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증언석에 앉는 날
침묵 뒤의 문장
회사 대리인은 회의 뒤 보낸 확인 메일을 화면에 띄웠다.
회사 대리인은 회의 뒤 보낸 확인 메일을 화면에 띄웠다.
세희의 이름 아래에 확인했습니다라는 문장이 있었다. 방청석에서는 그것이 먼저 보였다. 메일의 앞뒤에는 무엇을 확인하는지 적혀 있었지만, 짧은 대답은 멀리서도 읽혔다. 세희는 자신이 보낸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점검 계획을 확인했다는 뜻이었습니까?”
대리인이 물었다. 세희는 당시 일정과 담당을 확인했다는 답이었다고 했다. 대리인은 그렇다면 그 계획으로 진행하는 데 반대하지 않았던 것이냐고 다시 물었다. 세희는 바로 아니라고 답하지 못했다. 그때는 점검이 이어진다는 설명을 믿고 있었다.
가람은 끼어들려던 손을 내렸다. 질문이 세희에게 불편하다고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준비할 때 이 부분도 말하겠다고 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신 변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확인한 메일인지 끝까지 답할 자리였다.
“저는 그때 그 계획이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물어야 할 질문을 다 하지는 못했습니다.”
세희가 말했다. 대리인은 그렇다면 당시 위험을 지금처럼 판단하지 않았다는 뜻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경보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회사 설명을 받아들인 부분도 있었다고 했다. 그때의 자신이 지금 아는 모든 자료를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리인은 다음 질문을 이어 갔다. 회의 이후 새로 확인한 자료를 보고, 과거에도 더 큰 위험을 알고 있었다는 식으로 기억이 바뀐 것은 아닌가. 가람은 이 질문이 나올 수 있다고 준비했지만 세희의 얼굴이 조금 창백해지는 것을 봤다.
세희는 당시 보고에 쓴 내용과 지금 알게 된 것을 나누겠다고 했다. 그날 문서에는 측정 상태의 추가 확인과 공정 관리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뒤에 지하관을 직접 확인한 결과는 없었다. 최근 굴착으로 본 사실을 그때 자신의 지식으로 넣지는 않았다.
회사 대리인은 수첩에서 한 발언자의 이름을 수정한 부분도 물었다. 세희는 두 번째 회의에 잠시 참석한 사람이 어떤 말을 했는지는 기억을 더 대조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름을 수정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확정하지 못한 말은 증언에서 사람 이름과 함께 단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본부장의 세 번째 답은 확실히 기억합니까?”
세희는 그렇다고 했다. 그때는 직접 찾아가 결정을 물었고 얼굴을 보고 답을 들었다. 같은 방의 많은 말을 나중에 붙인 기억과 직접 마주 보고 질문한 기억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대리인은 그래도 녹음은 없다고 확인했다. 세희는 없다고 답했다.
가람은 그 말 뒤에 문서가 있으니 모두 증명됐다고 선언하지 않았다. 당시 보고와 메모, 면담 일정과 제출 자료가 어디까지 맞는지 확인하도록 했다. 진술을 다툴 수 있다는 사실과 기록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은 다른 것이었다.
대리인은 두 번째 회의의 침묵을 다시 짚었다. 세희가 질문을 더 하지 않은 동안 점검 계획이 그대로 진행됐다면, 그녀도 그 선택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세희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마이크에 가까이 앉았다.
“더 물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못 한 일이에요.”
법정이 조용해졌다. 만석은 등받이에서 몸을 뗐다. 세희는 말을 이어 갔다. 그러나 그 침묵을 위험이 없다는 확인이나, 하지 않은 관벽 검사까지 완료했다고 보내도 된다는 동의로 쓰지는 말아 달라고 했다. 자신이 확인한 작업의 범위는 제출한 자료에 남아 있었다.
가람은 그 지점에서 지상 연결부 작업과 P-17 관벽 검사의 차이를 다시 제시했다. 세희가 일정 확인을 했다는 메일의 대상은 무엇인지 원문을 함께 보자고 했다. 회사 대리인은 현장 정비 계획 전체를 확인한 답이라고 주장했다. 원문에 적힌 작업 항목은 그보다 좁았다.
재판장은 메일의 짧은 대답만 떼어 쓰지 말고 함께 보게 했다. 세희는 계획을 믿은 부분과 구체적인 작업 범위를 확인한 부분, 다음 날 다시 질문한 부분을 차례로 답했다. 앞선 침묵을 지워 버리지는 않았지만 뒤의 행동도 잘라 낼 수 없었다.
다음 날의 보고에는 담당에게 다시 확인할 질문이 있었다. 수신 자료가 대조된 범위에서 전달은 확인할 수 있었다. 누가 어떤 이유로 답하지 않았는지는 추가 설명이 필요했다. 가람은 그 보고를 회사의 당시 답변 목록과 나란히 놓았다.
“이 보고를 받은 뒤 누가 어떤 조치를 배정했습니까?”
회사 대리인은 관련 담당자의 진술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가람은 세희의 답변만으로 회사가 받아야 할 질문을 끝내지 않도록 요청했다. 그녀가 한 일을 검토하는 것과 회사 결재를 검토하는 일은 함께 진행할 수 있었다.
개인 수첩의 가린 부분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회사 대리인은 일부 페이지가 제한돼 맥락을 다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희는 사건에 관한 쪽의 원래 순서는 유지했고, 무관한 가족 일정과 사적인 내용은 제한을 요청했다고 답했다. 필요하다면 정한 절차에서 원본 확인을 논의할 수 있었다.
