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법정·사회파 드라마 59화

바다가 증언석에 앉는 날

남겨 둘 문서

회사에서 온 마지막 상자에는 종이보다 봉투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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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온 마지막 상자에는 종이보다 봉투가 많았다.

가람은 어느 봉투부터 열어야 하는지 목록을 확인했다. 회사는 사건 관련 자료와 다른 자료가 섞여 있어 전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의견을 함께 냈다. 그 주장이 틀렸다고 상자를 모두 뒤집을 수는 없었다. 민규가 확인할 기록도 오늘 합의된 범위에서 골라야 했다.

첫 봉투에는 보고 발송 당시 보존된 첨부 사본이 있었다. 환경팀의 제출함이 아니라 수신한 부서의 보관 자료에서 찾은 것이었다. 가람은 사본을 받아 보고도 곧바로 세희에게 원본이 돌아왔다고 연락하지 않았다. 어떤 경로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하고, 출력본과 대조해야 했다.

민규는 문서 버전과 내용, 발송 기록을 함께 비교했다. 세희가 보관한 출력본의 사건 관련 문장들이 맞았다. 원본 종이에 손으로 적은 작은 표시까지 회사 첨부 사본에 있지는 않았다. 손으로 남긴 부분은 그녀가 따로 설명해야 했고, 출력한 본문과 같은 자료인 것처럼 처리하지 않았다.

세희는 대조한 두 종이를 나란히 놓았다. 그날 보내지 않은 문장을 나중에 썼다는 의심 앞에서 밤마다 혼자 폈던 출력본이었다. 민규가 내용이 맞는 곳을 가리켜도 그녀는 손으로 적은 표시부터 덮었다. 그것까지 회사가 받은 글자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적어도 제가 그날 쓴 말은 맞네요.”

그녀가 말했다. 민규는 대조한 범위에서 그렇다고 답했다. 세희는 처음으로 출력본의 모서리를 더 펴려고 하지 않았다. 닳은 자국도 이 종이가 지나온 시간의 일부였다.

다음 봉투에는 분류 변경의 요청 경로가 있었다. 자료를 보험 갱신 검토 초안으로 옮기라는 요청이 문서 담당에게 전달됐고, 처리 계정이 그 요청을 수행한 기록이 있었다. 생산본부 쪽의 검토와 승인 항목도 붙어 있었다. 계정 하나에 모든 판단을 몰아 넣기 어려운 구조였다.

가람은 요청과 승인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할 자료를 더 보자고 했다. 이름이 인쇄된 문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이 내용을 읽고 어떤 뜻으로 승인했는지 모두 알 수는 없었다. 회사 대리인은 통상적인 자료 정리 지시였다고 설명했다.

“통상 정리라면 확정된 경고 보고를 왜 초안으로 옮겼습니까?”

가람이 물었다. 대리인은 당시 내부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민규는 그 기준이 해당 문서에 적용된 흔적과 맞는지 대조하기로 했다. 자동 삭제 작업이 실제 있었던 사실은 이제 부인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 작업의 대상에 무엇을 넣었는지가 질문이었다.

회사 대리인은 제품 배합과 직원 개인 정보가 섞인 쪽을 닫았다. 가람은 보고 경위와 분류 변경, 인수 자료와 충돌한 부분에 표시를 붙여 다시 펼쳤다. 필요한 기술 내용이 더 생기면 전문가의 제한 열람으로 다루자고 했다.

세희의 수첩도 같은 문제가 있었다. 회사 쪽은 맥락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고, 세희는 무관한 가족 일정과 동료의 사적 대화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각자가 필요한 부분을 특정해 의견을 내게 했다. 가람은 원본 보관과 제한 사본의 구분을 유지했다.

작은 심문실에서 자료 범위를 정하는 동안 만석은 밖에서 기다렸다. 그는 왜 더 큰 법정에 들어가지 않는지 물었다. 가람은 오늘은 누구나 볼 사본에 무엇을 넣을지까지 정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만석은 자기도 거래처 번호가 남들 손에 돌아다니는 것은 싫다고 했다.

“그런데 회사가 숨길 것도 그 핑계로 남는 것 아닌가?”

그가 물었다. 가람은 그래서 필요한 쟁점을 특정하고, 제한된 열람 안에서도 확인할 길을 남겨야 한다고 답했다. 민규가 볼 기술 자료와 공개할 사실 요약은 같을 필요가 없었다. 안 보여 주는 것과 필요한 사람에게도 안 보여 주는 것은 구분해야 했다.

심리가 시작되자 회사 대리인은 비밀 자료의 보전을 요구했다. 가람은 삭제 경위와 경고 보고의 진정성을 확인할 부분을 함께 냈다. 세희는 자신의 수첩이 펼쳐지는 동안 무릎 위 가방의 지퍼를 잡고 있었다.

재판장은 제품 배합과 무관한 직원 정보를 제한하고, 필요한 보고와 분류·승인 경로는 정한 절차 안에서 확인하게 했다. 가람은 공개할 사본과 민규가 볼 기술 자료를 다른 철에 넣었다.

세희는 그 설명을 듣고 자기 수첩의 가린 쪽을 한 번 봤다. 어머니의 병원 날짜가 있었다는 사실을 여기서 누구에게 다시 말할 필요는 없었다. 사건에 필요한 다음 날의 보고 문장은 사본에 남아 있었다. 하나를 지키려고 다른 하나를 버리지 않은 결과였다.

