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법정·사회파 드라마 56화

바다가 증언석에 앉는 날

돌아갈 자리

태곤은 스물세 장의 희망표를 탁자에 놓고 회사가 적어 보낸 합계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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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곤은 스물세 장의 희망표를 탁자에 놓고 회사가 적어 보낸 합계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 수는 맞아요. 그런데 보류도 신청으로 세었습니다.”

회사 담당자가 표를 다시 당겼다. 정화 작업을 배우겠다는 사람, 설비 유지 쪽에 남겠다는 사람, 몸 상태를 먼저 확인하겠다는 사람, 아직 선택하지 않겠다는 사람. 회사 초안에서는 그 이름들이 모두 교육 참여 대상에 들어 있었다.

가람은 희망표를 만든 일을 새로 시작하지 않았다. 각 사람이 고른 칸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요청했다. 보류를 한 사람이 게으르거나 안전을 반대한다고 설명하는 문구도 넣지 말아 달라고 했다. 태곤은 그 말을 회사가 아니라 동료들에게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희는 오늘 회의에 늦게 들어왔다. 바뀐 현장 업무를 새 담당자에게 인계하면서 어느 상태까지 확인했고 어디는 아직 확인이 필요한지를 회사의 업무표에 붙였다. 동료는 그 표를 보고 고맙다고 했다. 둘이 친해졌다고 말할 일은 아니었지만, 서로의 일을 잘못 이어받지 않게 하는 것은 당장 가능했다.

회사 담당자는 교육에 돈이 든다고 말했다. 태곤은 자신도 알아서 급여 항목부터 넣었다고 답했다. 일을 쉬며 위험을 줄이자는 계획이 작업자에게는 돈을 쉬는 계획이 되면 안 됐다. 회사에서 쓸 수 있는 재원과 이미 정해진 인건비를 나눠 확인했다.

어민 긴급지원 계정은 이 표에 들어가지 않았다. 만석이 그 부분을 확인하려고 회관에 왔다. 태곤은 일자리를 지키려는 돈이 어민 지원을 빼앗는 돈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보여 주고 싶었다. 회사 담당자는 별도 인건비 집행표를 놓았다.

“이것도 준비됐다는 말입니까, 보낸 돈입니까?”

만석이 물었다. 담당자는 아직 오늘 집행 예정이라고 답했다. 만석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없이 기다렸다. 가람은 그가 왜 질문을 짧게 했는지 알았다. 대답을 더 늘이는 것보다 실제 시간을 확인할 차례였다.

태곤은 첫 지급분의 날짜와 대상, 이후 급여를 정하는 기준을 물었다. 교육에 들어가기 전 먼저 상태를 평가할 사람의 시간도 업무로 처리할지 확인했다. 회사 담당자는 모든 항목을 그 자리에서 혼자 바꿀 수는 없었다. 가람은 결재할 사람과 전화가 연결되기를 기다렸다.

전화를 받은 부서장은 기존 업무시간 범위에서 임금 유지와 평가 시간을 반영할 수 있다고 했다. 추가 과정은 기간과 비용을 구체적으로 다시 정해야 했다. 태곤은 오늘 확정되는 범위만 표에 반영했다. 미래의 모든 급여가 해결됐다고 동료들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점심때 은실은 회관에 음식을 가져오지 않았다. 회사 담당자는 식사를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태곤이 주변 가게에서 각자 먹거나 주문하자고 답했다. 은실이 회의 때마다 밥과 차를 담당하는 사람처럼 남아 있어서는 안 됐다.

만석은 은실의 식당에 가겠다고 했다. 태곤도 함께 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만석이 괜찮다고 답하고 세희를 보았다. 세희는 가람과 남은 자료를 확인한 뒤 따로 가겠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같은 의자와 같은 밥을 강요하는 화해는 오늘 계획에 없었다.

가람은 세희에게 증언 일정을 정할 준비가 됐는지 물었다. 세희는 저녁까지 실제 지급이 시작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 그 돈을 받으면 모든 위험이 사라진다고 믿는 것은 아니었다. 말한 다음 날 회사가 업무를 바꾸더라도, 태곤과 동료들이 같이 확인할 일을 갖고 있는지가 필요했다.

“제가 증언한다고 다른 사람들이 굶는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요.”

그녀가 말했다. 가람은 그런 말을 누가 했느냐고 물었다. 세희는 아직 자기에게 직접 말한 사람은 없다고 했다. 자기가 가장 먼저 그 말을 하고 있었다. 회사 밖에서는 안전을 말하고 회사 안에서는 월급을 확인해야 하는 하루가 너무 오래 이어졌다.

가람은 그녀가 증언을 결심하도록 돈을 조건으로 걸 생각은 없었다. 세희가 준비하는 동안 현재 임금과 업무를 확인하는 것은 독립된 일이었다. 그녀는 그 설명을 듣고 자기 희망표에도 보류라고 적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태곤이 돌아오면 함께 확인하기로 했다. 세희는 안전 상태를 보는 일을 계속하고 싶었고, 증언 준비 때문에 한동안 업무를 나눌 필요도 있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다른 일을 영원히 버리는 계획은 원하지 않았다. 가람은 그 대답을 그대로 적었다.

오후의 첫 수업은 작업자 모두에게 같은 기술을 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현재 설비 상태와 정화 작업의 기본 범위를 설명하고, 이후 과정에서 무엇을 고를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자리였다. 참여를 선택한 사람들이 왔고, 보류한 사람에게는 일정과 자료를 따로 보냈다.

다온은 업체 책임자와 함께 설명했다. 주민 입회 때 보여 준 내용 가운데 작업자가 알아야 할 부분을 더했다. 전문 기술은 필요한 자격과 지도를 갖춘 사람이 맡아야 했다. 지금 배우러 온 사람이 오늘부터 위험 구역에 들어가 모든 일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었다.

