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음악 고딕 미스터리 56화

일곱 번째 트랙은 비어 있다

값을 읽는 사람

감정표의 첫 숫자를 보고 문주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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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표의 첫 숫자를 보고 문주는 웃었다.

좋아서 웃은 것은 아니었다. 방송국이 처음 신청한 숫자보다 작았다. 크게 불러야 귀한 음악이 된다고 여겼던 자신의 습관이 웃겼다. 태오는 그 웃음을 보고 왜 그러냐고 물었다. 문주는 말 대신 다음 항목을 넘겼다. 두 번째 원반은 생각보다 높았다. 한 사람이 친 유명한 곡이 들어 있어서가 아니라 현존 상태와 유통되는 같은 물건의 수가 적어서였다.

검사실 담당자가 열두 항목의 상태 사진을 펼쳤다. 원반 하나씩 얕은 흠과 휘어짐, 포장 상태가 달랐다. 감정표는 모두 같은 시대의 음악이라고 묶어 한 가격을 쓰지 않았다. 기증자 창고에서 회수한 판에는 이동 지연과 교차배송 회수 경위가 별도 첨부됐다. 재현판의 값은 이 열두 항목 합산에 넣지 않았다.

혜주는 처음 신청한 금액으로 올해 예산을 설명해 놓았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태오는 다시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항목의 높은 금액을 빌려 낮은 것을 숨길 수는 없었다. 혜주가 그럴 생각이었다고 쏘아붙이지는 않았다. 다만 표를 뒤집고 빈 종이에 합계를 다시 적었다. 펜이 잠시 빨라졌다가 끝의 숫자에서 멈췄다.

“관리하는 값은 안 줄었네요.”

노을이 말했다. 재료와 노동의 견적을 쥐고 있었다. 시장 평가가 낮아져도 새 지지띠와 받침은 필요했다. 혜주는 그 말에 얼굴을 들었다. 기관장이 낮은 평가만 보고 보존 예산을 깎을 수 있었다. 그녀는 원반 값과 보존비를 한 줄에서 나누었다. 싸게 평가된 물건도 깨지면 돌아오지 않았다.

태오는 그 말을 들으며 발등에 남은 통증을 느꼈다. 모형 상자를 떨어뜨렸을 때 손에 잡은 숫자들도 그랬다. 중량이 어느 항목의 것인지 잘못 읽으면 사람이 다쳤다. 그는 처음부터 소유자변경 요청을 보류시킨 자기 보고서를 옆에 놓았다. 그 표가 새 감정표의 가격을 설명해 주지는 않았다. 오늘 받은 물건의 상태와 값이 오늘의 질문에 답했다.

보험사 담당이 화상으로 들어왔다. 태오를 이 건의 다음 배정에서 빼는 결정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대신 이번 정정 보고서를 받아들였고 보완자료 없는 소유자변경 처리는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태오는 알겠다고 했다. 담당자가 그럼 다음 주부터 다른 담당에게 넘기라고 하자 혜주가 누가 오느냐고 물었다.

새 담당자의 이름과 연락처가 화면에 올라왔다. 태오는 혼자만 아는 사건을 남길 수 없었다. 그는 물건의 현재 위치, 제작실이 철회한 요청, 분리 예치 예정일을 짧은 인계표에 적었다. 수인의 현재 주소 칸은 만들지 않았다. 자기 선택이 남은 사람을 추적하는 일이 될 이유가 없었다.

문주는 태오의 이름이 빠진 표를 보았다. 생각보다 마음이 상했다. 끝까지 함께한 사람이 완료 칸에서는 다른 이름에게 자리를 내주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왜 바꾸느냐고 담당자에게 묻고 싶었지만 태오가 화면을 끄고 가방을 닫았다. 문주는 그에게 물었다. 계속 보면 안 되는 일이냐고.

“일로 보는 건 여기까지래요. 친구로 와서 음악 듣는 데까지 막지는 않았고요.”

태오가 답했다. 문주는 친구라는 단어가 가볍게 지나가지 못하게 잠깐 붙잡았다. 우리가 친구냐고 묻자 태오는 아니면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고 고쳤다. 문주는 처음 것이 낫다고 했다. 혜주가 그 대화를 듣고 괜히 서류를 빠르게 넘겼다.

오후에는 기관장 앞에서 감정표를 설명해야 했다. 혜주는 이솔에게 같이 와 달라고 했다. 문주도 자기가 홍보문구를 고친 일을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혜주는 그를 일의 증인으로 부르지 않았다. 현재 공연 제안을 말하고 싶으면 오라고 했다. 문주는 청년에게 전화를 걸어 곡을 제안해도 되는지 먼저 물었다.

청년은 대답하기 전에 돈을 물었다. 문주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하자 그러면 정한 뒤 말해 달라고 했다. 그가 웃지 않았다. 작은 공연을 부탁하면서 조금만 도와 달라는 말로 값을 줄이는 어른들을 이미 보았다. 문주는 그래야 한다고 답하고 전화기를 내렸다. 이솔은 청년이 자기를 잘 지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주는 자기를 지키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과 그에게 돈을 준다는 일 사이의 길이를 처음으로 재고 있었다.

문주는 공연장에서 받을 총액을 쓰고 자기 출연 몫을 그 아래 적었다. 청년의 곡 두 곡은 곡 수만 세면 절반이었다. 리허설은 청년이 더 오래 필요했다. 그는 처음 적은 반반이라는 선을 지웠다. 혜주에게 리허설 시간도 값을 넣을 수 있냐고 물었다. 혜주는 회의에서 그 항목을 따로 요청하자고 했다. 문주는 그러면 자기 몫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말을 하고 나니 마음이 작은 종이 안에서 뒤척였다. 이솔이 괜찮냐고 묻자 아직 조금 아깝다고 답했다. 돈이 아깝지 않다는 척하는 대신 자기 몫의 선을 다시 그었다.