가람은 회사의 확인 권리를 전부 거절하지 않았다. 다만 법정 밖 누구나 볼 사본에 사건과 관계없는 내용을 다시 넣을 필요는 없었다. 재판장은 확인할 쟁점을 특정해 열람 범위를 더 정리하게 했다. 세희의 어머니는 뒤에서 자기 가방을 무릎 위로 옮겼다.
증언이 끝날 무렵 세희는 어떤 질문보다 마지막 침묵이 힘들었다. 마이크가 꺼진 뒤 자기 말이 방 안에 남아 있는 듯했다. 회사 대리인이 자료를 묶었고 가람도 펜을 내려놨다. 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회사 출입증을 놓고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출입증은 가방 안에 있었다. 태곤이 가방 손잡이를 내밀었다. 그가 모든 질문에 잘 답했다고 말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세희는 오늘 못 답한 부분은 다음 자료로 확인하겠다고 했다. 태곤은 지금은 물부터 마시자고 답했다.
어머니는 복도에서 기다렸다. 세희가 나오자 가지고 온 얇은 겉옷을 내밀었다. 법정 안이 추워 보여 가져왔다고 했다. 세희는 자기가 이미 겉옷을 갖고 있다며 웃었다. 어머니는 그러면 자기 것을 입겠다며 다시 팔에 걸었다.
가람은 두 사람에게 다가가 오늘 추가로 확인할 일과 다음 연락 시간을 알려 줬다. 세희는 지금 모두 받아 적지 않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가람은 정리해서 보내겠다고 했다. 그녀가 오늘 한 말을 다시 설명하는 일을 지금부터 곧바로 시키고 싶지 않았다.
만석은 복도 끝에서 기다리다가 세희에게 다가왔다. 그가 궁금해하던 질문 일부에 답을 들었지만, 손해를 만든 회사의 결정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는 자기가 오늘 세희의 잘못을 들었다고 마을에 말하면 또 한 줄로 줄어들 것 같다고 했다.
“한 줄이면 안 되죠.”
세희가 말했다. 만석은 알고 있다며 오늘 보고와 침묵, 다시 보고한 일을 같이 말하겠다고 했다. 그녀는 그 말도 자신을 대신 증언하는 문장으로 만들지 말아 달라고 했다. 만석은 들은 범위만 이야기하겠다고 답했다.
태곤은 회사에 현재 업무를 확인하는 질문을 계속 보냈다. 증언이 끝났다고 업무 변화와 급여 계획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동료 가운데 보류를 선택한 사람에게 교육 참석을 독촉한 연락이 있었고, 그는 희망표의 선택을 다시 확인하게 했다.
가람은 그 연락을 받고 회사 담당자에게 연락했다. 희망표를 본인이 수정하지 않았는데 명단이 다시 일괄 참여로 돌아가면 안 됐다. 담당자는 전달 과정의 목록을 확인하고 수정하겠다고 했다. 세희의 진술보다 작은 일 같았지만, 지금 다른 사람의 하루를 지키는 일이었다.
늦은 점심은 법원 근처에서 먹었다. 어머니가 사겠다고 하자 세희는 자기 몫은 내겠다며 카드부터 꺼냈다. 가람과 태곤도 각각 냈다. 어머니는 다들 이렇게 계산하면 대접하는 재미가 없다고 투덜거렸다. 세희는 집에서 반찬을 받아 왔으니 충분히 대접받았다고 답했다.
식사가 나오자 어머니는 오늘 법정에서 한 말을 다시 묻지 않았다. 대신 세희가 좋아하지 않는 반찬을 자기 쪽으로 옮겼다. 세희는 이제는 먹는다며 다시 가져왔다. 어머니는 네가 바뀐 줄 몰랐다며 웃었다. 회사와 마을이 아닌 자리에서도 설명해야 할 변화가 있었다.
세희는 식사를 거의 마치고 나서 어머니에게 말했다. 자기가 조용했던 순간도 말하고 나니 더 부끄러운 것 같다고. 어머니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면 원래 크던 일도 더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 다음 날 똑같은 크기로 남는지는 자고 일어나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람은 그 조언을 법정 질문지에 옮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늘의 세희에게는 맞는 말일 수 있었다. 태곤이 버스 시간을 확인했고, 어머니와 세희는 같은 방향으로 돌아갔다. 가람은 두 사람을 배웅한 뒤에야 사무실로 갔다.
새로 온 회사 자료에는 다음 날 보고를 받은 부서의 업무 배정이 있었다. 점검 요청과 인수 자료 정리가 서로 다른 담당으로 넘어간 흔적이었다. 가람은 둘을 따로 읽고 해당 보고가 어떤 경로에서 초안으로 바뀌었는지 민규에게 대조를 부탁했다.
민규는 분류 변경 요청 문서의 일부를 추가로 받았다고 했다. 직접 요청한 사람과 처리한 계정의 관계를 설명할 항목이 있었다. 가람은 지금 바로 이름을 발표하지 않았다. 원문과 작성 경위, 권한 관계를 확인할 차례였다.
세희에게 질문 정리를 보내려던 밤, 먼저 메시지가 왔다. 오늘 답을 못 한 부분을 내일 기억으로 더 채우려 하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수첩과 다른 자료에서 확인하고 말하겠다고 했다. 가람은 그렇게 해 달라고 답했다.
그는 반대 질문 목록의 끝에 새로운 줄을 썼다. 세희의 침묵이 무엇이었는지 다툰 뒤에도, 회사의 침묵에는 아직 답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