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음악 고딕 미스터리 57화

일곱 번째 트랙은 비어 있다

박수 전에 부는 바람

청년은 음을 누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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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음을 누르지 못했다.

문주는 손가락을 보았다. 붕대는 이미 풀었고 작은 흠만 남았다. 아파서 멈춘 것 같지 않았다. 건반에 손을 올린 청년의 어깨가 굳어 있었다. 무대 뒤에서 사람이 말을 할 때마다 그의 손목이 움찔했다. 오늘은 공개용 짧은 샘플을 녹음하는 날이었다. 아직 관객도 없는데 유리 너머 기다리는 세 사람의 눈이 너무 많았다.

“저쪽 불 좀 끄면 안 돼요?”

청년이 말했다. 녹음기사는 작업대 조명을 낮췄다. 얼굴이 유리에서 사라졌다. 청년은 첫 음을 눌렀다가 바로 멈췄다. 에어컨이 머리 뒤를 불었다. 그의 악보 첫 장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문주는 그 바람을 어제까지 모르고 있었다.

기사가 에어컨을 끄자 방이 더워졌다. 청년은 무대복이 아닌 얇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도 목이 젖었다. 문주는 땀 때문에 긴장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물을 건넸다. 청년이 마시다 사레가 들었다. 네 사람이 동시에 다가가려 하자 그가 손을 들었다. 혼자 기침할 자리 정도는 남겨 달라는 몸짓이었다.

문주는 녹음실 바깥으로 나갔다. 이솔도 따라 나왔다. 지금 필요한 것이 응원이냐고 문주가 물었다. 이솔은 필요한 것을 물어보면 어떠냐고 했다. 문주는 다시 들어가 청년에게 물었다. 청년은 아무도 잘하려고 하지 말라고 답했다. 문주는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제가 한 번 틀릴 때마다 다들 더 조용해져요. 누가 죽은 것처럼.”

기사가 웃었다. 그러고는 일부러 컵을 내려놓는 소리를 냈다. 청년이 조금 웃었다. 문주는 첫 마디를 자기가 틀려 볼까 하다가 청년의 곡을 장난으로 만들 수 있어 그만두었다. 대신 문밖에서 큰 소리로 자기 신발 끈이 풀렸다고 말했다. 이솔이 고개를 돌렸다. 정말로 풀려 있었다.

세 번째 시작에서 음악은 앞으로 갔다. 청년은 건반 오른쪽의 낮은 음을 왼손으로 건넜다. 서로 가까운 두 음 사이에서 숨이 들어왔다. 문주는 어디에 숨을 넣는지가 이 곡의 성격임을 그제야 들었다. 자기가 녹음한 파일에서는 그곳을 너무 빠르게 넘어갔다. 틀린 네 군데보다 맞았다고 생각한 곳이 먼저 달랐다.

곡의 짧은 공개 구간이 끝났다. 기사가 손을 들었다. 청년은 끝까지 치지 않은 자기 곡을 낯설게 봤다. 샘플은 쉰두 초로 정했다. 보호판의 마흔일곱 초를 본떠 길이를 정하지 않았다. 필요한 소개 부분이 거기까지였다. 이솔은 앞으로 이어질 문장을 어디에 넣을지 물었다. 청년이 공연날 제목을 말하겠다고 했다.

첫 재생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높은 음 뒤에서 짧게 징 하고 울렸다. 청년의 얼굴이 다시 굳었다. 건반을 잘못 눌렀다고 생각한 것이다. 문주는 같은 음을 눌렀다. 징 하는 소리가 다시 났다. 손을 바꾸어도 같은 높이에서 나왔다. 기사가 마이크를 옮기며 방 안을 걸었다.

소리는 벽 오른쪽에서 시작해 바닥 가까이 내려왔다. 기사는 마이크를 낮추고 문주는 다시 음을 눌렀다. 청년이 이번에는 직접 누르겠다고 했다. 자기 손이 낸 소리의 뒤를 찾아보고 싶었다. 이솔은 의자 뒤의 느슨한 천을 걷었다. 소리가 짧아졌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청년은 같은 음에서 세게, 약하게, 다시 세게 눌렀다. 작은 소리에는 금속이 잠잠했고 큰 소리에는 바로 대답했다. 그는 자기가 실수한 음이라고 생각해 덮고 넘어갔다면 그 작은 대답을 평생 자기 잘못으로 듣게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주는 벽에 손바닥을 놓고 진동을 느꼈다. 벽은 조용했다. 바닥에 세워 둔 악보대의 다리 끝에서는 손끝에 얇은 떨림이 들어왔다. 기사가 손으로 틀을 눌러 잡았다. 청년이 다시 쳤다. 이번에는 징 소리가 없었다. 셋은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이솔이 웃자 청년도 웃었다. 문주는 자기 손을 놓았고 금속이 한 번 더 울었다. 재생해야 답이 나오는 음악이 아니라, 한 음을 누구와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찾을 수 있는 방의 잡음이었다.

청년은 녹음기사에게 방금 시험한 소리도 자기에게 보내 달라고 했다. 음악 파일에는 넣지 않되 어떤 세기에서 떨렸는지 기억하려고 했다. 기사는 별도 파일로 남겼다. 청년이 오늘 처음 부탁한 자료였다. 겁을 내며 시작했던 사람이 자기 귀로 찾은 것을 가져가고 싶어 했다.

벽 옆 접힌 악보대가 떨고 있었다. 어제 나사가 닳은 악보대였다. 임시로 비워 둔 방에서 아직 나가지 않았다. 문주가 그것을 들어 밖으로 옮겼다. 청년이 그 뒤를 바라봤다. 자기 손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물건이 함께 울었다는 답은 그에게 필요했다. 기사는 장비를 치운 뒤 같은 음을 다시 받았다. 소리가 맑게 남았다.

