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컬링 스포츠 성장물 56화

빙판 위 다섯 센티

사십오 분의 첫 소리

토요일 오전 열 시, 라온은 스틱의 손잡이를 잡고도 평소와 다른 빛을 느꼈다. 수요일 밤의 컬링장은 문을 나서면 어두웠는데 오늘은 창가의 로비가 밝았다. 네 사람이 합의한 추가 사십오 분의 첫날이었다. 혜주는 도서관 근무를 바꾼 덕분에 왔다며, 훈련이 끝나면 자신이 반납할 책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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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 열 시, 라온은 스틱의 손잡이를 잡고도 평소와 다른 빛을 느꼈다. 수요일 밤의 컬링장은 문을 나서면 어두웠는데 오늘은 창가의 로비가 밝았다. 네 사람이 합의한 추가 사십오 분의 첫날이었다. 혜주는 도서관 근무를 바꾼 덕분에 왔다며, 훈련이 끝나면 자신이 반납할 책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했다.

단비는 스틱 가방을 열자마자 새 캡을 확인했다. 공용 장비 중 상태를 더 봐 오던 캡이었다. 태규는 손잡이 결합부와 캡을 별도로 살폈다. 예전 결합부 고장으로 사용중지한 장비는 오늘도 꺼내지 않았다. 단비가 자기 스틱을 잡아 돌려 보다가 이쪽 소리가 평소와 다르다고 했다.

태규가 손을 받았다. 작은 흔들림이 있는 결합을 확인했고, 해당 스틱을 쓰지 않도록 빼두었다. 단비는 오늘 사십오 분밖에 없다고 말했다가 입을 다물었다. 미란이 다른 정상 장비를 확인해 넘겼다. 손잡이 감각이 조금 달랐다. 단비는 첫 시도를 가볍게 하겠다고 했다.

라온은 자기 첫 공구받침에 부품이 끼어 흔들렸던 일을 떠올렸다. 미란은 오늘 훈련 목표를 줄였다. 새로운 장비를 느끼면서 공격 성공률까지 한 번에 끌어올리지 않고, 라온과 혜주의 포지션 교대에서 필요한 길을 두 번씩 봤다. 진수는 손에 든 작은 시간표를 접었다.

첫 배치는 혜주가 리드로 시작했다. 그녀의 앞가드가 중앙 쪽에 섰다. 상대 역할 돌이 그 뒤에 놓였다. 라온은 가드 바깥을 돌아 붙이는 목표를 받았다. 지난 연습 대결의 세 번째 엔드에서 앞가드를 맞혔던 기억이 손에 남아 있었다.

진수가 목표를 말한 뒤 기다렸다. 라온이 폭과 깊이를 복창했다. 말할 시간이 생기자 손잡이를 쥔 손의 힘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톤이 움직였다. 가드 밖으로 나갔다가 끝에서 안쪽으로 굽었다. 상대 역할 돌 옆에 섰다. 조금 멀었지만 가드를 건드리지 않았다.

혜주는 기록지에 두 돌의 높이를 적었다. 단비가 다음 차례에서 라온 돌을 밀어 가까이 보내는 작은 접촉을 받았다. 정상 장비의 손잡이는 자기 것보다 굵었다. 그녀는 손을 한 번 고쳐 잡고 가볍게 밀었다. 힘이 부족해 앞쪽에 섰다.

단비는 고개를 숙이지 않고 손잡이를 봤다. 자기가 평소 잡던 위치보다 손이 조금 밖으로 나와 있었다. 태규가 그 차이를 묻자 단비는 감각을 설명했다. 남은 시간에 손잡이 위치를 바꿔 다시 시험했다. 두 번째 돌은 라온의 스톤을 살짝 밀었다. 가까운 자리로 움직였다.

라온은 소리를 듣고 웃었다. 자신이 던진 돌은 표적에 딱 붙지 않았지만 단비가 쓸 수 있는 범위에 있었다. 단비는 자기 돌까지 밖으로 흘러가지 않은 것을 보고 기뻐했다. 진수는 그 모양을 마지막 드로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스톤이 안쪽으로 들어가 두 돌 사이에 멈췄다.