그는 청년에게 제안서를 보내기 전에 전화했다. 연주 말고 사전 녹음도 필요하고 준비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청년은 그 말을 듣고 리허설을 몇 시간 잡느냐고 물었다. 한 시간이면 된다고 답하려던 문주는 실제로 자기 손이 익숙해지는 데 걸린 시간을 떠올렸다. 두 시간은 비워 놓자고 했다. 청년이 그러면 처음부터 맞춰 보겠다고 했다. 공연이 열린다는 확약보다 같이 시간을 잡는 대답이 먼저 왔다.

회의실의 의자는 너무 낮았다. 태오는 그 자리에 앉지 않았다. 혜주와 이솔이 자료를 가져갔고 문주는 계약 초안을 가져갔다. 문주는 밖에서 기다리며 문틈으로 목소리를 들었다. 기관장은 처음 신청금액이 높아진 까닭을 물었다. 혜주는 소유권과 수량을 충분히 나누지 못한 문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문주는 누군가 드디어 우리는 몰랐다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솔은 원반의 현재 상태 사진을 보여 주었다. 기관장은 외부 기사에 이미 알려진 수량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사진으로 확인한 관리품과 옛 주문 상자의 최대용량이 다른데 외부 기사는 한데 묶었다. 이솔은 실제 관리함 열두와 주문 용량의 설명을 분리한 정정문을 내놓았다. 기사 속 크게 적힌 숫자를 빼면 홍보가 덜 된다고 누군가 말했다.

혜주는 더 큰 숫자가 필요하면 지금 공연의 관객 수를 채우겠다고 답했다. 문주가 밖에서 고개를 들었다.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갈 차례가 됐다. 그는 관객 수를 약속할 수 없다고 먼저 말했다. 자기에게도 표를 사 줄 사람이 생각보다 적었다. 기관장이 당황해 웃었다. 문주는 그 웃음을 견디고 새 곡의 연주료를 적은 종이를 놓았다.

보호판을 일부 공개하는 대신 현재 연주자를 초대하자는 제안이었다. 공연 제목에는 잃어버린 이름이나 귀환이 들어가지 않았다. 청년이 자기 이름을 쓰고 싶어 하면 본인이 정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주자라는 표시로도 충분했다. 문주는 자기 이름도 크게 앞에 놓지 않았다. 더 잘 팔리는 자기 이름을 써야 표가 나갈 거라는 말은 혀끝에서 접었다.

기관장은 먼저 음악을 듣고 싶다고 했다. 문주가 보낸 자신의 연습 녹음은 허락 범위가 아니었다. 청년에게 공개용 짧은 샘플을 부탁해야 했다. 그는 즉석에서 파일을 틀지 않고 일정만 적었다. 이번에는 왜 지금 못 틀어 주느냐는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이솔이 그 틈에서 숨을 쉬었다.

회의가 끝나고 혜주는 물을 마시다 절반을 쏟았다. 문주가 휴지를 꺼냈다. 그녀는 자기 예산 설명을 이렇게 고친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문주는 예산이 내일 바로 줄어드느냐고 물었다. 이번 분기 금액은 남기고 다음 항목을 다시 계산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는 작은 성공을 어떻게 축하해야 할지 몰라 물컵을 새로 채웠다.

노을은 수장고로 돌아갈 함들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선반의 발을 다시 조이는 사람은 시설기사였다. 이솔은 모서리 밑의 작은 흔들림을 직접 봤다. 한 번 조이면 끝이라고 믿지 않고 하중을 나눠 올릴 위치를 표시했다. 새 선반에 모든 함을 몰아넣지는 않았다. 물건들이 돌아오는 자리는 예전보다 넓었다.

태오는 짐을 넘기고 빈 손으로 왔다. 회사 문서가 든 가방 대신 편의점에서 산 작은 아이스크림 봉지가 있었다. 문주가 왜 이것을 샀느냐고 묻자 비싸게 평가된 판이 있다고 해서라고 했다. 그 판의 값은 내가 받는 돈이 아니라고 이솔이 말했지만 아이스크림은 받았다. 오늘은 다치지 않은 손으로 종이를 찢어도 괜찮았다.

문주는 청년에게 다시 전화했다. 연주료와 리허설 시간, 샘플 공개 범위를 적어 보냈다. 청년은 자기 곡의 제목이 너무 길어 공연표에서 줄일 수 있냐고 물었다. 문주는 제목도 자기 것이라고 했다. 줄이고 싶으면 직접 줄이면 된다고. 청년이 잠깐 침묵한 뒤 그러면 부제로 남기겠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기획이 아니라 청년의 곡에서 나온 이름이었다.

이솔은 열두 함의 복귀 시간을 달력에 표시했다. 태오가 일정표를 들여다보다가 자기도 오겠다고 했다. 이솔은 운송 인계에는 이름을 쓸 수 없다고 말했다. 태오는 밖에서 매트를 걷어도 되냐고 물었다. 문주가 그것은 자기가 한다며 웃었다. 일자리를 잃은 것처럼 말하지 않았다. 잘하게 된 일이 있었다.

감정표가 봉투로 들어갔다. 음악을 들으면 값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악기의 줄과 사람의 하루는 값으로 움직였다. 청년이 연주료를 먼저 물었고 혜주가 낮아진 감정금액을 설명했다. 문주는 둘의 용기가 비슷한 모양이라고 느꼈다. 그는 그 마음을 긴 말로 쓰지 않고 아이스크림 막대를 버렸다. 내일 현재의 곡을 들을 자리를 자기 돈으로 하나 예매하기로 했다.