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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10화]

석굴 앞, 먼저 온 피

작성: 2026.04.03 11:03 조회수: 38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무협 장르 창작물로, 등장하는 무공·문파·인물·사건은 모두 허구입니다. 작중 폭력 묘사는 장르 관습에 따른 것이며 현실의 폭력을 조장하지 않습니다.

정묵산 북록은 이름과 달리 조용하지 않았다.

소나무 사이로 바람이 낮게 울고, 낙엽이 덜 썩은 채 발밑에서 눅눅하게 짓이겨졌다. 담소하는 백천리의 반 걸음 뒤를 따르며 숨을 고른 채 주변을 살폈다. 관도에서 정묵산 북록까지는 두 시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가까웠다. 그게 오히려 불안했다. 가까운 곳에 오래된 것이 묻혀 있다면, 그건 누군가 일부러 가까이 둔 것이라는 뜻이니까.

백천리는 말이 없었다. 오르막이 시작된 뒤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의 손은 칼자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연스럽게 걸려 있었다. 담소하도 허리춤의 단도 위치를 손등으로 한 번 확인했다. 칼집이 차가웠다. 아침 공기가 아직 빠지지 않은 탓이었다. 흙냄새와 솔잎 냄새가 섞인 공기 속에서, 두 사람의 발소리만 낙엽을 밟으며 이어졌다.

"이상하다."

백천리가 먼저 발을 멈췄다. 아무 몸짓 없이 턱만 짧게 들었다. 담소하의 눈이 그 방향을 따라갔다.

입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낮고 납작한 암벽 아래, 사람 허리쯤 되는 높이의 틈. 석굴이었다. 그 앞에 무언가 쓰러져 있었다. 검은 복색. 허리춤에 흑풍채 특유의 쇳조각 장식이 달린, 사람이었다. 쇳조각이 낙엽 위에 닿아 있었다. 바람이 불어도 움직이지 않았다.

담소하는 뛰지 않았다. 두 걸음, 세 걸음, 끝까지 조심스럽게 다가가 몸을 낮췄다. 남자는 이미 식어 있었다. 등에 검상이 하나. 깔끔하고 짧았다. 숙련된 솜씨였다. 피는 낙엽 아래로 스며들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죽은 지 반나절은 넘었다는 뜻이었다. 그 솜씨가 흑풍채 것인지, 아니면 흑풍채를 먼저 친 누군가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둘은?"

담소하가 물었다. 백천리는 시신 주변 낙엽을 슬쩍 발끝으로 헤쳤다.

"발자국이 석굴 안으로 이어지다가 끊겼어. 안에서 나온 흔적은 없고."

둘 다 잠시 말이 없었다. 안에 있다는 것인지, 안에서 사라졌다는 것인지. 백천리가 먼저 허리를 펴며 칼자루에 손을 얹었다.

"들어갈 거야?"

"예."

단어 하나뿐이었다. 백천리는 그걸로 충분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담소하를 앞세우지 않고 자신이 먼저 틈 사이로 몸을 비집었다. 갑옷도 없는 몸이었지만 그 움직임은 조용했다. 천 소재가 암벽에 스치는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석굴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허리를 굽혀야 하는 입구와 달리 안쪽은 어른 두 명이 나란히 설 수 있을 만큼 공간이 트여 있었다. 천장 틈으로 희미한 빛이 새어 들어와 바닥의 윤곽을 흐릿하게 그렸다. 냄새가 먼저였다. 오래된 흙, 이끼, 그리고 불에 탄 것과 비슷한 무언가. 담소하는 입 안에서 그 냄새를 굴려봤다. 종이였다. 종이가 탄 냄새.

나머지 두 명의 흑풍채 수하는 없었다. 그들이 남긴 것은 있었다. 석굴 한쪽 벽면에 기름 횃불이 꽂혔던 자리, 그 아래로 누군가 무릎을 꿇고 앉았을 만한 눌림 자국, 그리고 바닥에 흩어진 종이 조각들. 종이는 거의 재가 되어 있었다. 불을 질렀다. 그것도 서둘러.

"읽힌 다음에 태웠군."

백천리가 바닥에 쪼그려 앉아 재 조각을 손끝으로 건드렸다. 재가 손가락 사이로 흩어졌다. 담소하는 그 옆에서 시선을 벽으로 옮겼다. 이끼 낀 암벽. 그런데 이끼가 긁혀 나간 자리가 있었다. 손가락으로 글자를 새긴 것이 아니라, 날카로운 것으로 새긴 흔적이었다. 가느다랗고 정확했다. 검날이었다.

그는 손을 들어 흔적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글자였다. 세 자.

위(危). 무(武). 강(江).

담소하의 숨이 잠깐 막혔다.

위무강. 사부의 이름이었다.

그가 얼마나 오래 그 자리에 서 있었는지 몰랐다. 백천리가 옆에서 말없이 기다렸다. 담소하는 손가락을 내리지 않은 채 글자의 획을 천천히 짚었다. 서두른 흔적이 없었다. 힘이 고르게 들어가 있었다. 누군가 이 세 글자를 새길 때, 그 손은 전혀 떨리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분노도 아니고 슬픔도 아닌, 오직 남겨야 한다는 의지만으로 새긴 것 같았다.

"사부님이 직접 새기신 건 아닐 거야."

백천리가 조용히 말했다.