재호는 장비를 다루는 업무의 실제 하루를 설명했다. 누가 몸 상태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지 물었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 병력까지 말하게 하지는 않았다. 필요한 평가를 별도로 요청할 수 있게 했다. 태곤은 자기가 대표라고 그 평가 결과를 모두 볼 필요도 없다고 했다.

만석은 뒤에서 한참 듣다가 나가려고 했다. 자신이 계속 앉아 있으면 작업자들이 어민에게 잘 보이려고 대답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태곤은 주민이 오는 것도 정할 수 있지만, 오늘은 개인의 선택을 받는 자리라며 고맙다고 했다.

문밖에 나온 만석은 가람에게 배우는 일이 많아 보였다고 말했다. 바다에서 배 하나를 다룬다고 다른 배까지 바로 운전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람은 그 비유를 회의록에 넣겠다고 하지 않았다. 만석이 자기 일을 떠올려 이해한 것만으로 충분했다.

첫 지급 확인은 오후 늦게 왔다. 회사가 보낸 내역에는 정해진 범위의 급여 유지분이 있었다. 가람은 직원 개인정보를 모아 주민들에게 보여 주지 않았다. 태곤은 각자 자신의 입금을 확인하고 문제가 있으면 지정한 담당에게 말하도록 했다.

작업자 둘이 쉬는 자리에서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한 사람은 오늘 밀린 자동이체가 나간다고 했다. 다른 사람은 집에 전화해 이번 주 생활비를 보냈다고 말했다. 태곤은 그 목소리를 듣고 그제야 자기 휴대전화를 꺼냈다.

누락된 항목을 묻는 응답도 왔다. 교육 준비 시간이 첫 지급표에 반영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태곤은 그 사람이 받았다는 사실과 빠진 금액의 확인을 분리해 담당자에게 알렸다. 한 번 돈이 들어왔다고 이후 질문을 닫을 수는 없었다.

회사 담당자가 급여 기준을 대조하고 추가 반영할 항목을 확인했다. 가람은 모든 사람의 통장 화면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회사 내역과 각자의 문의를 해당 범위에서 대조하면 됐다. 실제 누락을 고치는 과정이 남아 있어도, 첫 지급이 들어온 결과는 지울 필요가 없었다.

세희는 자기 입금을 확인한 뒤 바로 집에 전화하지 않았다. 원고를 숨긴 듯 통장을 숨길 일도 아니었지만, 아직 할 말을 정리하고 싶었다. 태곤은 내일 아침에도 정문에서 만날지 물었다. 세희는 증언 준비 일정에 따라 연락하겠다고 답했다.

은실은 저녁에 태곤에게 식당 빈자리를 알려 줬다. 점심에 그와 만석이 왔던 것을 기억하고, 늦게 끝난 사람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연락이었다. 태곤은 인원을 먼저 물어 한 사람씩 오게 했다. 은실은 돈을 받을 주문을 직접 정했고, 회관 일을 대신하는 식사는 아니었다.

세희도 그 식당에 갔다. 만석은 이미 다른 손님과 얘기 중이었다. 그녀가 들어오자 말을 멈추지 않았고, 은실이 자리를 안내했다. 세희는 특별히 숨겨 줄 방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혼자 먹다가 태곤이 옆자리로 와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태곤은 스물세 장의 희망표를 원래 선택대로 다시 받았다고 했다. 급여 기준에서 아직 확인할 항목도 남아 있었다. 세희는 자신은 안전 업무를 유지하며 증언 준비 시간도 확보하고 싶다고 말했다. 태곤은 그 요구를 본인 이름으로 회사에 내자고 했다.

“제가 대신 정해 드릴 수는 없죠.”

그가 말했다. 세희는 알고 있다며 웃었다. 도와주는 사람에게 자기가 다시 요구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편했다. 태곤은 식당에 온 사람들이 얘기를 들을까 목소리를 낮췄지만, 세희는 자기가 선택한 말을 숨기지는 않았다.

가람은 늦게 식당에 도착했다. 두 사람이 밥을 다 먹어 가는 모습을 보고 새 질문지를 꺼내지 않았다. 은실이 남은 반찬을 주며 종이는 밖에서 펼치라고 했다. 가람은 오늘은 안 가져왔다고 답했다. 가방에는 있었지만 꺼낼 일이 없었다.

식사가 끝난 뒤 세희가 가람을 불렀다. 예정된 경고 보고 증언에 나가겠다고 했다. 네 조건과 현재 면담·업무 변경 자료를 함께 준비하고, 태곤이 동석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고 싶다고 했다. 가람은 약속한 보호가 완성됐다고 말하지 않았다. 내일 실제 절차를 확인하자고 했다.

세희는 그 답이 이제 싫지 않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어디에 연락할지 알고 있었고, 태곤은 자기가 모르는 부분도 솔직하게 말해 줬다. 증언 뒤의 하루가 텅 빈 칸만은 아니었다.

밖으로 나가자 회사 버스가 지나갔다. 작업자 몇 명이 안에서 손을 흔들었다. 세희는 얼굴을 확인하고 손을 들었다. 모두가 같은 이유로 흔든 것은 아닐 수 있었다. 그래도 그 순간 자신이 회사와 마을 사이에서 혼자 서 있는 사람만은 아니었다.

가람은 사무실로 돌아와 증언 준비 목록의 첫 줄을 바꿨다. 어떤 자료를 내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세희가 무엇을 직접 말하기로 했는가. 다음 장에는 세 차례 경고의 날짜와 발송 근거, 회사의 답, 그 뒤의 선택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