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음악 고딕 미스터리 59화

일곱 번째 트랙은 비어 있다

스무 사람이 듣는 밤

스물한 번째 관객이 현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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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 번째 관객이 현관에 섰다.

문주는 손에 남은 표가 없었다. 남자는 예매 화면을 보여 줬다. 같은 시간, 같은 제목이었다. 작은 글씨로 적힌 것은 온라인 중계 관람이었다. 남자가 그 글씨를 보고 얼굴을 붉혔다. 멀리서 버스를 타고 왔다고 했다. 문주는 잠깐 접어 둔 의자 네 개를 떠올렸다. 통로를 좁히면 앉힐 수 있었다.

그는 의자를 펼치지 않았다. 뒤의 출입문과 무대 사이에 빈 길이 있었다. 청년은 그 길로 들어오고 사람들이 그 길로 나갔다. 문주는 자기 좌석을 주겠다고 말했다. 오늘 자기는 현관에서 표를 나누면 됐다. 남자는 공연하는 사람 아니냐고 물었다. 문주는 오늘 치는 것은 마지막 합주뿐이라고 답했다.

혜주가 현관에 나왔다. 문주의 자리는 실제 유료표였다. 그가 자발적으로 넘기는 것은 가능했다. 대신 문주는 자기 순서에 무대로 이동해야 했고 남자는 자리에 앉은 뒤 문을 가리지 않아야 했다. 남자는 고맙다며 표의 뒷면을 보았다. 문주가 직접 쓴 줄 번호가 있었다. 작은 공연을 여는 사람이 표를 사 둔 자리였다.

이솔은 안내문을 다시 읽었다. 중계와 현장 예매의 버튼 색이 비슷했다. 내일부터 고치자고 적고 오늘 들어오는 사람들에게는 큰 글씨의 현장 표지를 붙였다. 남자의 착각을 웃음거리로 쓰지 않았다. 그는 뒤쪽에 앉았고 태오가 한 자리 옆에서 인사를 했다.

청년은 무대 뒤에서 손을 씻었다. 차가운 물이 손가락을 굳혔다. 문주가 물을 조금 미지근하게 돌렸다. 청년은 공연 전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게 유난이냐고 물었다. 문주는 자기 양말을 가리켰다. 왼발에는 이음매를 바깥으로 신었다. 발이 거슬리면 박자가 먼저 빨라지는 습관이었다. 청년이 웃었다. 관객에게 보여 주지 않는 선택이었다.

문주는 소개를 짧게 했다. 처음 원고에서는 지난 보호판의 사연을 세 문장이나 넣었다. 오늘 읽는 종이에는 청년이 정한 곡 제목과 연주 시간만 남았다. 기관장이 앞줄에 앉아 카메라를 켰다. 혜주가 녹화 허용 범위를 안내했다. 개인 기록도 공연 전체가 아닌 정해 놓은 부분만 가능했다. 기관장도 전화기를 내렸다.

청년이 걸어 들어왔다. 박수는 크지 않았다. 스무 손쌍의 소리가 낮은 천장에 부딪혔다. 그는 의자를 당기고 잠깐 앉았다. 건반은 오전에 점검한 새 대여품이었다. 페달을 밟자 마른 소리가 났다. 문주는 현관 문을 닫았다. 닫힌 문 바깥의 복도가 더 넓게 느껴졌다.

첫 곡은 샘플의 뒤로 이어졌다. 쉰두 초 끝에서 끊겼던 음이 조금 늦게 돌아왔다. 문주는 방 밖에서 듣다가 자신도 따라 숨을 쉬고 있음을 알았다. 청년은 그 음을 같은 세기로 반복하지 않았다. 처음은 망설임처럼, 두 번째는 고른 발걸음처럼 들렸다. 누군가 돌아온다는 이야기 없이도 음악은 앞으로 갈 수 있었다.

세 번째 반복에서 복도 휴대전화가 울렸다. 늦게 온 관객이 중계만 보려 현관 밖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이어폰을 꽂지 않았다. 화면의 소리가 실제 방의 소리보다 몇 초 늦게 흘러나왔다. 청년의 연주에 뒤늦은 음이 겹쳤다. 문주는 손을 들어 소리를 줄여 달라고 했다. 남자가 놀라 화면을 닫았다.