"멸문이 삼 년 전이고, 이 이끼 긁힌 흔적은 많아야 반 년이 지났어. 너희 스승이 죽기 전에 다른 사람을 여기 보낸 거거나, 아니면……"

그는 말을 잘랐다. 담소하가 알아들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아니면 사부 외에 이 이름을 알고 있는 자가, 먼저 다녀갔다는 뜻이었다.

담소하는 돌아서지 않았다. 벽을 보는 채로 물었다.

"재가 된 종이는 뭐였을 것 같습니까."

"모르지. 하지만 흑풍채 수하들이 여기 와서 불을 지른 건, 읽고 없애려 한 거야. 아니면 없앤 척하려 한 거거나."

"차이가 있습니까?"

"전자면 그 내용이 어딘가로 전달됐다는 거고, 후자면 내용 자체가 처음부터 없었다는 거지."

담소하가 천천히 몸을 낮춰 재 위에 손바닥을 펼쳤다. 손가락 사이로 재가 빠져나갔다. 남은 건 재 밑에 깔린 돌바닥뿐이었다. 그런데 돌바닥이 매끄러웠다. 원래 이 석굴의 바닥이 이렇게 반반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누군가 손질한 것이었다. 오래전에. 이 굴을 처음 쓴 자는 흑풍채가 아니었다.

"이 굴, 누군가 쓴 적 있습니다. 사부님과 연결된 자가."

백천리가 긴 침묵 끝에 대꾸했다.

"그 누군가가 흑풍채보다 먼저 여기 왔었다면, 진짜 단서는 이미 여기 없을 수도 있어."

그 말이 공기를 눌렀다. 담소하는 손에 묻은 재를 바지에 털었다. 털면서 생각했다. 흑풍채 수하 셋이 이 굴을 찾았다. 한 명은 입구에서 죽었다. 나머지 둘은 사라졌다. 종이는 태워졌다. 그런데 벽의 이름은 남아 있었다. 지운 것과 남긴 것이 갈린다는 것은, 남긴 자가 선택했다는 뜻이었다.

위무강. 이 세 글자는 지우지 않았다. 아니, 지울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담소하는 다시 벽 앞에 섰다. 이번엔 손을 올리지 않았다. 그냥 봤다. 삼 년 동안 사부의 이름을 입에 올린 적이 없었다. 누군가 물으면 피했고, 혼자 있을 때도 소리 내지 않았다.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었으니까. 이름을 부르면 그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이 차갑고 좁은 돌 굴 안에서 사부의 이름이 칼날로 새겨진 채 그를 보고 있었다.

가슴 어딘가가 오래 참은 것처럼 뻐근했다.

"……사부님."

소리가 나왔다. 아주 작게. 백천리는 듣지 못한 척 굴 입구 쪽으로 몸을 돌렸다.

담소하는 등을 폈다. 화상이 있는 자리가 당겼다. 늘 그랬다. 날이 차거나 긴장하면 그 자리가 먼저 말했다. 사부님이 마지막으로 손을 대신 곳이었다. 그게 무엇인지 아직도 몰랐다. 화상인지, 다른 무엇인지. 삼 년 동안 그 자리를 남에게 보인 적이 없었다. 보이면 설명해야 하고, 설명하면 사부의 이름을 꺼내야 하니까.

지금 그 자리가 당기고 있었다. 마치 이 굴이, 이 이름이, 그 상처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처럼.

굴 밖에서 백천리의 목소리가 낮게 떨어졌다.

"소하야. 나와봐."

백천리가 자신의 이름을 그렇게 부른 건 처음이었다. 담소하가 몸을 굽혀 입구로 나오자, 백천리는 굴 앞 낙엽 사이를 가리켰다.

발자국이었다. 크고 깊었다. 흑풍채 수하들의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크고, 훨씬 가벼웠다. 발뒤꿈치가 거의 눌리지 않은 자국이었다. 고수의 보법이었다. 담소하는 쪼그려 앉아 자국의 간격을 손으로 재봤다. 보폭이 넓었다. 서두르지 않았는데도 빠르게 이동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발자국은 석굴 쪽이 아니라 정묵산 서쪽 능선을 향해 이어졌다. 담소하와 백천리가 온 방향과는 전혀 달랐다.

"먼저 온 자가 있었어. 흑풍채보다도."

백천리가 말했다. 담소하의 눈이 발자국을 따라 능선 위로 올라갔다. 능선 너머는 보이지 않았다. 소나무가 가렸다.

"그리고 이 발자국, 한 사람 것이 아니야. 두 사람."

담소하는 한참 그 방향을 봤다. 두 사람. 흑풍채보다 먼저, 이 굴을 알고 있었던 두 사람. 그중 하나가 위무강의 이름을 새겼거나, 아니면 그 이름을 보고 무언가를 가져갔거나. 어느 쪽이든 그들은 이미 능선을 넘었다. 담소하가 도착하기 전에.

바람이 소나무를 흔들었다. 바람 속에, 아주 희미하게, 불에 탄 종이 냄새가 섞여 있었다. 굴 안의 냄새가 아니었다. 능선 쪽에서 흘러오는 것이었다.

담소하는 천천히 일어섰다. 무릎의 흙을 털지 않았다. 발자국 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한 번 더 봤다. 그리고 백천리를 돌아봤다.

"따라갑니다."

백천리는 대답 대신 먼저 걸음을 뗐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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