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43미터의 종
이름을 부르는 방
열흘 동안 미례는 문 앞의 의자를 치우지 않았다.
열흘 동안 미례는 문 앞의 의자를 치우지 않았다.
공식 확인기관에서 연락이 오는 날 가족들이 앉을 곳이었다. 그 사이 수색 배는 가능한 날 움직였고 바람이 큰 날은 장비를 고쳤다. 회수케이스의 반환 절차는 따로 진행됐다. 마지막 손해신청에서 어부의 그물 수리비 일부가 지급됐다. 임시 그물은 그동안 그의 배에서 쓰였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은 열흘은 아니었다.
해솔은 잠수복 목 부분의 닳은 곳을 맡겼다. 자기가 손으로 붙이면 될 것 같았지만 몸을 지키는 부분이었다. 수리업체가 하루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여분 장비의 상태를 확인하고 작업팀과 사용 순서를 조정했다. 빠진 하루를 바다에 들이밀며 보상할 수는 없었다. 미례는 그가 오늘 못 들어가는 이유를 가족방에 짧게 전했다.
신원확인 담당의 전화는 오후에 왔다.
미례는 전화기를 받아 조용한 방으로 들어갔다. 공식 대조가 끝났고 대상 가족에게 직접 설명할 시간이 잡혔다. 미례가 먼저 이름을 받아 단체방에 쓰지 않았다. 가족 사내에게 연락해 방으로 와 달라고 했다. 그는 케이스 사진을 들고 왔다. 옆에는 아내가 있었다. 사진 속 두 글자의 이야기를 했던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문밖에서 서로의 손을 잡지 않았다. 아내는 가방끈을 붙잡았고 사내는 접힌 서류봉투를 들었다. 미례가 문을 열자 아내가 안에 누가 있느냐고 물었다. 확인 담당과 조사관이 있다고 답했다. 해솔은 복도 끝에 있었다. 안에 들어갈 사람인지 밖에 기다릴 사람인지 물어보려 했으나 아내가 먼저 밖에 있어 달라고 했다.
그는 그러겠다고 했다. 문은 천천히 닫혔다. 방 안에서 이름이 불렸지만 복도까지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미례도 가족이 원하기 전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세 사람이 기다리는 복도에는 벽시계가 하나 있었다. 초침이 한 칸씩 움직였다. 누구의 시간이 더디게 가는지 구분하지 않았다.
문이 열린 것은 이십 분 뒤였다. 사내가 봉투를 가슴에 안고 나왔다. 공식적으로 자신의 가족이라는 확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내는 바로 말을 하지 않았다. 얼굴이 하얬고 눈물도 아직 없었다. 미례가 의자를 당기자 그녀가 앉았다. 오래 기다린 사람의 몸은 답이 오면 바로 움직이지 못했다.
케이스의 확인과 사람의 확인은 같은 문서가 아니었다. 담당자는 각각의 절차를 설명했다. 아내는 그래서 그 물건도 받을 수 있냐고 물었다. 가능한 시점과 보전 조건을 안내받았다. 큰 질문 뒤에서 작은 물건의 질문이 나왔다. 해솔은 그것을 붙잡고 버티는 사람에게 물건 정도는 나중에 받으라고 말할 수 없었다.
사내는 장례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미례가 관련 안내를 주었다. 공동기금의 추모 지원 항목은 의결 기준이 있었고 긴급 생활지원은 별도의 경로였다. 두 사람이 지금 모두 읽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 미례는 실제 필요한 날짜부터 물었다. 아내가 집에 돌아가 옷을 챙겨야 한다고 답했다. 아직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그 정도였다.
해솔은 차를 가져왔다. 운전해도 되냐고 물었다. 사내가 길은 자신이 알려 주겠다고 했다. 세 사람은 차에 올랐다. 미례는 대기실에 남아 다른 가족 연락을 받았다. 돌아오지 않은 사람이 아직 있었고 오늘 한 가족의 장례가 다른 가족의 수색을 끝내지는 않았다. 배 계약은 다음 회의에서 계속 정하기로 했다.
차 안에서 아내는 케이스 사진을 보았다. 이런 것을 쓰지 말라고 여러 번 말했다고 했다. 몸에도 안 좋고 냄새가 싫었다. 사내는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해솔은 신호 앞에 멈췄다. 죽은 사람을 기억하는 말을 모두 좋은 말로 바꿀 필요는 없었다. 싫었다고 말하던 물건을 지금 받고 싶은 마음은 같은 사람 안에 있었다.
집 앞에서 아내는 잠시 차에 남았다. 문을 열면 그 사람의 방이 있을 거라고 했다. 해솔이 그 집에 처음 왔으므로 무슨 말을 해도 지나치게 앞섰다. 그는 시동을 끄고 기다렸다. 사내가 먼저 내려 현관문을 열었다. 아내가 그 손을 보고 차에서 나왔다. 자기 집의 문턱도 오늘은 바다처럼 낯설었다.
그들이 들어간 뒤 해솔은 차 밖에 섰다. 도와야 한다는 마음으로 집 안까지 가지 않았다. 골목 끝에는 아이들이 공을 찼다. 공이 그의 발에 왔다. 그는 가볍게 굴려 줬다. 아이가 고맙다고 했다. 웃을 수는 없었지만 공을 돌려주는 손발은 움직였다. 오늘의 슬픔이 다른 사람의 길을 모두 막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장례식장에 재필이 왔다. 그는 문밖에서 한참 서 있었다. 자기가 들어가면 살아 돌아온 사람이 다시 보이는 것 아니냐고 해솔에게 물었다. 해솔은 들어와 달라는 연락을 받았는지 먼저 물었다. 재필은 사내가 연락했다고 했다. 그러면 그 사람이 요청한 자리라고 답했다. 재필이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그는 영정 앞에서 소리를 내지 않았다. 얼굴을 알아봤다고 주장하지도 않았다. 같이 배에 있었고 자기 몸이 구조됐다는 사실만 말했다. 사내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재필이 움찔했다. 살아 있어서 미안하다고 말하려던 입이 닫혔다. 사내는 네가 와 줬으면 했다고 했다. 그 한 문장을 받아도 괜찮았다.
