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증언석에 앉는 날
세 번의 경고
세희는 증언석 앞에서 어머니를 발견했다.
세희는 증언석 앞에서 어머니를 발견했다.
맨 뒤쪽이었다. 두 사람이 아는 회사 직원들과 떨어져 앉아 있었다. 세희가 전날 일정과 방청 가능 범위를 알려 줬지만, 어머니는 꼭 오겠다고 말하지 않았었다. 지금 손에는 작은 가방만 들고 있었고, 법정 안에서 딸을 부르지 않았다.
태곤은 옆에서 출입증 끈을 잡고 있던 세희의 손을 봤다. 오늘은 회사에 들어갈 일이 없었지만 그녀는 늘 하던 대로 목에 걸었다. 세희는 끈을 풀어 가방에 넣었다. 회사의 직책이 말을 하지 않을 때도 자기 말은 남아 있어야 했다.
가람은 마지막으로 준비한 질문의 범위를 확인했다. 직접 보고한 일과 받은 답, 두 번째 회의에서 멈춘 질문, 다음 날 다시 한 일. 상대방이 반대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세희는 모두 들었다고 답했다. 갈색 봉투의 원본은 정한 보관 절차에 따라 확인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었다.
회사 대리인은 증언의 범위와 자료 열람에 관한 의견을 냈다. 업무 자료의 사적인 보관 문제도 제기했다. 재판장은 필요한 확인과 반대 질문을 허용하되,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개인 정보까지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세희는 그 정리가 끝날 때까지 앉아 기다렸다.
가람의 첫 질문은 어려운 문장이 아니었다.
“처음 경보를 받았을 때 무엇을 하셨습니까?”
세희는 설비담당에게 알리고 측정 상태 확인을 요청했다고 답했다. 센서가 잘못된 것인지 당시 자신도 확정하지 못했다. 다만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남아 있는 보고와 통화 기록으로 그 연락을 대조할 수 있었다.
가람은 가입 전 외부 위험평가 문서와 이 내부 경보 보고가 같은 것이냐고 물었다. 세희는 아니라고 답했다. 외부 점검 권고가 있었다는 사실과 자기에게 경보가 들어와 회사에 알린 일은 서로 다른 자료였다. 두 보고가 같은 말처럼 오간 적은 있지만 자신은 구분해서 설명하겠다고 했다.
첫 연락 뒤 받은 답은 점검하겠다는 것이었다. 세희는 점검한 부분을 확인하려고 다시 물었고, 보고에 전달받은 내용도 따로 적었다. 현장 전체를 자신이 확인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보고가 그 차이를 담고 있었는지는 제출한 자료로 볼 수 있었다.
두 번째 경고는 회의 이후 다시 보낸 보고와 함께 설명했다. 가람이 회의의 질문을 하자 세희는 잠시 물컵을 봤다. 준비한 말이지만 법정에서 하는 데는 다른 힘이 들었다. 그녀는 시작할 때 경보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고, 점검 중이라는 답 뒤에 더 묻지 못했다고 했다.
“왜 더 묻지 못했습니까?”
세희는 상급자와 담당자들이 같은 설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자신이 모르는 점검이 이미 진행 중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물으면 사람들 앞에서 동료의 설명을 못 믿는 직원으로 보일까 두려웠다. 뒤의 이유까지 가람이 적어 준 문장이 아니라 자기 말이었다.
가람은 그 침묵 뒤의 하루를 물었다. 세희는 수첩에 남긴 질문을 다시 정리해 보고했고, 무엇을 점검했는지와 끝날 때까지 공정을 어떻게 관리할지를 물었다고 했다. 누가 받았는지는 발송과 수신 자료를 함께 제출했다. 보고를 보냈다는 말만으로 모든 수신자가 읽었다고 할 수는 없었다.
가람은 세 번째 경고 때 받은 지시를 물었다. 세희는 손을 무릎 위에 놓았다. 그날 생산본부장에게 설명하러 갔고, 직접 얼굴을 보고 들은 말을 기억한다고 했다. 보험 갱신 자료가 정리된 뒤 다시 이야기하자는 답이었다. 지금의 보고를 어떻게 유지하느냐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받지 못했다.
회사 대리인이 즉시 이의를 냈다. 기억 속 표현과 문서에 적힌 표현이 같은지 확인해야 했다. 재판장은 그 구분을 하게 했다. 세희는 자신의 기억과 당시 메모를 나눠 답했다. 정확한 문장 전체를 녹음으로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보험 갱신 뒤로 미루자는 말을 직접 들었다는 진술은 유지했다.
“누가 말했는지 다른 사람과 혼동할 수 있습니까?”
가람이 물었다. 이 질문은 상대방이 하기 전에 세희가 먼저 준비한 것이었다. 두 번째 회의의 한 발언자는 기억을 수정하고 있었지만, 세 번째 면담에서 본 사람은 직접 만나 대화한 본부장이었다. 세희는 두 기억을 하나의 확신으로 묶지 않았다.
그녀가 말했다. “그날 제가 다시 보고하러 간 이유가 그분에게 결정을 묻기 위해서였어요. 문서를 맡긴 사람하고 방에서 답한 사람이 같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본부장이 오늘 이 말을 모두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회사 대리인은 당시 일정을 조정하자는 뜻이었을 수 있다고 했다. 가람은 그 의미에 관한 의견은 별도로 듣되, 실제 어떤 조치를 지시했고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자료와 함께 답해 달라고 했다.