미란은 같은 배치를 만들고 상대의 응수를 하나 더 놓았다. 이번에는 정면 길이 더 좁았다. 라온은 먼저 공격으로 치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수도 히트를 부르다가 라온의 눈을 봤다. 라온은 상대 돌 바깥에 붙으면 다음 공격의 각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진수는 그 말을 들어 보고 붙임을 택했다. 라온은 목표를 설명한 사람이 자기가 되자 다시 긴장했다. 이번에는 힘을 과하게 쓰지 않으려다 짧았다. 스톤이 상대 앞에 섰다. 단비는 저기서 다음 히트를 넣을 수는 있지만 길이 더 좁아졌다고 말했다.

라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선택이 나쁘지 않아도 돌을 놓는 손은 따로 정확해야 했다. 미란은 선택과 실제 위치를 나눠 보고, 같은 목표를 다시 받게 했다. 라온이 스틱을 잡을 때 손목을 쓰는 것보다 팔의 시작 위치를 먼저 맞췄다. 스톤은 바깥으로 돌아 상대 돌 옆에 섰다.

혜주가 짧게 손뼉을 쳤다. 라온은 웃었지만 오늘 두 번째 성공만 표에 옮기지 않았다. 첫 돌이 만든 좁은 길도 그림에 남았다. 단비는 새로운 손잡이로 그 돌 뒤를 공격해 봤다. 접촉 뒤 자기 돌이 하우스 안쪽에 남았다. 처음 힘이 부족했던 시도보다 안정됐다.

진수는 공격 뒤에 남은 위치를 보고 마지막 돌의 목표를 바꿨다. 혜주가 복창하자 그가 기다렸다. 단비는 오늘 스킵이 덜 빨리 말한다고 웃었다. 진수는 기다리는 칸도 평가표에 있으니 자신이 돈을 벌듯 모으고 있다고 했다. 혜주는 기다리는 초마다 점수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남은 시간은 십여 분이었다. 미란은 네 사람에게 쉬운 표적 하나씩을 다시 주었다. 처음과 끝의 감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려는 것이었다. 라온은 바깥 드로를 받았다. 앞돌이 없는 하우스로 스톤을 보내니 방금 배치보다 오히려 마음이 멀어졌다. 무엇을 피해 가는지 보이지 않았다.

첫 돌은 길었다. 라온은 자기 눈이 목표의 높이보다 중앙 전체를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혜주는 표적 옆의 작은 점을 가리켰다. 라온은 두 번째에서 그 점을 먼저 보았다. 스톤이 목표 근처에 섰다. 미란은 그 차이도 같이 남겼다. 다른 돌이 있어야 길이 보이는 경향을 더 시험할 필요가 있었다.

단비의 마지막 시도는 상대 역할 돌을 정확히 밀었다. 자기 스톤은 안쪽에 남았다. 그녀는 태규에게 손잡이가 완전히 나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태규는 자기 스틱을 수리할 수 있는지 따로 확인하겠다며 빼둔 장비를 보여 줬다. 단비는 오늘 감각을 적고 자기 스틱을 바로 다시 쓰려 하지 않았다.

마지막 돌을 정리하면서 단비는 교체 손잡이를 잡은 손의 위치를 다시 표시했다. 라온이 작은 테이프 조각을 건넸다. 태규는 결합부를 가리지 않는 자리에 표시하게 했다. 단비는 손잡이 끝에 아주 짧게 붙이고 자기 손을 두 번 놓아 봤다. 처음에는 표시 위를 지나쳤고 두 번째는 같은 곳에 닿았다.

혜주는 자기 기록 펜에도 표시를 할까 하다가 웃었다. 그건 펜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는 문제라 손잡이 표시가 소용없었다. 진수가 기록지 집게에 펜을 끼워 보였다. 혜주는 가방을 찾기 전에 손이 거기로 갈 것 같다며 받아 갔다. 라온은 서로 다른 실수를 고치는 물건들이 로비 탁자에 나란히 놓인 것을 봤다.

단비는 표시만 붙였다고 두 돌 모두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라온은 그럼 다음에도 두 장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테이프 조각이 손을 대신해 던지지는 않았지만, 어느 위치에서 다시 시작할지는 알려 줄 수 있었다.