우찬은 업무가 끝난 뒤 따로 왔다. 조사자료를 장례식장에 가지고 오지 않았다. 선사에서 참석한 직원이 지금까지 확인한 책임을 설명하려 하자 사내는 오늘 그 이야기를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우찬이 옆에서 그 말을 받아 줬다. 선사 직원은 봉투를 가방 안에 넣었다. 책임을 피할 장소가 아니라 오늘 이야기를 맡길 장소가 따로 있었다.
다른 가족들이 지원 기준을 읽고 금액을 정했다. 미례는 기록자로 남아 결과를 적었다. 자신이 실무를 맡았으니 얼마든 쓸 수 있다는 식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장례에 필요한 차량과 물품은 실제로 제공됐고 사용한 내역이 남았다. 오래 기다린 사람에게 서류만 건네 돌아가게 하지는 않았다. 차량이 오는 시각에는 미례가 현관의 짐을 치웠다.
아내는 사진을 고르며 살아 있을 때 쓰던 셔츠를 가져왔다. 케이스는 아직 보전 절차 안에 있었다. 그녀는 그 물건 대신 셔츠 주머니를 만졌다. 해솔은 물속에서 보았던 천이 이 셔츠가 아니었다는 것을 생각했다. 한때 사진 속 천을 옷이라고 먼저 불렀다면 가족의 이 손은 열흘 먼저 다른 슬픔에 걸렸을 것이다.
셔츠의 단추가 하나 느슨했다. 아내는 실을 가져오겠다고 일어났다. 사내가 자기가 가져오겠다고 했다. 바느질 상자는 원래 두던 서랍에 있었다. 아내는 단추를 꿰매다가 실을 끊었다. 고쳐 주는 일을 죽은 뒤에도 하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해솔은 그 손이 멈출 때까지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바늘에 실을 넣고 끝을 묶었다. 셔츠 한 벌이 자기 손에서 마무리됐다. 다른 사람이 대신 매끈한 새 옷을 사 오는 것과는 다른 일이었다.
밤이 깊어 재필은 먼저 가겠다고 했다. 다음 날 치료 예약이 있었다. 사내가 가라고 했다. 몸 잘 돌보라는 말도 했다. 재필은 그 말을 듣고 눈을 내렸다. 살아남은 자기 몸에 대해 다른 가족이 잘 돌보라고 말하는 날이 올 줄 몰랐다. 해솔은 그를 밖까지 배웅했다. 신발을 신는 손이 이번에는 덜 떨렸다.
다음 날 미례는 대기실로 돌아왔다. 문 앞 의자는 여전히 있었다. 사내가 장례 중에도 남은 수색일정은 듣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자기 사람을 찾았다고 다른 사람의 기다림을 접지 않았다. 미례는 업무담당이 따로 연락하도록 연결했다. 오늘의 가족에게 모든 회의에 참석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았다.
공식 확인 결과는 가족이 허용한 범위에서만 공동방에 공지됐다. 수습 영상이나 사적인 식별자료는 올리지 않았다. 사람의 이름이 적힌 짧은 글과 추모의 시간이 있었다. 해솔은 그것을 읽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수중의 형체가 실제 이름을 얻는 순간까지 자신이 알고 있던 것은 장소뿐이었다. 이름을 돌려준 것은 함께 일한 사람들과 공식 확인의 시간이었고, 기다린 가족의 자료였다.
우찬은 남은 사건 자료의 진행을 보냈다. 이미 확인한 화물 이동, 승인, 설치와 검사누락에 대한 조사기관의 조치가 계속됐다. 추가 자료 제출 일정은 정해져 있었다. 우찬은 확정된 화물 반환 내역과 장치 확인 자료를 묶고, 추가 제출이 필요한 항목에만 표시를 남겼다.
해솔은 수리된 잠수복을 받았다. 목 부분의 연결이 새로 매끈했다. 그는 업체가 권한 점검을 마친 뒤 작업팀에 상태를 알렸다. 다음날 가능한 구역을 확인했다. 바다에 다시 들어갈 때 오늘 들은 이름을 찾겠다는 약속으로 모든 사람을 대할 수는 없었다. 남은 사람에게는 남은 구역이 있었다. 그는 손에 맞는 장갑을 가방 위에 놓았다.
장례 마지막 날 아내가 해솔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해솔은 혼자 한 일이 아니라고 답했다. 아내는 알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너에게도 말하고 싶었다고. 그가 더 긴 설명으로 그 말을 밀어내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받았다. 여러 사람의 손이 한 사람의 얼굴을 돌려왔고 각 손에 감사가 올 수 있었다.
해솔은 집으로 돌아와 젖지 않은 수건을 펼쳤다. 재필에게 돌려주기 위해 씻어 놓은 것이었다. 바닷물 냄새가 거의 없었다. 그는 수건을 접고 새 봉투에 넣었다. 이름을 부르는 방에서 받은 것과 물속에서 건진 것은 같은 봉투에 들어가지 않았다. 어느 것은 조사에 남고 어느 것은 가족에게 돌아가고 어느 것은 자기 방에서 다시 마른다. 그는 불을 끄기 전에 창문을 닫았다. 밖에는 내일의 바다가 있었지만 오늘의 방도 닫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