세희는 회사가 보험을 유지하려는 것이 곧 모든 잘못을 뜻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보험이 사라지면 사람들에게 쓸 재원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도 당시에 들었다. 하지만 경보를 나중에 말할 자료로 옮기는 것과 위험을 지금 확인하는 것은 같이 할 수 있어야 했다고 했다.
방청석에서 만석이 턱을 당겼다. 보험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돈이 나올지부터 생각하던 표정이 달라졌다. 세희는 그 시선을 보고 잠시 멈췄지만, 어민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말에 없는 분노를 보태지는 않았다.
가람은 제출한 출력 보고의 경위를 물었다. 세희는 회의에서 질문을 놓치지 않으려고 종이를 출력했고, 이후 시스템 목록에서 찾을 수 없어 갖고 있던 종이를 다시 확인했다고 했다. 십칠 분 차이는 나중에 기록을 대조해 알았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녀가 말했다. “그때는 제가 십칠 분 먼저 움직인 줄 몰랐습니다. 그냥 종이가 필요해서 뽑았고, 나중에 그 종이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기록을 비교한 결과는 민규의 자료와 함께 제시됐다. 출력 종료와 삭제 작업, 그 사이 분류 변경이 있었다. 세희는 삭제 명령을 누가 내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누가 했을 것이라고 혼자 생각한 적은 있지만, 그것을 직접 본 사실로 내지는 않았다.
태곤은 뒤에서 숨을 길게 내쉬었다. 세희가 자기에게 불리한 침묵을 빼지 않고, 회사에게 불리할 수 있는 기억도 몰래 덜어 내지 않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가 해야 할 일은 어느 문장이 더 유리한지 대신 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재판장은 세희가 할 수 있었던 조치를 확인했다. 보고와 점검 요청, 현장 확인 범위에 관한 질문이었다. 세희는 공정 전체 정지를 결정하는 결재 권한은 없었지만 더 물을 수 있었고 다시 알릴 수 있었다고 답했다. 권한이 없었다는 사실을 자기 책임이 전혀 없다는 말로 쓰지는 않았다.
그 말에 가람은 추가로 변명을 붙이지 않았다. 세희가 자기 몫을 인정하는 순간마다 곧바로 회사의 더 큰 몫을 외치면, 그녀의 말을 또 누군가의 주장 아래 두게 될 수 있었다. 필요한 결재선 자료는 이미 따로 제출돼 있었다.
휴정 때 세희는 증언석에서 내려왔다. 어머니는 가까이 오지 않았다. 딸이 누구와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는 자리에 먼저 들어가지 않으려는 듯했다. 세희가 직접 뒤쪽으로 걸어가자 그제야 가방에서 물병을 꺼냈다.
“목이 말라 보이더라.”
어머니가 말했다. 세희는 법정에도 물이 있었다고 답하면서 병을 받았다. 어머니는 어떤 말을 더 잘했는지 평가하지 않았다. 세희는 그런 평가를 듣고 싶었던 것도 같고, 안 듣고 싶었던 것도 같았다.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병을 돌려줬다.
가람은 두 사람에게 붙어 서지 않고 태곤과 반대 질문의 범위를 확인했다. 태곤에게는 회사 급여 누락 항목의 추가 지급이 들어왔다는 확인이 왔다. 관련 직원이 자기 입금을 확인한 메시지였다. 태곤은 그 사실만 세희에게 알려 줬다. 증언이 시작됐다고 현재 임금 확인이 멈추지는 않았다.
세희는 고맙다고 말했다. 그런 작은 결과를 듣고 싶어 하는 자신이 법정의 엄중함을 모르는 사람처럼 보일까 잠깐 걱정했다. 태곤은 밥 먹을 사람은 어디에 앉아 있어도 월급을 확인한다고 했다. 세희는 처음으로 어깨를 조금 내렸다.
만석은 휴정 복도에서 세희에게 아직 묻고 싶은 것이 많다고 말했다. 그녀는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그중 하나는 오늘 답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회사에서 아무 말도 안 한 사람이라고 자신이 단정했던 것은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희는 아무 말도 못 한 순간도 있었다고 다시 말했다. 만석은 들었다고 했다. 그 두 문장이 같이 남아야 자신도 다음 질문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그는 어머니가 가까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인사했다. 어머니는 딸을 대신 설명하지 않았다.
심리가 재개되자 회사 대리인이 일어났다. 그는 세희의 보고 제목과 회의 메모를 나란히 놓았다. 어떤 보고는 추가 확인을 요구하면서 공정 중지를 명시적으로 요청하지는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세희는 자기 문서에 없는 말을 있었다고 답하지 않았다.
회사 대리인은 점검 중이라는 회사 설명을 들었고 그 자리에서 더 반대하지 않았으니, 당시 진행 방식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가람은 질문의 전제를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세희가 먼저 마이크 가까이 몸을 움직였다.
“제가 그 자리에서 조용했던 것부터 답하겠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침보다 낮았다. 작아서가 아니라 서두르지 않으려는 소리였다. 갈색 봉투에서 나온 종이는 탁자 위에 놓여 있었고, 종이에 쓰이지 않은 침묵의 시간이 다시 법정 앞에 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