민규의 대조 결과도 범위를 표시한 채 제출됐다. 출력본과 수신 첨부 사본의 일치, 분류 이동과 정리 작업의 시간 관계, 요청과 처리 계정의 연결. 사람의 직접 인식과 지시 의도는 진술과 다른 자료로 더 확인해야 했다.

회사 대리인은 메모에 보험 갱신 자료와 충돌한다는 표현이 있다고 해서 위험을 숨기려 한 뜻은 아니라고 했다. 서로 다른 버전의 문서 정리였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가람은 두 버전이 어떤 차이를 가졌는지, 경고가 실제 어느 제출본에 남았는지 확인하도록 요청했다.

그 질문에 오늘 답할 수 있는 항목은 일부였다. 남은 항목의 제출 기한과 책임 부서를 정했다. 가람은 자료가 많으니 언젠가 답하겠다는 상태로 돌아가지 않게 했다. 부서가 나뉘어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다음 답변의 담당이 아니라는 뜻이 될 수 없었다.

세희는 회사가 자신에게 요청한 자료 취급 검토 의견도 냈다. 업무 분담이 바뀐 시점과 이유, 본인이 요구한 안전 업무의 유지와 증언 준비 시간도 함께 설명했다. 그 자료를 냈다고 업무 변경의 동기가 모두 입증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변경이 없었던 일처럼 보일 수도 없었다.

재판장은 현재 안전조치와 노동자 계획에 관한 별도 심문을 정했다. 그때 실제 집행할 수 있는 위험 공정 관리와 임금·교육안을 제출하도록 했다. 가람은 태곤에게 일정이 정해졌다고 알려 줬다. 회사가 써 보낸 계획을 다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을 확인할 자리가 필요했다.

밖으로 나오자 만석이 먼저 물었다. 세희가 종이를 새로 꾸민 것이 아니라는 확인이 됐느냐고. 가람은 회사 수신 자료와 출력 본문의 일치가 대조됐다고 답했다. 보고 안의 과학적 판단과 실제 책임은 계속 다투지만, 본문을 뒤에 만들어 냈다는 의심에는 확인할 근거가 나왔다.

세희가 옆에 있는 것을 본 만석은 그녀에게 직접 말했다. 그 질문을 자기 입으로 한 적도 있었으니 답을 들었다고. 세희는 그때 아팠다고 답했다. 만석은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자기 손해가 컸다는 말까지 덧붙이려다 그만뒀다. 세희는 괜찮다고 답하지 않았다. 문을 잡고 기다리던 가람에게 먼저 가자고 했다. 만석은 한 걸음 뒤에서 나왔다.

태곤은 회관에서 작업자들의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스물세 장의 희망표는 원래 선택과 맞았고, 보류를 참여로 고쳤던 목록도 다시 수정됐다. 일부 교육 시간의 지급 기준은 확인됐지만 이후 과정 전체의 비용은 계획을 더 봐야 했다. 가람은 임시 심문 일정과 제출 범위를 전달했다.

태곤은 회사 계획 안에 있는 위험 공정과 안전 업무의 구분이 실제 교대표에 맞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재호도 현장 작업 범위를 설명할 수 있는 자리에 참여하기로 했다. 세희는 환경 확인 항목을 정리하되 본인이 예산을 확정하는 사람처럼 쓰이지 않도록 요청했다.

회사에서는 현재 위험을 관리하는 동안 생산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가람은 지연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연 비용을 곧바로 작업자 임금 중단으로 옮기려면, 그 계획을 주민 앞에서 좋은 소식처럼 부를 수는 없었다.

은실은 그날 저녁 첫 주 식사 주문을 정산했다. 선결제한 부분과 추가한 인원분이 구분돼 있었다. 업체 담당자는 주문 기록과 실제 공급 수량을 맞춘 뒤 추가 대금을 보냈다. 은실은 알림을 확인하고 거래처에 밀린 일부 값을 더 갚았다.

가람은 식당에 와서 국을 먹었다. 은실은 이젠 해안 작업 사람들이 자기 식당 이름을 외웠다고 했다. 하지만 오는 사람이 늘면 외상도 늘 수 있으니 주문과 결제는 계속 맞출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종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장부에 맞는 종이를 원했다.

만석은 그 옆에서 임시 심문 날짜를 달력에 적었다. 재문은 자기 창고 물건을 정리하고 저녁에 합류하기로 했다. 오래 걸리는 소송 가운데 날짜가 찍힌 약속이 늘어났다. 어떤 약속은 배를 움직이지 못했지만, 사람들의 발을 다음 자리로 보내고 있었다.

세희는 집에 도착해 어머니가 놓고 간 반찬을 꺼냈다. 뚜껑이 잘 안 닫힌다던 통을 먼저 열었다. 식탁 한쪽에 둔 회사 자료를 집으려다가 그 위에 깨끗한 행주를 덮었다. 어머니가 남긴 반찬은 차가웠다. 그녀는 그것부터 데우고 앉았다. 오늘은 밥 먹는 손으로 수첩을 펴지 않았다.

가람에게 마지막 메시지가 왔다. 세희는 내일 계획을 정리할 때 자신이 보고한 것과 결정하지 못한 것을 명확히 나누겠다고 했다. 가람은 오늘 회사의 결정 항목도 더 나눠 받았다고 답했다. 한 사람의 한계를 설명하는 문장이 회사의 빈칸을 대신 채우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임시 심문 준비표를 열었다. 위험 공정, 임금, 정화 교육. 세 단어 옆에 각각 책임자와 시간, 재원을 넣을 칸이 있었다. 내일은 무엇을 알았느냐만 묻는 자리가 아니었다. 지금 누가 무엇을 움직일 수 있는지 보여 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