이미 청년이 들었다. 한 박자에서 손이 멈췄다. 방 안의 사람들은 박수를 칠지 기다릴지 몰랐다. 청년은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보았다. 문주가 고개를 숙였다. 청년은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왼손으로 낮은 음을 남겨 박자를 찾고 오른손을 다음 마디에 놓았다. 연주가 다시 움직였다.

태오는 자신의 무릎 위에 놓인 표를 쥐었다. 누군가의 조용한 실수가 현재의 음악을 바꾸는 것을 보고 있었다. 문주는 화를 낼 수 있었지만 소리는 이미 사라졌다. 그는 복도의 사람에게 유선 이어폰을 가져다줬다. 남자가 작은 목소리로 죄송하다고 했다. 문주는 끼우고 확인할 때까지 옆에 있었다. 손에 땀이 났다. 방 안의 음이 다음 마디로 넘어갔을 때에야 이어폰 쪽에서 소리가 새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손을 내렸다.

첫 곡이 끝났다. 청년은 바로 인사하지 않았다. 마지막 페달을 놓는 소리까지 들었다. 박수가 그 뒤에 왔다. 문주는 현관 밖에서 박수를 쳤다. 자기 자리에 앉은 남자도 손을 높이 들었다. 태오는 손뼉을 치다 발등이 쑤셔 자세를 바꾸었다. 몸이 불편한 사람도 좋은 것을 들으면 박수칠 자리를 찾았다.

두 번째 곡 전에 청년이 말했다. 방금 한 곳에서 멈췄고 다시 이어 갔다고. 관객이 이미 안 일을 감추려 말하지 않았다. 그때 어디로 돌아갈지 자신이 정했다고 했다. 문주는 소리가 섞여서 그랬다고 대신 설명하러 들어가지 않았다. 청년의 공연에는 청년이 말하는 시간이 있었다.

두 번째 곡은 짧고 빠르다. 오른손이 같은 세 음을 다른 순서로 건넜다. 태오는 악보를 모르면서도 첫 세 음을 기억했다. 기억한 것과 새 순서가 어긋날 때 재미가 생겼다. 그는 음악을 증거처럼 들으려는 습관에서 조금 빠져나왔다. 지금 음이 이전 음과 다르다는 사실은 의심이 아니라 곡의 선택이었다.

첫 줄의 아이가 다리를 흔들었다. 옆에 앉은 어른이 무릎을 눌렀다. 아이는 다리를 멈추고 대신 손가락을 움직였다. 청년의 왼손이 낮은 곳을 치자 아이의 손도 아래로 내려갔다. 태오는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아이는 자기가 웃음의 이유라는 것을 모르고 곡이 빠르게 바뀔 때마다 손의 방향을 바꾸었다. 문주는 문밖에서 그 동작을 보며 박수보다 먼저 오는 관객의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자신이 표를 산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청년은 끝에서 같은 세 음을 한 번 늦게 쳤다. 아이의 손이 미리 움직이다 멈췄다. 어른도 무릎에서 손을 뗐다. 마지막 음에 아이가 혼자 작은 박수를 쳤고 금방 어른들의 손뼉이 뒤따랐다. 청년이 아이 쪽에 고개를 숙였다. 악보에 없는 인사였다. 문주는 그 인사를 보고 들어갈 시간을 확인했다. 관객과 연주자가 서로 대답하는 동안 자기 반주부터 준비해야 했다.

문주는 마지막 합주를 하러 들어갔다. 청년 옆에 좁은 보조의자가 있었다. 문주는 앉기 전에 청년을 보았다. 복도 소리가 겹친 곳을 사과하고 싶었다. 청년이 악보를 펴며 작게 말했다.

“지금은 그 얘기 하면 저도 거기로 돌아가요.”

문주는 입을 닫고 낮은 반주 자리로 손을 옮겼다. 네 개의 점을 고친 악보가 건반 위에 놓였다. 청년이 작게 둘째 마디에서 너무 빨리 가지 말라고 말했다. 문주가 알아들었다. 문주는 스무 사람이 보는 앞에서 다시 확인했다. ‘둘째 마디.’ 청년이 고개를 끄덕이자 시작할 준비가 됐다.