열 시 사십오 분에 혜주가 종료를 알렸다. 진수는 마지막 돌이 좋았으니 하나 더 하고 싶다고 입을 열려다가 웃었다. 오늘은 단비가 먼저 장비를 닦고 있었다. 그녀가 진수를 보고 손가락으로 시간을 가리켰다. 진수는 변명 없이 스틱을 받침에 놓았다.

로비에서 혜주는 도서관 책을 찾으러 가야 했다. 진수의 아버지 병원 이동은 그 뒤 시간이었다. 각자의 준비 때문에 가능해진 훈련은 각자의 다음 일정으로 끝났다. 라온은 교육용 부품을 받으러 태규와 들를 곳이 있었다. 단비는 이동 차량의 시간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갔다.

태규는 장비 수리 전에 단비에게 언제부터 소리가 달라졌는지 다시 물었다. 그녀는 처음 가방에서 꺼냈을 때라고 답했다. 교체 장비를 쓰고 나니 자기 힘의 준비가 얼마나 손잡이에 기대고 있는지 알겠다고 했다. 라온은 그 말을 듣고 공구받침 사진을 보여 줬다. 몸의 자리를 옮기면 익숙한 공구도 조금 다르게 잡힌다는 이야기였다.

부품을 받으러 들른 작업장에서는 용수의 새 칸막이도 준비돼 있었다. 라온이 먼저 가져가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용수가 자신도 곧 오겠다고 했다. 그는 십여 분 뒤 도착해 칸 높이를 직접 만졌다. 첫 칸막이는 손끝이 걸렸지만 낮춘 것은 부품을 밀어 올릴 수 있었다.

용수는 라온에게 오늘 아침 운동했냐고 물었다. 라온은 돌을 던졌다고 했다. 용수는 볼링이냐고 했다가 라온이 보여 준 사진을 보고 웃었다. 라온은 스위핑을 하지 않는 휠체어컬링이라 얼음을 쓸 수 없고, 놓은 뒤에는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용수는 자기 케이블도 누가 옆에서 쓸어 주지는 않는다고 받아쳤다.

라온은 웃다가 오늘 첫 배치를 보여 줬다. 자기 돌에 단비가 닿아 자리를 옮긴 그림이었다. 용수는 처음 돌이 조금 덜 가도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느냐고 물었다. 라온은 어떤 위치인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답했다. 용수는 케이블의 작은 유격처럼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알아야겠다고 했다.

작업장에서 두 사람은 새 칸막이를 끼웠다. 용수가 손을 쉬는 동안 라온은 작업대 아래를 봤다. 작은 포장조각이 있었다. 그는 집게로 꺼냈다. 누구도 평가 시계를 켜지 않았지만, 오늘 아침 장비가 흔들리던 것과 지난주 보조도구가 흔들리던 장면이 함께 떠올랐다.

용수가 라온에게 점심을 사겠다고 했다. 첫 수업 때 라온이 커피를 샀던 값을 갚는 것이라고 했다. 라온은 오늘 자기가 칸막이를 가져와 준 줄 알았는데 정작 용수도 직접 왔다며 웃었다. 용수는 기다려 준 값이라 했다. 둘은 가까운 분식집으로 갔다. 새 칸막이가 든 봉투는 식탁 아래에 따로 놓였다.

라온은 식사 중 단체방 메시지를 읽었다. 단비가 교체 장비로 던진 돌 사진을 올렸다. 혜주는 처음 짧은 돌도 함께 올려 달라고 했다. 단비는 잠깐 있다 두 장을 나란히 보냈다. 진수가 다음 수요일에는 오늘 한 선택을 실제 응수 배치에서 이어 보자고 썼다.

라온은 두 사진을 오래 봤다. 사십오 분의 첫 소리는 멋진 접촉음이 아니라 결합부가 흔들리는 작은 소리였다. 그 소리를 듣고 손을 멈춘 뒤에야 마지막 좋은 돌까지 왔다. 그는 용수에게 사진을 보여 주고 자기 첫 짧은 드로도 올렸다. 다음 토요일의 사십오 분에 가져갈 것은 성공한 돌 하나가 아니라, 손이 어디에서 달라졌는지 보여 주는 두 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