문주는 쓸모없어진 악보대를 바로 버리지 않았다. 기사에게 수리할 수 있는지 맡겼다. 나사를 통째로 갈면 된다고 했다. 작은 도구는 다음 주에 오고 이번 공연에서는 쓰지 않기로 했다. 청년이 그 악보대를 싫어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문주는 오늘 큰 소리를 냈다고 평생 밉게 볼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자기 손도 그러면 버려야 했다.

샘플을 끝냈을 때 청년은 자기 파일을 먼저 받았다. 기사와 문주가 어느 테이크가 좋은지 고르기 전에 그가 이어폰으로 들었다. 첫 시작은 지나치게 굳었고 마지막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테이크를 골랐다. 기사가 첫 것도 더 또렷하다고 말했지만 청년은 또렷한 것과 자기 곡다운 것이 다르다고 했다. 문주는 그 말을 적어 놓고 싶다가 듣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점심 뒤 샘플이 공연 안내에 올라갔다. 제목은 청년이 정한 그대로였고 허용된 쉰두 초만 들을 수 있었다. 소개문에는 과거 실종자가 돌아온다는 문구가 없었다. 문주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화면을 자꾸 새로 열었다. 이솔이 공연장 좌석을 옮기는 일을 맡기자 비로소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객석은 작았다. 회의실 의자 스물네 개를 놓고 나니 무대와 출입구 사이가 좁아졌다. 혜주는 스무 개만 쓰겠다고 했다. 네 자리가 비었다. 문주가 자기 친구들이 올 수 있다고 말하려다 비워 놓은 통로를 보았다. 사람을 더 많이 데려와도 나갈 길을 좁힐 수는 없었다. 그는 뒷줄의 두 의자를 한 번 더 옮겼다.

청년은 무대 가운데를 원하지 않았다. 한쪽 벽에 기대면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기사는 소리가 벽에 부딪혀 답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둘이 건반을 움직였다. 청년이 한 마디 쳤고 기사는 객석 첫 줄과 뒤편을 오갔다. 완전히 가운데도 끝도 아닌 자리에서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주는 누구 하나 참으면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 둘 다 들으면 달라지는 자리라고 느꼈다.

태오는 일이 끝난 뒤 들어왔다. 슈트가 아니라 편한 재킷을 입었다. 청년에게 샘플을 들었다고 말했다. 청년이 끝에서 다음 마디를 궁금하게 만들었냐고 물었다. 태오는 솔직히 그 구간이 끝인지 이어지는지 몰랐다고 했다. 청년은 괜찮다고 했다. 공연에서 이어지는 것을 보여 주면 됐다. 모든 관객이 미리 악보를 알 필요는 없었다.

문주는 태오에게 앞줄을 주려 했다. 태오는 뒤쪽을 골랐다. 팔을 얹을 곳이 적은 의자라며 문주가 다른 것을 가져오겠다고 했다. 태오는 자기 발등이 아직 부어서 쉽게 일어날 자리를 고른 것이라고 말했다. 문주는 그날 모형상자의 바닥을 다시 떠올렸다. 몸이 받은 비용은 보고서 제출 뒤에도 사람의 하루에 남았다.

녹음기사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다른 공연장이 오늘 밤 사용하려던 키보드를 갑자기 빌려 달라는 전화였다. 이번 공연의 것은 대여품이었다. 먼저 계약한 시간이 겹쳤다. 기사가 여기에는 예비 건반도 없다고 말했다. 문주는 청년 앞에서 목소리를 낮췄지만 청년은 이미 듣고 있었다.

“아무 건반이나 가져오면 되잖아요.”

혜주가 말했다가 청년의 얼굴을 보고 말을 멈췄다. 청년은 어제부터 이 건반의 세기를 익혔다. 새로 쓰려면 다시 연습할 시간이 필요했다. 문주는 자기 집에 있는 낡은 건반을 떠올렸다. 소리 하나가 가끔 끊겼다. 저렴한 대안처럼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사는 대여업체와 통화했다. 업체에서 담당자의 이중 예약 실수를 인정하고 밤에 같은 사양의 다른 건반을 가져오겠다고 했다. 문주는 오늘 건반을 계속 쓰고 다른 공연장에 새 것을 보내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상대는 다른 공연장의 장비 설치가 이미 맞춰져 있다고 했다. 문주는 새 장비를 보내기 전에 실제 점검할 시간을 함께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내일 오전에 청년이 직접 점검하고, 불만이 있으면 현재 건반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정리했다. 기사는 그동안 다른 행사 쪽과 교통을 조정했다. 청년은 남는 시간에 빈 손으로 악보를 넘겼다. 문주가 그런 일은 익숙해진다고 말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익숙해지라는 말은 처음 겪는 사람의 불편을 쓸어 버렸다.

“내일 먼저 와 있을게.”

그 말이면 됐다. 청년이 알겠다고 했다. 이솔은 내일 첫 일정에 새 장비 점검을 적었다. 물건을 서로 다른 이름의 상자에 잘못 넣은 사건이 끝났는데, 공연에 필요한 물건도 사람의 약속에 따라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물건이 왔다는 말만 듣지 않고 사람이 손을 놓고 소리를 낼 때까지 기다릴 참이었다.

청년이 나가기 전에 첫 음을 한 번 더 눌렀다. 악보대는 없었고 높은 징 소리도 나지 않았다. 문주는 자신이 치면 같은 소리가 날지 궁금했지만 그때에는 건반에 손을 대지 않았다. 청년이 자기 소리를 들을 시간이 끝날 때까지 뒤에 서 있었다. 박수는 아직 필요 없었다. 방 안의 에어컨이 다시 돌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바람이 악보 뒤를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