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트랙은 비어 있다
통장 밖의 금요일
금요일 오후 세 시에 태문의 전화는 꺼져 있었다.
금요일 오후 세 시에 태문의 전화는 꺼져 있었다.
문주는 휴대전화를 탁자에 놓았다. 다시 들고 전화를 걸면 응답이 생길 것 같았다. 오늘은 제작실의 분쟁액을 예치하는 날이었다. 태오는 현재 담당에게 진행상황을 넘겼고 자신은 인계에 필요한 질문만 받기로 했다. 문주는 그에게 전화를 걸다가 그만두었다. 부탁하면 여전히 해 줄 사람에게 같은 일을 계속 부탁하는 것은 쉬웠다.
혜주가 회사 정산 담당에게 연락했다. 담당자는 결재가 반려됐다고 했다. 회사 운영계좌 밖으로 옮길 이유가 충분하지 않다는 상무의 결정이었다. 문주가 의자를 뒤로 밀었다. 금요일까지 보내겠다고 말한 사람은 태문이었다. 전화가 꺼져 있다는 사실이 그 약속의 빈칸으로 들어왔다.
이솔은 예치 담당의 번호를 찾았다. 회사가 작성한 조건 문서는 접수됐지만 돈은 도착하지 않았다. 받은 사람 이름이 비어 있는 것이 반려 이유라고 했다. 문주는 자신의 이름을 넣으면 쉽게 보낼 수 있냐고 물었다. 담당은 지급 권한을 다투는 돈이므로 임의의 제삼자를 수령자로 적을 수 없다고 했다. 문주는 펜을 내려놓았다. 자기가 한 번 더 대신 나서는 것으로 고칠 종류의 일이 아니었다.
노을은 옆에서 반납된 함의 봉인을 확인했다. 열두 함은 어제 제자리에 돌아왔다. 소유자변경 요청은 철회됐고 감정도 끝났다. 돈이 오늘 오지 않는다고 원반들이 다시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솔은 이미 끝낸 일의 사진을 별도 폴더로 옮겼다. 문주는 화면의 완료 표시를 보며 조금 숨을 쉬었다.
세 시 사십 분에 태문이 나타났다. 전화기 배터리가 방전됐다고 했다. 그 말보다 먼저 그의 양복 소매에 묻은 먼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회사에 돌아가 서류를 가져왔다. 상무가 오늘 결재하지 않는다면 자기가 개인 돈으로 보내겠다고 말하고 나왔다는 것이다. 문주는 왜 그런 결정을 했냐고 물었다.
“이번 주에 공연 하나가 들어왔어요. 선금 받았습니다.”
태문은 종이봉투를 열었다. 문주가 그 봉투 안을 보고 웃을 수 없었다. 현금이 아니었다. 공연계약서와 제작실 정산내역이 있었다. 태문은 개인 돈으로 바꾸어 보내면 회사가 나중에 갚겠다고 서약하는 문서를 받으려 했으나 그것도 거부됐다고 했다. 화가 나서 나왔지만 예치 담당은 다른 주체의 돈으로 혼합하지 말라고 했다.
문주는 태문에게 다시 회사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태문은 그것을 모르는 줄 아느냐고 쏘아붙였다. 문주는 모르는 것이 아니라 가기 싫은 것 같다고 답했다. 태문이 주먹으로 무릎을 쳤다. 자기가 한때 말을 꺼내기만 하면 일하던 사람들이 이제 종이 한 장을 더 내놓으라고 했다. 문주는 그 사람들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에 의자 하나가 비었다. 이솔은 거기에 앉지 않았다. 태문과 문주가 자기 말의 자리를 스스로 건너야 했다. 혜주가 회사의 정산 담당과 다시 연결했다. 담당자는 반려 사유를 말하고 전자결재의 첨부 문서를 열었다. 제작실의 지난 합의서 대신 초기 소유자변경 신청이 들어가 있었다.