시작하자 문주의 오른손이 익숙한 소리로 가려 했다. 청년의 손이 한 음을 길게 붙잡았다. 문주는 그 길이를 듣고 자기 박자를 줄였다. 첫날 틀렸던 네 군데를 손으로만 고친 것이 아니었다. 상대가 치는 오늘의 속도를 듣지 않으면 악보는 맞아도 합주가 달라졌다. 청년이 고개를 들지 않고 작게 웃었다.

마지막 마디에서 두 사람은 동시에 손을 떼지 않았다. 문주가 먼저 떼고 청년이 하나의 음을 남겼다. 남은 음은 페달 아래에서 작아졌다. 이솔은 그 소리를 들으며 보호판의 빈 구간을 생각했다가 바로 놓았다. 그녀는 문주가 먼저 거둔 손과 아직 건반에 남아 있는 청년의 손을 번갈아 보았다. 박수가 시작되기 전까지 그 마지막 음이 줄어들었다.

박수가 끝난 뒤 관객 한 명이 수인 이야기를 물었다. 홍보 정정문을 보고 왔지만 왜 숨기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청년이 물을 마시다 문주를 보았다. 문주는 숨기는 이야기를 대신 팔기 위해 열린 공연이 아니라고 답했다. 오늘 들은 곡에 질문이 있으면 연주자가 대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관객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첫 곡에서 같은 음을 왜 세 번 치느냐고 물었다.

청년이 의자에 다시 앉았다. 세 번의 세기를 달리 치고 방 안의 사람들에게 무엇이 달랐냐고 물었다. 태오가 마지막이 가장 멀리 갔다고 했다. 청년은 음의 높이는 같다고 웃으며 말했지만 그 대답을 틀렸다고 하지 않았다. 멀리 가게 들리고 싶었던 부분이었다. 첫 질문보다 두 번째 질문에 청년의 손이 살아났다.

공연이 끝나고 문주는 의자를 접었다. 자기 좌석을 받은 남자가 도왔다. 그는 온라인 표를 잘못 읽어 미안하다고 다시 말했다. 문주는 표를 넘겼지 빚을 준 것은 아니라고 했다. 남자는 그러면 그냥 돕고 싶다고 했다. 둘이 의자 네 개를 함께 옮겼다. 빈 통로는 끝까지 비어 있었다.

청년은 연주료 입금 문자를 확인했다. 오늘 지급하기로 한 날짜였다. 혜주가 정산서를 주었고 청년이 추가 리허설 시간도 들어갔는지 자기 눈으로 읽었다. 문주는 그 얼굴을 보면서 축하의 말보다 이 동작이 먼저 필요했음을 알았다. 칭찬만 받고 집에 가는 밤과 돈을 확인하고 돌아가는 밤은 달랐다.

녹음기사는 첫 곡이 멈춘 부분을 편집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청년은 영상은 전체 흐름을 남기고 복도에서 겹친 소리는 따로 표시해 달라고 했다. 음을 다시 이어 간 부분을 숨기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공개 범위는 오늘 합의한 대로였다. 문주는 그 파일을 자기 휴대전화로 바로 보내 달라고 하지 않았다. 나중에 청년이 열어 주면 들으면 됐다.

태오는 뒤쪽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문주가 팔을 내밀자 그는 잡았다. 친구라는 단어를 다시 확인하지 않았다. 자기 발등이 아픈 곳에서 잡을 손이 있었다. 둘이 현관으로 나올 때 청년이 내일도 연습하러 와도 되냐고 물었다. 혜주는 시간표를 보자고 했다. 연습실은 그의 새 집이 아니었지만 정해 놓은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이솔은 꺼진 건반의 전원선을 감았다. 벽에 남은 공연 안내를 떼지 않고 내일까지 두기로 했다. 오늘 밤이 실제로 있었다는 작은 표였다. 문주가 뒤에서 이솔의 표를 받았냐고 물었다. 이솔은 아직 봉투에 있다고 했다. 문주는 자기 표를 관객에게 넘겼어도 끝의 소리는 들었다. 스무 사람이 앉고 한 사람이 서서 들은 밤이었다. 이솔이 표를 꺼내 문주에게 보였다. 문주는 자기 것과 같은 줄 번호를 한 번 만졌다. 서 있느라 발이 아팠다. 의자를 하나 펼치려다 빈 통로 바깥으로 나가 벽에 기대었다. 무대에서는 청년이 악보를 직접 챙겼다. 문주는 악보에 새로 남은 점을 한 번 더 볼까 하다가 청년이 가방을 닫을 때까지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