았다.
확정 사실이 끝난 뒤 증언 구간이 시작됐다. 통제센터 복도에서 들렸다는 오래된 구조 요청, 서쪽 구역에 별도 운영실이 있었다는 기억, 행정선에서 새 사람이 답했다는 주장이 있었다. 각 말에는 반대 자료와 확인 계획이 붙었다.
세온은 확인 계획이 더 이상 위험한 수색을 자동으로 뜻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본 사본 대조, 공개 신호 요청, 접근 가능한 기록 검토 순으로 하고 사람을 보내는 일은 별도 위험 회의에서 정했다. 의문이 곧 출동 명령이 되지 않았다.
미확정 항목에는 실종자의 생사, 초기 결정자 일부, 서쪽 센서가 갱신되지 않은 이유, 과거 외부 명령의 전체 발신처가 들어갔다. 알 수 없다는 말이 방송에서 길게 이어졌다. 누구도 빈칸을 견디지 못해 새 적을 만들지 않았다.
첫 정정 요청은 남쪽 도로 집단에서 왔다. 방송문이 그들을 ‘대피 거부 집단’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수용지 조건을 묻고 일부가 남은 것이었다. 원문은 다시 읽지 않고, 잘못된 표현과 정정 근거를 다음 송출에서 나란히 밝혔다.
두 번째 요청은 하린의 오빠에게서 왔다. 마지막 운행 기록에 그가 혼자 열차를 멈춘 것처럼 적혔지만 동료 둘도 중단 신호를 냈다는 것이었다. 공동 보관 원본의 수기 표시를 확인한 뒤 세 사람의 행동으로 정정됐다.
하린은 가족 관계 때문에 그 요청을 먼저 처리하지 않았다. 들어온 순서와 피해 영향 기준에 따라 다른 거점 요청 뒤 검토했다. 오빠는 자신의 이름이 바로잡혔어도 기록 사본을 개인 소유로 가져가지 않았다.
방송 중 북서 급수소에서 물 압력 저하 보고가 왔다. 송출을 끝까지 강행하지 않고 의료·급수 긴급 채널에 대역을 내줬다. 책임을 읽는 일도 현재 생존 작업보다 높은 권한이 아니었다.
압력 저하는 배급 시간 겹침으로 확인됐다. 급수 담당이 두 줄의 시간을 십 분 벌리고 값이 돌아오는 것을 봤다. 방송은 중단 사유와 재개 시각을 알린 뒤 다시 시작됐다.
한 아이가 안전지대 공개판 아래 ‘누가 사과했느냐’고 썼다. 세온은 그 질문을 지우지 않았다. 사실 확인과 권한 개편이 사과나 관계 회복을 대신하지 않는다고 방송 마지막에 말했다.
문기태는 유지기지 주민에게 직접 답할 공개 자리를 요청했다. 그 만남은 통제센터가 중재하되 용서를 목표로 정하지 않기로 했다. 피해자가 듣지 않을 권리와 질문을 멈출 권리도 표에 들어갔다.
방송을 모두 들은 거점은 확인 신호 대신 세 가지 응답을 보냈다. 들음, 일부 들음, 수신 불가였다. 침묵을 동의로 세지 않았고, 수신 불가 구역에는 인쇄 사본과 설명자가 다음 물자편에 동행하기로 했다.
도시 전체라는 말도 수정됐다. 아직 연결되지 않았거나 응답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었다. 방송이 닿은 범위와 닿지 않은 범위를 지도에 다른 색으로 남겼다.
저녁 재방송은 같은 음성을 틀지 않았다. 정정된 문장과 새 미확정 항목을 반영해 다시 읽었다. 첫 방송 원본도 보존되어 어떤 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비교할 수 있었다.
최명수는 마이크를 끄고 송출표를 각 거점 담당에게 넘겼다. 다음 방송 진행자는 북서 급수소 주민과 기지 기록자였다. 통제센터에 있는 사람이 늘 도시의 목소리가 되지 않았다.
세온은 빈 통제실 벽에 응답 지도를 붙였다. 밝은 점보다 회색 점이 여전히 많았다. 그 회색은 위험한 적도 구조를 기다리는 수동적 사람도 아니었다. 아직 닿지 못했고 추측하면 안 되는 범위였다.
도시 전체에 읽은 책임표는 완전한 판결문이 아니었다. 확정 사실과 증언, 미확정 항목이 각자의 이름표를 달고 있었고 정정 요청은 원문 옆에서 계속 움직였다. 공동체가 얻은 것은 한 번의 정답이 아니라, 잘못 읽은 문장을 모두가 다시 고칠 수 있는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