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43미터의 종
그물을 걷는 값
어부는 자기 그물을 끊으려 했다.
어부는 자기 그물을 끊으려 했다.
금지구역 바깥에서 끌던 그물 한쪽이 포집 장비의 줄과 겹쳤다. 배는 조금씩 옆으로 밀렸다. 해솔은 작업선에서 칼을 보았다. 남자는 줄을 잘라야 자기 배가 돌아갈 수 있다고 소리쳤다. 포집팀 책임자가 멈추라고 했다. 줄을 자르면 장비가 떠밀리고 안에 모은 물질도 움직였다.
해솔은 다른 배로 뛰어가지 않았다. 파도 사이에서 건너는 거리는 눈으로 본 것보다 멀었다. 자기 선장의 지시를 기다렸다. 선장이 두 배의 거리를 유지하고 어부에게 동력을 낮추라고 했다. 남자는 그 말을 들었지만 칼은 놓지 않았다. 배가 더 기울면 자기가 손해를 보는 순간이었다.
포집 장비의 줄은 원래 어로구역 밖으로 표시돼 있었다. 전날 바람에 표지 부표 하나가 안쪽으로 밀렸다. 어부는 부표 바깥에서 일한 줄 알았다고 했다. 책임자는 실제 좌표를 확인했다. 지도와 떠 있는 표지가 달랐다. 지금 누가 금지구역을 넘었는지부터 다투면 두 배가 계속 밀렸다. 해솔은 사진을 남기고 엉킨 곳의 위치를 말했다.
물속으로 들어갈 조건은 아니었다. 줄이 팽팽하고 선박이 움직였다. 해솔은 그 장면을 보고 입수 장비를 잡지 않았다. 선장은 그물 쪽의 당김을 줄여 바깥 작업자가 풀 여유를 만들 수 있는지 어부와 이야기했다. 어부는 오늘 잡은 것을 버려야 하느냐고 물었다. 책임자는 버리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배부터 안정시키자고 답했다.
그물의 끝을 조금 늦추자 줄이 덜 팽팽해졌다. 포집팀이 장비 쪽의 고리를 받아 방향을 바꿨다. 해솔은 작업선 위에서 긴 봉의 받침을 지지했다. 물속을 볼 수 없었으므로 손의 당김만으로 무엇이 풀렸는지 말하지 않았다. 다른 작업자가 위의 연결을 보고 신호했다. 두 번은 여전히 걸렸고 세 번째에 느슨한 선이 떠올랐다.
어부가 칼을 놓았다. 그물은 찢어졌지만 배는 돌아갈 수 있었다. 그는 손잡이에 기대 숨을 몰아쉬었다. 해솔은 그 얼굴을 보았다. 바다에서 돈을 벌던 사람이 자기 그물보다 포집장비가 귀한 것으로 취급되는 순간에 화를 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위험물을 모은 장비를 자르게 둘 수도 없었다. 배가 안정된 뒤에야 그 말들이 제 차례를 얻었다.
항구에 들어오자 어부는 배에서 내리지 않고 비용 이야기를 했다. 오늘 출어비와 찢어진 그물값을 누구에게 청구하느냐고 물었다. 포집팀 책임자는 위치표지 변경과 작업기록을 제출해 판단받게 하겠다고 했다. 어부는 지금 돈이 없다고 말했다. 판단을 기다리는 동안 내일 쓸 그물이 필요했다.
미례가 회의실에서 그 말을 들었다. 어민지원 항목은 선원가족의 수색기금과 다른 돈이었다. 그는 수색 배의 시간을 그물에 옮겨 주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지자체의 긴급 장비지원 담당에게 연락해 실제 임시 그물이 있는지 확인했다. 전화에서는 신청서를 내라는 답부터 왔다. 미례는 오늘 배가 항구에 있고 직원이 직접 확인할 수 있냐고 물었다.