태문이 화면으로 다가갔다. 자기가 철회한 문서였다. 결재 담당은 최초 신청번호에 묶인 옛 첨부를 불러왔다. 혜주는 오늘 보낸 합의서 번호와 철회서 접수번호를 대조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같은 사건의 옛 종이가 새 돈의 길을 막았다. 이번에는 나중에 누군가 증거를 몰래 바꾼 이야기로 커지지 않았다. 화면에서 바로 잘못 불러온 항목을 볼 수 있었다.
“제가 새 번호를 연결하지 않았네요.”
정산 담당이 말했다. 태문은 그를 욕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자기도 첫 서류를 제출하면서 다른 근거를 끌어다 쓴 사람이었다. 담당자는 수정 신청을 넣고 상무에게 전화했다. 그가 읽은 문서가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무의 목소리는 스피커로 켜지지 않았다. 모두가 그 사람의 한숨을 구경할 필요는 없었다.
태문은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여기서 기다렸다. 문주는 배고프냐고 물었다. 태문이 점심을 못 먹었다고 했다. 둘이 아래 편의점으로 내려갔다. 도시락이 한 개만 남아 있었다. 문주는 삼각김밥을 골랐다. 태문이 왜 같이 도시락을 먹지 않느냐고 묻자 남은 게 하나라고 했다. 잠시 뒤 태문이 도시락을 밀고 김밥 두 개를 샀다.
편의점의 작은 의자에서는 어떤 판의 소유권도 쉽게 말할 수 없었다. 태문이 문주에게 자기 음악을 전부 싫어하느냐고 물었다. 문주는 좋아했던 곡이 있다고 했다. 그 대답이 태문을 편하게 하지 않았다. 좋아했던 사람이 자기 작업의 값보다 다른 사람의 몫을 먼저 물었다. 그는 김밥을 뜯다 끝을 찢어 밥이 흘렀다.
문주는 휴지를 줬다. 둘이 오래전 작업하던 밤에도 이런 음식을 먹었다. 그 기억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빼고 둘의 친밀함만 되찾기는 싫었다. 문주는 그날 모두 먹었냐고 물었다. 태문이 한참 뒤 한 사람이 늦게 들어왔고 남은 김밥을 먹었다고 답했다. 이름을 먼저 붙이지 않았다. 문주는 그 밤의 손들이 다 배불렀다는 이야기를 갖고 있지 않았음을 알았다.
네 시 이십 분에 회사의 새 결재가 완료됐다. 태문과 문주가 위층으로 돌아왔다. 정산 담당은 이체를 바로 넣겠다고 말했다. 예치 계좌의 조건 문서가 새 첨부로 연결됐고 제작실 명의로 금액이 움직였다. 화면에서 보낸 기록이 떴다. 문주가 소리쳤지만 이솔은 수령 확인을 기다렸다.
잠시 뒤 예치 담당이 확인서를 보내왔다. 실제 입금한 액수와 별도로 보관하는 계정이 적혀 있었다. 제작실 일반 운영계좌의 잔액이 아니라 밖에서 받은 돈이었다. 수령 조건은 당사자 권한 확인이며 공개 출연이나 인터뷰가 붙지 않았다. 문주가 받은 사람이 없는데 돈이 어디 있냐고 다시 묻지 않아도 됐다. 그 돈은 자리를 얻었다.
확인서가 인쇄기에서 나오지 않았다. 종이가 한 장 걸렸다. 문주는 서둘러 덮개를 열었다가 이솔이 전원을 끄는 것을 보고 손을 멈췄다. 롤러에 말린 종이의 끝이 뜨거웠다. 기다렸다가 천천히 뽑자 글씨가 찌그러진 확인서가 나왔다. 문주는 그것을 버리지 않고 빈 종이로 뒤집었다. 다시 나온 깨끗한 확인서는 봉투에 들어가고 걸렸던 종이에는 내일 표를 나눌 자리와 시간을 적었다. 큰일이 끝나도 프린터는 종이를 먹었고 사람에게는 다음 날의 일이 생겼다. 그는 그 평범한 방해가 싫지 않았다.
태문이 자기 이름을 적은 펜을 놓고 갔다. 문주는 따라 나가려다 현관에서 돌아오는 태문과 마주쳤다. 태문이 펜을 받고 이번에는 정말 간다고 했다. 문주는 그러라고 했다. 마지막 말을 찾아 길게 서 있지 않아도 될 만큼 오늘 두 사람은 할 말을 했고, 해야 할 동작도 하나 끝냈다.
문주는 확인서를 인쇄했다. 삼십육만 원의 첫 정산표는 별도 첨부에 있었다. 이번 예치 대상은 제출자료에서 분쟁 중으로 정리한 몫이며 그 한 표를 전체 인세로 부풀려 계산한 것이 아니었다. 다른 미확정 항목은 또 별도로 남았다. 이솔은 문주가 큰 숫자를 따로 발표하자고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마음을 놓았다.
태문은 앉은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오늘 맡은 일이 끝났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문주가 공연 계약의 날짜를 물었다. 다음 주라고 했다. 그가 그 공연을 해야 돈을 벌 수 있었다. 문주는 잘 치라고 말하지 않았다. 계약서에 함께 쓰는 연주자의 몫도 적으라고 했다. 태문이 이번에는 적혀 있다고 답했다. 종이를 펴자 이름 두 개와 금액 두 줄이 보였다.
노을이 태문에게 원반의 새 받침을 보여 주었다. 태문은 재료에 손을 대지 않고 가까이 들여다봤다. 이렇게 얇은 것으로 버티냐고 물었다. 노을은 원반의 옆면을 잡아 누르는 방식보다 무게를 넓게 받는 것이 낫다고 했다. 태문은 자기가 쓰던 보관함을 떠올리며 사진을 받을 수 있냐고 물었다. 노을이 재료 사양을 보내겠다고 했다.
태문이 나간 뒤 문주는 확인서를 책상 위에 세워 두었다. 이솔이 구겨지지 않게 봉투에 넣으라고 했지만 조금만 더 보고 싶다고 했다. 돈이 자기 통장에 오지 않았고 수인의 현재 모습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한때 말로만 남아 있던 몫이 실제로 다른 곳에 옮겨 갔다. 문주는 그 작은 변화를 눈으로 보고 싶었다.
청년이 리허설을 하러 들어왔다. 새 대여 건반은 오전 점검에서 통과했다. 청년이 키 감각을 익히느라 두 시간 일찍 왔다고 했다. 문주는 그 시간을 연습료에 넣었는지 물었다. 혜주가 추가 리허설 항목을 고쳤다고 답했다. 청년이 자기 일을 두고 어른들끼리만 이야기하는 게 싫어 문주 옆에 섰다. 그는 계약의 그 줄을 직접 읽었다.
“제가 필요한 시간이라고 말해서 생긴 건데요.”
청년이 말했다. 문주는 맞다고 했다. 이제 그가 필요한 것을 말하면 누군가의 호의로만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청년은 악보를 들고 연습실로 갔다. 첫 음이 문틈으로 나왔고 오늘은 악보대의 금속 잡음이 섞이지 않았다.
이솔은 사건 봉투를 닫았다. 철회서와 상태 감정, 교차배송 회수, 지지재 교체, 실제 예치 확인. 서로 다른 일을 한 제목으로 눌러 쓰지 않고 작은 봉투들을 큰 봉투 안에 넣었다. 남은 미확정 권리 항목과 다음 담당의 연락처는 표지 안쪽에 적었다. 누구든 다시 열면 끝낸 곳과 남긴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문주가 태오에게 짧은 문자를 보냈다. 오늘 돈 들어갔음. 태오는 축하한다고 답하고 내일 표를 어디서 받느냐고 물었다. 문주는 담당자에게 묻으라고 쓰려다가 자신이 팔기로 한 티켓을 떠올렸다. 현관에서 내가 줌, 이라고 답했다. 이번에 그가 자기 손으로 건넬 것은 다른 사람의 과거가 아니라 현재 공연의 좌석표 한 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