담당은 오후에 오기로 했다. 어부는 그 사이에 자기 그물을 바닥에 펼쳤다. 해솔이 도와도 되냐고 물었다. 어부는 장갑 끼고 하라고 했다. 그물 끝에는 날카로운 조개껍질이 걸려 있었다. 해솔은 잠수 장갑 대신 작업 장갑을 가져왔다. 같은 바다에서 쓰는 손이어도 그물의 손은 달랐다.
찢어진 부분은 길었다. 어부는 이게 한 철을 버티려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해솔은 자기가 매번 장비를 바꾸는 사람이 아니라 고쳐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싶다가 말았다. 여기서는 어부의 그물을 같이 펴면 됐다. 두 사람이 끝을 잡고 당기자 바닥에 손실의 모양이 드러났다. 사진으로만 보던 피해가 사람의 팔 길이 몇 개가 됐다.
우찬은 그날 오전의 작업 좌표와 부표 점검기록을 받았다. 바람 뒤 위치가 바뀐 표지를 확인하는 주기가 늦어진 것이 드러났다. 담당은 해저 오염량 분석이 먼저라 점검선을 다른 쪽에 보냈다고 말했다. 우찬은 그 결정을 실제 시간표와 맞췄다. 남은 0.8톤의 행방을 조사하는 일이 어로표지 점검을 멈출 이유가 됐는지 물었다.
장비팀은 업무를 나눠 오늘 표지를 다시 고정하고 점검 연락처를 바깥 부표에 표시했다. 해솔은 그물이 풀린 곳의 사진도 제공했다. 누구 하나가 앞으로 조심하겠다는 말만 남기지 않고 실제로 위치를 바꾸었다. 어부는 새 부표가 서는 것을 항구에서 봤다. 자기 그물값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오늘 다른 배가 같은 자리에서 걸릴 이유 하나는 줄었다.
긴급 장비지원 직원이 왔다. 어부의 출어 허가와 손상 부분, 오늘의 출입기록을 확인했다. 지원창고에 남은 임시 그물은 규격이 조금 달랐다. 어부는 그것으로 내일 같은 어장을 돌 수 없다고 말했다. 직원은 작은 구역에서 쓸 수 있는지 물었다. 남자는 처음에는 거절했다. 손해를 본 사람이 먼저 일을 줄여야 하는 것 같았다.
해솔은 내일 바람 예보를 보여 줬다. 작은 배로 멀리 가기 어려운 날이었다. 어부는 화면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자기 계획을 다시 계산했다. 임시 그물을 받고 가까운 허용구역에서 일하며 기존 그물의 손해신청은 따로 유지하기로 했다. 작은 일을 한다고 오늘의 손실을 없는 것으로 쓰지는 않았다.
직원이 임시 그물을 창고에서 가져왔다. 어부가 자기 손으로 치수를 재었다. 그 다음에 수령표를 썼다. 미례는 지원이 접수됐다는 말이 아니라 물건을 실제 받아 간 사진을 보았다. 선원가족의 수색기금에서는 돈이 나가지 않았다. 다른 몫을 보전한 채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이 도착했다.
재필은 대기실에서 돌아와 항구의 그물 작업을 봤다. 자신도 매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부가 한번 해 보라고 했다. 재필은 천천히 줄의 끝을 묶었다. 오른손이 떨려 매듭을 한 번 풀었다. 해솔이 대신해 주려고 손을 내밀지 않았다. 어부가 바닥에 놓고 하면 덜 떨린다고 했다. 재필이 그렇게 했다. 두 번째는 고르게 묶였다.
어부는 배의 줄을 다루던 사람이냐고 물었다. 재필이 청람호에서 일했다고 답했다. 사내의 손이 잠깐 멈췄다. 항구에서 그 배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지 않았다. 잘 묶었으니 이쪽도 해 달라고 말했다. 재필은 다른 끝을 받았다. 살아남은 사람이라는 이름보다 오늘 매듭을 해 줄 손이 먼저였다.
미례는 두 사람을 보고 물을 가져왔다. 재필의 치료 예약은 없는 날이었다. 그래도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플 수 있었다. 그는 스스로 한 구역만 하겠다고 말했다. 어부가 나머지는 자기가 하겠다고 했다. 나눌 줄은 그물만큼 많이 있었다. 모두를 맡아야 쓸모 있는 손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오후에 공식 신원확인 담당에게서 가족 개별 연락 일정이 왔다. 전날 수습된 사람의 확인 절차는 계속 진행 중이었다. 단체방에서 이름을 발표할 단계가 아니었다. 미례는 담당이 각 가족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조용한 방을 마련했다. 어부의 손해를 설명하는 목소리와 가족의 기다림이 같은 공간에서 부딪히지 않게 했다.
해솔은 새 부표를 확인하러 작업선에 올랐다. 어제 위험화물 큰 이송은 끝났지만 외부 포집과 어로구역 관리가 남았다. 잔여 차이 0.8톤은 현재 확인한 물량장부의 질문으로 남았고 실제 환경 측정은 따로 이루어졌다. 어느 숫자 하나가 맞았다는 이유로 지금 물의 측정값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는 위치사진을 받고 들어오겠다고만 말했다.
부표 옆에서는 작은 물고기가 튀었다. 해솔은 그 모습을 어장이 살아났다는 증거로 찍지 않았다. 작업자는 위치를 재고 줄을 고정했다. 부표의 불이 켜졌다. 어둠 속에서도 배가 피해야 할 자리를 보여 주는 빛이었다. 아침 어부가 믿었던 표시보다 실제 좌표와 가까운 곳에 있었다.
항구로 돌아왔을 때 어부는 임시 그물을 배에 올리고 있었다. 재필이 한 매듭도 그 끝에 들어갔다. 어부는 내일 잡아 오면 나눠 주겠다고 했다. 해솔은 그걸 조건처럼 받아 적지 않았다. 잘 돌아오라고 말했다. 남자는 오늘 이미 그 말을 듣고 싶었나 보았다. 그는 자기 배의 손잡이를 다시 잡았다.
저녁에 미례는 두 종류의 기록을 닫았다. 수색 기금과 어민 임시장비지원. 오늘 실제 돈이 나간 곳과 물건이 들어온 곳을 따로 남겼다. 우찬은 찢어진 그물의 손해와 표지 점검 누락 조사번호를 적었다. 어부는 임시 그물을 받아도 자기 청구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안내를 받았다. 종이가 그의 손에서 구겨지지 않았다.
해솔은 장비실에 돌아가 작업 장갑을 벗었다. 손바닥에 그물의 가는 선이 남아 있었다. 잠수복 안의 물과는 다른 자국이었다. 재필이 옆에서 자기 손을 펴 보였다. 손끝이 조금 붉었지만 매듭을 해도 다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누가 더 잘 묶었는지 말하지 않았다. 오늘 누군가의 배에 자기 매듭 하나가 올라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밤이 되자 새 부표의 불빛이 바다 끝에서 깜박였다. 항구 사람에게는 피할 자리였고 작업팀에게는 지킬 자리였다. 해솔은 그 빛이 모두에게 같은 뜻은 아니어도 같은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일 어부가 다른 곳으로 가고 수색팀이 다시 들어갈 때, 서로의 줄을 잘라야만 살아날 필요가 없는 바다가 조금은 필요했다. 그는 다음 점검시각을 휴대전화에 넣었다. 자기 잠수의 출발시각과 다른 알람이었다.
재필도 알람을 하나 넣었다. 아침 대기실을 여는 시간이었다. 두 소리가 동시에 울리지는 않았다. 한 사람은 바다로 가고 한 사람은 사람을 맞을 방으로 갔다. 두 사람이 같은 문을 나서며 각자 자기 열쇠를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